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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은 무슨 인연일까요?

.. 조회수 : 1,386
작성일 : 2010-05-10 11:33:39
라는 제목의 아주아주 긴 글을 썼었는데 날려버렸습니다.
어짜피 털어놓을 곳 없는 유년시절의 불행한 기억을 털어놓으려고 쓰던 글이니 쓰는 도중
약간의 해소가 되었구요,
요는
어릴 때 가정불화, 아버지의 엄마와 자식에 대한 폭력(언어폭력을 포함한)
미칠정도로 잔인했던 아버지의 신경질적인 히스테리.
어머니의 끝없는 넋두리, 한탄.
자식에게 관심은 한치 쏟지 않으면서 올바르게만 컸으면 하는 욕심.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니 자식에게 끝없는 꾸중, 야단, 잔소리...
사랑받고 컸다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4남매 중 막내에 부모와 먼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친정에 하는 것이 없죠.
가끔 만나게 되면 (해외에 계셔서) 한꺼번에 용돈 드립니다. 그걸로 족한 줄 알았어요.
다정다감한 그 무언가를 부모에게 받아본 적이 없어서 부모도 그걸로 된 줄 알았어요.
잘 해드리면 좋아하실 거 왜 모르겠어요. 다만 마음이 가지 않을 뿐이에요.
그래도 내 부모라 항상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할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아요.
왜? 내가 받은 게 없으니까.
난 평생 무관심과 (생일 한번 제대로 챙겨준 적 없고 따뜻한 말한마디 들어본 적 없음) 냉대와 무시와
야단과 꾸중만 들으며 살았으니까.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사는 것 보다는
자신들의 사업에 일손 하나라도 보태는 것이 더 중요했지요.
그런 덕분에 저는 어렸을 때 주부습진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열두시까지 일을 하고 지친 몸으로 잠들고 등교했다가 돌아오면 또 일하고...
결혼할때도 부모에게 지원 받은 것 현금현물 합쳐 6백만원 정도 됩니다.
저 그 돈이나마 받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부모가 결혼식에 돈봉투 하나 던져주고 손님처럼 왔다가면서 관심은 눈꼽만치도 쏟지 않았거든요.
시댁보기 민망할 정도로...
난 그렇게 부모의 관심을 못받는 딸이었습니다.
사위 한복 한벌 해주지 않았지요. 돈을 줬으니 됐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내 느낌은 뭐랄까, 그 잘난 봉투 하나 주면서
막내딸 치우는데 (그야말로 치우는 수준) 부모로서 할 도리 다했다 그런 태도만 느꼈을 뿐.  
내 불행했던 기억 때문에 난 2010년 현재 살면서도 항상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내 딸과 같이 있으면서 내 배 아파 낳은 자식 이렇게 예쁜데 왜 내 부모는 나에게 그랬을까.
등등...

그래도 어버이 날이라 전화 드렸더니
잘 하라 하네요.
자기가 수십년 살아보니 후회스러운 일도 있다며.
얘기해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얘기를 꼭 해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웃 다른 누가 한국에서 아들 딸이 선물을 부쳐오면, 자랑을 들으면 그게 그렇게 부럽다네요...
그러네요...
전 기독교라 그냥 하는 말에 지나지 않지만
다음 생에 혹시 다시 부모가 되면 자식 그렇게 키우지 마시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받은 사랑이 있어야 줄거 아닙니까.
그래도 네. 네.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불쌍하니까.
내가 그들에게 못 받은 사랑 조금이라도 주자 생각합니다.
그래도 씁쓸하고 뭔가 기분 나쁘고 마음이 무거운 오전이네요.
IP : 124.49.xxx.3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0.5.10 11:42 AM (123.204.xxx.8)

    그런 설교 들으실 때 마다 속에서 확 열불이 올라오겠네요...
    원글님께서 쓰셨듯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생판 모르는 노인도 도울수 있는건데 이웃의 아는 노인네다...'라고 생각하시면서 하고 싶으신 만큼만 하시고요...

    잊으세요...괜히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발목잡히면 원글님만 손해니까요..
    가끔 전화하는 날 외에는 철저하게 잊으세요...원글님을 위해서..
    대신에 지금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시고요...

    최근 읽는 책에 남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하라고하는데...
    전 그릇이 작아서 그런지 용서보다는 잊는게 --아니 안떠올리는게 더 쉽더군요.
    효과도 좋고요.

  • 2. ..
    '10.5.10 11:54 AM (175.118.xxx.133)

    힘내세요.

  • 3. 인과응보
    '10.5.10 11:57 AM (211.207.xxx.173)

    제 어릴적도 그러했습니다
    생일?어린이날? 선물쪼가리하나 받아본적 없어요
    선물안줘도 됩니다 그냥 아는척만 해줬어도....
    생일인줄 알면서도 시치미떼던 가증스러웠던 얼굴의 기억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않아요
    철모르던 어린시절 그런대접을 받으면 그냥 어이없고 벙쪘었던것 같아요
    초등4학년부터 집안일을 했는데 자기안도와준다고 성질낼때 어찌나 죄책감이 들었던지
    언어폭력을 얼마나 듣고살았는지 모릅니다
    지금 당신은 늘 골골대고 두통을 달고살지요
    불교에서보면 행동으로 짓는죄 말로짓는죄 그 업보를 받는다 했는데...
    어찌 자신이 지은 죄를 모르고 사는지..참
    제가 정신력이강하거나 마음수양이 된사람이면 그모든 수모고통을 받아들이지않았을터인데
    이제는 자식한테 대접은 받고싶어합니다 전 이미 속으로 정을 끊었지만
    미워하면 제맘만 괴롭기에 무관심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4. 저는
    '10.5.10 12:32 PM (119.196.xxx.239)

    어버이날에 시모와 나는 무슨 인연인가 생각하며 지냈어요...

  • 5. ^^
    '10.5.10 1:16 PM (221.159.xxx.93)

    자식은 부모의 빚쟁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저는 그반대 입장이지만요..저한테 무슨 받을 빚이 그리도 많아서 끝도 없이 원하기만 하는걸까요..해줘도 원망 안해줘도 원망..안해주고 욕먹는게 맘이 편해서 그냥 대충 모른척 눈감고 귀막고 살아요..부모도 부모 나름이라지요

  • 6. ....
    '10.5.10 4:18 PM (114.52.xxx.210)

    내년 어버이날에는 고아 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오십 먹은 여자는 나쁜 자식 이겠죠
    얼마나 부모에게 정이 없으면...............어떻게 자식이 이런 마음을 먹게 하는 부모가 내 부모 인지.......가슴에 자라지않은 어린아이는 늘 부모를 그리워 하는 중입니다..........원글님.........한번 안아 주고 싶네요 토닥 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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