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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리사랑일까...

깍뚜기 조회수 : 1,056
작성일 : 2010-05-08 00:16:01
아래 초등 아이의 편지글을 읽다,
막 웃다가 왈칵 눈물이 나네요. (아아 이럼 *꼬에 *나는데;;;)

아직 아가는 없지만
지나가는 아가나 저 멀리 전방 몇 미터 앞에서 아가의 실루엣만 봐도
동공이 커지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막 날 정도로 아기를 좋아해요.
그냥 저 생명이 살아서 움직이고 자고, 울고, 떼쓰고;;, 아장거리는 게 너무 신비롭게 느껴지구요.
존재자체가 걍 기특하고도 또 기특하죠.
남편도 제 증상과 비슷해서 마트나 공공 장소에서 누가 먼저 아기를 발견하면 서로에게 알려주면서
막 쳐다보고요 (오버해서 괜시리 아기 부모님이 불쾌하실까봐 조심하면서... 그래도 선의로
이쁘다 해주면 대부분 좋아하시더라구요 ㅋ)
아는 아가들의 경우 우리 부부의 가슴앓이는 더욱 심한데
잠잘 때 손잡고서 오늘 봤던 누구네 이야기를 하면서 잠드는 경우도 많고요.
(손만 잡으니 니 애는 언제 생기겠냐;;;;)

그러면서 늘  미묘한 죄책감같은 걸 동시에 느끼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내가 태어났을 때 정말 기쁘고
자라면서도 기특했을텐데 (딱히 잘나서가 아니어도요)
지금도 날 보면 그저 좋아하실텐데
친정 부모님 사정이 힘드셔서 제가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보조를 하는데
엄마, 아빠는 미안해 하시면서도 한 편으론 든든한 맘 드시겠지...

그런데 자식은 왜 그럴까요.
좀 더 자주 가고
더 자주 살갑게 전화해도 되는데
그러면 엄마가 기뻐할텐데
엄마, 아빠가 싫은 것도 아니고 유년 시절 맺힌 게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결혼하고 나니 독립된 내 생활과 시간이 더 좋고 편하고
친정에 가면 예전처럼 내 집같은 느낌은 안 들어요.
일상이 바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친구 누구가 만나자면
잘 만나는데 왜 엄마, 아빠에게는 시간을 많이 내주지 못할까.
그리고 내가 이런 맘인 걸 엄마, 아빠가 알면 서운하시겠지.
하지만 부모님도 자식인 시절이 있었으니 내 맘 알기도 알겠지 이럼서 자기 방어;;;

어버이날 외식 장소를 남편과 물색하다가
솔직히 30-40% 정도는 의무감이 들어 내 자신이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자식인가 싶기도 하구요.
아이를 낳아 기르면 부모님에게 더 잘하게 되려나요?  
IP : 122.46.xxx.13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식'
    '10.5.8 12:21 AM (221.146.xxx.56)

    세상에서 가장 무심한 애인...이랍니다...;;;

  • 2. 어른
    '10.5.8 12:25 AM (124.54.xxx.18)

    자식 낳아보니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어른들이 하셨던 그 옛말이 느껴지는 것 같고, 아..나도 이렇게 우리 부모님이
    힘들게 키우셨구나, 넉넉하지 않았을 살림에 해달라는 거 다 해주셨고
    난 정말 철없는 딸이였구나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맘이 애틋해지는 건 맞는데 결혼을 하니깐 금전적으로는 싱글 일 때보다
    자유롭지 못하니깐 맘만 더 애틋해지고 금전적으로는 더 작아지는 듯 해요.
    선물을 해드려도 싱글일 때는 그래도 기꺼이 받으시더니
    이제는 현금도 그렇고 선물도 너무 부담스러워하시면서 안 받으시려고 해요.

    과연..나는 자식에게 이렇게 무한정, 무한으로 할 수 있을지 가끔씩 의구심이 든답니다.

  • 3.
    '10.5.8 10:53 AM (116.36.xxx.83)

    유치원때까지만 이쁘고...
    이후가 되면 웬수같아요.
    아 자식~~~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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