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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지금 이글을 보고 있다면

그 때 조회수 : 2,168
작성일 : 2010-04-02 21:23:03
벌써 근 20년은 더 전의 이야기인데 이제와서 하게 되네요.
이제까지 쭉 잊고 살다가  내 스스로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그 때 일을 거의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기억에서 꺼내지 앉고 그냥 생각도 하지 않고 지내왔는데 요즘 어쩐지 그 일이 생각이 나서
이제 혹시 그녀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한번 물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그 당시 전 서울의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지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방이 2개 있고  일자형의 씽크대가 놓인 부엌겸 마루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 열평 주공 아파트였죠.

방 하나는 내가 쓰고 작은 방 하나는 세를 주었는데 처음에는 몇 년간 혼자 방 두 개를 다 쓰다가
별로 방 두개가 필요치 않기도 하고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지금 기억에 제가 알던 누군가의
아는 사람인데 서울에서 학교 졸업하고 제가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어느 남자 중학교에
수학인지 영어인지 하여튼 그런 주요 과목 선생이 된 아가씨였어요.

오랫동안 혼자 살았던 터라 좀 바꾸고 싶었던 것도 있고 지금 생각해보면 싸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 방을 누군가 말 해줘서 같이 살게 됐던 것 같아요.
전 그냥 단순하게 원래 직접 알던 사람은 아니지만 저도 학교 가고 과외다 다른 일이다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그 아가씨도 선생이니 일 끝나면 들어오는 식이라  같이 사는 거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게 세를 주고 같이 있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제일 좋다는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전 그 당시 과외비로 지금 액수와도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를 받았던데다 학비며 생활비는 부모님한테서 또 따로 받고 있어서 돈에 대해서는
정말 어려움이 없었어요.
어떤 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예 작가 작품이지만 내 맘에 드는 그림도 사고 액자가 맘에 안들면
바꾸기도 하고 해외 여행도 가고 그 당시엔 별로 명품 이런거에 대해서 목 매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 빼고는 하여튼 하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건 별로 어려움 없이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사건은 바로 여기서부터입니다.
그 때 그 아가씨가 우리 집에서 얼마간 살다가 어느 날인가 제가 학교 갔다 왔더니
집앞에 사람들이 웅성 웅성거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일이가 했더니 글쎄 좀 전에 경찰이
왔다 갔고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 봤더니 세상에 그 아가씨 월급 받은 돈이 없어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경찰 대동해서 우리 집에 왔었고 내가 없는 동안 조사를 하고 간 거죠.

전 첨에 일단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놀랍고 무서웠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궁금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가씨가 돈 없어졌다고 한 거 빼고는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이 안 되는 거예요.

물론 도둑이 잘 알아서 돈 냄새를 맡고 오로지 그 아가씨 방 만을 뒤져서 그것도 다른 물건들을 손을 대거나
헤쳐 놓은 것도 아니고 제방도 그렇지만 다 너무나 깨끗하게 전혀 다른 사람이 손이 닿았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그 아가씨 돈만 농 아래 옷설합에 넣어 둔 돈만 없어졌다는 것이죠.
결론은 어떻게 됐냐구요? 저도 조사 받고 했는데 물론 그 아가씨 돈 못 찾았죠. 범인도 못 잡았구요.
세상에 태어나서 그 때 첨으로 간단하나마 경찰의 조사라는 이름의 질문도 받고 하여튼 많이 놀랐어요.
근데 그거보다도 지금 이제야 겨우 이 얘기 꺼내는 건 그 때 그것 때문에 제가 너무 많이 울었다는 거예요.
왜냐면 결국 그리 돈이 안 찾아지니까 말은 안하지만 제가 가져간 거 같이 되버렸거든요.
저 정말 기가 막히고 지금 같으면 어떻게든 속 상해서 소리라도 질러본다지만 그 때는 어떻게
할 줄도 몰라서 지금도 너무도뚜렷하게 기억나는건 제가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아버지가 바로
전화 바로 받자마자 "아버지,  내가 안 가져갔다"
하면서 너무너무 서글프게 운거였어요. 우리 아버진 갑자기 무슨 일인지도 몰랐겠지만
인생 산 사람답게 대충 눈치 채고는 집으로 내려오라고 하셨어요.

