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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 컴플렉스겠죠? ㅠㅠ
어렸을 때지만 그 때 기억을 더듬어보면... 술 좋아하는 남편(친정 아버지) 만나서 고생하시면서도 잔소리 한번 하지 않으시고 늦은 시간에도 아빠가 친구들 데려오면 싫은 내색 않고 안주 정성껏 만들어 내주고... 늘 웃는 얼굴.
그러다보니 다들 저희 집이 편한지 아저씨들이 자주 놀러오곤 했어요.
어디 가서도 싫은 소리 못하시고 길 가다도 어려운 사람들 보면 도와줘야 하고...
심지어는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었는데 보초 서는 아저씨들 고생한다고 지나가면서 음료수도 쥐어주시던 그런 분이셨죠.
어릴 때 그런 기억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다른 건 몰라도(엄마처럼 누구에게나 천사표는 될 자신 없구요;;;) 적어도 남편에게 싫은 소리는 잘 안하는 편이예요.
물론, 신혼 때는 마찰거리가 생기면 그 때 그 때 그 자리에서 따지고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지만 결혼 8년 가까이 되어가니 저에게도 나름 요령(?)이라는 게 생기더군요. ^^;
그리고 남편 성격 자체도 바로 바로 따지거나 화내거나 하면 오히려 더 화내는 성격이라 일이 더 엉망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남편이랑 마음이 잘 맞는 편이라 싸울 일은 잘 없어요. 싸운다고 해도 그 날 바로 풀리거나 서로 미안해하거나 하고... 다른 사람들 처럼 시댁 문제라든지 다른 사람 일로 몇 번 싸운 적은 있어도 심하게 싸운 적은 별로 기억에 없네요. 아무리 화가 났어도 홧김에 서로 헤어지자느니 이런 소리 연애 때나 결혼생활 중에나 한번도 해본 적 없구요.
친정 엄마 영향인지 저는 일단 제가 좀 많이 참는 편이거든요.
남편이 한번씩 말을 툭 내뱉을 때가 있는데(악의는 없지만 성질이 약간 급해요. 그래놓고 돌아서면 많이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성격) 일단 저는 참았다가 나중에 조곤조곤 이야기하면 남편이 진심으로 미안해하더라구요.
둘 다 불같이 화냈다간 일이 더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일단 저는 참고 있다가 나중에 말하는 편이 사건해결(?)에는 도움이 되더라구요.
남편이 밖에 나가서 친구들 만나거나 술자리에 있거나 해도 저는 일단 전화를 잘 안해요.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구요.
남편도 자기 나름 즐거운 시간 보내는데 괜히 전화해서 분위기 깨는 게 싫고 저도 바가지 긁는 마누라로 인식 되는 거 싫고요.
단, 많이 늦거나 하면 문자를 먼저 보내거나 합니다. 걱정이 되서요.
제가 걱정 안될만큼 중간에 확인 전화 한 통 정도는 꼭 해달라고 합니다.
(만일의 경우, 술 먹고 어디 뻗어있다거나 하면 큰 일이니까요;)
그리고 일단 남편이 뭘 한다고 하면 저는 반대를 거의 안해요.
남편 직장일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편이라 1년 푹 쉬게도 해주었고(맞벌이는 아니지만 제가 마음 먹으면 1년 정도는 돈 벌 수는 있어서요) 멀리 해외 연수도 반년 정도 보내준 적도 있고 우리(저랑 아이) 걱정은 말고 연수 잘 하고 오라고 격려해준 적도 있고요.
그 와중에 시댁 대소사 챙기며 혼자 살림 잘 꾸려나갔어요.
그런 걸 보고 직장 동료나 그 와이프들이 저 보고 다들 대단하다고 할 정도로 남편 위주로 많이 양보하고 배려해주는 편이거든요. 하고 싶은 건 할 수 있을 때 해야된다는 주의라... 하고 싶어 뭐든 안달난 상태인데 제가 말리면 뭐하겠어요. 그렇다고 위험하다거나 한 일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왠만하면 취미도 다 하게 해요.
