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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동생 데리고 독립했어요.

기쁜가정 조회수 : 2,783
작성일 : 2010-05-10 11:03:18
담담하게 써내려갑니다.



얼마전? 몇달전.. 20대 여자인 나의 슬픈 가정사? 정도의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자폐인 동생과 두딸을 키우느라 평생을 고생만 한 우리 엄마.

경제적 무능력에 의처증에 한달을 못가는 평화를 조장하는 아버지...



이전 글에는 다 내려놓고 도망가라고 조언해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저도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생 고생만 한 엄마.. 그 고생과 고름덩어리들을 풀어놓을 곳이 나밖에 없는 우리 엄마..와

정말 소위 말하는 업어키운 동생.. 거기에 자폐까지 있는 나만 보면 좋아하는 동생을 버리고는 못가겠더라구요.



글 쓴 후에 이혼서류를 내셔서 지금은 조정기간이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고요.

아마, 법정에 참석하면 6월 4일 이혼이 될 것 같습니다.



엄마한테 재판을 해보라고 조언했지만 엄마는 그것도 징그럽고 싫다고 하셔서.

제가 전세를 구해서 엄마랑 동생을 데리고 독립했습니다.



저는 비교적 한가한 전문직이고요. 벌이는 한달에 500 조금 안되고요.

지방인데도 집값이 비싼 곳이라 그런지 정말 전세구하기가 어렵더라구요.



전세집도 처음 계약해보는거라... 수도에 물도 안틀어보고 계약했네요;;  다행히 물은 잘 나옵니다만..ㅋ



엄마의 우울도 아빠랑 분리가 된 후에 많이 좋아졌고요.

엄마도  벌이가 있기 때문에 활기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전에 의처증이 있는 아빠 때문에 밤 늦게 한잔하러 가지도 못했는데요.

(친구들끼리 한잔하고 10시만 넘어서 들어와서 집이 난리가 났습니다.;;)

요즘은 저랑 동생이랑 함께 거의 저녁마다 외식도 하고 계모임도 많이 하시네요.



엄마는 아버지랑 얘기를 안하고 싶어해서.. 제가 이런 저런 연락을 하고 있는데요.

아직 법적으로 이혼이 된게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는 일단 제가 집을 구해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모양이예요.

거기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모양이고 또 울면서 저한테 사과를 하셨지만..

원래 폭력 후에도.. 폭언 후에도.. 울며 사과하고 다시 한달도 평화가 못가는 집이기 때문에 신뢰는 없습니다.



이혼이 안되더라도 다시 그 집에 들어갈 일은 없을거예요.

이런 저런 헛소리;를 하면서.. 얘기를 하길래.. 제가 단호하게.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걸 이제와서 기대도 없다. 해줄 수 있는 건 돈 뿐이다. 그게 아니면 앞으로 부르지마라.

인연 끊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왜냐면.. 엄마 정말 빈몸으로 나오셨거든요... 1원 한장 안가지고...

전업주부도 아니고... 평생 돈버셨는데도.



근데 또 비겁하게 동생을 데려간다는 말이나 양육비를 주겠다는 말은 안하더군요.

물어봐도 지금 여유가 없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냥... 속이 시원해요. 인간이라는거... 정말 끝을 본 느낌이예요. 바닥까지 본 느낌.

남의 바닥까지도 보고 제 바닥까지도 보고... 제가 정말 얼마나 더러운, 못된 생각까지 할 수 있다는 거 알았어요.

저에게 질리든 남에게 질리든...

당분간 좋은 사람 만나기도 힘들 것 같아요.



게시판에 적을 수 없지만.. 정말 남자한테 질리기도 했고요.



아버지 재산이 20억 정도 됩니다. 뭐, 현금은 없고 다 땅이며 산인데요.

별로 욕심도 없지만.. 그 성격에 재혼을 할 것 같지도 않고.(돈도 없으면서 자기 돈 훔쳐갈까봐 못할 겁니다.)

죽으면 저나 제 언니한테 오겠지요.  그리고 누가 받게 되든 동생한테 몰아주자고 언니랑도 약속했고요.



엄마랑 저랑 한달 벌이가 합쳐서 800가까이 되니 먹고 살만은 해요.

또 엄마 노후야.. 내집마련이야.. 제 동생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모아야겠죠.



다 포기하고 나니 편하네요.

무엇보다 동생이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있는게 너무 좋아요.

제가 얻은 전세집으로 이사하고 한 일주일 후에 퇴근하고 동생이 거실 쇼파에 누워서 티비보는거보고 저 울뻔 했어요...ㅎㅎ



뭔가 허무한듯.. 편안한듯..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듯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행복하네요.



음.. 아빠가 6월에 법원으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재결합 자체는 포기한 듯 싶어요.



