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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름 만족하고 살아요, 남들 눈에 한심해보여도..

아기엄마 조회수 : 1,167
작성일 : 2010-03-19 22:50:04
저희 집은 딸만 셋이고, 저는 그중 가운데에요.

첫째 언니는 멋부리고, 친구 만나는 걸 좋아해서 제 기억에 집에 붙어있던 적이 거의 없었고,
어쩌다 언니가 아파서 집에 있는 날이면 친구들 전화 빗발치고, 친구들이 집으로 막 찾아오고 그런 기억이...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고, 집보다 항상 밖이 좋고, 그런 스타일이라 가만히 앉아 공부... 절대 못했죠^^
아이 낳고 몇년 전업하다 아는 사람 소개로(인맥 참 다양합니다) 학교에서 근무해요. 나름 공무원이죠..

어릴 땐 큰언니가 제일 예뻤고, 클수록 막내 여동생이 키도 제일 크고, 인물도 빛이 났죠.
막내 여동생은 공무원 시험준비 3년 하다 때려치고(나름 진득하지만, 머리가 그닥 좋지 않은가봐요)
외국에서 2년 지내며 영어공부 좀 하고 들어와 지금 전국 체인있는 괜찮은 영어학원 강사에요.
키랑 몸매가 되니 뭘 입어도 이쁜데, 옷 고르는 안목 또한 어찌 타고났는지... 저는 동생이 산 옷 따라 삽니다ㅜㅜ

그리고 저... 는 공부를 잘했고, 외출은 싫어하고, 집에 틀어박혀 책 읽는거 좋아하고, 음악듣는거 좋아하고..
어릴 적 책에 빠져 자꾸 밤새고 그래서 부모님께 혼났던 기억들..
딸들 중 제일 공부를 잘해서, 엄마가 편애하셨고(^^)
딸들 중 키도 제일 작고, 손재주도 없고, 눈썰미도 없고, 옷은 또 어찌나 못입는지...
(그래도 옷 잘입는다 소리만 듣고 살았어요. 언니 옷이랑 여동생 옷 부지런히 빌려입고, 안빌려주면 똑같은 옷 사입고 그랬거든요. 언니랑 여동생 둘다 옷 고르는 안목은 그야말로 최고!!)
대학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5년 근무하고, 프리랜서 2년 일하고, 지금은 두 아이 키우며 전업주부 해요.

전 애 둘 유치원 보내놓고, 3시에 하원할때까지 집안 청소하고 책 읽어요.
집안 일 많이 방치하고, 손도 느리고, 게을러요. 그냥 책만 보고 살면 좋겠어요.
요즘도 1~2주에 한번 정도는 책 읽다 밤 새기도 해요..
근데 가끔 쓰잘데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소설가가 될 것도 아니고, 글솜씨가 정말 빛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죽자사자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게 도대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차라리 이 시간에 요리를 배우면 가정에 도움이 되고, 나가서 돈을 벌면 경제에 보탬이 되고, 운동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고(허리디스크로 요즘 수억 쓰고 있어요ㅜㅜ), 아이들 공부에 헌신하면 애들 인생이 좀 달라질 것도 같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제가 참 못나고,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면서도 책을 못읽으면 우울증이 올거 같고, 식탐처럼 끊임없는 책탐이 계속되니 어쩔 도리가 없네요.

언니랑 여동생은 공부도 잘했고, 부모님 기대도 받았으면서 지금 이렇게 집에서 놀고있는 저더러 한심하다고 하네요. 계속 이렇게 살거냐고, 밖으로 좀 나가보라고도 하고, 일해볼 생각도 해보라고 하고..
그런데... 전 이렇게 사는게 나름 만족스러워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있고, 좋아하는 책에 파묻혀 지낼 수 있고(도서관에 있는 방대한 책들이 다 내책!!!이라는 생각으로 삽니다^^), 집은 좀 더럽게 해놓고 살고 요리 좀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생활에 만족하니 아이들과도 남편과도 별다른 트러블 없이 살고...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겠지요?
전 그냥 이순간 행복합니다.
그렇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까요?
근데 전 행복할 것 같아요... 집에서 책만 보는 엄마, 한심한가요?
뭐... 한심해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꼭 돈을 벌어와야, 일을 해야만 멋진 삶인가요..
그래도 집에서만 콕~ 하니 사람이 좀 추레해 보일때가 있어요... 제가 좀 추레해요..

쓰다보니 그냥 넋두리가 되었네요... 그래도 자게니까..;;
IP : 119.64.xxx.13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3.19 10:56 PM (115.140.xxx.51)

    남이 볼때 번듯한 행복.. 그건 남의 시선의 행복이지 나만의 행복은 아닌걸요. 님의 말씀에 100% 공감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즐기시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런여유도 남들에겐 어쩌면 호사일지도 모릅니다. 쭈욱~ 누리시길^^

  • 2. 나름
    '10.3.19 10:57 PM (218.153.xxx.213)

    본인이 행복하시다면야...
    집에서 원글님 처럼 보내는것 좋아 하시는 분들 많아요
    별나다 그런 생각 안들어요
    그런데 읽아 보니 본인도 좀은 아니다 싶을때가 있나 봅니다.

  • 3. 읽다보니
    '10.3.19 11:09 PM (59.11.xxx.180)

    님 언니 인생이 참 재밌었을거 같네요.
    님과는 좀 반대였겠지만,
    그래도 현재 님의 행복도 큰 행복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지만 경제적 이유로 일하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음, 님의 여동생은 전형적인 막내인생인듯.

  • 4. 직업=돈벌이
    '10.3.19 11:57 PM (59.11.xxx.180)

    돈을 안벌어도 된다면 누가 일하고 싶겠습니까.
    하고 싶은거나 즐기며 살지..

  • 5. ...
    '10.3.20 4:17 AM (180.71.xxx.17)

    내가 나가서 돈벌지 않아도 쌀걱정없이 보고싶은 책실컷보고 아이들 건강하고 쉬고싶을때 쉴 수있는 님의 팔자가 부럽네요 전에 그렇게 살땐 그게 행복이였는지 몰랐는데 남편의 사업실패로 생계를 책임져야할 입장이 되다보니 그시절이 그리울따름이네요^^

  • 6. 행복
    '10.3.25 12:16 AM (124.54.xxx.167)

    저는 님이 지극히 행복하고 편안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활자중독 증상도 보입니다만
    본인이 행복하면 주위도 행복해질 수 있는게
    엄마고 와이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생산을 한다고 그게 행복은 아니거든요.
    내가 좋은일 해서 밝은 얼굴로 아이를 안아주고
    신랑에게 책에서 봤던 좋은 얘기들 한구절씩 들려주고...
    그게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 아닌가요?
    단, 저는 그 행복을 먹는 곳에서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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