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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329
작성일 : 2009-12-23 16:32:40
00마을에  이사를 오고
사랑하던 감나무가 있는 파란 대문의 집에서
4살 이후의 생활이 시작 되었지요.


제 또래가 7이나 되었다고 했는데 기억하시려나요? ^^;
남자 셋에  여자 넷.
시골 마을이 그렇듯이  0씨가 많이 모여사는 집성촌이었어요.
그래서 제 또래 일곱중에  같은 성씨만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둘.  이랬지요.


생각해보면 남자애들과 여자애들 서로 으르렁 거리지 않고
제법 잘 어울려 놀았던 기억이나요.
숨박꼭질, 비석치기,    땅따먹기...
다만 여자애들이 즐겨하는 고무줄 놀이나  독집기(공기놀이) 놀이를
같이 할 수 없어 남자애들이 안타깝긴 했지만요.


그렇게 어울려 놀던 꼬마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까진 여전히 잘 어울려 놀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조금씩 사춘기의 시작을 경험하면서
초등학교때만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어울리는 사이들이 되었어요.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끼리  따로 어울리는 시간이
자연스러워 졌고
그저 명절때나 대보름이나  연말쯤 동네 아이들끼리 다 모여
어울려 놀던 시간을 제외하면 말이지요.


그때 초코파이는 투명포장에 별그림이 있었던가..했던 초코파이.
오십원이었나요?
라면은 얼마였더라...

중학생이 되었다고 해도 저는 따로 용돈이란 걸 받아본 적은 없었어요.
그냥 사야 할 것이 있으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구입에 필요한 금액을
받아가고  학교에 내야 할 회비 같은게 있으면 그대로 알려드리고
받아서 내고.. 이런식이다 보니까  따로 용돈도 없거니와
용돈을 타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없었고요.


하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근거리에 있던 시골 면은
작으마한 구멍가게들 몇군데나 있을뿐
도시에 있는 떡볶이,튀김집이나  붕어빱이나  뭐 그런류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으니까요.


그시기쯤.
마을 친구 00네는  집에 라면을 박스로 사다놓고 종종 끓여 먹던 모양이에요.
별미로.
지금은 먹고 싶으면 언제든 나가서 사다 끓여먹을 수 있는 이 라면을
그땐 집에서 라면 먹어봤던게 한번인가 두번인가.  그게 전부였어요.
정말 맛있어서 늘 먹고 싶던 라면이었지만
저희 집은 그런 부식거리를 사다놓고 종종 끓여먹을 만큼 여유가
있던건 아니었으니까요.


마을 어귀의 두번째 집이었던 친구네는
대문 바로 옆에 아주 오래된  왕벚나무가 한그루 있었어요.
화려하게 꽃을 피우다가 언젠가부터 꽃은 사라지고
고목이 되어버린 왕벚나무에 꿀벌이 엄청나게 날아들어
결국은 고목을 베어내야 했고 그날 꿀잔치를 벌였던  그 주인공인 나무. 말이지요.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초여름 쯤이었던가.
친구가 자기네 집에 놀러오라고 전화를 했어요.
마을 끝집이었던 저희 집에서 내다보면  친구네 집이 보였지요.
라면 끓이고 있는데 같이 먹자며 전화를 해왔어요.
아...너무도 행복한 전화.ㅎㅎ
냉큼 달려 내려갔지요.


대문 앞에서 친구 이름을 부르는데  아무 소리가 없는거에요.
재미있는건  집안에서  고소한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하고
바람결에  대문앞까지 실려 내려와
간절히 친구 이름을 부르던 제 코끝까지 감쌀 만큼요.


큰소리로 친구이름을 두서너번 부르니
친구 언니가 저에게 뭐라고 뭐라고 하더군요.
어떤 말을 했던건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아요.
뭔가를 시켰던거 같아요.  그래야 대문 열어준다고 했던가...
지금 생각해도 유쾌한 기분이 안드는 걸 보면.
자존심이 강한 편이었는데  사람 오라고 불러놓고
대문앞에 세우고는 장난치는 듯한 행동에 몹시 기분이 나빠져서
됐다고...  라면 안먹고 말겠다고  뒤돌아서 집에 오려는데


그제서야  하하하 웃으면서 농담이라고 달려와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라던  친구와 언니.
대문에서  돌아설때까지 느꼈던 여러감정들.
기분나쁨.  불쾌함.  그러면서 같이 뭐라해줄 언니가 내겐 없다는 외로움.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해놓고 뒤늦게 절 이끌고 가서는
라면 다 먹고 조금 남았는데  불었다고 그래도 먹을래? 하던 친구의 언니.
지금 그 라면이 앞에 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개수대에 쏟아 버렸을 정도로 탱탱 불어터진 그 라면을
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맛있게 먹었던  어린날의 제 모습이 생각나요.


존심없이  기분나빴던 걸
그깟 탱탱 불어터진 라면 조금에 넘겨버리다니....ㅎㅎㅎㅎㅎㅎ
IP : 211.195.xxx.2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09.12.23 6:00 PM (59.5.xxx.127)

    저 어렸을 때도 라면만큼 맛있는 게 없었는데...

    저는 점심을 365일 라면만 먹었어요... 라면 국물에 밥까지...

    지금은 한달에 한번 정도밖에는 안먹지만.. 그땐 왜 그렇게 맛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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