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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라서 마음이 더욱 우울해요.

아픈 엄마 조회수 : 1,070
작성일 : 2009-12-15 16:00:54
엄마가 저 청소년기때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어릴때 공부도 참 잘했는데 엄마를 마음 속에 잊지 않고 담는게 저는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엄마가 투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죠. 첫 암진단 후 수술하고 폐로 전이되어 돌아가시기까지 3년쯤 걸린 듯 합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구요. 그래도 후회는 없었어요. 안 잊으려고 되새기고 또 되새기면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냈지만 십여년의 세월이 흐르니까 기억도 흐려져버려 속상하기만 합니다.

엄마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남한테 나쁜 소리 안 들으려고 늘 조심하면서 살았구요. 착한 새엄마 들어오시고도 그 가족은 엄마 죽고 새엄마 들어와서 사니까 애가 그렇다더라 뭐 이런 소리 안 들으려고 착하게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거짓말 같은 건 죽어도 못하는 성격, 싫은 소리는 못하는 성격, 무조건 예스라고 답하고 혼자 끙끙대며 해결하거나 속으로 삭히는 성격... 저를 참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죠.
회사에서는 일이 체질인 사람인 거 같다는 소리 듣고, 집에서는 한번도 속썩인 적 없는 딸, 마음 착한 며느리..
몇 개월 전부터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또 생겼지요. 자식을 정말 사랑할 줄 아는 엄마.

저에게 지난 1년 동안 너무 갑자기 많은 일이 있었어요.
임신, 출산, 갑상선암 진단 및 수술을 하니 딱 1년이 소모되었고, 그 이후 동위원소 치료도 며칠 전에 받았답니다.
아기는 이제 5개월째이구요.
아기를 친정에 2주간 맡겨놔서 간만에 제 시간이 생기긴 했는데 제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 약한 생각이 자꾸 든답니다.

회사 다니면서 프로젝트만 뛰면 발병하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말짱해지는 증세가 있었지요. 이명과 함께 오는 어지럼증. 어지럼증 전문병원에 가보니 증세가 딱 안 잡히는지 전정기관 장애라고만 하더군요. 임신과 동시에 제 체력으로는 못 버틸 회사를 관뒀어요.
출산하고 산후검진 하러 나서는데 아기한테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 그랬는지 어지럼증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산후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선암 의심된대서 큰 병원 가서 갑상선암 맞다는 진단을 받게 되고, 수술하고 동위원소치료 까지 끝냈어요.
동위원소치료 하는 동안 좀 어지럽더니 저요오드식 끝내고 일반식으로 돌아오면서 귀가 먹먹하고 살짝 어지러운 듯도 하고...

이게 저의 현실입니다. 늘 아픈 엄마. 하지만 티를 내지 않습니다.

아기한테 모든 걸 맞췄더니 아기가 너무 순하게 잘 따라와줬어요. 순둥이 아기가 되어 이런 아기라면 열명도 키우겠다는 소리를 들어요. 원래 기질도 순한 것 같고 또 제가 많이 신경도 썼거든요. 지금은 사랑을 줘야할 때인 걸 알기에 늘 웃는 얼굴로 말 걸어주고, 자다가 깨도 엄마가 늘 웃고 있음을 알려주고.... 책을 좋아해서 임신기간동안 공부도 많이 했는데 애착 관계가 잘 성립이 되어야 독립도 잘한다는 걸 알고는 애착에 신경쓰고 있어요.
남편도 제가 아기에게 빼앗긴 거 같다고 툴툴거리지만 그건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때쯤 느끼는 거잖아요. 제가 아이를 잘 키우는 거 같아보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해줘서 저는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픈 엄마입니다. 앞으로 아기가 낯가림도 시작할텐데 저는 어지럼증 치료에 힘을 써봐야할 거같아요. 치료를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지 막막하긴 합니다. 어지럼증이 약만 먹고 쉽게 낫는 감기랑은 다르더라구요. 병원가는 것도 낯가림할 아기가 있으니 쉽지 않을 것 같고.... 아기 편하게 맡길 곳도 없어요. 나이차 많은 시누는 미혼이라서 아기에 대해 참 모르세요. 아기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져서 옛날 어른처럼 그냥 키우면 자란다고만 생각하시는 면도 있어요. 친정도 시댁도 지방이라 많이 멀고... 치료하러 병원갔다가 출산과 암수술, 동위원소치료로 체력이 다 소모된 상태인데 덜컥 수술이라도 하자고 할까봐 그 시간만큼 다시 환자가 되는 것도 걱정스럽고....

