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에게서 노무현을 보다
문재인(전 청와대 비서실장)
저는 지금까지 한명숙 전 총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적대와 대결의 정치문화가 짙은 안개처럼 뒤덮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에서 지금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 한 총리님 아닐런지요?
노무현 대통령도 늘 한 총리님의 그런 리더십을 매우 높이 평가하면서, 한편으로 부러워하곤 했습니다. 취임시 꿈꾸었던 화합과 통합의 정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정치 현실 속에서 당신에게는 그런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늘 아쉬워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로 취임하자마자 한 총리님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대추리 주민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정부 차원의 장기간의 대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서 국방부가 계고처분과 행정대집행 같은 법적 절차를 취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총리님은 당신이 직접 주민들과 대화 해볼테니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대통령께 요청했습니다. 그리고는 끈질긴 대화 끝에 결국 대추리 주민들의 이주 합의를 이끌어 내었고,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아무런 불상사 없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그 보고를 받고 기뻐하시던 노 대통령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2009년 1월의 용산참사를 생각해봅니다. 그때 지금의 정부나 서울시에 한 총리님 같은 사고와 자세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다면 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났을까요? 그러고 보면 한 총리님의 리더십은 사람을 살리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정치인 한명숙의 리더십이 이 시대 이 나라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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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에게서 노무현을 보다
강기석(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쪽이나 존경하는 쪽이나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일치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보 같은 원칙주의’입니다.
상황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유-불리를 따지거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보 같은 원칙을 지키는 일. 보기에 따라선 ‘누구도 상상조차 못할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져 상대편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지자들에게는 결집의 계기를 만드는 것’처럼 비치겠지만, 사실 그와 같은 선택은 ‘전법’이 아닙니다.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큰 흐름을 읽고 그 큰 흐름 속에서 지켜야 할 원칙, 그 원칙에서 양보해선 안 될 결정적인 지점과 순간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 결과에 대해 아무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의 의미를 바로 그 지점과 순간에 던져 버릴 수 있는 바보스런 신념. 쉽지만 어려운 순간순간의 그런 선택을 사람들은 높이 평가합니다.
유시민에게는 눈 감고 귀 닫고 오직 거짓말하는 입만 살아있는 정권으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5·6공 때로 퇴행하고, 4대강은 죽어가고 있으며, 민족문제마저 파탄지경에 이른 데 대한 분노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파렴치한 정권의 독주를 막아내야 한다는,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 막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정의감이 있습니다. 5공 청문회 때 명패를 집어 던지고, 김영삼의 합당발표 때 “이의 있습니다”고 팔을 번쩍 치켜 들 때의 노무현의 그 분노와 정의감이 지금 그대로 유시민의 가슴속에 불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능, 불가능을 셈하지 않고 바로 이 지점, 이 순간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던지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경기도 지사에 당선되는 것 말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절박감이 유시민을 나서게 한 것인데, 사실 그는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거의 맨 몸과 다름없었습니다.
재산이라고는 자신이 옳다는 신념과, 꼭 이긴다는 낙관과, 그에 대한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밖에 없었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설 때의 노무현도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노무현이 이겼듯이 지금 유시민도 이기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당 창당-3일 만에 40억에 이르는 선거자금 모금-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경선승리-야5당 단일후보 확정 등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관문을 하나하나 뚫어 가면서 자신의 출마가 결코 무모한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때, 그에게서 노무현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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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에게서 노무현을 보다
김종민(전 청와대 대변인)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뒤의 봉하마을. 그는 대통령이 떠나고 난 큰 빈자리를 말없이 지켰습니다. 장례기간 중에는 수많은 일반 조문객들을 맞이하는 맏상주 역할을 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누구의 요청 때문에 졸음을 쫓아내며 그 자리를 지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항상 자청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나면 빈소로 달려갔고 남들이 피하는 한밤중의 시간에도 그는 빈소를 묵묵히 지켰습니다.
국민장이 끝난 후 아침이면 매일 봉화산 정토원에 올라 대통령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는 상주로서 위로를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봉하마을을 찾아오는 지인들을 위로하는 데 더욱 열중했습니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맞이해야만 했던 시련과 아픔들 중에서 가장 처절하고 힘겨웠을 고통이었겠지만, 그는 그 순간에도 한결같은 품성과 자세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가 안희정입니다.