도둑이 들었다 하기에는 그 집이 살림 살던 사람은 그나마 좀 예쁘게 해놓고 있긴 하지만 정말 서민
아파트고 도둑이 들기엔 참 가져 갈 게 별로 없거니와 혹시나 그래도 전 3층이고 제일 가쪽이었거든요.
도둑이 올라오기에도 힘들고 더구나 낮 시간이고 하여튼 도저히 이해가 안되요.
전 지금도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자식이 있지만 제 자식의 목숨까지도 걸고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안 가져 갔고 전혀 전혀 남의 돈을 생각조차 해본적도 없다고요.
도대체 뭘까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그 아가씨는 왜 나한테 그 돈을 가져 간 식으로 했을까요?
지금이라도 만나면 물어보고 싶어요.
그게 자기가 한 짓이 어떤 짓이었는지 알고나 있는가 하고요.
물론 그 이후로 돈 못 찾앗다고 하고 그 아가씬 이사 나갔어요. 전 지금도 그 선생하던 아가씨 이름도 몰라요.

다만 어려운 집안에서 공부해서 선생돼서 좀 신수가 폈다는 식이었고 그래서 집에 기둥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건 나하고 상관 없는 거지만 다만 그 때도 그 아가씨가 마음 쓰는게
좀 잘다는 생각 정도는 해본 적 있어요. 왜냐면 지금도 기억 나는게 그 열평 집이라는 게
마루가 굉장히 작은 거거든요. 그러니 뭔가 음식을 하면 옆에 있는 사람이 냄새를 안 맡을 래야
안 맡을수가 없어요. 근데 보니까 그 일 있기 전에 그냥 같이 살 때 보니까
오징어를 구워서는 혼자 자기 방으로 가져 가서 먹는거 보고
제 가치관으로 너무 이해가 안되서 그게 꽤 오래 그 인상이 남아 있었거든요.
저라면 절대 그렇게 냄새 풍겨놓고 혼자 싹 가져가서 먹지는 못할 거 같아서 말이죠.
싸우거나 서로 그 이전까진 관계가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데면데면한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그것 말고도 사과를 몇 개 사서는 하나씩만 아껴 먹던 것도 기억나네요.

정말 돈이 없어지긴 진건지 아님 자작극인지. 자작극이라면 왜 한건지.
왜냐면 전 제가 안 가져 갔기 때문에 오로지 도둑 아니면 자작극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는데
도둑도 아니고 자기가 잘 찾아 봐도 없고 분명히 집에 놔뒀다 그랬는데
지금은 이제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정말 돈을 잃어 버렸는지? 혹시 나중에 어디서 다시 찾거나 아님 무슨 생각으로 자작극을 벌린건지.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아직도 선생하고 있는지
지금은 그 아가씨 이름도 기억이 안 나고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고 별로 기억 나는게 없지만
자기가 그 당시 나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한번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어요.  

  
IP : 61.73.xxx.1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휴
    '10.4.2 9:32 PM (58.125.xxx.82)

    똑똑하신 분이 참 오래도 괴로와 하셨군요
    세상에 내 머리로 이해 안되는 사람 많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본들 뭐하겠습니까 그 사람인들 그걸 알까요

  • 2. .
    '10.4.2 9:33 PM (121.136.xxx.199)

    그 사람이 님을 도둑으로 몰고 갔나요?
    그런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그냥 단순히 돈이 없어져서 도둑이 들었다 신고를 할 수도 있지 않나요? 큰돈이었으면 더욱 그랬을테구요. 아마 다른곳에 두었는데 잃어버린 것으로 착각을 했을 수도 있구요.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 돈이 없으니까 가까운 님을 의심했을 수는 있겠네요.
    많이 속상했겠지만 님에 대한 혐의도 풀렸었는데 이렇게 지금까지 상처가 된 걸 보면 입증은 못하나 심정적으로 범인이 된 케이스였나봐요??

