조계사에서 열렸던 문수스님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 생각 없이 간 것이었죠.
문수스님을 아는 것도 아니고
사진으로 본 외모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전 4대강 사업에 대해 뚜렷한 소신이 없는 편입니다.
그냥 한명숙님, 유시민님, 곽노현님이 참석하신다기에
먼발치에서라도 뵐 수 있을까하여 갔던 것이지요.
그런데
수경스님의 조사를 들으면서 조금씩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니
상록수 노래와 함께 108개 연등을 봉헌하는 시간이 되자
눈물 때문에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앉았던 분이 휴지를 건네주셨는데
휴지가 금방 축축해질 정도였죠.
울먹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문수스님에 대해서도 4대강에 대해서도 그다지 절실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왜?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저의 눈물은 바로 자기연민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네, 그렇습니다.
제가 울었던 이유는
제가 불쌍해서였습니다.
지난 2년간 저에게 고통을 주었던 모든 것들
말을 할 때에도 인터넷에서 댓글을 하나 달 때에도
이게 혹시 나를 얽어매는 굴레가 되어 되돌아오지 않을까 신경써야 했고
심지어 거리를 걸어가다가도
부쩍 눈에 뜨이는 전경의 모습을 보면서 움츠려 들어야 했던 경험들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추모공연에서
문수스님의 추모제 자리에서
참을 수 없는 눈물로 터져 나왔던 것입니다.
지난 2년간 무언가 불편하셨던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안온했던 삶이 갑자기 붕괴되고
손톱 밑에 작은 가시가 박힌 것처럼
평범한 일상 사이사이에서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욕지기를 느꼈던 분들은 모두 이해하시겠지요.
이 소중한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자들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요.
그래서 전 결심합니다.
누구든 나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
제가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이 정권과 한나라당을 없애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사소한 결함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제 모든 힘을 다해 지켜 주고 지원해 주기로....
혹여 그들이 사소한 사소한 인간적 결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냥 대범하게 넘어가 주기로....
혹여 누군가는
감상적인 저에 대해 비판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건 어쩌면
과거에 지켜드리지 못했던
저에 대해 사죄를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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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눈물이 납니다
정 조회수 : 638
작성일 : 2010-06-07 02:06:33
IP : 58.229.xxx.20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두요
'10.6.7 5:27 AM (119.198.xxx.214)한 40년동안은 정말 눈물이란 거 흘리고 산적없었던 것같은데...제가 좀 냉정한 편이라...노무현대통령 취임즈음에 제 아버지상치르고 한 일년 눈물바람이었답니다. 그러다 좀 나아졌는데, 대통령가시고나니 이젠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네요.
맘아프고, 미안하고 그런 마음도 물른 있지만...그 저변에 깔린 건 아마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세상이 어느샌가 지옥으로 바뀐 데 대한 분노와 그 속에서 무력한 내자신에 대한 연민이 아닐까하는 생각 저도 자주 한답니다.2. 절실하게
'10.6.7 7:41 AM (211.196.xxx.64)공감합니다...
3. 저도
'10.6.7 9:04 AM (218.234.xxx.14)공감합니다.
4. 저도
'10.6.7 9:54 AM (110.9.xxx.43)눈물이 많아졌다고 애들이 다 걱정하네요.
분해서 그런지 툭하면 눈물이 나는군요.
더 이상한건 그러면서 사람은 더 독해지기만 해요. 아무나 싫어하고 미워하고 욕도 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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