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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발 데리고 가지 마세요.

아나키 조회수 : 2,457
작성일 : 2010-04-05 15:07:09
어떻게 부모가 잘때 애를 말없이 데리고 나가십니까?
동네를 한바퀴 도는 것도 아니고, 옆동네도 아니고, 버스 한번 타고 가는 거리도 아닌데.....

아이가 땅만 보이면 걸었다고 합니다.
걷다 전철 타서 세번 갈아타고 또 걷고, 교회 갔다 또 걷고, 전철 타고 또 걷고.....
다 합치면 어른 걸음으로 1시간 20분은 족히 넘을 거리들을(편도 ) 애를 걷게 하는지..
애가 있음 택시는 못타도 적어도 버스는 타야지요.
다리가 아파하는 아이를 잠들때까지 주물러 줬습니다.

서울가서 뭘 했냐고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시장에서 박스를 접어 정리했다고 합니다.
넌 그 옆에서 뭘 했냐니깐, 처음엔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고....
그래서, 심심했겠다 했더니 자기도 박스를 같이 접었답니다.
그 말을 하고는 놀라 황급히 자기 입을 막습니다.
할머니가 엄마,아빠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꼭 비밀을 지키라고 합니다.
왜 아이가 엄마,아빠한테 거짓말을 하게 만드십니까?

생활비도 드리는데, 돈이 없으신것도 아닌데.....
파지 하는건 건강을 위해서라시니 그려려니 참고 넘겼습니다.
그 부분은 아범도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살다 가실꺼라고..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총도 할머니가 줬다고 좋다고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는 것도 화나는데, 어찌 6살난 손주 손톱이 까매질때까지 박스를 접게 하십니까?
손주가 도와주니 그저 대견 하셨나요?

A가 없어서 어머님이 서울 데려가신거 아니냐는 제 말에, 아범은 황당해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머님과 통화 후 얼굴이 하얘집니다.
아범은 저번 추도예배 이후 어머님과 간신히 사이가 좀 나아졌는데, 이번 일로 또 화내시고 안오신다 하실까 큰소리도 못내더군요.
이젠 그런건 섭섭하지도 않습니다.

애가 따라오겠다고 해서 데려갔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당신 혼자 다니는 것도 옆에서 볼때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모릅니다.
차라리 B가 A를 데리고 놀이터에 갈땐, 이리 불안하지 않습니다.

왜 할머니가 손주 데리고 간게 어때서 자꾸 전화를 했냐고 화내셨지요?
지금은 전보다는 많이 좋아 지셨지만, 당신은 아픈 노인이잖아요.
감정이 상하면 아무데서나 주저 앉아 소리지르고 우시잖아요.
화나면 무조건 차문 열고 그냥 나가시잖아요.
그럴땐 옆에 누가 있든 어떤 상황이든 전혀 신경도 못쓰시잖아요.
차가 다니는 길에서도 가운데로 다니시고, 옆에 차가 와도 개의치 않고 가시다 사이드 미러에 팔도 다치시잖아요.

아이가 무사히 돌아와 한시름 놓았지만, 전 밤새 잠을 못잤습니다.
아이에게 할머니를 따라 서울가면 안되다고 했더니, 왜 그러면 안되냐고 묻네요.
제가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요?
그저 어디 나갈땐 꼭 엄마한테 말을 하고, 허락을 받고 나가야 하는 거라고 다시 얘기했습니다.

밤새 뒤척이다 3년전 그 밤에 애를 뺐다시피해서 데리고 가셨던게 생각나더군요.
그때 마을버스를 쫓아 전철역까지 갔더니, 왜 여기까지 쫓아왔냐고 유별스럽다 화내셨지요.
퇴근하는 아범과 마주쳐서 아범이 애 데리고 어디 가냐 했더니, 화내고 기어이 애를 꼭안고 가셨지요.


