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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나이들어서 물욕생긴다고 잠깐 그러다만다고 엄마들을 이해하자는 글보고
그 때 인상 깊었던 덧글이 엄마로서 가정지키고 아이들 자랄 때까지 키우면서 본인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들이 갑자기 허무해져서 물욕이 생긴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몇일 전에 친정엄마 오셔서 (집에만 있는 것 답답해하세요)
매일 매일 백화점이든 마트던 그릇가게든 가야해요.
눈 반짝거리시면서 뭐라고 건지시려고 거의 강박에 가깝게 하는 것 보면 그래그래 싶지만
저의 엄마는 저 어릴 때부터도 좋은 것 이쁜 것 맛있는 거
탐이 탐이... 정말 끝이 없어요.
이제는 좀 그만하실 때도 된 것 같은데
실리트 이런 냄비도 잔뜩 사다가는 무거워서 못 쓰겠다고 팽겨쳐 둔 게 몇 년..
제가 르쿠르제를 사니 또 따라 사십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그러지만서도
르쿠르제 무겁다고 경고를 해도 득템을 안하면 못배깁니다.
만원짜리 티를 사도 추위를 많이 타서 목이 많이 패인 것인데도 본인도 죽어라 따라사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당신만 빼고 좋은 것 다 누리는 것처럼요.
집에 유기며 온갖 도자기 명인들의 그릇이며 냄비며 수백개입니다. 한방은 아예 다도방으로 다도기만 한 백여개 넘게 있어요. 어찌나 명품만 좋아하시는 지 남편도 좀 힘겨워해요.
이게 쇼핑중독일까요? 저는 천원에도 손 달달 떨고 사는데
백화점에 딸아이가 남의 집에서 깨먹은 로얄 코펜하겐 그릇을 보상해주러 같은 걸로 사러갔다가 또 거기서 뭐든 사야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강박에 가깝게 그러시는데 안스럽고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 짜증이 납니다.
혼자 사시는데도 70평에 냉장고 세개.
과일도 무조건 박스로 사다먹고
냉동고에도 온갖 음식재료가
가끔씩 가보면 썩어버리는 것도 많아요.
어제도 백화점에서 애안고 힘들어 죽겠는데
하등 필요도 없는 에스프레소잔 세개 들고 이쁘다면서
저에게 막 동의를 구합니다.
제가 신경쓰이는 부분이 이거예요.
사고 싶으시면 그냥 샀으면 좋겠어요.
끊임없이 이거 이쁘다 저거 이쁘다-- 제가 보기엔 정말 낭비이고 하등의 필요도 없는 물건인데...
아마도 엄마가 엄마돈 쓰는데 좀 봐주면 어떠냐 라는 덧글들이 올라올 거 압니다. 사실 맞는 말이구요.
그런데 이런 점 때문에 엄마랑 몇일 같이 있으면 숨 막혀서요. 하소연하는 거예요.
마트가서도 비싼 거 막 담습니다. 정말 남편보기가 민망해요.
제가 설마 엄마를 싫어하지는 않겠지요?
쇼핑중독증세때문에 같이 있으면 미칠 것 같아요.
차라리 같이 가지 말라고 하시겠는데 또 집에 있으면 온 얼굴에 먹구름.... 안 나갈 수가 없어요.
백화점 건물만 봐도 급 화색!!!!
에피소드 하나.. 저번에 남편이 생일이라고 50만원을 드렸는데 저랑 백화점에 가서 그 자리에서 50만원짜리 흰색 블라우스 바로 사십니다. 남편입장에서는 큰 돈인데 사고 싶은 거 사라고 준 것인데요. 정말 속에서 얼마나 열이 올라오는지...
아.. 정말요...
대놓고 사달라고 안해서 다행인 줄 알라고 하실 분들 많을 것 같은데... 안 당해보면 이 심정 모르실 거예요.
오셨다 가시면 남편도 주말내내 구경시켜드리고 최고대접해드리느라 녹초가 되요.
몇 일 잘 있다가 한 삼일지나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올라오는지
엄마 절대 안 변할 거라고 말씀해주시고 저도 좀 너그러워지게 되길...... 야단 좀 쳐주세요.
저와 엄마가 씀씀이가 완전 다르니까요.
제발 따로 친구들이랑 이모들하고 가서 쇼핑할 때 맘껏 하셨으면 좋겠어요.
백화점 유아복 코너에서 애기옷 집었다 놓았다 달달달 떨고 있는 사이에 골프웨어에 살짝 가서 120만원 긁고 오시면 ....
빈부격차도 그렇고 짜증이 확 올라와요.
