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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길 잃고 외박한 남편 집에 들어오지 말라 했습니다.

어찌해야현명할까 조회수 : 1,069
작성일 : 2010-03-31 11:32:28

남편, 술 아주 좋아합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니 늘 문제가 생기지요.
연애시절부터 봐온게 벌써 7년짼가요.. 그 동안 별별 일 다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니 어찌 잊고는 살았습니다.
그런데 간밤의 일은 그 동안의 분노가 쌓이고 쌓여서 그런지 너무 화가 나면서도 무기력해지는군요.


회사 옮긴지 석달째, 술 자리가 좀 잦고 밤에 늦게 들어오곤 했지만
새 회사에 새 동료들과 어울리고 적응해야 할테니 어느 정도까지는 참고 있었습니다.
너무 과하다 싶을 땐 제가 심하게 화를 내고 우울해했기에
지난 주에도 며칠 거의 동이 트는 시간에 들어와 일찍일찍 다니겠다고 약속한게 겨우 이틀지났네요.


어제밤에도 4월에 무슨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준비건으로 늦겠다고 합니다.
종종 그렇게 야근이 늦어지고 정말 밥만 먹고 올 때도 있었기에,
게다가 엊그제 한 약속도 있었기에 수고하라고 먼저자겠다고 조심히 들어오라고 했지요.


그런데 새벽 3시 반쯤, 카드 승인 문자가 오고, 술집에서요.
한 10분쯤 후에 남편이 전화해서 "나 이런데 처음 와봐, 아가씨들 있는데~" 이럽니다.
승인된 금액을 보나 전화 분위기를 보나 단란주점 이런데는 아닌거 같고 아가씨 부르는 노래방정도?
한 밤중에 이미 취한사람한테 화 내봤자 나만 손해지 싶어 얼른 집에 들어오라하고 잤지요.


4시 반쯤 다시 남편 전화가 왔는데,
"나 고속도론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아무도 없고 무서워" 이럽니다. 음주운전 한거지요.
직장에서 저희집으로 오려면 외곽 순환도로를 타야하는데 그걸 고속도로라고 불러요.
아니 왜 술 마시고 운전하냐 어서 대리 불러라 하니까 대리도 안오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단 말만 합니다.
그렇게 잠깐씩 전화하고 끊고 하다가 5시쯤인가는 타이어가 펑크나서 연기가 펄펄 난답니다.............
기아 정비센터 전화하고 보험에 전화를 해도 위치를 말하지 않으니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나요.
그러더니 남편이 그럼 차에서 자고 날 밝으면 자기가 해결하고 오겠다구요.
그게 5시 반쯤이었고, 10시 무렵까지 전화도 안받고 위치추적도 안되고
돌쟁이 애기랑 저랑 둘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10시쯤 잠에서 깼는지 어쨌는지 아직도 술에선 덜 깨서 계속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핸드폰 친구찾기 서비스가 생각나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니 어디쯤인지는 나오는데
그게 정확히 어디 몇번지인지는 나오지 않으니.. 대충 그 언저리만 알려줬지요.
아무리 고속도로라고 하더라도 차들이 지나다닐테니 사고차량 운전자가 손을 흔들면
한대라도 멈춰서 어디쯤인지 알려줄 수도 있을테고, 도심에서 많이 벗어난 곳이 아니니
차라리 걸어나와 누구든 사람을 만나면 길을 알려줄테고.. 여러가지 경우를 일러줬더니
대뜸 저한테 화를 내네요.


늘 그런식이었지요..


그러다 어찌어찌 해결은 됐는데 집에 들리지는 못하고 회사로 출근은 했고,
아마 정신 바짝 차리고 오후 쯤이면 미안하다 잘못했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할 것 같아서
제가 먼저 멀티 메일 보냈습니다.


"얼마나 더 최악을 상상하며 살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애기 앞에서 당신이랑 언성높이며 싸우기도 싫고 싫은 소리 하는것도 지겹고
당분간 당신 목소리도 듣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으니 당분간 누님집에 가 있거나
시댁에 가서 지내라. 어떤 변명도 듣기 싫으니 아무말 하지 말아라..
당신이고 같이 술마신 김부장이고 다 죽여버리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요.


아직까지 남편은 별 말 없습니다. 분명히 오후 쯤에 미안해요 어쩌고 저쩌고 그럴겁니다.
정말 얼마나 더 최악을 상상해야 하는걸까요. 저는 더이상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 이혼 생각 많이 하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애기도 어리고 제가 직장은 그만뒀고. 그게 어렵지요..


정말 어찌해야 할지.. 그냥 축 처지기만 하고.. 이게 계속 반복되니 이제 화도 눈물도 안나고 그냥 무기력뿐입니다..
IP : 121.147.xxx.21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3.31 11:47 AM (125.139.xxx.10)

    지난 겨울에 눈이 엄청 내리는 날 남편이 자기 데리러 오라고 전화했어요
    아무리 돌아다녀도 못찾겠는거예요. 눈은 쌓이지, 남편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 나중에 알아서 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몇시간후에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타났어요

    그 이후로는 좀 조심합니다. 그리고 직장사람들이 배려해 주는 것도 생겨서 자제하고 들어옵니다.

  • 2.
    '10.3.31 11:49 AM (222.234.xxx.5)

    위치추적 안되었다는건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거 아닌가요? 전화할때 바깥인건 맞았나요? 고속도로였던건 확실한지, 보험이나 어디 불렀다면 기록이 있는지 확실히 확인하세요. 느낌에 밤새 술먹고 아가씨랑 2차갔거나 안마방 간 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바로 출근했다는 것도 그렇고...

  • 3. 원글이
    '10.3.31 11:52 AM (121.147.xxx.217)

    아 새벽에 위치추적 안된거는 제가 한 친구찾기가 안된게 아니고
    보험사에 무턱대고 전화해서 여기 어딘지 모르겠으니 자기 위치추적하라고...당연히 안되죠..
    아침에 정신들어 전화왔을 때야 제가 인터넷으로 로긴해서 친구찾기 하고 인증번호 받고 그랬어요.
    고속도로는 맞았을거에요. 횡설수설 도로 표지판 얘기하는데 딱 고속도로였거든요.
    차라리 맨정신에 아가씨랑 2차갔거나 안마방간거면 구체적으로 따지고나 들지요...
    술마시고 정신못차려 어딘지도 모르고 헤매는건... 싸워도 해결이 어렵네요....

  • 4. 의심
    '10.3.31 12:51 PM (118.217.xxx.228)

    그 정황을 의심할 이유가 내게는 없으나...

    보험사 대표번호로 사고나 긴급출동 접수전화하면 (본인이) 첫마디가..
    " 고객님의 편의를 위하여 이번 한 번에 한하여 고객님의 휴대전화로 지금 계신 곳의 위치를 확인해도 좋습니까? 를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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