A를 너무 사랑하는거 알아요.
B가 4살때 놀이터에 데리고 나갔다 졸리다는 A만 데리고 오고 B는 놀이터에 혼자 두고 오셨던 적이 있지요.
일주일에 4~5번 오시면 항상 A만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하셨어요.
밖에서 B가 "할머니 저도 같이 해요." 하고 두들겨도 모른척 하셨지요.
그렇게 2년을 A만 목욕시켜 줬어요.
A가 엄마를 찾으며 엄마랑 목욕하고 자겠다고 할때까지..

그때가 B가 4살때에요.
그럴수록 엄마를 찾는 B 에게 애가 냉정하다 오히려 뭐라 하셨지요.
외출할 일이 있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나가면, 2시가 넘어도 B는 밥을 안먹이셨어요.
왜 아침도 여지껏 안먹었냐고 물으면, 애가 먹고 싶지 않다해서 그랬다고..
그러면서 A만 먹이셨어요.
B가 5살쯤 이런 말을 했어요.
할머니가 엄마 집에 없을때 A만 데리고 놀러 나갔다고....
자기도 데리고 나가라고 얘기했는데, 그냥 나가셨다고...
그래서 자기는 현관앞에서 올때까지 기다렸다고...
아이는 담담하게 말하는데 그 말을 듣고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예민한 B에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그래서 더 보듬어주면 못마땅해 하셨어요.

산후 우울증에 , 어머님의 행동에 B가 상처 받을때마다 저 참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머님과의 관계도 괜찮고, 할말은 하고 사는 내공이 생겨서 다 극복햇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항상 내 새끼 내 맘대로 못하냐고 하시지요.
당신 새끼는 아범이에요.
A는 제 새끼에요.
제발....말없이 서울에 데려가지 마세요.
아니, 서울에 데려가지 마세요.






*음...
시어머니가 치매는 아니세요.
검사 해봤는데, 우울증으로 인한 기억력감퇴세요.
지금 우울증약 복용하시구요.
약드셔서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구요.
감정조절 못하는건 뇌경색을 앓고 난 후 생긴 후유증이에요.
우울증이어서 더 그런 것도 있고...
어머님 인생 자체가 좀 우울 하거든요.
같은 여자로써 정말 가여운 사람이에요.
생각없이 말하지만 악한 사람은 아니고...

저도 육아부분에선 양보하지 않아요.
그래서 한때 독하니 계모니 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젠 우리 며느리가 애들은 굉장히 잘키운다고 자랑하고 다니세요.

남편이 어느날 그러더라구요.
A는 정말 널 사랑하는 것 같다고...
제가 엄마 사랑하지 않는 아들이 어디있어? 했더니......
자기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시어머니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자식보다는 돈을 더 사랑한다고...
자기는 그런 어머니를 그저 불쌍해할 뿐이라고...
그 말을 하는 남편이 어찌나 가엾던지.

힘든 환경에서 이만큼 잘자라준 남편, 남편의 아킬레스건인 어머님.
결혼 4년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그런 어머니여도 남편의 일부분이니 제가 껴안고 가기로 했어요.

님들이 걱정하는 것 처럼 전 무조건적으로 참고 순종하는 며느리는 아니에요.
정말 힘들었을때 미술치료도 받고 했는데, 제 마음이 굉장히 건강하다 하더라구요.
미술치료사가 하는 말이, 더 건강한 제가 내공을 길러 더 강해지는 방법밖에 없다고..
시댁식구들 중에서 어머님 눈치 안보고 이런 저런 얘기 하는 사람이 저일껄요.
시어머니도 저랑 얘기하는거 굉장히 좋아하시구요.
저희집에 오실때면 저만 쫓아다니면서 얘기하시거든요.
평생 사람이 고픈 가여운 분이에요.(이렇게 이해하기까지 5~6년은 걸린 거 같아요)
결정적으로 남편은 이젠 무조건적으로 제 편이에요.
제가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죠.

전 시어머니를 큰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말 지지리 안듣고 제멋대로인 딸이지만...
그렇다고 부모가 어찌 자식과 인연을 끊을 수 있겠어요.

