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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도 영역다툼이 있을까요?

보고싶다 조회수 : 511
작성일 : 2010-02-17 18:16:14
예전에 글 올렸었어요. 길냥이가 매일 찾아온다고요. 많은 분들이 길냥이가 저를 친구로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정말 좋은 친구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설 연휴부터 통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어요. 밥 달라고 집문앞에 와서 울지도 않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었는데...(딱 한번 제가 까먹고 고양이 밥을 밖에 내놓지 않았던 적 있어요. 그때 문밖에서 기다리다 지쳤는지 목 쉰 소리로 두번 울었는데 마침 시동생이 밖에 나가려고 문을 벌컥 열었어요. 길냥이는 아마 제가 나오는 줄로 알았는데 시커먼 남자가 나오니 혼비백산해서 그후부터는 한번도 울지를 않아요.)

설 연휴에 밥을 매일 챙겨줄 수 없으니 배불리 먹으라고 그믐날에 사료를 듬뿍 놓고 남편 몰래 고양이캔을 사서 사료랑 같이 밖에 놔두었는데 설날 아침에 보니 싹싹 끌어먹었더라구요. 그래서 얘가 와서 먹었나보다고 기분좋게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한거에요. 길냥이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밥 먹을때 종래로 흘리지 않거든요. 얌전하게 앉아서 깨끗하게 먹는데 이상하게 그릇이 생뚱같은 곳에 널부러져 있고 사료도 여러군데 흘린 흔적이 있더군요. 그 다음날, 또 다음날도 같은 상황.

어제 고양이가 사료 먹는 소리가 들리기에 문을 열고 봤더니 한 넘이 꼬리빳빳이 도망가는거에요, 그런데 분명히 저의 친구 길냥이는 아니었어요.ㅠㅠ 길냥이가 저를 보지도 않고 도망갈리 없고, 결정적인건 도망간 냥이가 긴 꼬리가 있었어요. 길냥이는 꼬리가 몽똥해요.

방금 또 사료 먹는 소리가 들리기에 문을 열었더니 미처 멀리 도망가지 못한 넘의 모습이 포착됐어요. 갈색, 검은 색, 회색인지 흰색인지 섞인 못생긴 고양이네요. 길냥이보다 덩치가 많이 큰 것 같았어요.

꽤 오래전부터 밖에서 고양이들의 쌈박질 소리가 자주 들렸어요. 그런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길냥이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밥 먹으로 오더군요.

이 못생긴 고양이가 제가 주는 사료를 독차지하려고 길냥이를 쫓아버렸을까요? 사료도 아직 많이 남았고, 한 마리든 두 마리든 배 고픈 애들이 찾아와서 먹는 것을 미워하지는 않아요. 근데 유독 길냥이가 며칠째 보이지 않으니 많이 걱정됩니다. 구정 연휴에 어느 몰상식한 인간이 다리 저는 애를 해친 것은 아니겠죠?

길고양이 한 마리 가지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저한테는 정말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낼 때, 제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제가 말을 다 하고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절대 먼저 가버지리 않고 쪼크리고 앉아 기다려주던 착한 애였는데. 얘 덕분에 동물들을 지극히 싫어하던 가족들도 냥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어요. 남편도 저 대신 냥이 사료를 챙겨주는 적극성을 보일 정도로요.

혹시 서울 변두리 경기도에서 회색 털무늬(고등어라고 한다네요. 저도 여기서 알았어요)에 짧둥한 꼬리, 다리를 절룩거리고 눈망울이 크고 선한 냥이를 본다면 착한 님들 먹을 것 좀 챙겨주시면 정말 고맙겠어요.    
IP : 58.123.xxx.1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2.17 6:34 PM (180.71.xxx.49)

    길냥이들은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때문에...
    먹이를 위해서 영역다툼도 많이 하고.. 수컷이라면 더 심하게 다퉜을 거예요.
    말씀하시는 걸로봐서는 순하고 착한 녀석같은데, 영역에서 힘센 수컷들한테 밀려났을 가능성이 크네요..
    길냥이들과 정붙이는 것은 이런 일 때문에 참 서로 힘든 일 같아요 ㅠㅠ
    그래서 어떤 분들은 서로 너무 적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 장소에만 사료를 두지 않고
    여기저기 사료를 놔 주면서 얼굴 익히는 것을 피한다고 하더라구요.
    나 없이도 길냥이 살아갈 줄 알아야 하니까.

