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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식모> 하니, 톨스또이의 부활이 생각나네요.
여주인공, 쏘냐가 식모였나요?
음, 식모였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그 젊은 미혼의 백작집안에서 허드렛일 하는 처녀였는지,
그 백작네 영지의 농노계급의 딸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둘이 어떻게 엮이게 되었는지도 가물가물...
암것도 모를때 그때 영화를 먼저보고 대문호 톨스또이의 작품이라니까 웬지 읽어줘야할것같은 의무감에서 읽었죠.
요즘같이 읽기 편하게 가로글씨도 아니고 문장이 세로로 된 책들이라 읽기도 불편하고 읽은줄 또 읽기가 쉽상이었던 시절,
성격이 차분하지 못하고 급해서 작가가 묘사하는 사회상과 배경은 지리하다고 대충 후루룩 읽고 지나가고
그당시 나의 관심사는 그 백작과 쏘냐가 어찌되는가, 그 스토리가 주된 관심사였죠.
철부지 시절의 독서...
마치 왕자와 신데렐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스토리를 기대한듯...
결말이 사춘기 여중생의 기대와는 다르게 끝나서 허전했었지요. ㅋㅋㅋ
음, 그 젊은 백작, 당시 풍토라면 귀족이 농노의 딸이나 하녀와 연애하다가 싫증나면 버리는게 일반적이었을텐데
톨스또이는 휴머니즘의 작가라 그랬는지 나중에 그 백작이 회개하고 쏘냐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하지요.
그랬는데.... 쏘냐는 의외로 정치범을 택하더군요. 엉? 뭥미?
당시 나는 정치범 하면 뭔가 음험한 세력을 생각했던터라 좀 거부감도 있었는데
하여간 그 작가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그랬는지 시베리아 유형을 떠나는 정치범을 등장시키더군요.
짜르 러시아,
뭐 러시아와 소련을 같은 나라라 생각했던 무지한 여중생이 뭘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전사회적인 반공교육 덕분에 소련을 악의 소굴 쯤으로 알았던 시절이었으니..
똘스또이도 그당시 청년 인텔리겐챠의 입장은 아니었던거 같고
그냥 작가의 한사람으로서 시대상을 충실히 묘사한다고 그랬는지, 그 정치범이라는 사람을 등장시켰는데
그 정치범의 사상에 대해선 잘 안나와 있었던거 같네요.
아님 내가 제대로 안읽어서 몰랐던가...
뭔가 비범하면서도 기존사회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살다가
짜르 비밀경찰에게 붙잡혀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아도 묵묵히 자신의 인생길을 고수한다는 사람, 대략 이정도로 묘사되어 있더군요.
어려서 읽어서 왜 소냐가 백작이 회개하고 붙잡는데도 거절하고 그 정치범과 인생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는지
당시는 이해를 못한채 그냥 넘어갔더랬죠.
이상한 소냐, 이럼서..
음, 나이들어 이제 다시 그 책을 읽으면 이해가 잘 될라나요.
1. 저도
'10.3.23 5:05 AM (12.105.xxx.175)저랑 감성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사춘기때 부활을 잃고 어려운 내용 때문에 다 이해는 못하였지만 책을 읽고 나서 어딘가 모르게 한참을 먹먹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하이킥을 보고나서도 지금까지 계속 잔상이 남는데, 그러고 보니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 난후의 잔상과 비슷하네요. 소냐랑 백작이 엮이게 된건 예쁘장한 소냐에 대한 백작의 본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냐가 아마 임신까지 하고 쫓겨나지 않았나요.. 소냐는 상처 많이 받았죠. 이것을 주제로 예전에 우리나라에 '카츄사의 사랑'이라는 유행가도 있었던거 같은데요 "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버린, 첫사랑 왕자님의 어쩌구 저쩌구.."
하이킥이나 부활이나 둘다 처음엔 '왕자님'의 캐릭터에 빠져들어 읽다가 결국은 찝찝한 결말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하지만 저는 이런 결말 나쁘지 않은거 같아요2. 저도
'10.3.23 5:06 AM (12.105.xxx.175)오타가 있네요... 잃고 ==> 읽고.
3. 원글
'10.3.23 9:20 AM (59.11.xxx.180)아, 맞다, 소냐가 아니고 카츄샤였군요.
ㅎㅎㅎ
근데 소냐는 어디서 나왔더라... 오래되니 이름도 헷갈렸네요.
그 결말요, 하이킥이랑은 많이 달라요.4. 원글
'10.3.23 9:26 AM (59.11.xxx.180)하이킥은 현실에선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이라해서 죽음외엔 길이 없다는 의미 아닌가요?
이에반해 부활은요, 음, 일단 중2때 읽고 그뒤론 안읽어봐서 작가의 뜻을 제대로 이해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전제하고요,
지금 내 생각으론, 당시 톨스또이의 시대적 배경이 제정러시아의 혁명전야였던 겁니다.
100년간의 혁명운동의 역사가 한참 중반을 넘어 후반부 중간쯤 되는 러시아 상황을 생각한다면,
한국같은 죽음이란 절망적인 선택이 아니고,
희망적인 결말이었던 거죠.
귀족, 왕이 통치하던 제정러시아를 혁명으로 뒤엎고 나중에 쏘비에트( 공동체사회?)가 탄생했잖아요. 소련요.
그러니까 카츄샤가 그 정치범을 선택한것은 기존의 신분제 사회를 뒤엎고 자신같은 신분의 여자도 행복하게 살 새사회를 선택한다는 얘기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5. 원글
'10.3.23 9:35 AM (59.11.xxx.180)카츄샤보면 옛날 귀족아닌 평민계급의 여자는 참 불우했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미인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괜찮을텐데, 이쁘게 태어나면 남편이 있어도 귀족이 데리고 논 경우가 많았던거 같네요.
요즘처럼
피임이 잘 발달된 것도 아니고, 그러다 임신해서 버림받고 일하던 집에서도 임신했다고 쫓겨나고,
에휴... 결국은 하급매춘부로 전락,
당시 많은 평민계급의 이쁘게 태어난 딸이 이랬겠지요.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래서 미인박명이란 말이 나왔는지 모르죠.6. 한국의 기생같이
'10.3.23 9:40 AM (59.11.xxx.180)과거 귀족이 있던 서양에서도 고급 매춘부가 있었잖아요.
오페라 춘희의 여주인공도 고급창녀 였잖아요.
예나 지금이나 그러고보니...
평민계급에서 이쁘게 태어나서 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려면 결국은 고급창녀나 세컨드외 다른 길은 없나 봅니다.
다행히 요즘은 자기가 하기 나름으로 괜찮은 직업을 가질수도 있네요.
그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