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리 오지마을에서 태어난 저는
한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른하고도 몇살의 나이가 되도록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옛날엔
못먹고 살고 못먹어서 배고파 죽고
병들어 죽는 일도 흔해서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돌을 넘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제가 태어났던 그때 산골마을은
일부러 시간내서 면까지 내려와야 면사무소나
우체국,약국 등을 갈 수가 있는데
워낙 바쁜 시골생활인데다
하루 하루 먹고 사는 일이 중요했던 부모님께서는
정말이지 중요한 일이나 한시가 급한 일이 아닌 이상은
면으로 내려오는 시간을 낼 수가 없었지요.
딸이 귀한 집에 막내딸이 태어났지만
워낙 작고 여린 아가여서,
그런데다가 아들 셋을 모유로 키워냈더니
막내딸에겐 줄 모유가 나오지 않아서
보리쌀이나 쌀 조금 넣고 희멀건 쌀물을 끓여 먹여야 했던
상황인지라 과연 이 아이가 별탈 없이 잘 클 수 있을지
꽤 많이 걱정스런 상태였나 봅니다.
새벽부터 나가 어둠 짙게 깔린 저녁이 되어서야
초가집으로 돌아오시던 부모님이니
그런 상황에서 출생신고를 급히 할 상황이 안돼기도 하였고
혹여 출생신고 하고 몇달 지나 안좋은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
제 출생신고는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출생신고도 미뤄진 상태에서
제 이름은 또 어땠을까요?
호적에 올릴 이름을 정해놓긴 하셨지만 이 또한
어찌될지 모른다하여 진짜 이름은 뒤로하고
임시 방편으로 불린 이름이 있었으니
옛날 흔하게 사용되던 0옥.이...
그래서 저는 출생신고가 5달이나 미뤄져서 원래 태어난 달보다
주민등록증상의 생일이 5달 후인 8월생이 되었답니다.
그거야 흔하디 흔한 일이고.ㅎㅎ
출생신고 하기까지는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저는 0옥. 이로 불리웠을테고
출생신고도 하고 돌잔치는 했나? 돌잔치는 안했을 겁니다.
다만 돌때쯤 초가집 마루에 앉아
하얀 니트 상하복에 하얀 모자를 동여메고
눈 똥그랗게 뜨고 손가락에 옥반지인지 뭔지 반지 비스무레한 것을 끼고
찍힌 돌무렵의 사진 한 장이 있긴 하지요.
초가집 마루 밑에 강아지도 같이 찍힌
그 한장의 사진을 볼때마다 3살때까지 살았던
초가집의 잔상이 아른 거려요.
그렇게 돌까지 아무 탈없이 자랐어도
제 이름은 호적에 올리려고 만들었던 실제 이름만으로 불리워지는게 아니고
0옥. 이란 이름하고 섞어 쓰이게 되는 상황이 생겨 버렸지요.
집에서는 호적상 이름이 불리는데
마을에 나가면 마을 어른들은 0옥. 이라 불러대시고
그렇게 4살 초에 떠나와 이사온 평지의 00리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0옥. 이라 부르는 탓에
어찌나 그 이름이 듣기 싫었는지 몰라요.
하다못해 작은 어머니 한분은 아직도 가끔 저를 0옥. 이라 부르신다는...
결혼하고 명절이 되어 친정을 갔더니
친척분께서 저를 부르시기를 0옥. 이라 하니
제 곁에 있던 남편이 나중에 당신 이름이 왜 0옥. 이야? 하기에
구구절절 까지는 아니어도 어린날 이름때문에 심퉁나게 했던
0옥. 이에 대한 사연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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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이름과 두개의 생일.
이야기 조회수 : 245
작성일 : 2010-02-02 17:41:09
IP : 61.77.xxx.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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