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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 예수???

신학적 해석 조회수 : 635
작성일 : 2010-01-12 17:41:50
1.
그냥 뒷산이 아니었다. 산책하다 실수로 굴러 다친 것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본 그 산, 그 뒷산은 높다란 절벽이었다. 그제서야, 그가 하늘로 몸을 날려 처연히 삶을 마감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목을 맨 것도 아니고, 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차에 뛰어든 것도 아니고...

'절.벽. 위.에. 선. 노.무.현.'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그의 마지막 이미지는 그렇게 그의 외로움을 닮아있다.  

2.
그는 자살을 했다. '선택했다'고 쓰기 망설여지는 것은 그런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정황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재임기간 중 스스로가 언급했던 '청탁하면 패가망신'이란 격한 표현이 유독히 그 자신에게 철저하게 적용된 자기성취적 예언이 되어 버렸으니 이를 무어라 말할 것인가.

3.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장자연, 최진실을 비롯하여 소위 '우울증'이란 꼬리표를 달고 목을 맨 여배우들과 가수들, 많기도 하였다...
검찰 조사를 받다 뛰어내린 현대 회장 정몽헌, 한강에서 뛰어내린, 노무현이 가해자가 되어 있는 대우 사장 남상국...
뉴스에서 알뜰살뜰 챙겨준 소식을 보니 그렇게 저렇게 자살한 번듯한 사람들이 십수명이다.

게다가 얼마전 자살한 화물연대 박종태 위원장..., 또 신문 한 귀퉁이 차지하지 못하고 스러진 노동자들은 얼마인가?
혹은 이미 죽을 상황인지 살 상황인지 경황이 없는 장기 농성 노동자들... 그들의 삶은 더 나은가?
그렇다면 용산에서 불타 죽은 이들은 이 범주에서 얼마나 많이 다른가?

좌절한 사람들을 이토록 쉽게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장자연이 만약 자신이 당한 문제를 경찰에 신고하면 사악한 자들이 단죄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용산의 철거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법에 호소하였을 때 정부와 사법부가 자신들의 삶을 보호해줄 거라고 믿었다면 그 망루에 올라가 신나통을 쌓아놓고 대치를 했겠는가? 극단적인 빈곤과 박탈된 삶으로 내몰린 자들이 이를 눈물로 호소하면 하늘이 듣고 구원의 손길이 내려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더라면... 그들이 죽음으로만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고 했겠는가?

목숨을 값으로 치르지 않고선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믿는 사회는 이미 인간사회가 아니다. 한국은 지금 그런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권력을 쥔 자들이 이 잔인한 생존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다.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끝을 내는 소박한 선택이 종내 조롱거리로 남고 마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문제의 원인제공자에게 혹은 문제해결의 책무를 방기하는 자들에게 직접 가해하는 선택으로 돌아서는 데에는 약간의 사회적 각성과 분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살을 단순히 지옥가는 충분조건으로 설교하는 것으로 제 할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 심약한 개인들의 패배주의적 선택이라고 혀를 차고선 총총히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무정한 얼굴들, 자살에 이르는 모든 길을 다 닦아놓고선 '테크니컬'하게 자살 조장 혐의에서 벗어나 있는 저 '꿋꿋이 살아가는' 철면피의 얼굴들...

판사에게 석궁을 쏘고, 목사에게 오물을 뿌리고, 경찰에게 대나무 매질을 하고, 대통령에게 화염병이 날아가거든 알아야 한다. 촛불 들고 말로 할 때 듣지 않으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4.
노무현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의외로 덤덤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싶은...
유난한 호들갑을 떨 의지도 발동하지 않았고, 그냥 하루 종일 불편한 심기에 시달렸을뿐이다.
늦은 밤 내가 사는 동네 마트 앞에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는데, 잠깐 갈등하다가 그냥 지나왔다.
아마 내가 꽃을 들고 갈 차례까지 가려면 한두날을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나보다 훨씬 더 절절한 지지자들이 다 가고나야 '유보적 지지자'인 내 차례가 올 듯 싶다.

12시를 다 넘긴 밤에 아내와 추모방송을 보며 몇번 질질 눈물을 흘렸다.
아주 잠깐씩, 내가 그를 유보없이 지지할 수 있었던 시절의 흑백 사진들을 접할 때 말이다.
그 무렵의 노무현은 언제나 분노한 모습으로 손을 들어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간간이 들려준 예전의 선거유세는 기교를 덜어내었으되, 직설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설교자들이 저런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싶다. 시답잖은 이야기 좀 집어치우고 말이다.
요즘 우리는 흥분해서 할 만한 이야기거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시절 노무현은 행복했겠다 싶었다. 하긴 노무현만 행복했겠나? 지지자들이 더 좋았겠지.


