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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때의 양심고백을 해봅니다(토론회 얘기도 살짝)

바람이분다 조회수 : 735
작성일 : 2010-05-19 11:40:51
저는 이번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소위 말하는 쏘쿨족에 무당층이었습니다.

"난 정치따위 관심없어~"

"다 그 놈이 그 놈인데 뭘 바라겠어?"

"저것 봐.. 저것들이 국회에서 하는 짓이라곤 만날 쌈박질밖에 더 있어?"

라며 딴엔 그런 스스로가 무척이나 고상하고 시크해 보이는 줄 알던  사회 악의 일부였던 사람입니다.

정치 뿐 아니라 다른 사회문제에 있어서도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하며 무지를 자랑으로 알던 한심이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이건 또 무슨 심보인지 투표는 꼭 해야겠더란말입니다.

그래서 대선 직전 TV에서 하던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게 됩니다.


그 당시 제가 기억나는거라곤 각자의 공약이 아닌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말 꼬리 잡는 후보의 유치찬란함..

말 꼬리 잡히는 후보의 답답함..

특히 정후보의 말꼬리 잡기와 네거티브가 그렇게도 보기가 싫더군요.

상대가 아무리 비비케이로 딱 걸렸던 말았던, 그것만 죽기살기로 물고 늘어지던  정후보가  정말 싫었어요.

왜 그때 이후보의 그것 보다는 정후보의 발언이 그렇게 눈에 띄었는지 이제 와 생각해보니

아무리 제가 관심이 없고 무당층이라해도 당시 대세의 흐름이 이후보였음을 저도 모르는새 느끼고

있었던게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 스스로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겨지면 공격보다는 방어를 하는 모습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정후보는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실각이나 약점을 공략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이라

그런 네거티브나 말 꼬리 잡기쯤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더라구요.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서..


전, 그저 토론회에서의 정후보의 유치함에 질려 아무런 망설임없이 엠비에게 한 표를 더 해주고 맙니다.

네..

돌 맞아도 할 말 없습니다.




우선, 친정 부모님께도 호되게 혼났습니다.

투표하고 나오던 날 집으로 가던 도중 친정엄뉘께 전화가 왔어요.

누굴 찍었나고 물으셔서 당당하게 이후보라고 했더니

"이노무 지지배야.. 이제 이 나라 망하면 다 너때문인 줄 알어.."

라며 탄식을 하시더군요.

저희 엄뉘가 선견지명이 있었던게 아니라

그저 조금만 더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공부했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얘기겠지요.

그런데 좀 아이러니한 건 친정에서는 십수년이 넘도록 중앙일보만을 구독했다는거에요.

계신 곳은 제주도에요. 전라도 사람에 대한 인식이 그닥 좋지 않았던 곳.

아직까지 이 미스테리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 몇일 전날에는...

잡아탄 택시기사님과 이후보들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저 원래 이런것도 굉장히 싫어했어요.더 볼 사이도 아니고 일면식 한번에 바로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ㅜㅜㅜ)

"아가씨.. 그래도 도의적으로, 법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밝혀진 사람한테 표를 줘서는 안되지요.." 는 얘기에도

"기사님도.. 참.. 털어 먼지 안 나는 놈 없고, 그 놈이 그 놈일텐데
기왕이면 제 소중한 한 표는 어차피 될 놈한테 줄래요~"

라며 공직에 몸 담은 자가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도덕성에 대해

저렇게도 무식하고 무서운 생각을 서슴치 않았었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저는 소중한 한 권리를 '그 놈이 그 놈이다' 드립으로 제대로 행사하지 못 했습니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요즘 한강에 그렇게도 손꾸락들이 많이 떠다닌다는데 나도 이노무 손꾸락을..ㅜㅜ..;;

하는 생각도 해보았구요..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이제라도 무지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우선 근대사 공부부터 시작했어요.

하나하나 알아가며 불편한 진실에 눈이 떠지니 괴롭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멈출수가 없어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공부중입니다.





반성은 이쯤해두고(모자람이 있겠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요..

많은 분들께서 그제,어제의 토론회를 보시면서

한후보가 토론에 약하다, 말을 못한다, 그 정도해서는 무당층을 끌어 올 수 없다,
상대에게 좀 더 공격적이어도 좋을 것 같다.

라는 말씀들을 보고 있자니 꼭 그렇지만은 않을거라는 말씀이 드리고 싶어졌어요.

저 같은 사람.. 그러니까 어차피 무당층들은 공약 보다는

토론회 당시의 후보들의 토론태도가 더 기억에 남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반대로 얘기하면 '토론 능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요..

제 생각에는 무당층들.. 소위 쏘쿨족들의 대부분은

어쩌면 만날 매체에서 보여지는 '만날 쌈박질만 하는 국회'의 모습에 질려

자연히 정치 혐오가 생기고 그게 무관심으로 굳어진게 아닐까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후보의 공약이나 토론능력은 보지 못하고

그저 지나친 네거티브와 말 꼬리 잡기와 물고 늘어지기의 모습만 머릿속에 남아있던 것 처럼요.