청소년기 세 자녀를 두고 대도시의 큰 병원을 다니며 암수술에 방사능치료를 받으시던 돌아가신 엄마의 마음도 많이 아프셨겠지요?

마음이 많이 우울합니다.

시댁이 독실한 기독교집안이라서 그것도 신경쓰이구.... 기도해라 성경책읽어라 그러시는데 제가 아프고나니 저때문에 기도도 더 많이 하시는 거 같고, 저한테도 믿음으로 살아라면서 자꾸 그러시니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생기는 믿음이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걱정... 착한 며느리 딱지를 떼야할지도.. 떼고 나면 또 발 뻗고 자는 게 힘들 거 같은데.. 등등 온갖 생각이 겹치네요.

지금은 부모님보다 남편보다 아기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합니다.
IP : 119.66.xxx.7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12.15 4:12 PM (125.176.xxx.177)

    힘내세요. 약해지면 안되요.
    지나온 삶이 힘들었던건 어쩔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내인생 이니까 내가 잘 이겨내야지요. 힘내세요

  • 2. 바쁘다바빠
    '09.12.15 4:12 PM (112.170.xxx.82)

    친정엄마도 수술하시고 (수술 잘못돼 심폐소생술까지 받으셨다는 -_-) 동위원소치료후에 다시 한번 더 하셨어요 ... 수술과 식이요법 기간동안은 몸 축나고 많이 힘들어하셨지만...
    칠순 바라보시는데... 수술후 반년도 안돼 스페인 여행가시고
    지금 일년아직 안됐는데 저보다 더 정정하시답니다
    집에 게시는 적이 없네요 ;;
    금새 좋아지실거에요... 기쁜 일 많이 하고 사세요.. 아기 생각해서라도 에너지 얻으셔야죠
    자꾸 약해지지 마시고..ㅠ
    종교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친정엄마말로는 갑상선암은 유전성은 없고 스트레스때문이라고하던데.. 말씀대로 착한며느리 딱지 떼어버리심이 좋을거 같아요.. 당장은 힘들어도 자꾸 부딪히면 그쪽도 포기하시겠죠
    속으로 앓으면 더 병되고 암되고 하는거 아닐까요...

  • 3. 힘내세요
    '09.12.15 4:53 PM (211.219.xxx.78)

    갑상선은 이제 완치되셨을테니 걱정마시고 몸관리만 잘 하시고요
    어지러운 건 집에서 좀 많이 쉬셔야 해요~

    너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만 하지 마세요
    엄마도 사람인데요 ^^
    엄마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그걸 안답니다 ^^

  • 4. 코코아
    '09.12.15 5:55 PM (221.157.xxx.90)

    제가 좋아하는 말씀인데요. 읽고 기운내시라고 적어드립니다..

    *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니라


    *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내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


    *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 5. 경제적으로
    '09.12.15 6:01 PM (119.67.xxx.157)

    여유가 있으시다면 아기봐주시는 분이나 집안일 해주시는분 쓰시는건 어떠세요?

    집안일만 해줘도 덜 힘들던데요,,


    갑상선 동위원소 식이요법 할때 참 힘드셨죠?

    수술했다고 해도,,,신지로이드 먹고 해도,,,,몸이 피곤한건 사실이니까,,,

    최대한 몸이 피곤하지 않게,,,,관리하시는게 최고일것 같아요,,

    병원도 다니셔야 하고 하시면 아기봐주시는분을 쓰시는게 더 나을것 같기도 하구요,,,

    힘내시구요,,,화이팅,,,

  • 6. 괜찮아요
    '09.12.15 11:31 PM (59.136.xxx.234)

    전에 아팠던 엄마지, 아픈 엄마가 아니랍니다.
    님보다 좀더 쎈 암 걸렸던 사람인데요,
    누가 얼마나 살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그런 생각 마시고 나쁜 생활태도나 식습관 고치고 맘 편하게 먹으면 100살까지 살 수 있어요.
    무엇보다 그 착한 여자 컴플렉스가 제일로 병이 안좋으니
    제발 자기를 제일 먼저 생각하고 위해주고 사세요.
    저는 병 걸리고 착하게 굴려는 노력 다 포기했어요. 그게 병을 만든 것같아서요.
    마음 약하게 먹지말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해서 우리 오래오래 삽시다.
    듣기싫은 말이겠지만, 우리 암환자들은 갑상선암은 끼워주지도 않는다고 하니
    이겨내실 수 있을 거에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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