그냥 저 한번씩 칭찬해주세요! ㅎㅎ

저 스스로 너무 장하거든요...

조언주신 님들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IP : 122.40.xxx.196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국민학생
    '10.5.10 11:07 AM (218.144.xxx.100)

    잘하셨어요. 아버지도 재산이 있으시니 어찌어찌 살아가실 겁니다.
    엄마하고 동생도 좋아질거예요. ^^
    그나저나 한가하지만 한달에 500씩 버는 직업이 대체 뭔지 궁금한 1人

  • 2. 원글
    '10.5.10 11:09 AM (122.40.xxx.196)

    비.교.적. 이예요~ㅎㅎㅎ
    제 직업만으로는 300조금 넘게 밖에 못벌고 투잡합니다.
    직장인 아니거든요.ㅎㅎ

  • 3. 칭찬 칭찬
    '10.5.10 11:09 AM (218.38.xxx.130)

    선량한 피해자들이 좋은 쉼터와 위로를 찾은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원글님이 그 모든 역할을 떠맡아 부담스럽기도 하겠고, 또 인간 신뢰를 잃으셨다기에 조금 걱정도 되지만..
    씩씩하게 잘 이겨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도 한가한 전문직 궁금해요 왜 난 그런 걸 못했을까..ㅋㅋ

  • 4. verite
    '10.5.10 11:12 AM (218.51.xxx.236)

    다행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상관없으셔서,,,,
    앞으론, 행복하게 인생을 보내시기를,,,,

  • 5. 로긴하게 만드시네요
    '10.5.10 11:17 AM (121.168.xxx.49)

    축하드려요. 그리고 힘내셔요.
    앞으로도 어려운 일 없진 않겠지만,
    항상 가족분들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6. 정말
    '10.5.10 11:17 AM (222.239.xxx.245)

    장하시네요
    어머님과 동생분의 앞날에도 축복 드리구요

    실질적인 가장이 되셨네요
    원글님 앞길에 좋은 열매 맺는 하루하루 되세요^^

  • 7. 너무 멋져요~
    '10.5.10 11:20 AM (121.170.xxx.218)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우셨을텐데 멋지게 잘하셨어요
    앞으론 마음 고생없이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래요.
    상처도 얼른 다 잊으시고요.

  • 8. 앞으로는
    '10.5.10 11:24 AM (61.99.xxx.58)

    늘 행복하세요.
    지금까지 받으신 상처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아주 단단히 아물거에요.
    많지 않은 나이에 용기내신 원글님께 박수 보내드려요~ 짝짝짝~~!!!

  • 9. 축하
    '10.5.10 11:27 AM (121.144.xxx.174)

    좋은일들만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 10. 원글
    '10.5.10 11:28 AM (122.40.xxx.196)

    칭찬들 감사해요>.<
    지금 집 전체가 약간 하이~하게 들뜬 상태라.. 정상적인거 같지는 않지만.
    엄마도 동생도 저도 이런 편한 분위기가 처음이라 그런거 같아요.
    저희집은 생일, 크리스마스, 어린이날같은 특별한 날을 아이들이 싫어하는 가정-"- 이었거든요. 어제는 지금까지 아버지한테 해드리기 싫어서 그냥 억지로 카네이션만 드렸는데.
    현금이랑 선물 드렸어요. 지금까지 생일도 챙기고 싶은 만큼 못챙겼거든요. 비슷하게 해야 하니까.. 엄마가 좋아하셔서 기뻐요..

  • 11. 와!!!
    '10.5.10 11:30 AM (110.11.xxx.47)

    뭔가가 제 속에 얹혀있던 것까지 한꺼번에 쓸어내려간 느낌입니다...
    원글님, 너무너무 장하고 기특하세요...멋집니다....^___________^
    앞으로는 버릴거 그때 그때 과감히 버리시고 행복하게만 살게 되시길 바랍니다.

    원글님의 용감한 글에 힘입어 저 또한 무거운 제 어깨를 들고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겠습니다.
    원글님, 너무 멋져요!!!!!!!!!!!!!!!! ^^

  • 12. 일부러..
    '10.5.10 11:46 AM (222.117.xxx.184)

    원글님에게 응원하려고 들어왔네요...
    정말 장하세요...
    저같으면 신세한탄하며 헤쳐나오지도 못하고, 아픈동생에게도 님처럼 못했을텐데...
    님때문에 반성모드입니다.
    세상일은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차피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라면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게 중요한거라나는걸 새삼 느낌니다.
    이제부터는 행복한일들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 13. 아나키
    '10.5.10 11:56 AM (116.39.xxx.3)

    제 친구도 결혼하면 이혼하겠다는 엄마를 설득해서, 이혼하게 하고 결혼전까지 아빠없이 엄마랑 살았던게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하더라구요.
    가족이란게 무조건 참고 뭉쳐있어야 하는건 아니에요.