남편도 물론, 그런 저에게 많이 고마워합니다. 자기 아내가 다른 집 아내들이랑은 조금 다르다는 것도 알고 다행이라 생각하고요. ^^;
남편도 성실하고 착실한 편이라 밖에서 인정도 받는 편이고 또 제가 걱정할 행동은 별로 안하구요.
그런 점에서 저랑 남편은 잘 맞다고 생각해요.
남편 말로는 잔소리 심하거나 바가지 심한 마누라 만났으면 자긴 미쳤을 거라고;;; ^^;;;
시댁에서도 나름 까다로운 남편 성격 잘 맞춰가며 산다고 저에게 한번씩 놀라십니다. ㅎㅎ.
(쎠놓고 보니 자랑 같네요;)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힘드네요. ㅠㅠ
어쩔 땐 저도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고 마냥 좀 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힘들게 돈 벌어오는 남편 생각하면 그 말을 못하겠어요.
외벌이다 보니 저 보다는 아무래도 힘들게 돈 벌어오는 남편을 더 생각해야 될 거 같고... 그런 생각도 솔직히 들어요. 아무래도 전업으로 살다보니 기가 죽는 건 있네요. 그렇다고 집에서 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괜한 컴플렉스 같은 게 있어요.
요즘 계속 마음도 울적하고 아이도 계속 감기가 안떨어져서 저 혼자 버스 타고 병원 데리고 다니고 집안 모든 일은 다 저 스스로 해결하고 있고 조만간 시어머님 생신이라 저 혼자 이런 저런 계획도 세우고 있구요.
남편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 들어오면 곯아떨어지기 일쑤고... 아이 기침 소리 때문에 잠 설치면 다음 날 일을 못할 거 같아서(남편도 저도 그렇게 생각) 남편은 며칠 다른 방에서 자고 있구요.
어제는 새벽 2시가 다 되서 들어왔더라구요.
자기도 몸은 피곤하지만 직장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집에 바로 오기 싫더라고... 동료들이랑 술 한 잔 하는 게 오히려 더 위로가 될 거 같아서 술 마시고 온 거라고.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젠 마음으론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피곤한 남편 배려한다고 나 하고 싶은 말은 다 참고 그저 집에 오면 쉬라고 하기 바쁜데... 요며칠 저도 아이 아프고 해서 이래 저래 힘들었는데 아이 아픈데도 자기 힘들다고 밖에서 술 마시고 오고...
어젠 좀 서운한 내색을 했더니(일단 이렇게 많이 늦으면 중간에 연락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기는 술마시는 것도 못하고 사냐고 자기 인생은 뭐냐고 오히려 저보고 물어보네요. --;
굳이 그렇게 따진다면 저도 할 말이 있긴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배려해주고 1년 휴직이며 무급에 가까운 연수며 보내도 군말없이 아이 키우고 시댁 챙기며 살기도 했던 저 나름의 희생은 왜 생각안해주냐고 말하고 싶은데 그냥 꾹 참았어요.
물론, 해주고 섭섭해할 바에야 안해주고 내 맘 편한 게 낫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어쩔 땐 저도 힘들다고 하고 싶고 남편처럼 반년은 아니더라도 보름 정도만이라도 어디론가 훌쩍 다녀도 오고 싶고 한데(그럴려고 해도 아이 때문에 그럴 수도 없지만요) 피곤해서 돌아오는 남편 얼굴 보면 그런 저의 속 마음은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네요.
남편을 보며 그저 참고 기다리고 지켜봐줄 뿐... 제 생활은 없는 것 같아요. 며칠 멍하니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많이 우울해집니다.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이지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아내나 아이 보다는 본인 피곤함이나 스트레스를 더 챙기게 되는 거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죠.
그냥 아이 데리고 하루 이틀 훌쩍 어디론가 다녀올려고 해도 시어머님 생신이 코 앞이라 시기도 안좋고...
