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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하늘나라로...눈물 펑펑 엄마 이상한가요?

삐약아 행복해 조회수 : 757
작성일 : 2010-03-17 18:16:42
몇주전 친정엄마가 일곱살 난 손주를 위해 병아리 두마리를 사오셨습니다.
모란장에서 튼튼해 보이는 암 수 한쌍을 버스에 실어 데려오셨답니다.
삐약삐약 소리지르고 버스 안을 소란스럽게 했을 고 두 녀석을 아마 손주녀석 좋아할 생각에 민망하신건 뒤로 하고 사오신듯 합니다.

남편은... 좀 차가운 성격이고... 시댁 성향이 좀 그런편이라...(기르던 병아리가 닭이 되어가면 잡아먹었다고 해요. 양계장도 아니고 어릴때 그냥 키우던.... 전 상상조차 끔찍하고...ㅠㅠ)

장모님은 왜 그런걸 사왔냐고 하고 싶었겠지만... 차마 맞벌이 하는 부부를 위해 애 봐주시고 고생하시는 것 때문에 말은 못하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나중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면 키우지... 올챙이에 도롱뇽에, 병아리라니... 투덜거리더라구요.
전 제가 못해주는거 다 챙겨주시는 엄마가 너무 고맙고 미안했는데... 저희 엄마가 정말 다정다감하시고 잘 챙기시거든요. 남편한테 많이 서운했어요...

요 두 녀석들 정말 소리 많이 지르더라구요.
한 열흘동안 건강하게 쑥쑥 자랐어요. 날개도 자라고 색도 변하고... 병아리가 원래 잘 죽는걸 알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불안하긴 하더라구요. 아들이 충격 받을까봐... 제가 어릴적 엉엉 울었던 것 처럼....

그래도 이젠 안심이다 했어요. 많이 컸으니 괜찮겠다 했는데 갑자기 암컷 한마리가 잘 못일어나더구요. 큰일이다 싶었어요. 마침 휴일이라 제가 집에 있어서... 아픈 병아리 앞을 못떠나고 지켰어요. 물도 못먹고 밥도 못먹어서 물은 찍어 먹이고 먹이는 젓가락으로 입속에 넣어주고..  따뜻한곳만 찾아다녀서 핫팩도 하나 넣어서 손수건 구겨서 몇개 넣어주고... 3시간쯤 돌봤더니 일어나 걷더라구요. 혼자 먹는척도 제법 하고... 너무 예뻤어요. 보람도 있구요. 그러다 남편한테 싫은 소리 한번 듣고... 외출 나갔다 왔죠. 마음은 병아리한테 있었지만 계속 붙어있다간 싸우겠다 싶어서...

돌아와보니 두마리 꼭 붙어서 잠들어 있었어요. 혹시나 싶어 살펴봤더니 숨도 쌕쌕 약하게나마 쉬고 있었고... 밤이 고비겠다 싶었는데... 아침에 싸늘하게 굳어있더라구요. 작은 녀석을 상자에 넣으면서 엉엉 울고 말았어요. 아들녀석 슬퍼할까 걱정했는데... 아빠 쏙 빼닮은 우리 아들은 "엄마 근데 왜 슬퍼?"라고 하네요. 일곱살이나 된녀석이 감성이 없네요. 모자란게 아니라 걱정스러울 정도로 아주 없다는걸 알고 2차 충격에 빠졌습니다.
따뜻한 걸 유난히 좋아하던 병아리를 위해 손수건으로 따뜻하게 싸주고 편지도 썼습니다. '하늘나라에가서 더 많이 행복해'라고... 한시간을 계속 울었습니다. 대성통곡....
남편이 그게 많이 싫었나봐요... 많이...
친정엄마한테 얘기했더니... 넌 아직도 그러네... 하시더라구요.

며칠지난 오늘 실수로 점심먹다 남편한테 남은 한마리가 죽을까봐 걱정된다고 했어요.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남편이 막 화를 내더라구요. 그러게 아예 키우지 말아야지 어짜피 죽을놈을 왜 키워서 그러냐구...
너무 서운했어요. 눈물 꾹 참으면서 밥 넘기고...

일곱살 난 아이의 엄마... 저 이러는거 이상한건가요?
이 글 쓰면서 또 엉엉 우네요...ㅠㅠ
IP : 61.83.xxx.123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뇨
    '10.3.17 6:21 PM (119.199.xxx.172)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 2. ..
    '10.3.17 6:23 PM (118.41.xxx.118)

    원글님이 정상인거죠...어쨌거나 내가 키우던 생명 아닙니까...저도 병아리 키우고 싶은데 못키웁니다..죽을까봐..--;;;;;

  • 3. 이상하긴요
    '10.3.17 6:26 PM (125.132.xxx.64)

    잠시라도 함께했던 생명이 떠났는데 슬픈게 정상이에요
    약하고 어린 생명이어서 더 슬픈게 당연하구요
    남편분과 아드님이 좀 냉정한 편이어서 원글님을 이해못하는것뿐 원글님은 지극히 정상이에요
    남편분이 같이 슬퍼하지는 못하더라도 화까지 내시지는 않으셨더라면 좋았을것을..
    제가 위로해드릴께요 토닥토닥..

  • 4. 삐약아 행복해
    '10.3.17 6:30 PM (61.83.xxx.123)

    정말 고맙습니다...ㅠㅠ
    제가 꼭 정신이상처럼 느껴져서 힘들었거든요.
    위로해주셔서 다들 넘넘 감사드려요.

