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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생애 첫 비행기타다.

이야기 조회수 : 634
작성일 : 2010-03-17 17:58:55
올해 예순 셋이 되신 친정엄마는
평생 시골 아낙으로 삶을 사셨고
사는동안 내내 가난한 집에서 지겹게 고생만 하시며
사신 분이었어요.

시골은
마을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사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다 있지만
고향마을 시골은 항상 포근한 곳이지요.

시골마을은 마을회비 같은걸 조금씩 모아서
단체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어떤 경사에 쓰기도 하고 하는데
그래봐야 비용이 많이 안드는 가까운 곳으로 꽃구경 가거나
단풍구경 가는 정도이고 또 길어봐야 1박 2일이거나
아니면 당일치기 여행 정도가 평범한 경우인데

이런 기회도 친정엄마는 지금껏 많아야 너댓번 정도 같이 다녀왔을 정도로
어디 멀리 구경가는 걸 해보지 못하셨어요.
자식들이 성인이 되기전에는 가난한 집이어서 어디 놀러 다닐
여유가 없었고
자식들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어도
시어머니 모시고 혼자 농사짓던 친정엄마는 여행에 누릴
시간이 없었지요.

항상 농사를 지으시고 자식들 먹거리 다 해결해주시고
그 행복으로 사시는 분이라 힘들어도 농사를 쉬지도 않으시고.
이제 이렇게 저렇게 한세월 독한 시집살이만 시키고 미운정만 들었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좀 여유있게 누리고 살아도 좋으련만...


명절 지나고 3주 뒤에 있는 친정엄마 생신때 지금껏 자식들이 생신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어요.
남자형제들은 결혼전엔 남자여서 자상하게 잘 챙기지 않았었고
결혼후에는 가정생기고 하다보니 더 그렇게 되구요.
딸하나인 저는 결혼전에도 후에도 명절 몇주 뒤건 늘 내려가서
엄마 얼굴이라도 뵙고 왔구요.


사는게 다 그렇다보니 시골 내려오가는 걸 자주 하는 것도 힘들어
명절 지나고 곧 친정엄마 생신이 오면 형제들은 다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저는 그게 참 안타까웠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생신이라고 생신상한번 제대로 받아보셨던 건 제가 결혼하고 첫해 챙겨드린
생신상하고  환갑 식사정도 였네요.
할머니 살아계실땐 어른이 계시는데 생일상 받기 뭐하다고 이유들어 거절하시고
하긴, 거절하지 않으셨어도 다 모이는 것도 제대로 안돼던 형제들인데...

이제 좀 자유롭게 누리고 살아도 될 상황이 되었으니
생신때 자식들 사는 서울쪽으로 다니러 오시라 해도
농사 준비한다고 절대 집을 비우지 않던 친정엄마는
이번에 어떤 계기로 마을 사람들이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제주도에 여행을 가셨지요.


제주도도 처음.  비행기는 당연히 처음인 친정엄마가
제주도에 도착 하셨을즘 전화를 드릴려고 하던차에
핸드폰으로 걸려온 엄마의 전화.

어린아이처럼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화하신 엄마는
비행기타고 왔는데 너무 재밌더라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말씀하시는데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다들 사는게 그래서 시간내서 모이는 것도 힘들고
이런저런 용돈 드려도 아껴서 자식들한테 쓰고 손자,손녀들한테쓰고
정작 당신한테 쓰는 것은 만원짜리 바지하나 사는 것 정도인.
돈 쓰는 법도,  노는 법도 몰라
그저 일만 하던 엄마가
생애 처음으로 타본 비행기.

생애 처음으로 떠난 제주도여행.
얼마나 좋으실까 신나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오기도 하고  그렇지 뭐에요.
IP : 61.77.xxx.15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심정...
    '10.3.17 6:04 PM (119.67.xxx.233)

    이해가 되네요...
    저도 결혼 앞두고 제 신혼여행은 무조건 해외로 갈꺼라고 신랑한테 얘기를 했죠...
    신랑은 고지식해서...제주도로 가자했구요...
    생각해보니...정작 저희 엄마는 비행기를 한번도 안타본게 마음에 걸려...
    결혼전 보내드렸습니다...제주도로...
    처음 타보신다고...처음 제주도 가신다고...저희 엄마도 좋아하셨었죠...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거 같아요...
    일본 한번 더 보내드릴려고 했는데...해외는 싫다시구...
    결혼준비로 바빠 기회를 놓쳤네요...
    결혼하고 나니...그럴여유가 없구...

  • 2. 원글
    '10.3.17 6:07 PM (61.77.xxx.153)

    절대 당신한테 돈 쓰는 법을 몰라요.
    젊어서는 지독한 가난에서 고생하셨으니 더 그렇고
    지금 나이드셔서는 돈 쓰는 법을 모르니 단돈 얼마도 당신위해 쓰는걸 잘 못하세요.
    아버지라도 옆에 계시면 두분이서 여행 다녀오시라고 챙겨드리고 싶어도
    아버지 안계시고 혼자 계시니 혼자서 어디 다니실 상황도 못되구요.
    저라도 가까이 살면 자주 가서 엄마랑 여기저기 다닐텐데 그러지도 못하니
    더 마음이아프구요.
    자식들 사는게 다 그만그만해서 잘 챙겨드리는 거 못하고 되려 챙겨주시니
    항상 죄송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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