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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니의 틀니

문득 조회수 : 1,638
작성일 : 2010-04-04 17:42:02
시어머니께서 보름정도 머물다 가셨어요...
어머님도, 집 떠나 어딘가에서 이토록 오래 머문 경우는 처음이라 하시네요. ^^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 서로 불편하긴 마찬가지.

내년에 환갑이신 어머님은,
20년전에 아버님과 이혼하시고 3남매를 키워내신 억척 아줌마세요.
위로 딸둘보다는, 막내 아들에게 헌신(?)하시다 보니,
아들이면 그저 껌뻑 넘어가십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딸들도 챙기시지만, 아들만큼은 아니세요...
힘들게 자식셋 뒷바라지 하신만큼,
어머님은 당뇨라는 지병이 있으십니다. 작년엔 당뇨로 입원까지 하셔서 고생하셨고
당뇨보다 무섭다는 합병증 때문에, 손발이 저리고. 혈액순환이 안 된다고 고생하십니다.

여튼, 어머님이 계신 보름동안,
끼때마다 식사 챙겨드리랴, 말동무 해드리랴,
신랑에게 가끔 떠넘기던 작은 집안일도 혼자 해내야 하니..^^;;
참 불편했어요...
그보다 가장 힘들었던건, 아무데나 빼놓고 다니시는...ㅡㅜ 틀니.
정말, 틀니 보는건 힘들었답니다.

예전에도, 어두운색 컵에 전용으로 어머님 틀니 넣어놓으시라고 드렸는데,
이번엔 오랫동안 계실건데도, 그냥 오셔서 처음엔 좀 당황했어요.
어머님도, 며느리에게 좀 미안하셨는지, 빼놓으신 틀니를  부엌 어딘가에 숨겨놓으셨더라구요.
그러다가, 수납장 한 가운데서 찾아내곤... 깜짝 놀랬어요...-_-; 하마터면 씽크볼에 쏟아부을뻔!!!

거기다가 틀니 보관한 컵이, 저희가 자주쓰는 투명 유리컵이라 좀 찝찝하기 까지 했답니다.
에공. 그래도 어찌하랴. 며칠만 참자,참자 하곤.. 넘어갔는데,
제가발견한 그 담날부턴, 아예 보이는곳에 어제는 투명 유리컵,
오늘은 투명 머그잔, 내일은 투명 맥주잔.. 까지, 정말 다양하게 사용하셔서
.....
가시면, 꼭 컵 소독해야겠구나... 하고 있던 찰나,
.....
어머님 한 말씀에, 참, 여러가지가 생각나더군요.

"나는, 예전에 우리 시모 틀니보면 속이 뒤틀려 헛구역질이 나오던데,
니는 안 그러냐??? 참 신기하구나... 근데, 나도 나이드니 어쩔수없이 며느리앞에 이를 다 빼놓네..."

"아고, 어머니. 저도 속이 편하진 않지만, 어쩌겠어요...
며느리 앞에서 틀니 빼놓는 어머님도 편하진 않으시잖아요. "

이런 대화 몇마디 나누고,
문득 든 생각이..............

양육비 한번 보태주지 않으시고,
어머님 혼자서 억척스럽게 삼남매 키워냈고,
그렇게 내 몸 돌보지않고 함부로 다루다보니 당뇨까지 얻어서
저리 고생하시는데... 어떻게 싫은 소리를 내뱉을 수 있을까...?
우리 남편, 가난속에서도 무사히 좋은 대학마치고,
대기업에 취직해 나름 인정받고 있는 착한 남자 키우셨으니..
우리 어머님, 참 대단하신 분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기 익명게시판이다 보니,
저도 시어머님, 시누때문에 힘든것 얘기한적도 있고,
아들 꼭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머님을 미워한 적도 있고,
그때그때 청소도 잘 안하시고, 지저분하셔서 불만에 가득차 적도 있고,
언젠가 또 시댁식구들 때문에 힘들어지면 여기 자게에 털어놓고
위로받을 날 또 있겠지요.

