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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으신 부모님 싸우시는거 지긋지긋해요.

** 조회수 : 1,603
작성일 : 2010-05-11 00:20:53
아버지는 1년에 80프로는 해외 회사에서 근무를 하십니다.
한국에 휴가 나와서 쉬시는게 1년에 두세달, 길게는 서너달쯤이구요..한두번 들어오세요.
그래서인지 엄마랑 아빠랑 너무 사이가 안좋으십니다.

저는 독립해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구요,
부모님이랑 각각은 사이가 무척 좋습니다. 착하고 마음 이해해주는 딸이죠
아빠가 한국오시면 주말마다 집에 내려가요.
전화통화도 거의 매일 하려고 하구요.
그런데 볼때마다 아빠는 엄마한테 삐져서 말도 안하고 엄마가 요리해 놓은거 트집잡으시고,
식탁에 앉아서 맛없다 하시면서 반찬통 다 비우시고-_-;;
어떤날은 이유없이 혼자 토라지셔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셔서
엄마가 몇일간 끓이고 계시는 국물 육수를 씽크대에 싹 버려버리셨어요.
밑반찬 같은 음식 이삼일 보는 것조차 싫어서 투덜대십니다.
김치찌개 그저께 먹고 남은거 아깝다고 엄마가 다시 끓여서 혼자 드시겠다는데도
식탁머리에서 성질 있는대로 내시고 버리라고 무시하시고
엄마는 그거 조금 남은걸 또 아깝다고 혼자 막 드시네요

돈에는 개념이 없으셔서 마음에 들면 무조건 사시고
감기기운 있다고 혼자 나가셔서 1회 25만원 스포츠 마사지를 몇일 연달아 받고 오셨어요.
본인한테만 쓰시는건 아니고 저희한테도 100만원, 3천달러 막 잘 주세요.
엄마한테도 종합검진 받아봐라,
어디 병원이 좋으니까 끊어놨다 다녀봐라 하시면서 수백만원도 안아까워 하십니다.

그럼, 엄마는 기절하시죠.
저희 아빠가 벌이는 지금 억대연봉이시긴 한데
바닥부터 시작하신데다 젊었을때 아빠 씀씀이가 하룻밤에 술값 수백은 우습게 쓰셔왔던지라-_-
모아놓은 돈이 2억도 안되나봅니다.
저희집 낡은 주택에 18평인가 그래요.
거기에 다섯 식구가 살았었죠.
아빠는 한국에 잘 안계시니까 넷이 살았나요..
노후자금 걱정 없으세요.
사람은 쓸때 써야 한다 저렇게 니네 엄마처럼 돈돈거리면 안 된다..하세요.

그래도 나이드시고는 가족적으로 변하셔서
사실 한국에 친구도 거의 없으시고 하니까
컴퓨터 관련 기기들 엄청 사셔서 공부 많이하시고 연봉 억대로 올리시기도 했어요.
돈도 쓸때 써야 한다는 아빠의 말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지만
모든 일을 너무 단순히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곧 동생이 결혼하는데 이제 취직해서 결혼자금을 대줘야 하나봐요.
그 걱정을 아빠는 안 하려고 하세요.
동생 일이고 걔네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지 왜 부모가 해 줘야 하냐는 서구식 마인드예요.
이해는 되는데 현실적으로 동생이 애를 가져서 어쩔수가 없는 상황이라 아빠 고집이 답답하기도 해요.

엄마는 돈~돈~ 늘 그러십니다.
아빠가 한국에 휴가 오셔서 두어달만에 천만원, 이천만원씩 쓰고 출국하시면
그거 메꾸느라 다음 월급날까지 전전긍긍하며 사셨어요.
환율에 따라 월급이 틀려져서 환율 600원 하던 시절엔
엄마 친구네 계단 청소에 식당 서빙, 주방 설거지, 바느질하는 공장까지
정말 고생고생 하시면서 저희한테 한동안 비밀로 하고 다니셨었어요..
나중엔 알게 되었지만 엄마가 생활력이 그 정도 되셔서 저희 집이 버텼다고 생각해요.