그릇들 좀 빌리자고 하면 저보고 엄마한테 돈주고 사라고 하고.. ㅠㅠ
집에는 몇백짜리 안마기 있는데도 제가 오만원짜리 간이안마기 사서 쓰면 그거 좋다고 당신도 사야겠다고
어디서 원단 사서 몇만원짜리 이불 맞추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당신 것도 주문해달라고 하고...
홍시도 드셔보시고는 어디서 샀냐고 나도 주문해야겠다고....
그렇다고 제가 안 챙기는 것도 아니고...
손톱깍기 하나라도 안보던 것 보면 나도 해야겠다고....
.
자꾸 자꾸 떠오르는 데.. 정말 미치겠어요.
시어머니가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요?
1. 병이세요
'10.4.26 11:38 PM (115.128.xxx.180)원글님께 위로드리고 싶어 로긴했어요
멀리할수도 없는 부모니...그래도
최소한 볼수있도록 거리를 두심이 어떨까요
기운내세요...2. 쇼핑중독도 병
'10.4.27 1:03 AM (211.176.xxx.21)엊그젠가 티비에 나왔잖아요. 쇼핑중독도 엄연한 병이라고요.
영국 할머닌가 76세정도라고 나왔는데 며칠 안보여서 그 집안으로 들어갔더니 뜯지도 않은 제품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이 빼곡히 쌓여있고 그 사이에서 죽어있었다고요.
치료 받으셔야 한다고요.3. .....
'10.4.27 9:12 AM (112.72.xxx.250)원글님은 사지마시고 엄마거 가져다 쓰시는건 어떨까요
다 쓰시지도 못할거같은데 생활비 절약도 하실겸 ---4. 그게
'10.4.27 10:22 AM (112.118.xxx.154)당신한테 돈주고 갖다쓰라 하신다네요...좀 이상하고 버거운 친정엄마 맞으시네요.
5. 마음의 빈공간
'10.4.27 12:03 PM (180.69.xxx.124)그래도 친정엄마이니... 어쩌겠어요.
원글님도 다 아시니까 답답하지요?
힘내세요. 친정엄마 막상 아니 계시면 그리울 거예요.
저도 나이드니 그래요. 만나며 복작복작 싸워 팽 돌아서지만
언제건 전화하면 엄마 목소리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럴싸한 핑계를 대서라도 쇼핑친구에서 뒤로 물러나세요.
그리고 왜 맘이 허~해 하시나 다른 부분에서 더 안아 주시는 게 어떨까요...?6. 게으른 아낙
'10.4.27 1:37 PM (122.32.xxx.39)답글달려고 회원가입했습니다 -.-;
어머님이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의 쇼핑중독은 아니신거 같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허한 마음을 쇼핑으로 풀고 계신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원글님 어렸을적 부터 그러셨다는 것은 어머님 유년의 어떤 결핍이 해결되지 않아서 그런거 아닌가하는 어줍잖은 생각이 들고요.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알아보시고, 어머님이 나은 인생을 보내시고, 원글님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돈이 아니니 문제가 아니다.. 엄마니까 봐줘라.. 가 아니고,
지금 내 엄마가 불행하다 생각하면서 살아오신, 살고 계신거니까, 도와드려야지요.
백화점만 봐도 화색이 돌 정도시라면.. 경험자로 말씀드리자면, 돈 쓰는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그 순간에는 사람들이 나에게 쓸개라도 빼줄것 처럼 친절하거든요.
저도 한때는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던거 같아요. ^^;
지금은 지독한 짠순이 아줌마로 살고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어머니와 속터놓는 얘기를 나눠보세요~7. 다 알면서도
'10.4.28 2:12 AM (121.135.xxx.213)자꾸자꾸... 속으시는거예요.
돈 펑펑 쓰면 점원들이 얼마나 다정하고 친절해요?
자식이 안쓰러워 짜증내고 잔소리하는것보다, 마냥 그 빤한 칭찬이 그리우신거겠죠.8. 원글이
'10.4.28 11:45 AM (116.120.xxx.91)덧글들 너무 감사합니다. 회원가입까지 하시는 수고도 하신 분도 계시고...
사실 엄마가 외로움을 많이 타시거든요. 막내고 아직도 가슴은 18세 사춘기소녀예요.
워낙 고우셔서 뭘 걸치더라도 정말 이쁘시죠.
네 맞습니다. 외로우니깐 친절하게 하는 곳. 백화점이 엄마의 평온처네요.
돈이라도 많으면 그것이라도 위안삼으라고 펑펑 드리고 싶을 생각까지 듭니다.
하지만 또 만나면 한 며칠 같이 잘 다니다가 어느 순간 짜중이 폭발하는 저를 발견하게 될 것 같아요. 속 터놓는 얘기 시도해봤는데 쇼핑에도 관심 끊으면 그건 다 산거다.. 너는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