    정말 잘하셨어요.
    좋은 일만 가득하길....

  • 14. 박수
    '10.5.10 12:09 PM (211.176.xxx.21)

    원글님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동생과 어머니와 앞으로 편안한 삶을 사시기를 진심을 담아 기원합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짝짝짝짝짝짝.....

  • 15. 일부러 로그인
    '10.5.10 12:14 PM (115.178.xxx.253)

    했어요..
    원글님 정말 장하세요.. 엄마가 딸 잘 키우신 보람이 있네요.
    그렇게 쭉 행복하세요..

    (아버님이 철들어 재산 한쪽 떼어주심 좋겠어요.
    재산이 있어도 동생, 엄마는 보살펴야겠지만 최소한 경제적인 부담은 덜테니까요)

  • 16. ,,,
    '10.5.10 1:30 PM (222.111.xxx.41)

    정말 장하세요.

  • 17. 정말
    '10.5.10 2:01 PM (121.138.xxx.81)

    앞으로는 좋은일만 있을거에요^^*
    더많이 동생과 어머니랑 행복하게 사세요.
    글 읽는것만으로도 기쁘네요.

  • 18. 아, 찡해요..
    '10.5.10 3:50 PM (112.169.xxx.219)

    남편복 없는 #은 자식복도 없다는 말 하잖아요, 그 말이 틀렸다는 걸

    멋지게 뒤집으셨네요. 복 많은 어머님이십니다. ^^

    여성들의 연대는, 늘 어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뭐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닌데도..

    누가 먼저가 됐든, 결혼해서 독립된 가정 꾸리시기 전까지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행복하세요!! 기도하겠습니다. ^^

  • 19. 아..
    '10.5.10 5:02 PM (123.214.xxx.89)

    완전 축하드려요!!
    이제라도 행복한 가정에서 즐거운 날들 챙겨가면서 즐겁게 사세요..
    크리스마스엔 집도 예쁘게 꾸미고, 어버이날, 어린이날 챙겨가면서 그렇게 재미있게 사시구요..
    맛난거 해드시고 사진도 올려주시고, 집 예쁘게 꾸며서 그 사진도 올려주시구요..
    잼있게 사는건 자랑해야 더 잼있는거거든요. ㅎㅎ
    꼭 더 자랑해주러 다시 오세요~~

  • 20. 행동으로
    '10.5.10 6:31 PM (122.100.xxx.106)

    옮기신거 아주 잘하신 거예요.
    아버지도 아내와 자식이 없어져봐야 조금이라도 후회를 하겠지요.
    행복이 안락함이 달아날까 조바심내지 마시고
    한꺼번에 그동안 못해봤던거 다하려고도 하지마시고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해보세요.
    이세상에는 오히려 없으면 좋음직한 부모들도 너무 많네요.게시판을 보면..

  • 21. 부러워요
    '10.5.10 7:59 PM (121.168.xxx.146)

    너무너무 부럽고.. 정말 축하드려요!
    저도 환경이 비슷한 20대인데.. 제가 가장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취업을 못해서 원글님과 같은 능력이 없어 정말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요즘 들어 특히 다시 부모님 이혼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저희 집도 어머니가 평생 일하셨지만 재산은 다 부동산으로 아버지 몫으로 있는 상태거든요. ㅠ.ㅠ
    원글님 이야기가 제게 힘이 많이 되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다시 찾은 인생 즐겁게 지내세요..!

  • 22. 쉽지 않은일
    '10.5.10 9:11 PM (122.36.xxx.11)

    결행하신 거 정말 장합니다.
    그 용기면 이제 어떤 일도 다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멋집니다. 이제부터 차근하게 행복을 다져가세요.
    화이링!

  • 23. 아기엄마
    '10.5.10 10:46 PM (119.64.xxx.132)

    글에서 행복이 막 느껴져요.
    덩달아 웃음이 지어지네요.
    정말.... 앞으로 좋은 일들만 있길 바래요.
    "퇴근하고 동생이 거실 쇼파에 누워서 티비보는거보고 울뻔 했다"는 글을 보니, 님의 삶이 그동안 얼마나 고단했는지..... 눈 앞에 그려지네요. 마음이 아팠어요.
    이제는 소소한, 따뜻한 행복... 마음껏 누리시고... 정말 앞으로 좋은 일들만,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래요.

  • 24. 복받으세요!
    '10.5.11 2:58 AM (121.138.xxx.102)

    실천하기 쉽지 않은데... 포기하기 쉽지 않은데
    드디어 결행하셨군요!!!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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