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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이름아래 하는 거짓말들

이제는말하고싶다 조회수 : 2,225
작성일 : 2010-03-18 23:32:18
우리집은 육남매다
아들이 둘이요 나머진 딸이다
우리집은 부자다 많이 부자다
왜 이런 경제적 상황을 말하냐 하면
그 상황에 비해 나는 그걸 누리거나 하진 않고 참으로 소박
아니 정직히 말해 짱나게 검소하게 자라졌다

왜냐면 우리집은 철저히 능력제 혹은 신분제이기 때문이다
이 말인 즉 공부를 잘하거나 신분이 높거나(아들) 하면 특별 대우를 받는다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언니를 참으로 어려워 해서 언니의 버릇없는
아니다 그 싸가지 없는 말을 (참으로 따박 따박 지 합리화에 달인이시렸다)
참 똑똑하다 하고, 며느리 시집살이 하듯이 어려워 하며  그 딸을 키웠다
그리고 큰 오빠는 공부는 못했지만 신분이 높기에 (아들 아 짱나)
아예 중학교 입학 시절부터 가정교사가 집에 상주했었다
원래 남자는 외롭다나? 하는 코끼리 앞구르기 하는 논리로

그러나 나머지 공부가 별로고 거기에 딸이기도 한 떨거지들은 그냥 ...
모진말로 상처들을 받았고 시집이나 가서 잘 대충 ~~ 뭐 살아라 그런 주의셨다
진짜 상처 받은 말은 상상초월이다 어떻게 그런말들을..
근데 울 엄마는 항상 그랬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나?
나는 어렸지만 뭔가 이상하다 했다
왜 아픈 손가락 없다하며 내가 배고파 먹고 싶은 짜파게티는 안줬다가
큰 오빠 오면 아들 배 고프다 주냐?
왜 둘째 언니가 한 미팅은 3류 대학이라서 머리 나쁜 것들끼리 한다 뭐라면서
큰 언니가 가는 미팅은 잘난애들끼리 좋은 주제로 말하는 모임이라나?
참으로 모순된 언행들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였다
그걸 논리적으로 내가 지적하면 시끄럽다고 소리쳤다

나는 결혼을 했고 이쁜 아이도 낳았다
난 아이에게 형제를 만들어 주고 싶지 않다
말로는 하나만 좋아서요 라고 말하지만
엄마처럼 신분이나 능력으로 사람을 개차반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아들이든 딸이든 선착순으로 먼저 오는 성별을 낳아주마 하고 낳았다
다행으로 은근 원하는 성별을 가진 아이였다

얼마전에 엄마가 내 앞에서 큰 오빠 요즘 힘든 걸 하소연 한다
아빠의 인맥과 큰 사업자금으로 사업 하면서 과연 무엇이 힘들다 일까?
나는 듣다가 짜증이 났다

그동안 쌓인게 많아 그런가?
김수현 드라마 작품 배우처럼 따박따박 발음도 참으로 야무지게 말했다

"엄마 아들 자랑을 왜 내게 하는거야? 오빠 지 별난거 쥐랄 맞은 거 본인도 알고
엄마도 알고 아빠도 알고 그로인해 상처받은 형제들까지 알아
내 보기엔 그리 힘든 것도 없어 내가 더 힘들어 다른 딸들은 더 힘들어
엄마가 그렇게 공부 잘한다 서울대 천재라 했던 그 언니 지금 엄마한테 뭐해?
내 보기엔 엄마가 무진장 구박한 언니가 제일 효도 하더라
나도 자식 낳아보니 이제 알겠어 엄마가 열 손가락 타령 그게 거짓말 인거
나는 그래서 외동을 그냥 키울거야 엄마처럼 자식에게 못할 말 하며 그런 엄마 되기 싫어서"

엄마는 놀랬지만 놀랜 티를 안냈다
그리고 다른데를 쳐다보면서 눈은 바닥을 보았다
왜냐면 엄마 마음을 들킨 거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난 정직히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싫어하진 않을테지만
좋아하긴 힘들것이다
IP : 61.81.xxx.12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손가락
    '10.3.18 11:35 PM (121.165.xxx.143)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는건 맞는 말이에요
    단, 살살 깨무는 손가락과 안깨무는 손가락이 있다는것...ㅜ.ㅜ...

  • 2.
    '10.3.18 11:39 PM (125.181.xxx.215)

    글 잘쓰시네요. 82 보던중에 가장 맘에 드는 스타일의 글이예요.
    징징대지 않으면서 쉽고 간결하게 정리된 느낌이예요..

