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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제 나이 올해 37.... 작년에 결혼했어요.
맞벌이인데, 좀 자유로운 직종이예요.
이상하게 제 친구들도 좀 그런 편...
제 나이에 제 친한 친구들, 결혼한 사람이 절반도 안되요.
그런데 그 절반 중에 아이 낳은 경우는 딱 하나예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도 아이 계획 없고, 앞으로도 안 낳겠다는 커플이 대부분이네요.
결혼 안하고 동거하거나, 결혼 안하고 싱글로 살면서 만족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러니까 정말 친한 친구 중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는 딱 하나인데,
그 친구는 저한테 계속 빨리 아이 낳으라고 해요. 늙어서 아이 낳는 거 힘드니까, 가지려면 빨리 가지라고.
저는 정말 이랬다 저랬다... 마음이 왔다갔다 해요.
어느 날은 빨리 가져야 할 거 같아서 막 마음이 급해요. 애기가 tv에 나오면 좀 예뻐보이고 찡하기도 해요.
(좀 그런 거지 많이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럴 때 제 감정이 낯설고 당황스러워요.)
늦으면 여러가지로 아이에게도, 제게도 안좋다는 거 생각하면 빨리 가져야 할 거 같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덜컥 겁이 나요. 육아할 자신도 없고, 모성애도 별로 없는 거 같고, 그냥 다 귀찮기도 하고.
친구 아들이 먹다가 막 흘리고, 옷에 묻히고 이런 거 보면... 내 애도 저럴 텐데 진짜 귀찮겠다, 그런 생각 들어요.
여기저기 끈적이면 너무 싫을 거 같다... 그런 생각.
그거 맨날 치우러 다니고 하느라 내 일 할 시간도 없을테고...
여유롭게 취미생활 같은 거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되겠지....
아이가 별로 안 예쁘고 버겁고 귀찮기만 하면 어쩌지... 그렇게 키운 아이한테 죄책감만 가득할텐데...
나같은 사람이 무슨 아이를 키우나... 그런 생각 들고요.
원래 처녀적부터 성격적으로 아이들 별로 안 예뻐했어요.
그냥... 감정적으로 별로 큰 호감이 없어요.
무덤덤해요. 아이들 지나가면 그런가 부다, 아줌마, 아저씨 지나가는 거랑 똑같이 보이지 특별히 귀엽다거나 같이 놀고 싶다거나 천친난만함에 매혹된다거나 그런 거 없어요.
가끔 어린 아이가 너무 약은 거 보면 얄밉고 싫기도 했구요.
아이들이 귀여운 척하며 (ㅠ 그냥 귀여운 건데, 제 눈에는 척하는 것처럼 보이곤 하네요ㅠ)
뭐 조르고 하면 냉정하게 딱 모른척하는 그런 성격이예요.
하여튼... 성격적으로 그닥 아이들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저희 부부 나이도 많고 (남편이 42) 그런데 안타깝게 양가에 손주가 없어요.
형제 자매들이 아직 결혼을 안 했거나... 임신이 안되거나... 그렇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그쪽으로는 손주 기대를 못하는 상황이예요.
그러다보니 양가 부모님들, 저희 결혼하면서 부터 손주 기다리시느라 눈 빠지세요.
제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양가에 있는 유일한 손주가 되는 거죠.
연세도 많으신 부모님들... 손주 기다리시는 거 보면...
정말 저희가 저희 좋자고 아이 안낳는 게 너무 큰 불효인 거 같구요.
(남편도 저랑 성격이 비슷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거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저보다 조금 더, 아이 갖는 것에 수동적인 편입니다. 마음에서 역시 갈등하는 것 같구요. )
제 마음이... 어느 날은, 나중에 늙어 너무 쓸쓸하겠다...
혹은, 남편 혼자 두고 내가 먼저 가면 자식이라도 하나 있어야 남편이 덜 쓸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아이를 낳고 길러봐야 인생을 배우고 겸손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리 지금 이래도 아이를 막상 낳아 기르면 행복하고 뿌듯하고, 아이도 예쁘고 그렇지 않을까,
내 안에도 그런 본능적인 모성애가 설마 없을까... 안 겪어봐서 그러는 거지...
하면서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거다,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대뜸 자신이 없어지고, 아이도 잘 못기르고 후회할 까봐 두렵기도 하고...
실은 이번 달에 배란일 맞춰 일을 저질렀는데,
내가 미쳤지 싶은 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아직은 너무 바쁘고 할일도 많은데,
술도 커피도 먹고 싶은데 내가 미쳤지, 막 이런 생각이 몰려오는데....
아... 정말 오늘 밤 따뜻한 정종 한 잔 먹고 싶어요.
혹시 임신 되었을까봐 못 마시면서, 괜히 했다, 다음 달에 할 걸, 하고 생각하는 저....
저 정말 아직 준비가 안된 거죠?
