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눈 많이 왔던 날이요.
아침에 차에 눈에 수북히 쌓여있어서 치우다가 유리창에 얼어붙은 눈을 미처 못 치우고 나왔어요.
아파트 정문에서 커브를 돌다가 어떤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길래 깜짝 놀라 차를 세웠죠.
눈길이고 커브여서 천천히 폭도 넓게 돌았는데 어찌된 일이지 몰라 너무 당황했어요.
아이 엄마였는데 애를 놀이방 보내려던 길이었고, 급한 커브여서 그 아줌마도 나도 서로를 못본 상황이었죠.
차가 확 들어오니 놀랐을거고, 전 조수석 앞에 눈을 채 못치운 상태라 전방주시를 못한 책임이 있었죠.
어쨌거나 제 잘못이었고, 정말 죄송하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느냐? 계속 물었어요.
그 아줌마가 빙글거리고 웃으면서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는 전혀 놀라지도 않은듯 생글거리고 있었고요.
솔직히 그때 차에 부딪친 거냐고 어디를 부딪쳤는지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라
너무 경황이 없고 무조건 내 책임이란 생각에 그럴 정신이 들지 않았어요.
괜찮으시냐 재차 물었더니 "뭐 지금은 괜찮은데 나중에 봐야 알겠죠.." 하더군요.
그래서 연락처 적어주고 왔는데 한시간도 안돼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언니, 팔이 욱신욱신거리기 시작하는데 병원가봐야 할 것 같아요. 보험접수 해주고 접수번호 알려주세요."
솔직히 이런 상황에 접수번호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아이는 놀이방 갔냐니까 버벅대면서 갔다고.. 지금 남편이 오고 있는데 뭐 데리러 가서 병원 가볼까 한다고..
또다시 죄송하다 하고 대인사고 접수하고 번호 알려줬어요.
오전 내내 기분이 너무 가라앉고 찝찝해서 미치겠더라구요.
보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고 상황설명을 했어요.
스쳤는지 어쨌는지도 잘 모르겠고 만약 스쳤다면 팔을 스치지 않았을까 싶다.
담당자가 자기가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고 계시라 해서 좀 마음을 놨어요.
그리고 전화가 없길래 역시 너무나 경미한 사고라 검사할 것도 없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병원비 나오면 그거 제가 지불하고 어쨌든 놀라게 했으니 위로금조로 얼마 드려야겠다 생각했는데
다음날 오후 담당자한테 전화가 오더니 입원했다네요. 어깨, 팔, 허리, 골반 다 다쳤대요.
그리고 아이는 통원치료 중이니 아이도 보험접수시켜야 한다고 하네요.
아.. 너무 어이가 없었어요.
제가 정말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죄책감에 잠을 못잤겠지만 그 말 들은 후부턴 너무 괘씸해서 잠이 안오네요.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어쨌든 이런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학습된 사람들이구나 싶더라구요.
제가 너무 저자세로만 나가서 저 사람들이 만만히 보고 더 그러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보험사에서 알아서 합의할거고 우리야 할증보험료만 물면 그만이라고 남편은 신경끄라고 하는데
전 며칠동안 그 일로 정말 스트레스 받고 있네요.
예전에 제가 범퍼가 움푹 들어갈 정도로 받힌 적이 있는데 몸도 괜찮았고 범퍼야 원래 긁힌데도 있고 해서
그냥 3만원만 받고 보낸적도 있거든요.
내가 너무 바보같이.. 내 시선대로만 살았나봐요.
나도 비뚤어질까봐요. 으흐흑..
님들은 혹시 저같은 일 당하더라고 당황하지 말고 꼼꼼하게 챙겨보세요.
정말 차에 닿기는 한건지... 어디를 스쳤는지요.
그리고 너무 저자세가 때로는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나이롱 환자는 지금 대박이야를 외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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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 대처방법 다 이런가요?
어이없음 조회수 : 928
작성일 : 2010-03-14 16:29:30
IP : 123.215.xxx.1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3.14 4:36 PM (211.115.xxx.174)그러니깐 아무리 경미한 접촉사고, 대인사고도 경찰에 신고하고 당시 상화을 확인받아야 딴소리 못합니다
2. 저
'10.3.14 4:56 PM (125.176.xxx.177)저는 초보인데 무섭네요. 항상 마음속으로 무조건 사고나면 경찰불러야지 그러고 운전하고 다녀요. 내가 100%다 물어내고, 잘못이라해도 그래야 속이 편할거 같아서요
3. 에궁
'10.3.14 6:35 PM (125.178.xxx.140)차라리 그냥 바로 차에 싣고 병원에 갔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4. 근데
'10.3.14 7:59 PM (122.128.xxx.183)여기 게시판에도 사소한 사고라도 당했다는분이 글 올리면 무조건 입원하라는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운전도 가끔하고 보통은 대중교통 이용하는데. 사람이 다들 뿌린대로 걷는다고 그런식의 조언은 아닌듯해요. 물론 어찌됐든 사고가 났으면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게 정도이상의 요구는 아니지않나요. 내가 피해자일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가해자가 될수도 있는데. 너무 내 이익만 보고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정당한 보상은 받아야겠지만요.
차라리 그때 바로 신고하고 병원갈껄 그랬네요...5. 원글
'10.3.14 9:03 PM (123.215.xxx.14)저도 제 대처방법이 후회되네요. 첨 당한 일이라 너무 당황했어요.
다음에 혹시라도 이런 일 생기면 무조건 싣고 종합병원으로 가야겠어요.
정말 창피하지도 않을까요?
양심도 없는지 원... 그 돈 받아서 살림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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