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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보고 석 달 살아봤습니다.

TV안보고살아보기 조회수 : 1,652
작성일 : 2009-12-17 14:08:46
저는 고3딸, 중1딸 이렇게 둘 뒀어요.
둘째는 인간성이 좋고 성격도 좋으니 여자친구도 많고, 예쁘장하니까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도 많아요.
문제는 공부...
친구들이 어찌나 많은지 공부하게 놔두질 않아요. 친구랑 노는게 좋으니 공부도 소홀하게 했구요.
그래서 제가 거실에서, 주방에서 습관적으로 켜놓고 보던 TV부터 껐지요.
화제가 되는 선덕여왕도 아이리스도 안봤어요.
안보기 시작하니 보고 싶은 생각도 사라지더군요.
게시판에서 재밌다는 부분만 인터넷으로 봤어요. (하이킥은 인터넷으로 다 봤어요. 재밌어서 )
오전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도 TV 안봤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은 노트북으로만 했죠.

이번에 수시합격한 큰애가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동생 시험공부 과외를 해주더군요.
큰애는 영어를 좋아하고 잘했는데 평소 학원선생님과 학교선생님의 교습방식에 불만이 많았어요.
나는 영어만큼은 진짜 잘 가르칠 수 있다고 해왔어요.(외고에서 영어는 전교1등, 다른과목은 그렇지 않고^^;;)
옆에 동생 앉혀놓고 영어를 가르치는데 제법 잘 가르칩니다.
형광팬으로 줄 좍좍 치면서
"응, 잘했어." " 완전 잘했어." " 그렇지 제법인데?" "오! 자알~했어" "이건 정말 시험에 놔와" "이건 진짜 중요해"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동생 용기를 북돋아주는 모습을 보고
큰 딸에게도 저렇게 해주는 멘토가 있어줬더라면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든든했을까...
큰아이는 이런걸 혼자서 다 터득하고 시행착오를 겪느라 많이 힘들었겠지요.
큰아이다보니 내 욕심에 차지 않으면 엄한소리 해대며 가능성과 용기에 소금 팍팍 쳐댔던 미안한 마음에 소리죽여 울었습니다.

큰아이가 중학교 때 줄곧 1등을 해서 공부한 기억이 남아있으니 수학을 제외한 전과목을 쪽집게 과외를 해주네요.
드디어 기말고사 영어 시험이 있는날, 둘째 아이가 영어 한 개 틀려서 왔어요.
뭐 틀렸는지 큰애가 보더니 얘네 학교 시험 진짜 어렵게 낸다고 하네요.
다 맞은 아이는 영어 잘한다고 소문난 아이 한 명이라고...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해줬어요.
다른 과목도 잘쳤네요.
둘째가 그러네요.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2학년으로 올라가니까 2학년엔 더 잘할 수 있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잘했다고 안아주셨다네요.

이번에 느낀건데 과외는 아무래도 전문과외선생이 잘할거라 생각해 왔었는데 똘똘하고 잘가르치는 대학교 1학년짜리한테 과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시험기간에는 전과목 좀 봐달라고 하구요. 물론 과외비는 더 줘야겠지요.
지금은 시험 다 쳤다고 TV도 보고 닌텐도 게임도 하는데 좀 쉬게 하다가 계속 TV 안보기 하려구요.
운동할 때 너무 힘들어서 요 때만 빼구요.
TV끄고, 언니에게 쪽집게 과외받고, 아이도 잘 따르고 삼박자가 맞아서 기말고사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조건이 충족 안된다면 TV끄기라도 한 번 해보실까요?
IP : 221.150.xxx.7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09.12.17 2:18 PM (220.75.xxx.91)

    어려운일 하셨네요
    이게 습관적으로 보니까 다른일 할때도 심지어 잘때까지도 켜놓게 되요
    따님들도 대견하고 원글님도 존경스럽네요

  • 2. ..........
    '09.12.17 2:39 PM (118.217.xxx.62)

    저도 아이 성적이 팍 떨어져서...
    11시 이전에 티비 안틉니다...애들 자면...그때..흐흐..
    그래도 딱하나 하이킥만 애들이랑 보고 끝나면 바로 꺼요...
    하이킥은 포기 못하겠네요..흐흐흐

  • 3. 저는
    '09.12.17 2:48 PM (121.129.xxx.22)

    아예 없앴더니 속 시원합니다.ㅋ
    큰 녀석 아이들이 아이리스 재밌다고 한다고 도서관에 가서 다운 받아왔더군요.
    컴에 넣어놓고 보더니
    정말 재밌다며 빠져들더이다.
    어디 재미있는 드라마가 한두 개던가요?
    그것 보느라 보내는 시간을 다 합치면
    그 시간에 쉬고 놀고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전혀 텔레비전 구입할 계획 없습니다.

  • 4. 큰애가
    '09.12.17 3:09 PM (121.154.xxx.30)

    외고 다니고, 둘째는 중1이고. 저희 집이랑 비슷하네요.
    원글님 둘째 성격도 우리 집 둘째랑 비슷한 것 같고.
    저희도 티비 없앴는데 애들 별로 아쉬워 안하던데요.
    하이킥만 컴퓨터로 좀 보고.
    그런데 음식점 같은 데 가면 애들이 티비만 봐요.
    꼭 촌애들 도시 구경 온것마냥.

  • 5. 안 보면
    '09.12.17 3:28 PM (110.15.xxx.164)

    보고 싶단 생각도 안 들어요.
    저도 이비에스에서 하는 거 몇 개 보고 그 대신 애들 나갔을 때 하나티비로 보고 싶은 거 몇 개씩 봐요.그래도 사는 거 지장 하나도 없고 다른 집 갔을 때 밤까지 티비 다 보고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져요.
    평소에 티비만 안 봐도 잠자는 시간도 길어진답니다.그래서 전 많이 자요.덜 피곤하게.^^

  • 6. 원래 자식은
    '09.12.17 7:29 PM (61.74.xxx.75)

    아닌것 같아보여도 100이면 거의 100에 가깝게 부모가 놓은 길을 따라가게 되어있습니다.

    좋은 선택하셨습니다. 실천하는 부모밑에 실천하는 자식이 있는겁니다.

    첫째가 그냥 첫째가 아니네요. 글로만 접해도 저도 저절로 상을 주고 싶은정돈데요. ^^

  • 7. ㅎㅎ
    '09.12.17 11:11 PM (121.154.xxx.33)

    저는 아버지께서 교육철학이 텔레비전은 요물?!이다.. 였어요.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약 30년간 텔레비전을 본 적이 없답니다. 제 기억에 텔레비전에 처음 나왔을때 (상업용으로) -손으로 채널 돌리던 것..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에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지나가다가 보기는 해요, 공공장소에서 혹은 친구 집에서도.

    그런데 흥미가 없어요.무슨 뜻이냐면 어느 장소에서 텔레비전으로 아무리 재밌는 것을 해도 그냥 묵묵... 그게 재밌는 줄 모르니까요. (텔레비전을 본적이 없어서)

    그러다보니 책을 많이 읽게되고, 감수성은 상승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이랑은 끈끈한 사이가 됐네요.

    다만 남편과는 대화가 안된다는.............. (남편을 텔레비전을 너무도 사랑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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