정작 남편은 본인 어머니 생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어서 어제 귀뜸해줬어요. --;
뭐 서로 딱히 트러블이 있거나 한 건 아닌데 요 며칠 많이 우울하네요.
남편이 자기 인생 운운할 때 그럼 나는?이라고 반문했어야 했을까요.
휴직이며 해외연수며 본인 몸과 마음이 편할 때의 내 인생은 왜 생각 안해주냐고(굳이 생색낼 생각까진 없지만 남편이 그렇게 나오니 이렇게 말하고 싶더라구요) 말이라도 해야할지...
오늘도 그냥 내가 참자 하다가도 너무 우울하니 와르르 나도 나 하고 싶은 말 내뱉고 싶단 생각이 들고...
생각이 왔다 갔다 하네요.
이런 심정 남편에게 말 안하면 남편은 모를텐데 싶구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이렇게 오는가 싶기도 하네요.
저... 아무래도 착한 아내 컴플렉스인거겠죠. ㅠㅠ
저 스스로 존재감을 찾고 자존감을 높여야겠단 생각이 드는데 뭘 하면 예전처럼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저 우울합니다.
제 인생이야 말로 뭘까요. 휴...
(친정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이야기 풀어놓을 데는 없고 넋두리 삼아 82를 친정 엄마, 친정 언니라 생각하고 글 쓰네요. 긴 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1. 말 안하면
'10.4.22 11:00 AM (119.196.xxx.239)남편은 모릅니다.
지난 일 말구 그 상황 딱 닥쳤을 때 이러저러 해서 힘들고 우울하다.
당신 힘든 거 알지만 내 인생은 뭐냐?
하며 조용히 얘기 하세요.2. ..........
'10.4.22 11:05 AM (210.222.xxx.111)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는 말이 있죠.
대한민국 남자 중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다들 결혼했으니 아내나 아이들을 위해서 자기 하고싶은 것도 참고 사는거죠.
아내가 잘하는 것도 알고 고맙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내 인생 내 맘대로 하고 살고싶다는 것 아닌가요?
남자들 술 마시고 흔히 늦게 들어오고 하지만,
아내가 연락이라도 하지 그랬냐고 하면 미안한 기색은 비추는 법인데
남편분은 자기가 총각이고 아내가 자기 엄마인 줄 아는 것 같네요.
원글님도 힘들 땐 힘들다고 얘기하시구요,
한달에 한번이라도 원글님 자유시간 가지세요.
절대로 애 데리고 가지 말고 애, 남편한테 맡기고 나가세요. 꼭이요.3. 저도 같은 심정..
'10.4.22 11:12 AM (112.167.xxx.118)너무 저랑 닮으셨네요..ㅠㅠ
컨디션 괜찮을 때는 그냥 남편이 상전이다,이럼서 살아지다가
기분 안 좋을 때는 참 왜 이렇게 참고 배려만 해주는게 내 삶인가
나는 어디 가서 위로를 얻나...싶어서 우울해지고 해요..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 없게 해주는 남편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남편에게 바라는 거겠죠?)
따뜻한,살뜰한 위로를 배려를 정성을 받고 싶어요..
친정에서도 장녀라 베풀어야만 하는 자리이고...
가끔 가슴이 쓸쓸하지요......
도움 안 되는 글 죄송해요..ㅠㅠ4. 흠..
'10.4.22 11:39 AM (202.30.xxx.69)님은 거의 엄마같은 존재가 되신 것 같으세요.
그냥 늘 기대고 받기만해도 되는 존재인 엄마..
그러다보니 본인이 사랑해주고 챙겨야하는 존재라는 걸 남편분께서 별로 못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울증 걸리고 힘드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남편 배려는 그정도면 되셨고 남편이 워낙 바쁘신 분이니 그냥 두시고 본인 스스로 행복해할 걸 찾으세요. 그리고 시댁일도 너무 알뜰히 챙기지 말고..
그냥 보름정도 어딘가 다녀오세요.
요즘 너무 힘들고 우울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생각해보니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하시고.. 그냥 아이랑 한달정도 해외여행 다녀오시는 건 어떠세요?