근데, 왠일인지, 이번 보름동안 시어머님과 같이 있으면서
저 참 철들었나 봅니다.
남편이 그러더군요. 내가 틀니때문에 조금은 힘들어하는거 같아서
가실때 컵사용이나, 보관방법등에 대해서 며느리인 저와 얘기 먼저하라고...
앞으론 그렇게 하라고 얘기한다고 하길래
제가 말렸습니다.
보름동안 잘 지냈고, 이제 이렇게 가시면
언제 또 지내다 가실지 모르는데, 뭣하러 얘기해서 서운하게 하냐구요.

그랬더니 남편이 고마운지, 저를 스윽 안아줍니다. ^^
앗, 뽀너스. 설탕몰 와플기 '찜'해 놨더니, 결제까지 해줬네요~
고마운 신랑. ㅋㅋㅋ

나도 언젠간 틀니하게 될 날이 올거고
그때가 되면, 사위와 며느리 눈치보며 보관해야 할 텐데.
맘이 웬지 짠~ 해졌어요.

틀니 때문에, 참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 오훕니다.
IP : 118.41.xxx.7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4.4 5:44 PM (122.32.xxx.193)

    따뜻한 드라마 한편 보는듯한 사연이내요 ^^

  • 2. 마음이
    '10.4.4 5:53 PM (124.197.xxx.83)

    참 예쁘세요....

  • 3.
    '10.4.4 5:56 PM (125.132.xxx.232)

    그런 마음씨 닮고 싶어요.^^

  • 4. ^^
    '10.4.4 6:00 PM (122.47.xxx.35)

    궁디 팡팡~~

  • 5.
    '10.4.4 6:20 PM (121.144.xxx.37)

    제목만 보고 시어머님에 대한 흉이겠거니 패스하다 혹시나 하고
    들어왔는데 감동이네요. 저도 시어머님이 틀니를 밥그릇에 두는 게
    싫어서 힘들었던 적 있어 이해합니다.

    원글님께 힘들게 살아온 시어머님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배워갑니다.

  • 6. 틀니
    '10.4.4 6:48 PM (121.165.xxx.143)

    원글님. 틀니 안하고 사시는 노인도 많아요.
    미리미리 관리하시면 원글님껜 틀니 하실날 안올테니 관리 잘하세요^^

  • 7. 순이엄마.
    '10.4.4 7:47 PM (116.123.xxx.130)

    쉰둥이 막내딸입니다. 친정엄마 틀니보고 웩웩. 죄송하네요.

  • 8. 와~
    '10.4.4 7:57 PM (220.88.xxx.254)

    참 마음이 넓고 따뜻하시네요.
    이가 원체 부실해서 조만간 틀니 할꺼같은 두려움에 떨고 사는데...
    암튼 시아버님 오늘 입원하셔서 당분간 힘들겠구나...
    속으로 생각중이었는데 잘해볼랍니다.

  • 9. 환갑전에
    '10.4.4 8:41 PM (122.34.xxx.16)

    벌써 틀니를 하셨다니
    본인 몸도 돌보지 못하고 참 고생 많이 하셨겠다시픈게 짠하네요.
    원글님도 이쁜 며느님이세요.

  • 10. 그러게요
    '10.4.4 9:43 PM (122.128.xxx.53)

    원글님도 좋으신분 같고 시어머니도 안쓰러운분 같습니다. 저는 친정엄마 틀니를 작년에 해드렸는데(올해 67세). 그렇게 흉하다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저렇게 느낄수도 있구나 싶네요.

  • 11. 시어머니
    '10.4.4 10:29 PM (122.128.xxx.176)

    시어머님이 지혜로운 분이시군요.
    그 며느리 역시 지혜로운 며느리 이번에 잘 해드렷네요.
    제가 다 고맙게 느껴 집니다.
    어르신들은 노여움이 많아요.
    틀니 얘기 안하시고 잘하셨네요.
    나이드시면 가여워보여요.
    저도 시어머니 함께 살을때는 정말 미웠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지금은
    따로 살지만 음식할때 항상 어머니 생각하게되네요.
    그래요. 원글님이나 저나 아직 젊으니까 시어머니 잘 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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