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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광역버스 에서 있었던 일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다음에 생각나서 씁니다.
작년엔가요? 늦은 시간 (밤 11시-12시 사이)에 광역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어요.
그 버스의 한쪽 종점에서 타서, 반대 종점 쪽 우리 집으로 오는 중이었지요.
좀 먼 곳에서 열린 특이한 음악회에, 갔다 오는 중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중간에 사람들이 좀 탔다, 내리다 하더니,
일단 시내를 벗어나 버스는 속이 울렁일 정도로 속력을 내어 달리고,
사람들도 10명 안팎으로 만 남더군요.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좀 걸어야 되니, 그냥 택시를 타야겠다.’ 그런 생각,
오늘 들었던 음악들에 대한 생각,
심야의 버스에서 내다 보는 창 밖의 빛의 흐름도 멋있네..
뭐 이런 기분으로 있었던 것 같에요.
엄청난 속력의 버스가 종점에 보다 더 가까워졌을 쯤, 거의 마지막으로 몇 명을 더 태우더라고요.
그 중 마지막에 군인 한 명이 올라타는 것을 흘끔 보았는데.
갑자기 울리는 소리, “잔액이 부족합니다” . 그냥 그 소리였어요.
나는 그리고 계속 창 밖을 내다보며 멍~하니 내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아마 한참 지났던 것 같네요.
도중에 사람들이 몇 명 내리고요.
갑자기 깜짝 놀라게 들리는 어떤 아주머니(한 50대?)의 큰 목소리.
“군인 아저씨가 왜 계속 서 있어요?”
저는 운전기사 쪽 줄의 중간 쯤, 그 아주머니는 반대편 나보다 좀 더 뒤쪽.
나머지 사람들은 앞쪽보다는 뒤쪽에 있고, 그 아주머니가 손에 지갑을 든 채로 앞으로 나가더라고요.
그제야 정신 차려 보니
기사 옆, 앞 문 입구에, 그 군인이 아직도 서있더군요. 얼굴과 목이 빠~알갛게 되어서...
버스 기사는 아무 말도 안하고, 군인도 아무 말도 안하고, 아주머니만 소리칩니다.
“보니까 버스요금이 부족한 것 같던데,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계속 앞에 세워놓다니, 너무하잖아요! 군인인데.”
버스 기사아저씨가 무어라 했었는지, 아무 말도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주머니는 더 큰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자! 내가 찍으면 되죠? , 군인아저씨! 들어가세요! ”
아주머니가 대신 패스를 찍고 군인은 인사를 꾸벅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 아주머니 말고, 버스의 나머지 모두는 조~용~~
그 후 우리 모두는 종점에서 함께 내렸고요.
아주머니는 군인아저씨에게 인사를 받고 씩씩하게 걸어갔고요.
우리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갔지요.
그리고,
역시 작년 12월인가요? 영하 12도, 이렇게 오르내리던 추운 날.
떨면서 기다리다 올라탄 마을 버스에
모자를 벗고 기사 아저씨 쪽으로 두 번째에 앉았을 때였어요.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뒤에서 누가 조용히 부르네요.
뒤돌아 보니, 20대 초반의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얌전하게 입은 아가씨가
손에 5000원 짜리를 쥐고 바들바들 떨면서 “5000원 짜리 바꿀 것 있으세요?”
하고 묻네요? 얼굴이 빨갛게 되어, 안절부절하면서요.
아! , 그래서 그랬지요. “차비 때문에 그러나요?” 하고는,
버스 앞으로 가서 기사아저씨한테 그랬어요.
저~기 앉은 아가씨 버스비라고,
그러면서 한번 더 패스를 찍었어요.
계속해 고맙다는 아가씨한테, “무얼~, 이런 경우도 있지요.” ^^; 그랬답니다.
조금 비슷했나요? 아주머니? ^^
1. 참잘했어요^^
'10.2.9 2:52 AM (122.35.xxx.14)짝짝짝!!!
2. ....
'10.2.9 2:54 AM (121.176.xxx.98)갑자기.... 보일러를 틀었나? 훈훈해 지네요.
3. 네..
'10.2.9 2:55 AM (211.187.xxx.39)잘하셨네요.
4. ```
'10.2.9 2:59 AM (203.234.xxx.203)브라보~~~^^
5. 담엔^^
'10.2.9 3:10 AM (125.177.xxx.79)제가 릴레이바톤 받아쥘께요 ㅋㅋ
6. 아^^
'10.2.9 3:20 AM (211.108.xxx.90)너무너무 훈훈한 글이예요 ㅎㅎㅎ 마음이 따뜻해지는거 같네요
7. ^^
'10.2.9 3:44 AM (212.234.xxx.214)저도 바통 받아갑니다~
8. ...
