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방금 읽은 글이 사라져서 그냥 답글 답니다.친구관계.

비타민 조회수 : 4,828
작성일 : 2010-01-07 22:12:29
오랫동안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삶이 달라지고
전처럼 부정적인 대화를 주로 했던 친구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어서 고민이라는 분의 원글에 대해
달려고 했던 답글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삽니다.
그 의존이 좋은 의미의 의존일 때도 있지만, 병리적인 것도 있지요.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고 힘을 주고 기운을 주는 의존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채로 의존하며 기대 살아가는 것이죠.

그럴 때 바로 서기 힘든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 힘으로 바로 서려는 것을
막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식에게 의존하는 엄마가 자식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막고
돈줄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려고 한다던가, 가정을 꾸려 독립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도 역시 의존의 결과입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식도 마찬가지고요.

하물며 친구 사이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상황입니다.
서로 의존하다가 바로 서려고 하면 같이 의존하던 상대가 전과 같지 않고
당연히 눈높이가 달라지고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건 다른 삶의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세계이기 때문에 우정이니 의리니 하는 것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원글님은 그 친구에게 자신의 변화를 말하기 힘듭니다.
그 친구의 입장에서 보면 원글님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 즉 심리적 배신이에요.
같이 의존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변하면 다른 사람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낍니다.
원글님은 그걸 맞닥뜨리기 힘든 것이고 상대에게 그걸 설명하기 힘듭니다.
나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거의 불가능하죠.

이건 삶의 레벨이 달라졌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삶을 보는 시선, 살아가는 방향이 달라진 것입니다.
그래서 전처럼 같은 대화, 같은 만남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삶을 보는 게 긍정적으로 변했다..이건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삶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대단한 변화입니다.
이렇게 변하면 만나는 사람의 성향도 바뀌게 되고 삶의 방식도 바뀝니다.
아마도 원글님이  이제부터 만나게 될 사람들은 그 친구와 같은 사람은 1명도 없을 거에요.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20대에 좋아했던 남성상과 30대,40대에 좋아하는 남성상이 달라지지 않나요?
그건 세상을 알고 인간에  대해 알고 결혼에 대해 알게 되니 달라지는 거지요.
그게 변절인가요? 변심인가요? 아니죠.
눈이 떠진 것이고 생각이 자란 겁니다.
변심한 것과 성장한 것은 다른 겁니다.
원글님은 지금 '성장'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요.

원글님은 성장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를 설득하고 같이 갈 힘은 없어요.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혼자 걸어가기도 벅찬데 하물며 친구까지? 불가능한 일이죠.
아마도 친구분은 원글님의 그런 변화를 바람직하게 여기고 반기기보단
자신의 위치로 도로 끌어내리려 할 겁니다.
그게 원글님은 두렵고 부담스러운 것이니 피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두 분이 다 인격적으로 성숙되어서 서로의 변화를 이해해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면서 우정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간 맺어온 우정의 방식은
그것이 불가능할 겁니다. 원글님은 그걸 잘 알고 있어요.

저와 제 친구도 많은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우정을 이어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철저하게 이해해주고 상대방을 내 식대로
바꾸려고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서로가 필요할 땐 도와주고 용기를 주죠.
이런 우정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관계가 필요했지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이상으로 정신적,심리적으로 의존하지 않습니다.

친구분은 친구가 원글님 하나뿐이라 아마 더 집착하고 의존할 겁니다.
원글님의  변화가 친구에겐 배신으로 여기질 것이기에 자신의 현재 변화를 설명하기도 힘들 겁니다.
허심탄회하게 말한다고 해도 그것이 친구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겁니다.
이해하는 것과 실제상황은 많이 다르니까요.

결론은 "난 그동안 살아온 것과는 다른, 좀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너와 나누기엔 공통분모가 없고, 네가 하는 이야기가 나를 지치게 한다.
나는 변하고 싶고 지금 그 기로에 서있다. 그러니 내겐 지금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 밖에 없고
전처럼 그런 시간과 만남은 가지기 힘들다.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바삐 일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살다가, 가끔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친구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니 메일이나 전화로 일단 의사를 전달하고, 그에 대해 친구가 반응을 보이면
그때가서 그 반응에 대해 대답하며 님의 마음을 설명하는 차원으로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이 발전하고 변화하다보면, 인간관계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다 끌어안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IP : 211.210.xxx.8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10.1.7 10:37 PM (211.172.xxx.49)

    매사에 부정적이고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잔소리 많던 친구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인
    저 또한 마음이 불편해서 답글을 계속 읽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
    글 남겨주신 님 감사합니다

  • 2. 저도 감사
    '10.1.8 12:06 AM (121.141.xxx.148)

    저도 그 원글에 대한 답글이 궁금하여 들어왔다가 비타민님의 글 읽고 갑니다.
    비슷한 상황이어서 더 공감이 가고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 3. 아스파라거스
    '10.1.8 1:00 AM (211.54.xxx.132)

    원글은 못 읽었지만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헤어졌지만 저한테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삶의 방향이 달라져서 그랬던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4. 비타민님 팬
    '10.1.8 10:15 AM (125.149.xxx.241)

    저두 원글은 못 읽었지만, 비타민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만날 때마다 시부모/회사 욕하는 친구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태라서 공감이 가네요.
    마이클럽에서부터 비타민님 팬이었는데, 82에선 검색 기능도 없고, 새로 답글 달기도 안되서 비타민님 글을 많이 놓쳐서 안타까와요~

  • 5. me, too
    '10.1.8 10:30 AM (68.4.xxx.111)

    저도 비타민님 글 빼지 않고 읽고 싶은 일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89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0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0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6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79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3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1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16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09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59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0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3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02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11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18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1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03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2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3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1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1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2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0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3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6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7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6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1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3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