  • 2. ...
    '10.2.17 7:12 PM (121.137.xxx.197)

    고양이는 영역의 동물입니다.
    아마 그지역 대빵이나 힘센놈들에게 자리를 빼앗긴것 같아요
    뭐라고 나무랄일도 아니고...참 답답하네요..
    원글님 마음이 어떠신지 제가 알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별의별 상상이 다들고 걱정되고...

  • 3. 222
    '10.2.17 7:19 PM (180.70.xxx.59)

    고양이들은 자기 영역이 있어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tnr사업 이후에도 본래의 영역에 풀어줘야 한다더군요. 그런데, 지자체에서 tnr까지는 어찌어찌 해주더라도 잡은 영역까지 신경써서 풀어주질 않아서 문제지요.
    그 꼬리 뭉뚝한 고등어태비 고양이 사진으로 봤는데, 정말 영역 다툼에서 밀린 것 같네요. 그래도 아주 멀리 가진 않았을 테고 혹시 어쩌다 와볼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밥주는 아이가 있는데, 거기 다른 아이가 와서 그 애를 막 쫓아내고는 자기가 그애 자리에 앉아 있는 거예요. 그 광경을 마침 제가 보게 돼서 밥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면 원래 있던 아이가 영영 쫓겨날 것 같아서요. 제가 밥을 안주고 그냥 가니까 자리 뺏으려 했던 고양이는 거기 살지 않고 가끔씩 와서 밥을 먹어요. 한 보름에 한번 정도 보는 것 같아요. 원래 있는 애는 순둥이고 아직도 저를 경계하는 반면에, 얘는 수다쟁이에 고맙다는 표현을 할 줄 알아 또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그 고등어 아이와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혹시 만나게 되면 밖에 스티로폼 상자로 집 비슷한 거 만들어주면 안될까요? 길애들 땅에서도 자고 정말 사는 게 형편없는데, 스티로폼 상자만 있어도 궁전일 거에요.

  • 4. 길냥이
    '10.2.17 8:02 PM (125.177.xxx.163)

    저도 길냥이 밥주고 있는데요 얼마전 눈 올때 보니까 두 놈이 피터지게 싸우더라구요. 갸르릉 거리면서 마치 씨름 하듯 싸우는데 한놈은 눈에 피가 나고 한 놈은 허벅지 정도에 피가 나는데 사람이 와도 피하지 않고 싸워요. 결국 센놈이 자리 차지 했구요.. 아마 새끼 고양이 애비인듯해요. 이긴 고양이가..

  • 5. 고양이야말로
    '10.2.24 8:39 AM (58.239.xxx.93)

    영역 동물입니다.
    고양이는 이사 가도 예전 집으로 가더라 는 말이 거기서 나온 거예요.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도, 주인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라는 거 대부분 없어요.
    길냥이들도 나름대로의 룰에 따라 살고 있습니다.
    낯선 고양이의 기척을 느끼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스프레이를 해서 영역 표시를
    하기도 하구요,
    자기 영역에 다른 녀석이 들어오면 정말 피 터지게 싸웁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약하고 순한 녀석은 밀릴 수밖에 없구요.
    중성화 수술을 해주면 야생성이 좀 없어지기는 하지만..기본적으로 사는게 정말 고달픈
    녀석들입니다.
    길냥이 더럽고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 걔네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면 좀 달라질까요?

    원글님께 희망을 하나 드리자면..요즘이 발정기가 시작될 때라 숫냥이들이 자기 영역을
    벗어나거나 밥 때도 잘 안 오기도 해요.
    여긴 부산이라 날이 빨리 풀려서 빨리 시작된것 같고 경기도 쪽이시면 아직 아닐 수도
    있지만...
    저도 밥 챙겨주는 녀석 중 하나가 거의 열흘 넘게 안 보여서 속이 상하던 참에
    어제 겨우 만났습니다.
    원래 자리서 꽤 떨어진 단진데 거기 있더라구요.

    님의 고등어도 꼭 다시 보이길 바랄게요.

    그리고 밥 그릇을 두 개 정도 준비해서 하나는 원래 자리에, 다른 하나는 좀 떨어진 곳에
    줘보세요. 물그릇은 한 군데면 되구요.
    그러면 영역에서 밀렸어도 그 주위에서 돌다 눈치 봐서 밥은 먹고 갈수 있거든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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