  • 3. 야무지시네요.
    '10.3.18 11:41 PM (58.125.xxx.225)

    제 나이 40을 넘기고서야 깨달은걸 원글님은 일찍 깨달으셨네요.
    한번씩 가슴에서 찬바람이 싸아하게 지나가지만 그건 그때뿐...
    저도 자식을 하나만 낳은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4. 찌찌뽕~
    '10.3.18 11:44 PM (222.108.xxx.244)

    저희는 딸셋,
    엄마는 공부잘하는 언니만 젤 이뻐하셨죠.
    학교다닐때 선생님께서 면담기간이라고 부모님 오시라고하면
    언니네 학교는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데
    저의 학교에는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수가 없다고 하셨지요.

    저도 아이가 하나랍니다.
    엄마처럼 누군가와 비교하며 아이를 키우게 될까봐 겁이 났었어요.

    언니는...
    자기만 해바라기하는 엄마가 부담스럽다며 거의 안보고 지냅니다.
    전...
    미움이 너무커서 일년에 명절 두번, 생신 두번만 찾아 뵙네요.

  • 5. 이 글
    '10.3.18 11:49 PM (222.119.xxx.218)

    제가 딱 쓰고싶었던 글이네요
    저랑 어찌 그리 똑같은지......
    참 가슴에 와닿네요

  • 6. 저도요..
    '10.3.19 12:18 AM (122.35.xxx.230)

    어쩜... 저와 같네요.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 있지라는 말을 달고 살았네요.
    줄 거 다 주면서도 큰 아들은 오매불망 힘들다 피곤하다.. 방해할까봐 전화도 안하고..
    똑같이 대기업다니고 직급도 더 높은 딸한테는 업무시간에 전화해서 구구절절 큰아들 걱정..
    그래놓고도 차별하네 어쩌네 하면 애지중지키워놓으니 공은 어디가고 욕만 한다고..눈물바람.
    짜증 제대롭니다.
    저도 그래서 하나만 딱 낳았어요. 남들은 외롭네 어쩌네 하지만요.
    결혼해서 살아보면 자식도 남편도 다 필요없고 어차피 혼자와서 혼자 갈몸이죠.
    형제가 다 무슨 필요에요. 크면서 상처만 받고 비교만 당하고..
    게다가 저요. 차별안할 자신 없어요.
    교생실습가서도 이쁜놈 미운놈 딱 보이길래 나같은 인간 교사하면 안된다싶어 그길로 그만뒀네요.
    자식 안그렇겠어요? 전 한놈 있는 지금이 너무 너무 좋아요. 하나뿐인 내새낀걸요.

  • 7. 님을
    '10.3.19 12:52 AM (74.176.xxx.71)

    글솜씨의 달인으로 임명하고싶네요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정말 가슴에 팍팍 와 닿네요
    이런글 자주 올려주세요. 저도 우리애들 키울때 차별안할려고하는데 은연중에 하고있는지도 모르니자극받고 반성좀 해야되겠어요.

    저는 자랄때 차별은 아니고 조금 섭섭한거는 있었지만 만약 저정도였으면 눈물나겠네요.

    그래도 친정엄마도 지금은 후회하시겠죠. 그러니 애들 키우는거나 사람사는거는 재방송이

    안되니 정말 어려운거네요.님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 8. ...
    '10.3.19 1:03 AM (180.71.xxx.17)

    엄마들의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어쩔수가 없나봐요. 사업자금으로 밀어준 돈을 다 날려도 원망 한마디를 하지 않는걸 보면요...

  • 9. 부모는
    '10.3.19 1:48 AM (59.11.xxx.180)

    완전하지 않습니다. 기존사회의 편견을 이어받아 그 생각대로 살지요. 대개는...

    책을 많이 보거나 외국경험이 많으면 이사회의 일반적인 편견들이 절대적이지 않다는걸 깨우치게 되지만,

    그냥 한국에서 쭉 자라고 살아온 어른들은 조선시대, 일제시대, 미군정, 이승만, 박정희때의
    온갖 구습에 젖어있지요.

  • 10. 아들
    '10.3.19 2:59 AM (203.234.xxx.122)

    저는 수려한 외모에 선한 성품을 가진 귀한 외아들 밑에 태어난
    사실상 안태어나도 상관없을 못난 막내딸이었어요.
    어릴 적에 제 사진을 보면 나도 이뻤는데
    오빠가 워낙 객관적인 꽃남이라..