좀 벗어나 보세요. 남편 없이 지내는 것도 참 편하고 좋답니다. ^^
만일 계속 그렇게 지내시다간 정말 몸도 안좋아지고 정신적으로도 점점 허무해지시고 힘들어지실거에요.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관계는 절대로 건강하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야 한답니다.5. 원글
'10.4.22 11:48 AM (59.19.xxx.203)저도 같은 심정.. 님, 아니예요. 댓글이라도 남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요. 너무 내 이야기만 풀어놓은 거 같아 부끄럽고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네요.
같은 심정이시라니 더 반갑고(?) 그래요. ㅠㅠ
저는 친정 식구도 없답니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안계시고 형제자매도 없어서 더 말할 데도 없어서 82에다 넋두리 삼아 올렸네요.
따뜻하고 살뜰한 위로와 배려라는 말 저도 심히 공감가네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죠. ㅠㅠ
딱히 착한 아내가 될려고 하는 건 아닌데 자꾸 상황이 저를 그리 만드네요.
저도 첫 댓글님 말씀처럼 이제 할 말쯤은 하고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막상 또 우물쭈물하겠지만... 남자들은 정말 말 안하면 모르는 거 같네요. ㅠㅠ
두번째 댓글님이 말씀하신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저를 자기 엄마쯤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흠...님도 지적하셨듯이 이제 저를 아내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해야겠어요.
흠님 조언...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을 조목조목 너무 잘 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우울한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네요.
안그래도 한 달 정도 해외여행 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고 남편도 언젠가는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선뜻은 안되서... 조만간 가까운 데라도 다녀와야겠어요. ^^; 아이는 맡길 데가 없으니 데리고는 가야하구요;;
그나저나... 좀 전에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어제 술김에 한 말 너무 미안했다고 하네요.
북받혀서 저도 울면서 하고 싶었던 말 몇 가지 했구요...
그랬더니 너무 자기 생각만 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하다며 좀 있다 점심 시간에 잠깐 짬내서 근처에서 점심이라도 먹자고 하네요.
좀 단순한 사람이라 두번째 댓글님 말대로 한번씩 자기 멋대로 할 때도 있긴 해요. 그나마 돌아서면 후회하고 뉘우치는 게 보여서 위안 삼지만요.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나마 여기다 마구 털어놓았더니 마음이 후련하네요.
82분들은 외로운 제게 친정 엄마이자 친정 언니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6. ..
'10.4.22 11:51 AM (118.33.xxx.123)원글님은 생전에 어머니를 롤모델로 삼고 닮을려고 노력하신거같아요.
물론 천성도 무시못할테구요.
원글님이 너무 지나치게 엄마의 역할로 남편을 대한점도 있지만,
정말, 원글님 대단하셔요.
많은 남편들이 아내에게 바라는것이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 하나가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이라지요.
하지만, 너무 본인의 욕구를 억누르고 참기만 하는 생활은 오래못가지요.
홧병납니다.
일단은 여행이라도 가실수 있으면 훌쩍 떠나시는게 좋을거같은데요.
그리고, 좀 이기적인 아내가 되는 연습을 하시는게 좋을거같아요.
남편분.. 정말 복 많다..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어요. 아내 잘 만났다고..7. 원글
'10.4.22 2:36 PM (59.19.xxx.203)점 두 개님 댓글 감사합니다. 남편이랑 점심 먹고 왔어요. 본인도 많이 미안해하고 이제부터 잘 하겠다고 나름 각오를 하더라구요. 남편 성격상 저러다가 또 한번씩 어제 같은 일을 반복하기도 해서 크게 기대는 안하지만요;
암튼 남편이나 시댁식구나 주변 사람들이 저보고 대단하다고 하는데 글 올린 것 처럼 정작 저는 착한 아내 컴플렉스가 아닌가 생각해요.
저도 이제 너무 배려만 하고 참고 살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까 다짐하게 되네요.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하나 하나 제겐 정말 많은 도움 되었어요. 힘낼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