그는 어느 상항에서든 사람을 대하면서 웃음과 여유를 잃은 적이 없으며, 타인과 전체를 위해 자기희생을 하는 양보의 미덕도 잃은 적이 없습니다.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 누구를 탓하는 모습도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 일은 사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그렇게 완성된 것'이라고 생색을 내는 모습도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선거과정에서, 그 역시 참모들이 써주는 문장을 그대로 읽는 정치인은 아닙니다. 자신의 컨텐츠가 아니면, 자신의 언어가 아니면, 설사 인정을 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려 합니다. 자신의 사고 체계에서 충분히 여과되어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언어로 변형시켜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영락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그 같은 기질은 과연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것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이전에도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언어에 투철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많은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닮아 있습니다.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오랜 세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탓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한 가지를 꼽으라면 자기를 희생하는 정치가 그렇습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임에도 청와대 비서진을 꾸릴 때 배제되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는 자리를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대선자금 문제로 홀로 옥고를 치를 때에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습니다. 출옥 후에는 어떤 자리도 탐하지 않으면서 야인의 힘든 길을 걸었고 자신에 대한 사면복권조차도 강청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이 보일 때마다 스스로 먼저 나서서 비켜서겠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행보였습니다. 2008년 대통합민주당의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공심위의 결정을 아무런 이의 없이 받아들였던 모습이 그 모든 것을 증명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희생의 정치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기에 그 길을 따라가자는 것?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 눈앞의 자기 이익을 포기하는 순간에는 그동안 지녀왔던 희망도 함께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정치권은 미래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만큼 현실의 이익이 중요한 곳입니다. 그런 정치권에서 다소의 무리를 감내하더라도 자기의 이익을 끝까지 주장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명분에 충실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매 순간마다 그는 자신이 정도라고 믿은 정치의 길을 걸어간 것입니다.
그 아름다운 양보와 희생에 대해 언젠가는 운명의 신이 큰 보답을 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그는 운명의 신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지금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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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에게서 노무현을 보다
명계남(배우)
2006년 국정감사 때 일입니다. 문화관광위원회 이광재 의원 질의순서에 갑자기 파워포인트가 먹통이 됐습니다. 비서관은 물론 지켜보던 국회 직원들과 기자들까지 당황한 순간, 이 의원은 “자료 없이 하겠습니다”라며 질의시간을 꼼꼼히 소화해낸 뒤 감사장을 나섰습니다.
급하게 따라 나서던 비서관에게 다른 의원 보좌진들은 “단단히 깨지겠구나”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밖으로 나서자마자 “컴퓨터가 고장났나봐, 고생했지”라며 오히려 참모를 다독였습니다.
북한연탄나누기와 나무심기행사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먼저 삽과 호미, 남은 비료포대를 냉큼 들고 내려가자 비서관이 부리나케 쫓아와 “제가 들겠다”고 했지만 이 의원은 “내가 힘이 세잖아”라며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그의 방 비서관들은 “의원과 보좌진이 바뀐 것 같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노무현재단의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에서도 그는 앞에 나서거나 사진을 찍는 대신 뒤에서 쌀을 져 나르고 앞치마 두른 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고생을 묵묵히 즐겨 합니다.
남들은 그를 ‘노무현의 오른팔’이라 하지만 그는 겸손과 헌신에서도 노무현을 빼닮았습니다. 24세의 나이에 노무현 의원을 만난 이광재는 선거를 치르면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지 않고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현황파악 등의 일처리도 주군을 닮았지만 먼저 헌신하고 자신을 돕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대하고 격의 없이 대하는 사람냄새도 노무현을 오버랩 시킵니다.
이뿐 아닙니다. 보좌진이 기껏 써준 연설문 대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즉석연설을 하거나 스스럼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영락없는 노무현입니다. 노 대통령이 당선이 유력한 종로를 버리고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부산에 연달아 출마했듯이 이광재 역시 탄탄한 지역구를 포기하고 압도적으로 불리한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광재는 이번 선거에서 되도록 먼저 ‘노무현’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선거홍보물에도 노 대통령과 찍은 사진 한 장 쓰지 않습니다. 다만 “실리가 아무리 커도 명분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과 “옳은 길을 걷는 자가 승리한다”는 소신에 따라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맞서려는 참모진을 다독거릴 뿐입니다. 예전 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들에게서 노무현을 보다...
하얀반달 조회수 : 702
작성일 : 2010-06-07 00:23:50
IP : 58.235.xxx.4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럼요
'10.6.7 12:42 AM (125.178.xxx.192)노무현 대통령을 보고말고요.
정말 멋지게 인생 살아왔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계시는 저 분들
대한민국과 함께 잘 되시길 소망합니다.2. ^^
'10.6.7 12:47 AM (61.102.xxx.26)고맙습니다.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어찌 잊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이나마 숨쉬고 사는 것도
다 이분들 덕분인데....3. ⓧPianiste
'10.6.7 12:52 AM (125.187.xxx.203)글을 보다보니...
갑자기 손오공의 '분신술' 이 떠오르네요.
하늘로 올라가시면서, 여기저기 머리카락을 날려주시고 가신건 아닐까요? ㅎ4. 부산사람
'10.6.7 1:50 AM (121.146.xxx.191)이런 글 계속해서 보고 싶어요.
앞으로 많이 올려주세요.
분열을 조장하는 많은 글이 앞으로 뒤덮힐텐데 똥 밟지 않게요.5. 나도 부산사람
'10.6.7 11:27 AM (58.239.xxx.10)잘 읽었어요.
이렇게 모아서 올려주시니 넘 좋네요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우리는 이분들을 가질수있어서 다행입니다6. phua
'10.6.7 2:44 PM (218.52.xxx.101)"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언어에 투철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저도 이런 사람으로 살려고 무한 노력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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