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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맞는 선생님

어린이집교사 조회수 : 842
작성일 : 2010-05-08 03:51:02
안녕하세요~
저는 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실현시키기 위해 뒤늦게 공부해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해서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됐어요...
그런데...너무 힘드네요...
근무한 지 이제 3개월째인데 정말 제 진로에 회의를 느낄 때가 많아요...

전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데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제가 맡은 반 아이들은 4살이예요..만2세...
거의 모든 아이가 대소변은 가려요...
혹시나 실수해서 대소변이 옷에 묻더라도 그 옷 씻는데 제 손에 변 묻히는 것도 아니고 고무장갑 끼고 하는 거라 크게 신경 안 쓰이네요...
밥 먹다 흘리는 것도 어른인 저도 가끔 흘릴 때도 있는데 아이들 흘리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요...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장난감 가지고 놀고 뛰어노는 게 더 좋은 시기이고 놀이를 통해 모든 걸 발달시키고 배운다는 것도 잘 알아요...
모든 아이들이 이쁘고 사랑스럽고요.
특히 저희 반 아이들은 얼굴도, 마음씨도 정말 예뻐요...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좋아~하면서 안기고 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그런데...
반 아이 중 한 명이 자폐증상을 보여요...
말을 하는데 몇 개의 단어를 합쳐서 문장을 만들기보다는 한정된 단어 몇 개만 이야기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와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하고, 구석에 숨는 걸 좋아하고, 선긋기나 색칠하기 같은 걸 할 때는 동그라미만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자신의 얼굴이나 몸을 할퀴거나 소리 지르면서 바닥에 누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거나 머리를 쿵쿵 바닥에 박고, 심지어는 제 머리카락을 뜯고 때리고 발로 찹니다.
더 화가 나면 입술과 치아를 부르를 떨면서 으으으~하는 소리를 내며 소변을 봅니다.
제가 맞거나 머리카락을 뜯겼을 때 정말 황당하고 어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어요...
이제 막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아이도 당연히 처음 겪게 됐으니까요...
두 달이 넘도록 그렇게 제가 맞고 머리카락 뜯기다보니 화가 나더라구요...
아이가 때린다고 저도 같이 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요즘은 때리려고 손을 뻗거나 발을 차면 손이나 발을 꽉 잡고 놓아주질 않아요.
그러면 그 아이는 그 손이나 발을 뿌리치면서 또 소리지르지요...
5일 중 4~5번 정도는 늘 그 아이와 부딪히네요...
옷에 대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놀곤 하는데 냄새가 나서 보면 대변을 봐서 옷 벗기고 씻기면 또 다시 전쟁입니다...
그렇다고 대소변을 봤는데 방치해 둘 수는 없는 일이니 한 바탕 전쟁을 치르더라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 이 아이때문에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켰는지 모릅니다...
이 길을 택한 거 후회도 많이 되네요...

더 속상한 건 그 아이 어머니의 태도입니다...
저한테는 늘 저희 아이때문에 고생이 많다,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다른 선생님이나 원장님께는 다른 말씀을 하세요...
아이가 안 울게 나중에 좀 하던지 하지, 원래 대소변 잘 가렸는데 어린이집 다니고 나서 아이가 더 대소변을 못 가린다, 어린이집 못 보내겠다...이런 식으로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았는데, 이젠 토요일 일요일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모릅니다.
5월처럼 공휴일이 많은 달도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 아이 말고 다른 아이들은 빨리 월요일이 돼서 보고싶어요...
그 아이가 아파서 안 나오는 날은 얼마나 생활이 평화로운지 몰라요...
이런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더더욱 후회가 되네요...
모든 아이들의 기질을 사랑해야 교사의 자질이 되는건데, 편애하는거라는 판단이 저 스스로 드네요...ㅠㅠ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돈도 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맡은 아이들은 1년동안 함께 하고 싶거든요...그래야 하는거구요...
아이들에게 환경의 변화(교사가 바뀌는 것도 환경이 변화하는거니까요...)를 느껴 스트레스 받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

제 아기가 없었다면 이기적인 생각으로 벌써 그만 두고 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반 아이들을 제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대하려 하다 보니 그럴 수가 없네요...
제 아이의 선생님은 1년 동안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하면서 저희 반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아이에게 맞아서 멍들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뺨을 심하게 맞은 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생각이 그만두고싶다...네요...

어린이집 보내면 아이가 맞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생각하시는 어머님들...
저처럼 아이들에게 맞아서 멍 들고, 아이들에게 시달려 몸이 약해져 5년동안 심한 감기 한 번 안 앓던 사람이 2개월동안 열감기 두 번에 몸살감기 두 번에 기침 콧물감기 두 번...아이들보다 더 오래 감기 앓으면서도 밤에 응급실에서 링거 맞고 다음날 출근하는 저같은 교사도 있다는 거...어쩌면 저보다 더 혹한 환경에 처하신 분도 있다는 거...알아주셔요...

쓰고나니 뭘 말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네요...
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밤중의 두서없는 글쓰기네요...
^^
IP : 59.4.xxx.5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5.8 3:58 AM (218.159.xxx.186)

    저두 오랫동안 보욱교사를 했었기에 그 고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문제는 원장님과 진지하게 상의해보시는게 나을것같아요. 그 아이 한명때문에 방치(?)되는 나머지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러다보면 다른 엄마들한테 태클도 들어올텐데... 그 한명의 아이가 대소변도 가리고 증상이 좀 나아지고 나서 다시 원으로 오는게 지금으로선 가장 빠른 방법같아요. 선생님도 살아야하지 않습니까? 할일이 산더미일텐데 그 아이하나로 인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기시는거 같아 안타깝고.. 솔직히 그 어머니.. 그러시면 안되죠.. (미워요..)

  • 2. .
    '10.5.8 9:33 AM (118.44.xxx.213)

    아이들 돌보는게 체력 소모가 엄청 심해요. 그냥 특별히 힘들어 가는일이 없는거 같아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해서 그런지... 저도 몇달 해봤는데 나중엔 체력이 한계가 오더라구요.
    워낙 체력이 약해서 그런것도 있지만요. 그래도 어떤곳은 괜찮은데 어떤곳은 (선생님이 모든걸
    다하는 소규모.. 차량운행..보조교사 없고...그런곳은 정말 체력딸려 죽는줄;)
    님은 더군다나 그 아이때문에 소모되는 기와 에너지가 너무 많을거 같아요.
    윗님 말씀처럼 원장님과 상의해보시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 3. ...
    '10.5.8 11:09 AM (122.35.xxx.14)

    자폐아라면 특수교육기관으로 보내야할것 같은데요
    일반 보육교사는 감당못합니다
    다른아이들에게도 피해가 가는거고
    자폐아 그 아이자체도 도움이 안됩니다
    원장이 특수아동까지 받아야할만큼 형편이 어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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