엄마는 아빠가 너무 꼴보기 싫으신 거에요.
한국 물정도 모르면서 해외의 회사에서는 아빠가 거의 헤드급이니까
온갖 아는 척 다 하시고, 좀 거친 곳에 계시다보니 말하는 스타일이 엄청 거치세요..
같은 말을 해도 밤새 야근하고 온 동생한테 '남의 회사 집지키는 개'라고 하시질 않나,
엄마한테 여자가 무식해서 콱 죽여버려..그러시질 않나..-_-
근데 밖에서는 엄청 무게 잡으시고 점잖으시고 그래요..말투만 가끔 저런 듯 해요.
아빠 회사가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되긴 하는데

엄마는 그거 보고 듣고 정말 짜증나서 미쳐버리시겠대요.
아빠가 오랫만에 한국 오시면 빨리 돈 벌러 안나가나 한국 와 있는 휴가기간동안
아빠는 돈만 펑펑 쓰니까 나가라고 온갖 눈치 은근슬쩍 다 주고..돈돈돈~ 그러세요.
외국에 너무 오래 계셔서 한국 오셔서 그동안 자기가 번 돈도 못쓰고
가족들이랑 좀 즐기고 가장 노릇도 하고 쉬고 싶은 사람한테
엄마는 너무 돈 아껴라, 빨리 일하러 다시 나가라...
혹시나 일 그만두고 한국 들어와 있고 싶다고 투정이라도 하시면 완전 화득짝 놀라서
전혀 공감자체를 못해주시고 그걸 또 아빠한테 다 눈치채게 해서
아빠는 또 삐지시고, 몇일씩 말씀 안하시고, 냉장고에 있는거 다 갖다 버리시고,
엄마한테 생활비 안부쳐준다고 통장 묶어 버리신다 그러고...

아, 정말 두 분이 왜 같이 살고 계신지 보기만 해도 답답해요.
아빠는 식탁에 앉아서 다른 가족 배려도 안하고 앉으셔서
컴퓨터 오락을 큰 소리로 뿅뿅 소리내서 새벽까지 하시고요
저한테는 무척 자상하신데 동생 엄청 무시하는 소리, 엄마 욕을 엄청 하십니다.

엄마는 안방에서 아빠한테 정면으로는 삐질까봐 말씀 못하시고
저한테 아빠욕 엄청 하시면서 하소연을 하시는데 아빠 이해할 마음은 하나도 없으시고
그냥 니네 아빠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미워 죽겠다고 하세요.
부부동반 엄마친구들 모임에 다녀오시면
다른 남편들은 부인들한테 져주고 그렇게 위해주려고 하는데(남 보는 데서라도)
니네 아빠는 나 무시하고 아는 척, 교양있는 척만 엄청 한다 그러세요.

우리 부모님이시지만 저 이런 분들 밑에서 그 하소연 듣고
그 신경전 느끼며 사느라 혼자 애늙은이로 컸어요
우울증도 겪었고요, 사춘기 내내 자살하고 싶었었네요.
사춘기때 자다가 아빠가 엄마 때리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 결혼도 많이 늦은 시기예요..
친구들은 다들 학부모가 될 시기구요
결혼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겉보기엔 그냥 번지르한데 속에서 보면 저렇게 끔찍한 사이의 부부도 있구나 싶어서요
여기 82의 부부들의 나쁜 글을 보면 남일로 안 보여요
결혼한 제 미래 모습으로, 우리 부모님으로 보여요.
두 분 차라리 황혼 이혼이라도 하셨음 좋겠네요..그만 좀 싸우시고...어휴...지긋지긋해요
그 하소연 듣기...
IP : 118.46.xxx.11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5.11 12:26 AM (115.41.xxx.10)

    두 분 띠가 어떻게 되셔요? 안 맞아도 어쩜 그리 안 맞으시나요.