이 늦은 나이에 이러고 있다고 흉보지 말아주세요. ㅠㅠㅠ
1. 아 정말
'10.1.9 8:34 PM (221.163.xxx.110)애 별로 안 좋아 하시면 낳지 마세요
저도 별로였는데 결혼 4년만에 (전 결혼을 일찍했어요 ㅠㅠ)
애 낳아 이제 네살인데 지금도 별로 예쁜 줄 모르겠어요.
남들이 순하다고 열도 키우겠다는 아이이고
건강하고 똑똑한 애인데도 별로 안 예뻐요
다 낳아보면 자기 자식은 예쁘다는 주변 말 저한테는
정말 정말 해당안돼요 ㅠㅠ2. 효도하자고
'10.1.9 8:52 PM (121.168.xxx.39)애를 낳는다는건 갈수록 험하고 살기 힘들어지는
울나라에서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구요
막상 내 아이는 또 기대이상 이쁠수는 있지만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상상초월로 다가올거예요
결혼했으니까 어른들이 원해서등등 말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제가 위의 이유로 애를 낳았고 그러나 정말예뻐서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지만
과연 잘한 일인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3. 원글
'10.1.9 8:58 PM (59.7.xxx.170)솔직한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이 키우시는 분들이 아이 낳고 너무 행복한 모습만 많이 얘기하니까...
제 자신이 너무 이상한 사람 같고, 뭔가 모자란 인간 같아서,
자꾸 상황에 등이 떠밀리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4. ..
'10.1.9 10:09 PM (112.156.xxx.89)전 결혼전 하나는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올해 결혼한지 7년째구요
남편이 장남이기도 하고 하나쯤은 자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런데 1년2년 지날수록 자신이 없더군요
우리부부 둘다 여행하는거 좋아해서 1년에 4~5번은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잘다니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이... 우리부부에게는 귀찮은 존재란 생각이...
뭐 솔직히 낳아서 보란듯이 잘키울 자신도 없구요
괜히 잘못키워 주위에 민패끼질것 같기도하고..(제가ㅣ 성격이 개방이되서 아이도..)
해서.. 낳지 않는쪽으로 결정하고 지금은 올해 여행장소 물색중입니다
혹 모르죠 이담에 후회할지도..하지만 글쎄요..저희는 아이문제로는 후회는 없을꺼 같네요
적어도 저희부부에게는요5. 그게
'10.1.9 10:52 PM (210.123.xxx.199)결혼할까 말까 싶은 남자와는 결혼 안 하는 게 답인 것처럼,
낳을까 낳지 말까 싶은 아이는 안 낳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 둘이 사는 건 행복이 훨씬 크지만,
아기 하나 키우는 것은 애 엄마가 반 미쳐나가는 일이거든요. 아이 아빠 될 사람 태도가 그런 식이라면 더더욱 그래요.
저는 아이 키우고 있고 제 결정에 만족하지만, 육아의 고통이 모성의 신화로 너무 쉽게 포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6. 다좋은데
'10.1.9 11:35 PM (59.11.xxx.173)원글님 둘이 살다 님이 죽으면 남편에게 자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요,
님 정말 순진하세요. 아니면 현실감이 없는건지...
생각해보세요. 그런 경우 당연히 남편은 재혼합니다.
그건 님이 혼자된 경우라도 마찬가지겠죠?
그럼 애는 새엄마밑에서 자라는 거죠.
님이 죽는다는 가정을 하는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가정이고요,
갈수록 수명이 늘어서 앞으로 90이상은 삽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건 함께 사는 배우자지 자식이 아니거든요.
자식이 어려서 님이 죽으면 자식이 피해를 보고요, 자식이 커서 님이 죽으면 님남편은 자식과 사는게 아니라 자식은 결혼해서 자기 짝과 살고, 님 남편은 70이라도 재혼할겁니다. 90살까지 살텐데 70에 왜 재혼을 안하겠어요?
그러니 그런 걱정 뚝하시고, 아예 그런 죽는다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니 하지 마세요.7. __
'10.1.10 12:11 AM (118.47.xxx.102)애 별로 안좋아하던 제친구
여전히 안좋아합니다. 2이나 낳았는데. 첫째는 미워하기까지 ㅡㅡ;
저도 아이를 봐도 별 감흥이 없어서 노처녀 입니다.
결혼해도 아이 안가지고 그냥 살것같아요. 이미 나이도 있고.
동물은 무의식적으로 생식욕구에 모든 삶의 에너지가 집중되지만
사람은 안그런 경우도 많은것 같아요.8. ...
'10.1.10 12:18 AM (77.177.xxx.205)저랑 비슷한 생각하시는 분 만나서 기쁩니다.
올해 34이고 결혼한지는 7년차인데, 저도 애 별로 낳을 생각도 없고
애를 원래 별로 안 좋아해요. 애들이 이쁜 줄도 모르겠어요. 개 기르는 것도 귀찮구요.
신랑은 애 좋아하는데, 본인이 낳고 기를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애 낳으면 키워야
되는데, 신랑이 돈 많이 못 벌어오니까 제가 일해서 돈도 벌어야 하구요.
그냥 애 없이 살고 싶은데, 신랑이랑 시댁, 친정에서 애 이야기를 자꾸 해서 잠깐 스트레스
받았었어요. 근데 40이 되기 전에 하나는 낳아야 할 것 같기도 하구 그래요. ㅠ.ㅠ9. ..
