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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힘들다 해도 되는거 맞죠??

난 효부가 아니랍니다 조회수 : 2,060
작성일 : 2010-01-19 23:45:00
1월 초.....
저희 아가 돌잔치 있었습니다..
아가 돌잔치 일주일 전에... 저 구석 시골에 사시는 어머님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 ※ 저희 시어머님 .... 해방 됐을때가 열다섯 정도라 하셨으니 나이 계산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저것 돌잔치 준비 다 미루고 올라오신 김에 어머니 병원 열씨미 다녔습니다..
그 사이 우리 아가도 돌치례 두번 해주시고....

전.... 돌잔치 끝나고 친척 분들 중 누가 어머니 모시고 가실줄 은근 기대하고 있었는데....
돌잔치 끝난지 3주 되어가는 지금...
어머니 못 다다닌 병원 3개 예약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속이 안 조으시다고 내시경 얘기 까지 하시네요...

네....
자식 키우시느라 고생하셨으니 병원비가 얼마가 나오건 해드려야죠..
더 큰 병원에서 종합검진 2박 3일로 못 해 드린거 죄송 스럽게 생각 해야 되는데....
그걸 뒤에는 돌쟁이 아가 업고 한 손은 거동 잘 못하시는 어머님 잡고 한쪽 어깨에는 기저귀가방 메고 눈 다 안 녹은 길을 제가 가려니 참 눈물나게 힘들더라고요..

네네...
편찮으시다는데...
이정도는 해 드려야죠..

근데요.. 제가 정말 힘든거는...
팔순 다 되신 어머님이 아가 이뻐해 주시는건 정말 감사한데요...
어머니 입에 맞춘 김치전에 오뎅국에.... 갈비 양념에..... 저희 아가가 먹성이 좋으니 무조건 먹이십니다.
애기가 막 때쓰고 울면 사카린 범벅이 된 뻥튀기 열심히 먹이십니다.
하루에 하나씩 카스테라 빵 뜯어 먹이시고....
애기 앞에 앉히시고 드라마에 노래자랑에.... 애기가 멍하니 보고 있으면 잘 본다고 조아하십니다.
얼마전에는 사이다를 자꾸 먹이시려는거 아기 그거 먹으면 병나서 의사 선생님이 먹이지 말랬다고 몇번이고 말해서 간신히 그건 말려 놨는데... 딴거는 아기 잘 먹는다고 먹이지 말래도 꼭 먹이십니다.

본인 식사 챙겨드리고 뒷 설거지 하느라 애기 이유식도 제대로 못 해먹이는 것도 속상한데...
자꾸 본인 입에 맞춰서 달고 짜게 만든 음식 먹이시고...
뽀로로 아니면 틀어주지도 않는 티비 하루 종일 끼고 같이 보고 졸립다고 울어서 안아줄라치면 내비두라 하시다고 정작 본인 좋아하는 드라마 나올때 울면 저 바빠 죽어도 얼른 달래라 그러시고....

딴 거는 힘들고 어려워도 왠만치 어머니 맞춰드리겠는데...
아기 관련된거는 말씀드려도 모르시고 본인은 그렇게 안해도 6 자녀 키우셨다 하시고...

이달만 잘 참자참자 하는데 애기 재롱 보시느라 설에 저희랑 같이 가고 싶다 하십니다...

손주 며느리보다 어린 며느리가 또박또박 아니라고 말씀 드리지도 못하고 티비보면서 울다 치져 자는 아가 보니 또 눈물이 나네요..

저 ....
힘들어 해도 되는거 맞죠???
저 못된거 아니까요....
참 못된 며느리다 라고 혼내지만 마시고 저 좀만 위로해 주세요,,,

참...신랑 이란 사람은.. 일한다고 오늘도 자정을 넘기네요..
어머니 저한테 던져 놓고 몰라라 하는거 같아 더 속상하네요..
IP : 119.196.xxx.18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르른
    '10.1.19 11:51 PM (112.150.xxx.14)

    참 착하신 며느님 이시네요
    시어어님 연세 너무 많으셔서 바꾸려고 해도 안되실거에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모시고 살지 않으시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구요
    아이 키우는 문제에 부딪히는게 제일 힘들어요 그쵸?

  • 2. 휴~
    '10.1.20 12:04 AM (59.22.xxx.130)

    댓글 달려고 로긴했습니다.
    죄송한 표현이지만 같이 한번 살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에 비하면 세발의 피 같아요 (죄송 ㅠㅠ)
    팔순 다되신 어머니 백살살지 않으실거고
    윗분 말씀처럼 모시고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위안삼아 사세요.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매일 마음 수양하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 3. 원글님
    '10.1.20 12:06 AM (125.178.xxx.192)

    많이 힘드시겠네요.
    나쁜며느리라고 욕 안합니다.
    얼른얼른 시간가기를 빌어드립니다.

  • 4. ㅠㅠ
    '10.1.20 12:20 AM (119.196.xxx.186)

    감사합니다..정말 윗분들 말씀처럼 모시고 살지 않는게 큰 축복으로 살겠습니다..
    시부모님 모시고 사시는 분들도 많은데..제가 넘 엄살 부렸나봐요..ㅠㅠ

  • 5. 쫌만 더...
    '10.1.20 12:35 AM (119.200.xxx.240)

    잘 견뎌 보세요.
    잘하고 계시네요.
    토닥토닥~~~~

  • 6. 아기도
    '10.1.20 12:51 AM (115.138.xxx.50)

    괜찮아요. 돌 지났으니 이유식 이제 졸업할때 됐고 과자나 그런건 뭐 정말 ㅠㅠ
    설까지 이제 보름여 남았습니다. 아기는 설 지나 엄마가 습관 잡으시면 다시 돌아올겁니다.
    지금 엎으시면!!! 여태 고생한거 다 없어집니다.
    남편도 말은 안해도 고맙다 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 시간 빨리 가라고 저도 언넝언넝 시계에 대고라도 부채질 해드리지요

  • 7. 아기에 대해선
    '10.1.20 1:06 AM (124.56.xxx.125)

    설 지날 때까지만 포기를 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야 원글님도 살지요.
    자꾸 속상해하고 순간순간 화 끓이며 지켜보면 명이 단축됩니다.

