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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에서 을숙도까지
무사히 또 알차게 김해, 더불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댓글 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
봉하마을 묘역 공사는 잘 진행 중이더군요.
가는 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손녀 딸 태우고 다니시던 길, 차분히 따라 걷기 힘들었지만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삼삼오오 방문하는 이들 많아
그분 조금은 덜 외로우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묘역으로 가는 길에
붕어빵 장사를 보고는, 얼마 전 붕어빵 엄마님 글도 생각이 났고
혹시 주변에 82님들 계실까...지나는 이들 모두 정겹게 보였습니다.
생가를 지키고 계시는 자원봉사자분이 참 추우실 것 같더군요.
그래도 웃는 얼굴로 방문하는 이들에게 인사하시는 모습
박석을 신청 받으려고 서계시던 분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국화꽃 파는 곳에서 막걸리도 함께 팔더군요.
국화꽃만으로는 못내 섭섭해 한잔 따라드리고,
남은 것은 제가 마셨습니다. ^^::
한잔 권해주시는 것을 받은 것처럼 따스하게...
82 회원님이 추천해 주신 김해 박물관을 걷다가
황지우씨 시가 갑자기 생각이 나더군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때들의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열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죽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어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취중이어서 객기가 생긴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고 싶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을숙도 갈대숲이 보고 싶어
무작정 가 보았습니다.
가는 길가에 머릿속으로 그렸던 을숙도 갈대 숲이
도로를 따라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막상 을숙도 공원은
바다의 역류를 막기 위한 댐 때문인지
갈대 숲이 물에 잠긴 것인지...
또는 초행길이라, 진풍경을 찾지 못해 제대로 못 본 것인지
가던 길가에 보았던 갈대숲과 같은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면서
날아오는 새떼들을 보면서
서울행 열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을숙도를 떠났습니다.
그래도 시 귀절의 마지막처럼
주저앉아서는
그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40 앞둔 주부에게 든 것은
깨어있으라는 그 분의 가르침 덕이겠지요.
밀린 글들 읽으러 들어왔더니
때아닌 반공의식 도배질에 감흥?을 얻어...
갑자기 애국가 울려퍼지는 황지우 시 생각에
봉하에서 불쑥 을숙도로 향했던
무계획적인 여행담 한자락 풀어놓고 갑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듯해요.
치밀한 계획을 세운 여행 말고는 떠나지 않던 사람이
문득 마음에 부는 갈대바람에 행선지를 바꾸게도 되니 말입니다.
마음 한자락 펼쳐놓는 숨겨진 휴식처 자게가
조속히 저 반공 도배질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면서...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1. 부자유님
'10.1.15 10:28 PM (147.46.xxx.47)글에 애정이 많이 묻어나네요
좋은곳 다녀오셨어요... 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2. 와~
'10.1.15 10:28 PM (118.221.xxx.181)저도 얼마전에 부산 친정에 가면서 봉하마을에 다녀왔어요~
예정에 없었던 일정이라 정보도 없이 내려갔더니 묘역은 공사중이고 이른 아침이라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춥고 서글픈 봉하로 기억되네요..
방명록에 3학년 아들이 맞춤법 다 틀려가며 "왜 돌아가셨어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적는 모습에 코끝이 찡~했네요~3. 광팔아
'10.1.15 10:29 PM (123.99.xxx.190)좋은곳 다녀 오셨네요.
이왕이면 을숙도에서 낙동강오리알 하나 주워 가지고설랑.
푸른집에 봉황알이라고 택배로...4. 듣보잡
'10.1.15 10:36 PM (118.32.xxx.144)감사하단말씀 올립니다...사랑합니다..
5. 현랑켄챠
'10.1.15 10:53 PM (123.243.xxx.5)을숙도.....갈대밭에서 비행기를 날리다가 많이 잃어버리기도 하고 그랬죠.
축구장까지 생긴 건 봤는데 그 뒤론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다대포에서 을숙도로 이어지는 길에 수상가옥이 한 채 있었는데
열여덟살 때 거기에 숨어서 하루를 보내 던 기억이 납니다.
방황의 창고였죠.
노무현 대통령...............................
개인과 역사는 항상 시간이 지나야 그 관계가 명확해지는가 봅니다.6. 방금
'10.1.15 10:54 PM (119.64.xxx.221)그렇잖아도 방금 박석 신청하고 오는 길인데.. 30여개 남아서 얼른 신청했는데--그 사이 추모글 급하게 생각하느라 결재 취소도 한 번 하고.. 남은 갯수가 0 이더라구요!!!
그래서 휴우ㅡ 했는데 어찌 박석갯수는 -1. -2 이렇게 늘어나네요. 어찌된 일인지...
어쨌든 저까지는 무사히 통과되었겠지요. 다행...