음.. 그러니까..

어제,그제 토론회에서 한후보의 토론능력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토론장면 보다 각자 주위에 널려있는 무당층들 쏘쿨족들에게

"절대 다 같은 놈이 아니다. 투표란게 그나마 덜 한 놈 뽑자고 하는 것 아니냐.."  

"그네들의 밥 그릇 싸움 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잘 뽑아놔서 그걸 이용해 먹으면 되는거다"

라며 정치에 진저리치는 지인들을 좀 더 많이 투표장으로 갈 수 있게 하는게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드립니다.



너무 많은 말을 했습니다.

머릿속에서 하고 싶던 말이 손꾸락을 통해 뒤죽박죽인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요..

그래서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요..



네거티브 싫어하던 저같은 사람도 있으니 토론회에 너무 상심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IP : 110.13.xxx.17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5.19 11:54 AM (125.187.xxx.175)

    저는 애들이 어려 밤에 하는 토론들 잘 못 챙겨보고(tv가 아이들 자는 안방에 있는 고로...ㅡㅡ;;)
    나중에 다시보기나 후기들을 보고 짐작해보는 아짐인데요
    원글님 의견에 어느정도 공감을 해요.
    한명숙님의 이미지는 진실됨, 신중함, 성실함, 청렴함...부드러움 속에 있는 강한 신념, 이런 거죠.
    화려한 언변이나 톡쏘기, 능글거리기와는 좀 거리가 먼 분이시죠.
    분명 이런 면을 높이 사고 인상깊게 여기는 분도 많을 거에요.
    말은 청산유수여도 전혀 설득력 없는 사람 있잖아요. 맨날 방송에서 나불대는 쥐새끼, 말은 옳은 말인데, 행동이 늘 반대니 전혀 설득력이 없죠.
    유시민님은 물론 토론 능력도 매우 뛰어나지만, 그분이 살아온 길이 진실했기에 그 말이 힘을 얻는 거구요.

    다만 한명숙님의 공약이 더 시민에게 득이 된다는 걸 잘 어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2. 저도
    '10.5.19 11:58 AM (125.187.xxx.175)

    10년 전쯤엔 원글님 같았어요.
    그런데 노무현님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어요.
    노무현님이 멀끔한 미남과도 아니고
    물론 조리있게 말씀하시지만 세련된 말투도 아니었잖아요. 사투리도 심하시고...^^
    그런데, 그 안에서 진실이 느껴졌어요.
    그 분이 살아온 삶의 진실성이 제 맘에 와 닿더라구요.
    '아, 이 분은 권력을 잡더라도 절대 국민을 속이거나 뒤통수 칠 분이 아니구나. 내가 경멸하던 정치인들과는 다른 분이다.'
    하는 확신이 느껴졌어요.
    그 때부터 그 분 말씀대로 깨어있는 시민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명숙님도 제겐 그렇게 다가오시는 분이에요.
    목소리만으로도...그런 신뢰가 느껴져요. 조근조근 하지만 비열한 나**의 목소리와는 다르죠.

  • 3. 아마
    '10.5.19 12:00 PM (125.187.xxx.175)

    원글님 어머니께서도...
    세월의 연륜으로, 이명박의 비열함과 부도덕성을 읽어내고
    저런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큰일난다는 걸 직감하셨나봐요.
    현명하신 분인 듯 하네요.

  • 4. 재밌어요
    '10.5.19 12:18 PM (203.249.xxx.21)

    원글님 어머님이 대단하시네요... 그 연세에 그렇게 생각하시기 어려울텐데..
    그리고 원글님의 드라마틱한 변화과정이 놀랍습니다. 불의에 민감하고 정의감 넘치는, 그리고 똑똑하게 타고나신 분인가봐요. 역시....유전자는 못속이는 듯.

  • 5. 오호
    '10.5.19 12:37 PM (110.15.xxx.164)

    원글님이나 원글님 어머님 대단하시네요.
    원글님 글에도 동감하구요.
    한명숙님에게 유시민과 같은 자세를 바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유시민님은 진실성과 함께 그쪽 방면은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신 분이구요.
    한명숙님은 또 다른 과라고 봐요.
    저도 한명숙님이 오세훈 꼬투리 잡고 하면 더 나쁜 결과를 일으킬 듯 한데요.
    다른 글 댓글로도 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여자가 다부지게 말하는 거 굉장히 꺼려하거든요.
    그게 옳든 말든.사실 사람들은 옳고 그름 그따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신경 안 써요.
    다만 정책과 비전을 좀 더 긍정적이고 부드럽게 말씀하신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요.

  • 6. 좋은
    '10.5.19 12:48 PM (99.93.xxx.242)

    글이네요..ㅎㅎ 저는 그분의 진정성과 능력을 믿습니다. 꼭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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