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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셔먼호 사건과 평양 부흥100주년...

에구 조회수 : 492
작성일 : 2010-01-09 23:37:52
오늘 82를 복습하다보니.... 구한말 서구 선교사들이 새로운 교육과 의료 등을 도입해 줘서 그 덕분에 우리가 발전하고 좋아졌다...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 많은 거 보고 새삼 놀랐어요.

2009년이 평양 대부흥 100주년이라고 교회 다니는 분들이 크게 기념하고 행사하고 하는 걸 보면서 종교를 지배의 도구로 활용한 서구인들의 발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실감하고 그랬던 일이 떠올랐어요.

국사 시간에 제너렬 셔먼 호 사건 배우셨을 거에요.
미국 상선 셔먼 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올라와서 통상을 요구하고 우리 나라 관원을 붙잡아 감금하는 등의 행동을 벌였지요. 대동강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배가 모래톱에 걸리자 승무원들이 총과 대포로 포격을 하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발생해서, 박규수가 가서 격침시키고 생존자들은 처형되었습니다. 이후 신미양요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었구요.

제너럴 셔면 호에는 토마스란 목사가 있었어요. 처형당한 생존자 중에 이 목사가 포함되어 있었고요. 최초의 개신교 목사 순교....라고 평양 대부흥 100주년과 더불어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토마스 목사의 영혼을 축복해 달라고 기도도 많이 하고, 이제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선교를 위해 헌금도 하고 노력도 많이 해야 한다 얘기도 많이 하고.....

교인들 입장에서는 이게 선교이고 순교로 보일지 몰라도..... 제 눈에는 그냥 아시아 식민화 과정의 곁가지로밖엔 안 보이거든요.
토마스 목사의 순교를 기념하는 교인들은 제너럴셔먼호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물어볼 것도 없이 교인들이 써 놓은 걸 보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 사도들을 박해했다는 식의 분위기가 역력하긴 해요.
더 심한 경우는, 제너럴셔먼 호와의 관계는 감추고 토마스 목사의 순교만 강조한다는 거에요. 특히나 애들 상대로 이 방법을 더 많이 쓰는 분이기.
황서영 백서 사건에서처럼.... 서양 군대를 보내 내 나라를 쳐서 점령해 달라고 청원하게까지 만들 정도로 종교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생각하면 그런 분위기도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지만.

서구의 앞선 과학 문명을 전달하는 것을 선교의 수단으로 삼고, 기독교라는 종교 또한 앞선 문물과 동일시시켜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당대의 선교 방법이었어요. 오히려 당시 유럽에선 이런 선교 방법을 두고서 세속적인 과학을 성스러운 종교의 수단으로 삼으려 든다는 비판이 있었더군요. 하지만 과학 문명의 일부로 기독교를 끼워넣는 방식이 전세계를 신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우월한 인종인 백인으로서 감당하고 완수해야 할 의무라는 반박으로 이 방법을 계속 썼어요. 즉.... 서구 선교사들이 꾸역꾸역 와서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운 것은 인종적인 발상이기도 한 거에요. white man's duty를 다하기 위해서.

니네가 위대한 순교자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 내 눈엔 그냥 침략자 앞잡이로밖에 안 보인다고 하면(개신교만 깐다고 뭐라 하실 분 계실지 모르겠는데 천주교 신부들도 비슷해요. 김대건 신부도 무력시위로 이권을 얻어내기 위해서 아시아로 보낸 프랑스 군함에서 승선해서 입국했죠.)기분 나쁘시겠지만...

적어도 19세기의 서양 종교 진출이 뭐 그닥 아름답게 보이진 않아요. 그런 위대한 분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되었다고 감사하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IP : 119.71.xxx.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1.9 11:47 PM (125.180.xxx.202)

    자국의 역사공부는 철저히 시켜야 되는데 어떻게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국사를 선택해서

    공부하는 건지....정말 한숨만 납니다.

  • 2. 나비
    '10.1.9 11:53 PM (218.237.xxx.79)

    네.. 저 천주교 신자라서 김대건 신부언급하시니 좀 언짢긴 하군요.
    그런 일이 있었나.. 모르겠지만, 있었으니 쓰셨겠지요.

    저도 역사의식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점이 가장 중요하죠.

    그때 서구열강의 식민지확장의 열기속에서, 그들은 힘있는 자들이었으니 자기들 나라를 위해, 자기의 종교를 위해, 마구 쳐들어왔을 겁니다. 뭐,그들이 자기를 합리화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참 치욕적인 것은 점령당한 자가 점령한 자의 주장을 그대로 앵무새같이 따라하는 것이죠.

    쳐들어온 일본놈이 '우리가 개화시켜주었다. 고마운줄 알라'라고 하니,
    똑같이 '그들이 개화시켜주었다'라고 '고맙다!'고 떠드는 것들이 그 나라의 권력의 중심에 있다면 노예의 나라일뿐입니다. 정신이 노예이면, 모든 것이 노예죠.

    원글님 말씀처럼 종교도 마찬가지겠네요.
    총,칼 대포 싣고 온 배에 목사하나 타고 있었다고 그 배가 평화적으로 전도하고 순교하러 온 배는 아닌데, 거기에 '우리'의 논리는 없고, 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읽기 하는 사대주의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 3. 정말 저질입니다.
    '10.1.9 11:53 PM (59.28.xxx.227)

    역사공부 안시켜요. 미국은 200년 짧은 역사도 엄청 부풀리고 애국심 강조한답니다. 람보 영화나 다른 영화봐도 그게 보이죠....4천년 역사인 우리 대한민국이 친미 친일 사대주의만 강조하고 우리것을 업신여기고 있는 세태가 한심합니다. 70년대처럼 애국심과 우리 역사를 빛낸 위인들의 이야기와 제대로 된 역사공부를 시켜야 하는데....진짜 큰일입니다.

  • 4. ...
    '10.1.9 11:58 PM (119.64.xxx.151)

    나비님 같은 분이 참 많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기독교가 세계사에서 저지른 죄악은 분명 엄청납니다.
    그걸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해서 기독교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사과하기는 커녕 침략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기독교가 들어간 나라는 잘 산다라는 이야기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해대니
    정말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 5. 에구
    '10.1.10 12:11 AM (119.71.xxx.24)

    저도 나비님 같은 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국주의, 인종주의와 결합했던 기독교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는 논조의 논문을 카톨릭 신부의 신분에 있는 학자들이 쓴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존경스럽고 종교인답다는 생각이 들면 들지.... 역시나 나쁜놈이라고 욕하게 되진 않거든요.
    ... 님 말씀처럼 안 믿어서 쓰나미 맞았다, 안 믿어서 못 산다, 개화 시켜 주었다 하는 식의 19세기 인종주의자들이나 딱 할법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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