  • 3. 에구
    '10.4.2 9:35 PM (218.38.xxx.130)

    님이 많이 답답하셨나봐요..
    근데 그런 억울한 일은 쉽게 풀리지 않더라구요. 마음속에 응어리가 져서.
    전 이해가 돼요..경찰조사까지 받으시고 얼마나 놀라셨어요.
    이젠 여기 풀어놓으셨으니 과거의 한자락으로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내세요.. ^^
    그 아가씨 어디다 흘리고 와놓고 본인도 까먹은 것일 테죠.
    님한테 억지로 받아냈다면 더더욱 억울할 뻔 했는데, 그렇게 못되먹은 사람은 또 아니었나봐요.

  • 4. dma
    '10.4.2 9:35 PM (112.148.xxx.113)

    저는 원글님 말을 믿어요. 그러니 자식의 목숨을 걸지는 마세요. 자식 목숨이 부모 것도 아니고..

  • 5. 저도
    '10.4.2 9:37 PM (211.206.xxx.206)

    어릴 때 정말 억울한 일 당한적있었는데,,,
    그 억울하다는거,,, 남은 모르죠,,

    참 오래된 예기네요,, 그 억울 했던 기억,,

  • 6. 제친구가
    '10.4.2 9:37 PM (220.71.xxx.137)

    20년전 회사 금고에서 돈이 없어졌는데 의심받다가 나중에 거짓말탐지기
    까지 조사받는등 큰고통을 겪고 우울증까지 걸렸던터라 그고통이 얼마나
    크실지 이해가됩니다.
    그분이 나중에라도 돈을 찾았다면 내내 마음편하지는 않았을꺼에요..
    훌훌 털어버리시고 용서하시면 그만큼 편해지실꺼에요...

  • 7. ,,
    '10.4.2 9:38 PM (59.19.xxx.44)

    그기분,,정말 더럽죠 ..그래서 더 상처되고요 잊혀지지않고요,,

    님이 안가져갔다는거 그 아가씨도 알고있을테니 넘 맘 아파하지 마세요

  • 8. caffreys
    '10.4.2 9:45 PM (203.237.xxx.223)

    이건 완전 반대의 케이스인데요.

    저 옛날에 자취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제 헤어 드라이기가 없어졌어요.
    비싼 건 아니었지만, 몇십년 전이니 헤어드라이기가 그리 흔치 않긴 했지만,
    방학동안 비웠다가 돌아오니 없어졌더라구요.
    제가 정리도 잘 못하고, 쓰다가 그냥 방바닥에 놓고 갔을 수도 있고...
    그래도 그때는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요...

    그런데, 몇달 후, 주인집 아줌마가 전화받으라고 해서 갔는데
    거기 있더군요. 암말도 못했어요.
    그 아줌 좀 쌈닭인데, ...
    저한테 잘해줄때는 아주 잘해주지만.. 너무 사나웠거든요.
    그 아줌마 만일 누명이면 억울하겠지만

    전 아직도 그 아줌마가 가져갔다고 생각해요.
    그 아줌마가 그거 잃어버리기 전에 제 헤어 드라이기 빌려갔었거든요.
    일부러 훔쳐갔다고는 생각 안되지만,
    없을 때 빌려갔다면, 내가 봤으니, 아차 하고 돌려줘도 됐을텐데...

    안가져가고 새로 샀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제 거는 방도 조그만데 제가 술먹구 갖다 버렸을까요?
    휴.... 세상 살다보면 별의 별 사람 다 있어요
    하긴 82에서만 봐도 연아 욕을 하는 사람까지 있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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