  • 5. ㅜㅠ
    '10.3.17 6:31 PM (125.187.xxx.175)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전에 키우던 강아지 죽어서 밤새 울고 눈 퉁퉁 부어 출근했다가 졸도까지...
    정말 여리고 나에게 온전히 의지하던 생명이라 맘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아직도 그

  • 6. 날아라병아리
    '10.3.17 7:08 PM (218.37.xxx.142)

    신해철은 노래까지 만들었구만........

  • 7. .
    '10.3.17 7:12 PM (112.214.xxx.211)

    어떤 생명체든 정주고 하면 정말 사람만큼 아프죠.
    전 제 강아지 생명 다하면 죽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슬퍼지는데요.
    울 남편은 동물을 참 좋아라 하는데 시댁에선 안좋아해요.
    그래서 시댁가선 동물농장 이런 거 절대 못보게 해요.
    보다가 울면 시댁식구들이 언쟎아 한다구...

  • 8. 조류인데..
    '10.3.17 7:19 PM (121.133.xxx.68)

    박스안에 백열등같은거 켜주고
    사료에 흙이나 모래가루 같이 넣어주세요.
    안그럼 소화를 못시켜요. 물도 넣어주시고
    키우다 몸비틀어지는 증세 생김 약국에서
    마이신하나 사서 물에 개어먹임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살아납니다.

  • 9. 조류인데..
    '10.3.17 7:22 PM (121.133.xxx.68)

    그런 남편은 잔재미가 없어요.
    정서적으로 같이 감동하고 같이 웃어주고
    같이 울어주진 못해도 타박해서야...
    물건이면 얼른 반품시키시고 얼른 환불이나 받지.. ㅋ

  • 10. 엄마
    '10.3.17 7:44 PM (180.65.xxx.183)

    아이한테 플란다스의 개 동화책 읽어주다가 그만 펑펑 울고 말았어요. 브로드앤티비로 플란다스의 개 다시보기 하다가 마지막회에서도 펑펑... 여섯살 난 우리딸은 눈만 껌벅 하더라구요.

    저는 예전에 기르던 병아리가 닭이 되었는데 엄마랑 할머니랑 시장에가서 잡아오신거예요. 그러고 한동안 닭 못먹었어요. 대학 들어와서 먹었나... 원글님 이상하신거 아니예요. ㅠㅠ

  • 11. ㅠ_ㅠ
    '10.3.17 8:56 PM (61.253.xxx.130)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전 글만 읽어도 슬프네요. 잠깐이지만 가족이었잖아요.

  • 12. 토닥토닥
    '10.3.17 9:37 PM (218.159.xxx.123)

    원글님같은 분이 있어서 살만한 거에요..
    어차피 죽을걸 왜키우다니.. 생명이잖아요.. 사람은 어차피 죽는데 왜사나요.. 슬픕니다.
    내생명 중한만큼 다른 생명도 중한데..

  • 13. 죄송하지만
    '10.3.17 9:50 PM (220.84.xxx.55)

    제가 성격이 차갑다소리 듣는 편인데요...
    원글님 같으신 분 보면 유별나다 생각해요.
    그 사람앞에서 얘긴 안하지만요..
    원글님도 , 남편 분도 잘봇된 생각이라 할 거는 아니지만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솔직히 남편 분 생각에 더 공감되어요.

  • 14. 저도죄송
    '10.3.17 10:11 PM (117.123.xxx.57)

    아마 원글님 같은분들만 답글쓰신거 같은데..

    조금 유별나시긴 한거 같아요..

    남편분도 이상한건 아니신거 같아요..

    남편분이 생각하시기에 병아리..닭..그이상 그이하도 아닐 수도 있죠 뭐..

  • 15.
    '10.3.17 10:38 PM (218.232.xxx.5)

    슬프긴 하지만 저는 엉엉 울진 않을 것 같구요..
    그냥 그거야 사람의 성향이니까요

    근데 원래 남자는 감정이 메말랐나봐요 ㅠ

  • 16. 토닥토닥
    '10.3.17 10:43 PM (218.159.xxx.123)

    이런 글 자주 올라오고 댓글패턴도 비슷해요. 공감하는 분들도 있고 유별나다는 분들도 있고..

    채식주의자냐고 비아냥대는 글도 보았고, 사회생활도 안해봐서 순진해서 그럴거라고 단정하는 글도 보았습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 만약 가족중에 동물이 죽어 마음아파하는 이가 있다면 최소한 비난하거나 화내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인간만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순수한 슬픔이 조롱거리가 되는 상황이 슬프네요.

  • 17. 이해백배
    '10.3.17 11:22 PM (118.222.xxx.229)

    전 그다지 감상적인 편은 아닌데 원글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병아리나 다른 동물들도 사람과 같거나 혹은 비슷한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일 수 있지만, 동물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 길가다 도로에 죽어있는 고양이나 비둘기만 봐도 그 죽음이 참 안쓰럽게 느껴지잖아요...
    어린 왕자에 보면 그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내용이 나오지요.
    그런 것 같아요...길들여지지 않은 사람과 길들여진 사람의 차이...

  • 18. .
    '10.3.18 10:18 AM (218.157.xxx.106)

    저도 감성이라고는 코딱지도 없는 남편이랑 사는데, 진짜 만정이 다 떨어질 때 많아요.
    우리 신랑은 같은 일 있었으면, 엉엉 우는 저를 보고 하하하 웃을 양반 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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