'10.2.9 4:42 AM (218.156.xxx.229)그 군인이 아직도 서있더군요. 얼굴과 목이 빠~알갛게 되어서... -글씨만 읽어도 안쓰러워요. ^^;;
더워요. 온도 좀 낮춰요. ^^9. 다~ 비켜요!!!
'10.2.9 8:42 AM (222.236.xxx.249)바통은 내꺼야~~~~!!!!!!!!!!!! ^^
10. 살만해~^^
'10.2.9 9:14 AM (115.22.xxx.132)이런 일의 글을 읽다보면, 각박해진 현실을 탓하는 제가 부끄러워 집니다. 저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말이죠~그 아주머니나, 원글님처럼...
11. 저도
'10.2.9 9:34 AM (124.80.xxx.106)경험있어요. 강남에서 버스탔는데 카드가 안되는거예요. 통합되기 전이라 안되는 버스인줄 몰랐죠.
지갑보니 만원 짜리뿐. 어쩔줄 모르고 일단 자리에 앉아 머리를 굴리는데.
"저기, 저 아줌마! 요금내야죠" 하는 기사아저씨 고함에 오그라진 순간
동시에 몇몇 아저씨, 아줌마, 옆자리 아가씨가 서로 돈내주신다고 하는거에요.
어찌나 고맙고 맘이 훈훈하던지...
옆아가씨가 준 동전몇개 더해서 요금냈어요. 여차하면 만원이라도 내야겠다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저도 담에 꼭 그렇게 내 줄께요. 고마우신 승객분들...12. 하늘하늘
'10.2.9 9:41 AM (124.199.xxx.55)30대초반에 저도 그렇게 어던 총각 버스비 내주고 내릴때 그 총각에게서 전번 적힌 쪽지 받았어요, ㅋ
13. ...
'10.2.9 10:20 AM (125.177.xxx.52)제가 20살 후반쯤 연대앞에서 버스를 탔어요.
지갑을 열어보니 한국돈은 하나도 없고 1달러 한장만 예쁘게 누워있는 겁니다.
내릴 수도 없고 교통카드도 없고...
결국 기사 아저씨에게
"아저씨....혹시 달러도 받으세요????ㅠㅠㅠ"
그소리 들은 아저씨 벙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다군요...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겠다....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 앉아계신 고상하게 생기신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얼른 천원짜리 한장을 주시더군요..^^ 그땐 너무 챙피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아주머니 !!! 너무 감사했습니다...^^14. 우~와....
'10.2.9 10:42 AM (112.149.xxx.12)일본 공항에 톡 떨어지고나서 심사대에 서 있을때... 남편 만나러 버스타고 가야하는데 한국돈만 가져왓다.-_-;; 멀 몰랐지. 당연 환전소 있을줄 알았더만.
내 앞에는 통통한 한국 가이드 아가씨. 여기 어디서 환전할수 있냐는 나의 말에, 국가적으로 환전은 한국 안에서만 할 수 있다나. 다행히도 한국 지폐다발로 가지고 있던 나. 만엔짜리 한개를 그자리서 가이드 아가씨가 환전해 주었다.
고맙슴다.15. ^^
'10.2.9 11:33 AM (117.53.xxx.69)고맙습니다^^
16. 좋습니다.
'10.2.9 11:54 AM (58.143.xxx.190)아침부터 이런 훈훈함이 원글님 예쁘십니다.^^
17. ㅜㅜ
'10.2.9 2:16 PM (122.35.xxx.14)예전에 용인에서 지인만나고 탔던 좌석버스가 서울카드는 안되더라구요..
근데 저는 아무도 안도와주던데..
다음정거장에내서서 껌사고 바꾼 기억이 ㅜㅜ18. 이런
'10.2.9 6:31 PM (121.167.xxx.135)저도 예전에 버스를 타고 가는 중 어떤 아주머니께서 타셨는데
버스카드 잔액이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마침 제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터라 제 카드로 한 번 찍어 드렸는데
기사 아저씨께서 화를 벌컥 내시던데요.
다 시스템이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찍으면 안된다고....
아주머니랑 저랑 둘이 다 민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19. 위 님
'10.2.9 9:47 PM (122.35.xxx.212)이미 찍은 패스인데, 추가로 다른 사람 요금을 낼 때는
기사가 버스요금 단말기를 조작한 다음에,
패스를 찍어야 두사람 요금이 나가던데요.
그래서, '한 사람 더 추가합니다' 하고 말한 후
단추 조작 후, 찍어야 됐지 않았을 까요?
그냥 찍으면, 내릴 때 찍는 경우로 계산이 되서,
'시스템..' 운운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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