다행입니다.
다음에 우리 애기 데리고 갔을때 보여줄 수가 있어서.. (애기이름 넣었거든요)
추모글 생각하느라 추모 비문 뒤적여보다가 눈물나서 혼났습니다. T_T7. 한 번
'10.1.15 11:17 PM (221.153.xxx.47)다녀오고 싶은데 형편이 안되네요.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요...
저는 부자유님이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자분이셨네요?
늘...성의있는 글 ...감사합니다.8. 不자유
'10.1.16 12:24 AM (110.47.xxx.104)147.46님/ 댓글 고맙습니다. 편한 밤 보내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와~님/ 친정이 부산이시군요. 제가 갔을 때에도 무척 춥고 바람도 심했지만
공사장에 날리는 흙바람 사이로 오가는 이들 끊이지 않았습니다.
광팔아님/ 그러게요. 계획적으로 갔으면 낙동강 오리알이라도 찾아봤을텐데.^^
듣보잡님/ 다정한 댓글에 제가 감사합니다.
현랑켄챠님/ 갈대밭에서 비행기 날렸을 개구진 모습이 상상되네요.
아쉽게도 제 상상이나 가는 길에 본 갈대숲보다,
을숙도 그 자체는 황량해 보였습니다. 추워 더 그랬겠지요.
방금님/ 박석 신청하셨군요. 박석에 쓰이는 여러 산지의 돌들을 보면서
그 안에 담을 글귀 생각하면서...저도 눈시울을 많이 붉혔습니다.
한번님/ 묘역 공사가 진행 중이라...좀 지나 추위 풀리고 다녀오시면 좋겠지요.
제 문체가 남자 같은가요? 가끔 그런 댓글 보는데,
그리 생각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저는 아이 셋 딸린 주부랍니다. *^^*9. ..
'10.1.16 9:51 AM (203.229.xxx.234)부자유님글이 참으로 생생해서 같이 여행 한 기분이 듭니다.
봄 되면 가고 싶네요.
참, 제 친구 사무실의 같은 복도에 황지우 시인의 작업실이 있다던데...사인 받아 달라고 할까봐요.10. 한번도....
'10.1.16 10:22 AM (124.53.xxx.64)을숙도엔 못가봤지만 님의 글에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글을 읽는 저도 눈이 붉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요, 저도 조금 느꼈어요. 문체 좋은 남자분 같다는 느낌요.
아마도 정제되고 논리적인 글이 가져다주는 단정함 때문이 아닐까...싶어요.11. 아나키
'10.1.16 10:37 AM (116.39.xxx.3)"봉하" 라는 단어만 보면 자동반응으로 클릭을 하게 되네요.
살아계실적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여지껏 못갑고 있네요.
저도 봉하에 가게되면, 부자유님처럼 을숙도에도 꼭 들렸다 오고 싶네요.
저도 평소에 여행을 하면 계획을 다 하고 가는지라 이런 자유여행이 부럽다 하면서도...
지 버릇 남 못준다고 또 봉하-을숙도 계획을 짜네요.12. 不자유
'10.1.16 12:15 PM (110.47.xxx.104)...님/ 봄이 되면 오리쌀 논도 모심기를 하고 온기가 돌겠지요.
그러면 사람 사는 세상 같아질 겁니다.
1월 말에도, 2월 초에도 업무상 제가 그 쪽으로 갑니다.
짬이 되면 공사 진행 상황이나 풍경, 글로 또 올리고 할게요.
한번도님/ 댓글 고맙습니다. 그렇군요. 제 문체가 좀 남성적으로 보이나 보군요.
실은 오프에서도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이 저를 더 좋아하는지라^^::
제게 좀 중성적인 느낌이 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단정하다는 말씀 고맙습니다. 칭찬으로 생각할게요.^^
아나키님/ 그렇지요. 살아계실 때 가보고 싶었는데
돌아가신 후에만 몇 번 가보았습니다. 저도...그것이 갈 때마다 마음 아파요.
봉하에서 을숙도까지는 제법 멉니다. 차 없이는 이동 노선이 좋지는 않구요.
출퇴근 시간대 피해서 가시면 한 시간 가량...
을숙도보다는 다대포에서 을숙도 가는 길의 갈대밭을 감상하셔야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을숙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답니다.
혹여 가시거든, 그곳 휴게소에서 어묵은 드시지 마세요.
부산 어묵이라 맛있을 줄 알았는데...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13. ...
'10.1.16 4:54 PM (110.13.xxx.60)봉하라는 말만 들어도
예전에는 흐뭇했고(봉토피아였지요)
2009년 5월 23일 이후부터는 눈물이 마르질 않네요.
저도 부자유님을 따라 봉하 잘 다녀온 기분입니다....
겨울 가기 전에 한번 더 갈 생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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