    저희 부모님은 노골적인 편애는 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저는 늘 절실했죠.
    의무가 아닌, 본능적인 사랑을 나에게 달라고.
    하지만 저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늘 어머니가 애잔했어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엄마의 아들사랑은 짝사랑이다.
    제발 그 짝사랑을 거두라.
    당신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사람을 사랑하라.

    지금은 제가 나이를 먹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저런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의 부모님들도 관념의 피해자였다는 것.

  • 11. 열손가락
    '10.3.19 6:10 AM (119.64.xxx.228)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습니다
    다만 강도의 차이가 있을뿐...
    어릴때부터 저는 집의 감정의 쓰레기통이었어요
    친정과 결별한지 2년...
    정말 맘이 편합니다... ^^
    원글님 엄마보다 훨씬 더 차별이 심한 엄마밑에서 자랐구요..

  • 12. 엄마는 놀랬지만
    '10.3.19 6:53 AM (89.84.xxx.80)

    놀랜티를 안낸다...
    그리고 입을 닦는다 .

  • 13. 그러길래
    '10.3.19 9:29 AM (59.11.xxx.180)

    아이가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물질적 서포트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 차별하지 않는 부모,

    근데 자식이 많으면 아무래도 인간인 이상 더 마음이 가고, 덜가는 자식은 있기 마련이지요.
    더구나 예전같이 많이 낳은 시대엔 정말 스트레스 해소용 자식도 있었겠지요.

    왜냐면, 그 부모가 예전에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예전엔 피임도 없었으니 줄줄이 낳아서
    그중 몇놈은 영양부실로 굶어죽고, 몇놈은 엄마 화날때마다 얻어맞고,
    아들은 특권신분이라 괜찮았겠지만, 없는 집 딸들은 참 비참했겠네요.
    맏딸은 첩실로 팔려가기도 햇으니...

  • 14. 둘째 어떠냐는
    '10.3.19 9:30 AM (59.11.xxx.180)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예쁘다, 하는거보면 단 둘만 낳아도 맏이는 찬밥되는데
    여러명 낳으면 당연히 차별받지요.

  • 15.
    '10.3.19 10:17 AM (211.244.xxx.198)

    주변에서 둘째 나아보면 첫째 때와는 달리 끝없이 귀엽고 뭘 못해도 그냥 사랑스럽기만 하다나 뭐라나 하여간 그런 소리만 들어도 너무 한심해서 그 엄마 다시 보입니다.
    그것도 자기 첫 애 앞에서 버젓히 그런 소릴 지껄이는 걸보면 겉으로 아무리 교양있는 척하고 다녀도 수준이 딱 그 정도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첫째에 가슴에 피멍들이면서 그걸 자랑이랍시고 하는지 원.

  • 16. ..
    '10.3.19 11:06 AM (218.232.xxx.251)

    지금 둘째임신중인데 '전'님 말씀하신것처럼 다들 그렇게 말하네요..
    전 그런 생각들때문에 버릇없고 징징대는 둘째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난 안그래야지.. 하고 잇는데.. 다들 하는말이 낳아봐.. 낳아봐야 알아.. 참 심란한 얘기들을 해요..
    결혼전에 아이들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모르는 사람이 있건없건 떼부리거나 하는 아이들보면서 난 안그래야지.. 했더니 네새끼 낳아봐~ 하던데 아직까지 큰아이는 제가 다짐했던대로
    잘 키웠네요. 둘째들 대부분이 첫째보다는 대부분 더 영악한게 제 눈에 보이는데 저도 둘째엄마되면 안보일라나요? 안그러겠다 다짐.또 다짐하는 둘째예정맘입니다 ^^

  • 17. ..
    '10.3.19 11:11 AM (115.140.xxx.9)

    저도 하나낳았는데 더 안낳으렵니다.
    비교. 안할수없고 지원 차이나게 됩니다. 저는 맏이에게 올인된 집안의 둘째에요.
    윗분 어느글처럼 엄마아빠 그리고 언니의 감정적 쓰레기통이였습니다.
    집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실 갈 수 있어도 안갑니다. 그 사람들은 맏이의 태도에 배신당했다고 이제와서 언제오냐 물어보지만 잊혀지나요? 그분들은 불쌍은 하지만 공감은 안해요
    글쓴이 계속 글 보고 싶습니다. 또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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