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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스승의날

씁쓸하군 조회수 : 1,953
작성일 : 2010-05-15 17:15:55
초등교사입니다. 스승의날 다른학교처럼 쉬면 좋으련만 저희학교는 정상수업을 했어요.

학기초 총회때 이미 촌지나 현장학습, 교실청소에 대해 절대 하시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서인지 지금까지 촌지가지고 오시는 학부모님도 안계시고 현장학습 포함 지금까지 흔한 음료수 하나 안들어온 깨끗한(?) 반이었답니다.^^(음료수 바랬다는 뜻 절대 아님)

스승의 날을 앞두고 사실 너무 바빠서 미리 알림장에 꽃이나 선물, 절대 가져오지 말란 공지를 잊었어요.(스승의 날인지도 몰랐음... 학교일이 너무 바빠요...)

오늘 아침 스승의날 기념 조회를 서면서 오늘이 스승의 날이구나 했죠.

기념식을 마치고 교실에 들어왔는데 아이들 몇명이 꽃을 사가지고 왔네요

한명은 색종이로 정성껏 접어왔고

한명은 가슴에 꽂는 작은 카네이션 한송이

한명은 장미꽃 한송이

그리고 몇명의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편지를 써왔어요.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하면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그러자 몇명의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네요

" 선생님, 왜 꽃 받으세요? 그딴거 받으면 안되는거 아니예요?"

참 난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미리 공지를 못한 잘못이겠지만 작은 꽃한송이를 물리치자니 용돈모아 준비한 그 아이의 동심에 상처를 줄것 같고

그냥 받자니 일순 비리교사가 되버리는 느낌이 들었네요.

그냥 내가 욕먹고 말지 란 기분으로 받았지만 작은 꽃하나를 제자로부터 받지 못하는 교사란 자리가 참 씁쓸했습니다.

꽃을 준 아이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선생님께 무언가를 드렸다고 그 아이만 특별대접을 하지는 절대로 않는다.

선생님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은 너희들의 예쁜 마음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잠시후 작년과 제작년 제자 아이들이 쉬는시간마다 우루루 와서 수줍게 편지를 내밀고  중학생이 된 제자들도 와서 탕수육 시켜서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좀 우울하네요

IP : 61.4.xxx.16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러게요
    '10.5.15 5:27 PM (222.101.xxx.77)

    아이들도 알게모르게 듣는말들이 있어서 그렇겠죠..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불신이 참 많답니다
    한번에 고쳐지긴 힘들겠지만 원글님 같은 분들이 교단을 지켜주신다면 조금씩 나아지지않겠어요
    진심으로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 2. 좀다른생각
    '10.5.15 5:42 PM (121.151.xxx.154)

    선생님은 꽃을 가지고온 아이의 마음에 상처는 생각하셨으면서
    그동안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아무것도 가지고오지않았던 아이들의 마음은
    생각하지않으셧네요
    특별대접하지않겠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않은
    속상한 마음 간직하게 될겁니다
    모든아이들이그렇게 사탕하나라도 드리고싶었을테인데
    그동안의 선생님의성향땜에 참고 안하고있었는지도 모르거든요
    그런아이들의 마음을 선생님은 몰라주신것이지요

    아무리 천원짜리라도 선물을 받으셨다면 나중에 만원짜리 선물을 드리는
    학부모가 생길겁니다
    만원짜리를 받으면 십만원짜리 선물을 드리는 부모가있을것이고요
    그렇게 물려가는것이지요

    그동안 잘해오신 선생님
    이번에도 아이편지만 받고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꽃가지고온 친구들(만들어왔든 사왔든)
    것은 받지못하겠다
    집에 가서 이쁘게 보길 바란다 선생님은 니들 모두를 사랑한다라고
    말씀해주셧으면 모든아이들이 좋아했을테인데
    아쉽네요

  • 3. ...
    '10.5.15 5:52 PM (119.71.xxx.30)

    어디까지가 선물이고 어디 부터가 뇌물인지 결정하기 힘들일이지만..
    꽃한 송이 작은 선물 마저 못 받는 세태가 저는 조금 안타깝습니다.
    울 딸은 어제 만큰 카드를 가져가서 드렸는데
    카드나 편지만 받으시고 꽃 조차 물리셨다고 해요...
    미리 가져오지 말라는 공고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바빠서 잊으셨을 수도 있지만
    속상했을 아이들 마음도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 4. .
    '10.5.15 6:24 PM (116.34.xxx.13)

    아무리 보고 들은게 있어도 그렇지
    스승의 날 꽃을 보고 그딴거라니...
    가정교육 참 제대로 받았네요.

  • 5. ㅡㅡㅡ
    '10.5.15 7:17 PM (119.194.xxx.241)

    좀 웃겨요
    왜/스승의날이란거 만들어서.정작 선생님들을 마음아프게하나요?
    누가.선생님들이 ..학부모가싸주는 도시락.못먹고..못얻얻어먹어서 환장난사람드도아니고.
    걍 날 지정하지말고,
    아무것도.하지않았음해요. 이게먼지

  • 6. ...
    '10.5.15 7:51 PM (58.143.xxx.176)

    전에, 스승의날을 2월로 옮긴다어쩐다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맞는게 아닌가 싶어요.
    가르쳐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기는 날이어야 하는데, 어쩌다가 꽃 한송이로도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건지... 참 씁쓸하네요.

  • 7. 그래도..
    '10.5.16 12:05 AM (180.65.xxx.97)

    꽃바구니도 아니고 꽃한송이는 드릴수 있는거 아닐까요?
    물론 꽃값 비싸죠~

    요즘 세태가 그러니 아이들이나 집에서도 과한거 하지 못하고 편지나 쓰고 말지만..
    전 학년말이나 졸업땐 꼭 작은 선물이라도 드려요. 전학갈때도 한번 했었군요.

    오늘 고3딸아이가 바빠서 선물도 못사고 편지만 써서 찾아뵈었다 하는데 제맘이 더 아팠어요.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뵈려니 꽃값도 비싸고 아침 6시반에 나갔다 밤11시반에 오다보니 꽃도 선물도 살시간이 없었나보더군요. 항상 알아서 잘 챙기는 아이인데 좀 스스로도 민망했었다 하더군요.

    그래도 작년 담임선생님 찾아뵈었는데 선생님이 엉엉 우셨다더군요.
    아이들이 30명 가까이 모여서 화장이 지워지도록 우셨데요.

    저라도 작은 선물이라도 챙기지 못한게 맘에 걸리더군요. 사심없이 진정 고마움도 표시못한다면 너무 야박해요!

  • 8. 선생님
    '10.5.16 2:36 AM (147.46.xxx.47)

    마음이 너무 고우세요
    저희 아이 담임 선생님도 진짜 꽃은 싫어하니 직접 만든꽃과 그린꽃만 받겠다고 하셨데요

    성의를 생각해서 받으셔야죠
    선생님 잘 하셨어요^^

  • 9. ..
    '10.5.17 9:00 AM (125.241.xxx.98)

    우리 아이 선생님은
    꽃도 편지도 안받으시겠대요
    편지는 작년 선생님게 드리라고 하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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