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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로 오해받았던 이야기.

직장생활 조회수 : 665
작성일 : 2010-03-18 15:06:31
처음 사회생활을 했던 곳은
제 고등학교 8년 선배인 사수가 있던 곳이었어요.
그런데다 고향도 같은 곳이어서
저는 정말 친언니가 생긴 것처럼 든든하고 좋았지요.

서울이란 곳에 올라왔는데
지하철도 처음 타보고 정말 생소한 곳이 천지인 곳에서
친구들도 주변에 없고 고향은 멀고
외로움 많겠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선배에 고향까지 같은
사수를 만났으니  잘 된 일이라고 정말 좋았었는데


저는 첫 사회생활을 했던 그곳에서
제 성격이 완젼 변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8년 선배다 보니 나이차도 그렇지만 이 언니는
하나부터 열까지 저에대한 간섭을 하는게 심했어요.
일을 시작할때도 뭔가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저에게 넘겨주고
제 담당업무가 생기도록 만들어주는게 아니라
자기 업무 보조만 시키고 일은 절대 넘겨주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자기가 없으면 안됀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는지
나이가 좀 있으신 과장님 부장님 등도 이 언니에게 쩔쩔맸지요.
성격도 좀 있었고 그러면서 또 잘 챙겼고
조그마한 중소회사라 자금관리를 하던 언니는 작은 회사가 그렇듯
담당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쪽 저쪽 일을 다 할 수 있었던지라
사장님도 그랬고 다른 직원분들도 그랬고 언니 성격을 꽤 많이 맞춰주는
편이었어요.


그런 상황에 회사가 좀 커지기도 하고 일은 많아지니 직원을 구해야 하고
그러던차에 어찌해서 제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전혀 일을 넘겨주진 않았고 이런저런 잡다구리한 일은
저한테 다 넘겨진 거지요.


너는 글씨체가 그래서 장부를 못넘겨 주겠다
-그때는 수기로 업무작성 하는 일이 무척 많았거든요.  근데 제가 학생글씨를 못 벗어난 때인데
그런 글씨체를 가지고 넌 글씨가 그러니 일을 못넘기겠다.  이렇게 나왔어요.
글씨를 못쓰는 것도 아니었는데  언니는 글씨를 참 잘썼죠.  그러니 그런 언니 눈에
비친 제 글씨가 뭐 맘에 들었겠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일이에요.

사회생활 초년생, 일도 잘 모르고 알려주지도 넘겨주지도 않으면서
뭐하나 하면 어찌나 핀잔을 주고 몰아대는지
정말 성격 쾌활하고 긍정적이던 저는 기가 죽고 말이 사라지고
얼굴빛이 항상 우울해지고 그랬어요.


친오빠에게 항상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때 오빠는 다 그렇다고 그냥 견디라고 했지만
후에 늘 그때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내가 정말 정말 힘들었는데  (그리고 좀더 사회생활을 많이 하게 되었을때 사회생활이
다 그런것만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때 다른 길에 대해서 조언을 해줬더라면
하다못해 동생이 얼마나 힘들어서 그러는지 살펴줬더라면.  
내가 정말 다른 길에서 잘 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하고요.


정말 사회생활이 그런걸줄 알았어요.  그래서 진짜 참기 힘들고 성격까지 바뀌면서도
참아냈는데  나중에서야 땅을 치고 후회했지요.

그언니는 제 옷차림에 대해서도 간섭했고
글씨쓰는거  
하다못해 밥 먹는 것 까지고 간섭하고 트집을 잡았지요.


그러면서도  자기는 귀찮은거 저한테 다 시켜가면서 편하게 일을 했어요.
자기 업무인데 몰아서 하다가 늦게까지 하고 밤샘까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하다가
그 다음날은 늦게까지 일했다고 오전에 쉰다고 늦게 나오고

어떤때는 감기 들었다고 아침에 회사에 전화해서 오늘 쉴거라고.
그날 아주 급하고 중요한 은행일이 있었는데 회사 도장을 그 언니가 또 가지고
다녀서 사장님은 저보고 언니네 집까지 가서 도장 받아오라고 했고
전또 지하철타고 그 언니네 집까지 가서 도장을 받아와서 일처리하고...

뭐 참 많았어요.
사장님과 언니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장님은 결혼하셔서 아이가 있던 분이었고
회사 들어가서 보니 사장님이 퇴근할때 언니를 항상 집에 데려다 주기도 하셨어요.

그때문에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던건지 아니면 진짜 뭔가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사모님께서 언니네 집에 찾아가 난리를 피우고 했다는 소리도 그 언니가 말해서 듣고.
언니는 기막히다는 식으로 나왔지만
솔직히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그둘이 하는 행동이 상식적인건 아니었던 듯 싶어요.


여튼  저는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 정말 저렇다보니
제 성격이 완젼히 바뀌어 버렸고.
밝고 쾌활했던 저는 우울하고 힘없이 한숨 푹 쉬면서 사는 사람이 되었지요.
향수병에 걸려서 너무 힘들었고
갈수록 말수는 줄었구요.   그럼에도 오빠는  항상 사회 생활이 그렇다고
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어요.


진짜 그 회사에서 그 언니랑 일하면서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했더 적도 있어요.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누가 뭘 시키던지 말을 붙이지 않는 이상
제 일만 하고 퇴근하고 그랬지요.

후에 그 언니는 결혼한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에서 다른 직원을 구했고
그 새로운 사람에게 업무 인수도 전혀 하지 않고 (그때도 일부러 안했죠
고생좀 하라고.. 그 언니가 그렇게 말했어요.) 그만둬서
새로온 분이 처음에 좀 힘들어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언니 위주로
사람들이 맞춰주고 텃세가 있던 편이라
담당으로 스카웃해서 오게 된 남자분에 대한 기존 직원의 태도도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저는 그분 도와서 일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언니가 그만두고 시간이 좀 지난후에 제 성격이 조금 많이 되돌아와서
말도 잘 하고 쾌활하게 변해가던 차에

어느날 그 과장님이 (그때 직급이 과장님이셨어요)
나는  00씨가  벙어리인줄 알았다고...  
멀쩡해 보이는 아가씨인데  말도 없고 일만해서
말을 못하는 줄 알았데요.

그정도로 심했던 그때 직장생활..
그렇게 만들어버린 정말 지독했던 사수.


제가 사회생활 하면서 정말 악연을 두번 만났는데
그 두번 중에 한번이  이 언니였지요.


IP : 61.77.xxx.15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0.3.18 3:31 PM (125.181.xxx.215)

    저도 직장생활하면서 악한 사람 봤네요. 저는 좀 심하게 갈등이 불거져서 절 괴롭히던 그 사람을 제가 때려주기에 이르렀는데.. 직장사람들이 아무도 그 사건에 대해 저를 나무라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후 그 인간도 더이상 절 괴롭히지 않게 되었구요. 진작 손봐줄껄 괜히 참았구나 싶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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