'10.1.10 12:30 AM (121.137.xxx.219)이런 질문 하시는분들은 적어놓으신 고민 접으시고
그냥 낳으셨으면 좋겠어요 ^^
아마 죽을때까지 고민과 후회로 생각이 많으실겁니다.
낳으실 생각없으신분들은 저런고민 안해요. 생각이 확고해서 어떤 후회나
어려움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요.
이럴까 저럴까 남의 말에 생각이 열두번도 바뀌고 상처받고 하신분들은 그냥
낳으셔서 잘 키우시면 됩니다. ^^10. ..
'10.1.10 6:16 AM (59.8.xxx.156)저도 처녀때 아이들 별로였고 임신했을때는 좋았는데 막상 낳고 나니
넘 막막했어요.. 지금 만4세인데 몸은 힘들지만 정말 태어나서 제일
잘한일이 아이낳은 일인거 같아요.. 아이를 낳아봐야 정말 인생을 아는것
같아요.. 제 바닥까지 다 보여지게 되죠.. 남편도 저와 같은 생각이구요..
그래도 아이땜에 웃는 날이 더 많답니다~
지금 1년 넘게 둘째 기다리는데.. 첫째때와 달리 우리 뜻대로 안되네요..^^
이번 베란일때 일을 저질르셨다니.. 기쁜 맘으로 기대하시고 기다리세요~11. 낳으셔도...
'10.1.10 10:16 AM (121.170.xxx.198)저는 세돌된 딸 하나 있고, 곧 둘째 출산 예정이에요.
원래 애를 좋아하고 결혼하고도 애를 안낳는 상황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큰딸을 낳았고, 또 둘째도 가진건데요.
친구들 만나면 그래요. 저축하고 대출받아 집 사면서 거지같이 살고...^^;;
직장도 생계형으로 열심히 다녀야 하는 게
자식이 없다면 전혀 안해도 됐을 고생인데, 이게 뭐냐 푸념들 하죠. ㅋ
(다 직장 남자동기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결론은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다 입니다.
저는 아기를 비교적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육아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아요. 우울증 올 정도로 힘들었는데...
애는 이쁜게 분명한데도 육아는 정말... 진짜 힘들고
제가 포기할 것들도 정말 많아요.
근데 이게 지금 내 나이에 내가 할 일이구나 내 몫이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ㅎㅎ
직장생활도 할만큼 돈도 쓸만큼 써봤고 뭐 그랬는데
그것만으로 인생이 충만한 느낌은 아닌거같아요.
제 일 자체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애를 낳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걸 느껴요.
출산한 여성들이 정말 자기 자식만 챙기는 문화만 덜 해지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사회적으로든 뭐든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중언부언했는데
결론은 낳아 키우는 게 힘들지만
도전할만하고 보람된 일이다 입니다. ^^
좋은 소식 전해주세요.ㅎㅎ12. 원글
'10.1.10 12:47 PM (59.7.xxx.170)좋은 충고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정종 먹고 싶은 유혹 어영부영하다가 넘기게 되었어요.
계속 고민할 것이고 갈등할 것 같고...
한달은 피임했다, 또 한달은 안 했다... 뭐 이러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쩌면 제 자신이 선택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떤 운명 같은 것, 내 삶의 몫 같은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고요....
근데...
혹 임신 가능성 있어도, 그러니까 임신 테스트 전까지는 한 두잔의 음주는 괜찮은 것일까요?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한두잔의 술로 푸는 버릇이 있는데
요즘 일이 많이 스트레스 쌓여서 ㅠㅠ 술 고파요.13. 낳으셔도...
'10.1.10 2:06 PM (121.170.xxx.198)위에위에 답글 둘째 곧 낳는다는 사람인데요.
워낙 술 많이 먹는 직종이라서
임신한 줄 모르고 임신 초기에 폭탄주를 7-8잔쯤 마셨어요.
(많이 과하죠? ㅜㅜ;;)
주치의 선생님도 초기라서 괜찮을거라고 하셨고
실제로도 별일없이 순탄하게 잘 낳아서 큰애는 지금 건강한데,
임신한 동안에 미안하더라구요.
둘째는 계획할 때부터 술을 조심했죠.
사실 맥주를 좋아해서 요즘도 마시고 싶은데 ^^;; 참고 있어요.
직장 다니고 첫 애때문에도 힘들어서
뱃속의 둘째한테 별로 해주는 게 없는 거같은데
그거라도 해주자 싶어서요.
원글님 심정 이해해요. ㅎㅎ 그래도 좀만 참으세요.
나중에 미안해질지도 모르니깐요. ^^ 파이팅14. 한 살이라도
'10.1.10 3:50 PM (110.9.xxx.120)어릴 때 아이 낳은 님을 친구들이 부러워할 날이 올겁니다.
키울 때는 잘 모르겠다가도 종종 보람도 있고.. 사람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잃는 것도 많지만... 삶의 포커스가 나에서 아이들로 옮겨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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