제가 마음에 안드는 말을 했다고 한달 넘게 안오고, 남편한테 전화해서 줄창 제 욕을 하는 큰딸이지만...
남편과 싸우거나, 남편이 속상하게 할때면 항상 제편을 들어주는 절 좋아하는 큰딸이에요.




IP : 116.39.xxx.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4.5 3:37 PM (121.138.xxx.162)

    원글님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A가 남편분을 많이 닮았나요?
    시어머니 아무래도 치매기가 있는건 아닌가요?
    정말 이해할수없는 행동이시네요.

  • 2. 세상에 말이 안나와
    '10.4.5 3:38 PM (115.178.xxx.253)

    할머니 맞나요??

    제정신이 아니신것 아닌가요?? 저같으면 남편만 왕래하지 집에 오셔서
    아이들 못보게 할것 같습니다.
    정도가 있지...
    남편분은 그래도 어머니 편드시나요???
    아이는 아입니다. 부모가 보호하지 못하는데 누가 보호할 수 있나요?
    할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구요?? 글에서의 할머니는 B에게 남보다 못한
    나쁜 사람이네요...
    원글님이 아이들을 보호하셔야지요.

  • 3. ...
    '10.4.5 3:40 PM (220.120.xxx.54)

    진짜 욕나오는 시어머니네요.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에요?
    할머니 혼자 여섯살짜리를 어떻게...
    감정조절도 안되고 행동도 거의 막가파인데 그러다 안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려구요..
    읽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해서...ㅜㅜ
    저같으면 애 옆에 못오게 하겠어요.
    시어머니 아니라 그 누구라도요.

  • 4. 나나
    '10.4.5 3:40 PM (218.232.xxx.251)

    ㅠ.ㅠ 글 읽으니 눈물날것같아요.. 6살이면 우리아이랑 동갑인데.. 제 눈엔 한참 어린데
    A가 안쓰럽고.. 글 더 읽다보니 B는 더 안쓰럽고.. 원글님 속상하셔서 어찌한대요...ㅠ.ㅠ

  • 5. ...
    '10.4.5 3:41 PM (220.120.xxx.54)

    다시 적어요..
    정신이 정상 아닌것 같아요.
    세상에 별...어이구..

  • 6. 내 새끼
    '10.4.5 3:46 PM (61.252.xxx.64)

    내 맘대로 한다니..
    정상이 아니네요..
    에휴.. 어쩐데요...

  • 7. 제가요
    '10.4.5 3:48 PM (222.236.xxx.249)

    결혼하고 만 오년을 정말 죽은듯 시집살이 했는데요, 단하나 양보 안한게 있어요...
    아이문제요.
    매일 별일없어도 기응환은 한개씩 먹여라, 애가 먹고 토하면 또먹이고 토하면 또먹이고
    그래야 한다, 담배 좀 피워도 애 안죽는다, 아무거나 먹여야 튼튼하다, 책읽어 줄필요
    없다, 책 같은거는 다 창고에 넣어놔라 집 지저분하다......
    별소리별소리 다 들었어도 절대 양보 안했어요. 다른문제에선 뭐라해도 암말 안하던 며느리가
    애문제만은 곧 죽어도 말안들으니 결국엔 애에 관해서는 절대 간섭 안하세요.
    건드리면 안된다는걸 아시거든요.
    아이에게, 특히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랍니다. 힘내셔서 꼭 보호해 주셔야 해요...

  • 8. 에고
    '10.4.5 3:54 PM (118.222.xxx.229)

    얼마나 놀라셨을지...
    아이한테 꼭 가르치세요. 너는 아직 아이라 보호자가 같이 있어야 하는데, 할머니는 나이가 많으셔서 보호자 노릇을 못하신다. 길을 잃어도 찾지도 못하시고 나쁜 사람이 쫓아와도 빨리 달리지도 못하신다...시어머니가 내 맘대로 안되니 아이들 스스로 거부하도록 만드시는 것이 가장 빠르겠어요...ㅠ.ㅠ
    남편이 아빠 노릇 제대로 못하시네요. 저간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그냥 두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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