  • 8. .....
    '10.1.20 2:07 AM (121.189.xxx.215)

    길도 미끄러웠을텐데....업고 기저귀가방매고
    나이들면 정말 내몸밖에 모르려나(낼 돌맞을라!!)
    요즘 할머니들 병원다니시는게 애들 학원 가는 것마냥
    눈뜨면 내과갔다가 한의원가서 물리치료합니다
    20일이 토요일이면 19일에 입금안했냐고 전화오십니다
    86살에도 돈돈

  • 9. 의료보험
    '10.1.20 9:32 AM (124.54.xxx.210)

    적자난다는데 한의원 ,통증치료의원가면 정말 노인들 많더군요
    돈도 1000원만 내고 아니 어떤곳은 공짜로도 노인들 받더군요...
    동네 사랑방이에요.. 그래도 병원은 국가에서는 보험료를 받으니까
    고스란히 국민한테 전가되는것이겠죠.. 그래도 지금 노인들은 행복해요
    제세대가 완전 베이비붐세댄데 ... 원글님 조금만 참으세요 또 아이한테
    너무 신경쓰지 마시구요... 한두달 사이에 아이 그렇게 잘못되지않아요..
    저도 아이들 대강 키웠어도 키크고 건강하고 감기한번 안걸린답니다.
    노인네 웬만치는 보시겠다하니 참 무던하고 착하신가봐요...
    설날 모셔다드리고 칭찬받고 오세요...

  • 10. 휴님 댓글중에
    '10.1.20 10:07 AM (125.241.xxx.74)

    "팔순 다되신 어머니 백살살지 않으실거고 "

    이 말도 정말 무섭습니다.
    백살까지 살지 말으시란게 아니라 그 마음가짐 하나로
    견뎌야 할 게 너무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첨엔 우리 어머니 오래 못사실거 같애 한지가 십몇년전이고
    지금 아흔이 다 되어가십니다.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저는 직장도 다녀야 되고 기력없고 노인성치매가 점점 심해지시는 분 옆에서
    한결같이 웃는낯이 안되어서 맨날 죄책감 느끼고 삽니다.
    (시비는 아닌거 아시죠?)

  • 11. 우리나라에선
    '10.1.20 11:44 AM (124.54.xxx.17)

    우리나라에선 며느리의 노동이나 감정은 그닥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무시 당하지 않고 살다가 결혼하고 나서 어느 순간 내가 기대받는 역할이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윗님, 노인성 치매가 심해지는 시어머니, 그것도 그 전에 좋은 기억이 많지도 않은 분 모시면서
    웃는 낯이 안되는 거 죄책감 느끼실 일 아니예요.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원글님, 저도 나름 기가 막히는 경우를 겪을 만큼 겪었다고 하는 축에 속하는데,
    심각하게 맞짱 뜨는 것보다 겉으로 웃으면서 나 하고 싶은대로로 살살 방향을 잡아가는게 훨씬 수월한 방법인 거 같아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좋은 말 못들어서 억울한 관계에선 상대를 미리 배려하다 지레 지치지 말고, 나를 먼저 챙기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편이 훨씬 수월하답니다. 힘내세요!!!

  • 12. 휴..
    '10.1.20 12:51 PM (123.214.xxx.89)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도 저보다 훨씬 착하고 나은 며느리이신데요.
    남편도 자정까지 안들어온다면 짜증내고 화낼법한 상황인데도 꾹 참고 버티시는 모습이 대견하세요.
    내가 지는 짐은 주변에선 잘 모르죠. 얼마나 힘들지.
    남편이라도 알아줘야 하는데 남편도 좀 무심하네요..
    힘내시고 설까지만 어떻게 버텨보세요. 힘내시구요..

  • 13. ..
    '10.1.20 2:12 PM (116.37.xxx.191)

    근데 설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시긴 하되,
    좀 불편한 내색은 하세요.
    그래야 다음에 님이 조금이라도 숨을 쉴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팔순 넘으신 분들,
    어지간하시면 100세 사십니다.
    통계는 교통사고, 사고사 다 잡힌거라서
    시어머니 100세 까지 사시는 동안 내 30대 40대도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 14. 윈글이
    '10.1.20 3:29 PM (119.196.xxx.186)

    오늘까지 이렇게 조언 주실 줄 몰랐어요.
    지금도 밖에 비오는데 답답하시데서 애기 업고 택시타고 만원거리 갔다가 왔습니다...
    자기전에 달력 보니 설이 얼마 안 남았더구요..
    모시고 사시는 분들도 있는데.....
    잘 참아 보겠습니다..
    화이팅!!!

  • 15. 힘내세요
    '10.1.20 6:02 PM (221.138.xxx.123)

    그저 힘내고 견디라는 말 밖에는...
    남편이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거 아니라면ㅠㅠ
    그래도 남편에게 이야기는 해보세요.
    이래저래 힘이드니 좀 일찍 들어와서 도와주면 안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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