5.
역사가 어떤 목적점을 향해 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갈짓자로 걸을 때가 더 많으니 말이다.
그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그의 삶의 의미'를 정리하게 만든다. 그게 힘들다.
대충 다 정리된 줄로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걸 다시 꺼내보게 만든다.
내가 원할 때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가 마치 밀린 숙제하듯이 한꺼번에 이 작업을 하느라 심난하다.

그는 큰 꿈을 꾸었으나, 그것을 이룰 힘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 힘은 자신의 역량 문제이기도 했고, 강고한 이 사회의 메인스트림이 작정하고 비협조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자원과 인물은 너무 협소했고, 주어진 권력을 운용하기에도 모자랐다.
나도 종종 곁눈질로 살펴 본 바, 모자람이 적지 않았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했으나, 강남3구 부동산 값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꼴을 봐야했고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으나, '한미 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혹은 '군사작전권 환수' 사이에서 널을 뛰었다.
노동운동하던 인권변호사를 대통령으로 둔 시절에, 비정규직 문제는 한없이 커져가기만 했다.

지역주의만큼은 해체시키겠다던 결기는 제각각 자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들의 정립구도로 끝을 맺었다.
'검사들과의 대화'로 시작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으로 유지된 정권은 '수도 이전 위헌 판결'로 꺾이고,
소득없는 개헌논의와 대연정을 넘어 결국은 '법치'가 아니라 '법률가 정치'의 시대를 열어주고 말았다.
재벌에게 엄한 듯 했으나, 결국은 삼성 보고서로 국정 전략을 짜는 등 머리에서 밀리고, 힘에서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 그의 한계 혹은 그의 실패로 남았던 것들은 남김없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도드라진다.
이 정권과의 비교우위를 논할 사항은 아니나, 한 사안을 다루는 서로 다른 방식의 대비는 꽤나 깊고 차이난다.
아마도 노무현은 그의 위대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패 때문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역사는, 다 정리되고 다 지나간 듯 보이는 사건들의 퇴적물 위에서 그 다음 시대를 구상하게 한다.
'자신의 죽음'이란 압도적 강제력으로 이 시대를 다시 한번 노무현이 남긴 숙제에 몰두하게 만든 그의 힘은
역설적으로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선언에서 말한 그 '유령'과 닮았다.
육체가 없는 사건, 그를 보았다는 유언비어 같은 증언과 그를 부인하고자 하는 권력의 욕망 사이의 상충,
몸을 갖지 않는 그를 다루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난 이후 본격화 될 '노무현과 그의 시대'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달리 평면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제 '역사'에 속한 인물이 되었고,
오직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서 새롭고 자유롭게 재구성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말해질 수 있는 '육체 없는 존재'가 된 대신,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비루한 몸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노사모의 메시아'에서 '한국 현대사의 그리스도'로 전이되려면 아마도 노무현의 바울이 필요할 것 같다.
하나님이 뜻이 있다면, 어딘가에서 바울이 하나 나올지도 모르겠다.
몹시도 미움과 조롱을 받았던 그의 삶이 새롭게 평가되고, 의미를 발하려면 그 방법외에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메시아니즘의 유비와 어느 정도 공명했던 노무현의 등장을 기억한다면,

그의 퇴장이 짙은 신학적 상상력으로 채색되고, 무너진 정치에 대한 '위로부터의 기대감'을 유발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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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00 교회 어느 전도사님이 서거 직후 쓴 글 같은데 좋은글 같아 제가 카피해왔습니다.
이분은 노무현을 예수에 비유했네요.
노무현의 바울은 누구일까요?   유시민???

바울은 원래 바리사이파의 유대인으로  그리스도의 추종세력을 탄압한 사람입니다만 극적인 회심으로 그리스도교인이 되어 오늘날 그리스도교 형성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라고 해요.

신학적 상상력에 딱 맞아 떨어져서 노무현의 바울은 유시민 보다는 오히려 안상수, 정몽준 아니면.. 박근혜가 딱 적격일거 같은데요.  이들이 회심할 가능성은 별로 없겠죠?
IP : 59.31.xxx.2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0.1.12 7:09 PM (180.64.xxx.6)

    우리가 기대할 바울이 정녕 나타날까,,,,,,,,,요,,,,,,,,,,,,,???? 그러기를 하염없이 소망해봅니다만..

  • 2. 그는
    '10.1.13 1:56 PM (211.205.xxx.150)

    종교없는 나는 전에도 앞으로도 그만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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