  • 2. 원글
    '10.5.11 12:28 AM (118.46.xxx.110)

    띠가 관련이 있나요?
    돼지띠와 호랑이띠세요.

  • 3.
    '10.5.11 12:34 AM (98.110.xxx.168)

    뭔 직업이기에 그 나이에도 해외에서 억대연봉 받으며 근무하시는지요?.
    어머니도 같이 가셔 살 조건은 아니신지.
    나이 들면 젊어 사이 좋은 부부들도 많이 싸웁니다.
    그냥 님은 무관심.
    자식이 받아주기 시작하면 그 강도가 더 심해진다고 합니다.
    서로 내기하듯이 이른다네요.

  • 4. 원글
    '10.5.11 1:10 AM (118.46.xxx.110)

    원래들 많이 싸우시는군요..
    다른 집 부모님들은 다들 참 자상해 보이시고 서로 위해 보이시던데...
    그냥 외국회사 마스터급으로 일하셔서 그렇게 연봉이 많아지신 거예요.
    능력은 있으시지만 최근이야 그렇고요...
    무관심하면 되나요...저는 나이들어 오손도손 지내는 노부부 너무 부러워요
    얘기는 들어주지 않고 저는 짜증내고 피하려고 해요..그럼 말씀하다 못하세요..

  • 5. 근데요
    '10.5.11 1:33 AM (58.120.xxx.243)

    님 글을 읽어보면..아부지가 좀 잘못은 하지만..엄마가 더 돈돈 한단 뉘앙스..
    음...............
    저도..우리 아부지면 다 용서 되던것들이..제가 결혼해서 남편이 그러니..못넘어가겠더군요.
    그리고 아무리 억대 연봉자라지만..술값저리 쓰면..안되요.
    저라도 돈돈 거리겠는데요.

  • 6. 저두
    '10.5.11 1:44 AM (122.35.xxx.227)

    저두 어머니같으면 돈, 돈 그러겠어요
    기껏 모을만 하면 남편이 한번씩 와서 확 다 쓰고 가고..그래놓고 나중에 내가 번 돈 어딨냐 뭐했냐? 그러실거 아니에요
    억대가 아니라 억대 할아버지라도 술값 저건 아닌거죠
    아버님께서 다른 마인드는 다 서구적인데 아내 생각하는 마인드는 너무 조선시대적이신데요

  • 7. 공감
    '10.5.11 2:51 AM (115.143.xxx.231)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희 부모님이랑 비슷하시네요.
    두분다 환갑지나시고 딸 뿐인 집안에 딸들은 모두 서울과 해외에,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는데
    정말로 사이가 안 좋으세요.
    각 방 쓰신지는 10년이 넘으셨고, 지금까지 이혼한다는 말씀만 몇 번을 하셨네요.
    그걸 보는 저도 님처럼 미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 8. 아버지
    '10.5.11 9:49 AM (122.36.xxx.11)

    성격에 좀 문제가 있으신게 아닌지
    너무 현실감각이 없어 보이시고...
    가족이 무언지 가장이 무언지 전혀 모르고 계신거 같아요
    나이도 제법 있으신데...쩝.
    주위에 충고할 만한 사람도 없는 모양이네요.

  • 9. 다음 生에는
    '10.5.14 6:40 PM (211.213.xxx.179)

    사이좋은 부모밑에서 한번 커 보길 소원합니다. ㅠㅠ
    의처증 심하던 아버지와 미성숙한 엄마......
    백인백색이네요 !!
    옆에서 다독거려 주는 남편없이 악다구니 할 대상도 없이 혼자 모든 걸 결정하며 독수공방 하셨을 어머님 참 가여운 여인입니다.
    남편 입장에서 대화가 안되는 배우자라면 그것도 당사자는 불행이라 생각하겠지만
    오랜 세월 외국에서 아버지는 홀로 사시지는 않으셨을테니 그런 세월 속에서
    국내의 가족에게 절실한 가족간의 끈끈함이 있었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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