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어린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권리가 있다!
아이는 스트레스 없이 자라는게 최고다!
아직은 공부할 때가 아니다, 즐겁게 노는게 최고다!
이 정도를 목표라면 목표로 삼고 아이 키우고 있어요.
아이가 어렸을 적부터 불안함이 크고, 예민하고 소심하고 까탈스러웠어요.
타고난 기질이 80%라면, 성격급한 엄마 탓도 20% 겠죠
어린이집에서 소풍가서 찍은 사진에 보면, 혼자서 입벌리고 우는 아이, 우리 아들이었어요.
재롱잔치 하면서 친구들은 잘하는데 혼자 우는 아이, 우리 아들이었어요.
놀이터에 가면 아무도 미끄럼틀 안탈때까지 기다려서 타는 아이, 우리 아들이었어요.
4살이 되어서도 돌쟁이한테 맞고서 우는 아이, 우리 아들이었어요.
가족 모임이나 행사에 가면 한시간은 엄마랑 단둘이 바깥에서 울다가 간신히 들어가 얼굴만 비추는 아이,
우리 아들이었어요.
제가 직장을 다녀서 어머니께서 아이를 봐주셨는데, 그 탓도 있을까요?
어쨌든 엄마돌이..라 부를 정도로 엄마에 대한 애착이 과했고,
엄마나 혹은 어른들과 떨어지면 무척 불안해했답니다.
하지만 세 돌이 지나면서 갑자기 활발하고 사교적인 아이로 바뀌더군요.
친구들이나 어른들의 관심을 좀 지나치게 받고 싶어하는면이 있긴 하지만,
양보도 잘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하고, 하여튼 성격이 밝아졌답니다.
이제는 오히려 주변 엄마들이 성격좋고 밝은 아이로 인식하는 듯 해요.
그래도 그 예민하고 겁많은 기질이 어디가겠어요.
7살이 된 지금도 엄마가 1분동안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도 무서워 따라다닌답니다.
제가 현관문만 열고 닫아도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요~
'엄마~'
'왜~'
'어, 난 엄마가 없는줄 알았어'
'엄마가 너 두고 어디 가는거봤니? 당연히 여기있지.'
'그래두~'
있는거 알면서도 관례처럼 묻는 듯 해요. 불안함이 1% 남아있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우리 아들 어린시절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놀랄 정도니, 울아들 많이 용되었어요. ㅎㅎ
어제 우리 남편이랑 저녁때 앉아서 주절주절 이야기하며,
우리 아들, 진짜 용되었어~ 진짜 잘키운거같애...하면서 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무엇보다도 불안하지 않도록 다독이며 기다려준 것, 그게 울아이에게 가장 큰 힘이었던것 같아요.
(물론 안그럴때도 많았어요, 이놈의 지ㄹ맞은 성격..ㅠ.ㅠ..)
세돌이 되면서 아이가 변한 것이,
의사소통이 완전히 되면서 엄마 아빠를 믿어도 된다는 뭐 그런걸 깨닫게 된게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어요.
자기의 불안함도 표현할 수 있고, 엄마 아빠가 해주는 말을 이해하고...안심하고...그런거요.
얼마전에 이사때문에 유치원을 옮겼어요.
예전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구요.
우리 아들이 정서가 풍부하고 섬세한 면이 있다고요.
하지만 뭐랄까...남자 아이들은 7세쯤 되면 남아적인 기질이 다분히 강해지는 시기라서,
아이의 그런 면이 아이들 사이에서 꺼려질 수도 있다고...
그런 면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원을 옮기게 되면 담임선생님께 그 말씀을 드리시라고...
처음에 말씀드리면 색안경을 끼고 보실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다니게 되면 말씀드려 보시라고...
며칠전 알림장에 새로운 유치원 선생님께서 글을 남기셨더군요.
우리 아이는 감정이 풍부하고 섬세하다고요.
좋은 기회다 싶어, 예전 선생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써주셨네요.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정서가 풍부한 것은 큰 장점이라고요.
우리 아이가 원에서도 다른 아이들 배려도 잘 하고 잘 어울려 논대요.
남아들끼리 하는 와일드한 놀이에도 잘 참여하고요
물론 너무 거친 친구들은 조금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다네요.
하지만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신다며,
우리 아들은 그 자체로도 아주 매력있는 친구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써 주셨네요.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사실 저도 우리 아이의 그런 면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단체 생활을 하면서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아닐까...걱정도 했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오히려 잘못 생각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아이의 그런 면을 격려해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했어야 했는데,
괜히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해 걱정했구나...문제를 만들어 내려고 했구나...반성했어요.
아이가 7세가 되니, 지나온 시간들이 참 아쉽고도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첫아이 키우면서 우왕좌왕 많이 시행착오도 하고,
아이 보면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들고 하지만,
그래도 울아들 이렇게 잘 자라고 행복하게 자라준 것이 고맙고 신통하고 기특합니다.
그맘때 아이들 그렇듯이 말도 안듣고 뺀질대기도 하고, 오늘 아침에도 원에 장난감 가져간다고 고집을 부려
참다 참다 그럴려면 가지 말라고 소리질러서 울려 보내기도 했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아이가 불안해할때마다 아이 편에 서서 안심시켜 주려 노력했던 것,
그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거 생각하면 우리 아들도 신통하지만 성질 급하고 더럽고 자기 잘난맛에 사는 제가 이만큼 해낸 것도 기특해요.
참을성 많고 항상 그자리에서 저랑 우리 아들이랑 지지해준 울 남편도 고맙고요.
하지만 육아의 주요 담당자는 저였으니, 남편보다는 제가 쪼금 더 기특해요. ㅋ
울아들 칭찬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이상한...글이네요. ㅎㅎ
어쨌거나 울아들이 많이 자라서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아~ 나는 진짜 잘 놀았다~'
'행복했지, 그 정도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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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우리 아들 용된 얘기가 갑자기 하고 싶네요. 길어졌어요. ㅎ
베이커리 조회수 : 483
작성일 : 2010-04-29 13:57:44
IP : 180.68.xxx.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7세맘
'10.4.29 8:27 PM (125.183.xxx.77)제딸도 외동이 7세이고
저도 직장맘이어서 시어머니가 아이 돌봐주시는데
울아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하며 글 남깁니다
7세되니 6세때랑 많이 달라진것 같아요
물론 저 어릴땐 7세면 혼자 학교다니면 많은걸 했던 나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많이 큰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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