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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금 힘드신 고3 어머니들께...
제가 좋아하는 부장님이 수능 시험을 망친 딸 때문에 속상해하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서 한마디 올립니다...
저도 고3때는 대입 스트레스가 굉장했고, 대입에 떨어지면 큰일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찌되었건 한번에 대학에 들어갔죠. 상위권 대학이라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주고
사람들이 저희 엄마를 부러워하고...그러면 저는 우쭐하고...뭐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2년 동안 정말 방황 많이 했습니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적응을 못해서 수업도 잘 안들어가고...학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싫어서
과에도 잘 안나가고...학점도 그저 그랬고...머릿속도 항상 뒤죽박죽이었어요.
수업에도 재미를 못붙이고, 과에도 친한 친구가 없으니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재수해서 들어온 동기들은 일찍부터 하고 싶은 일을 잘 찾더라구요.
2학년 쯤 되어서 바로 고시공부에 몰두하는 친구들고 있고, 전공수업에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
성실하게 공부하는 친구들도 거의 재수한 친구들, 혹은 복학한 선배들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저도 3학년때부터는 정신을 차려서 학교 생활에 성실하게 임했지만,
결과적으로 2년이라는 세월을 어영부영 보낸 셈이죠. 물론 대입에 한 번에 들어간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제가 주변에서 본 많은 친구들의 경우,
'재수'라는 경험이 그들을 좀더 일찍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남편은 재수생 출신(?)인데, 그 당시 사귄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최고 절친이고,
재수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경험도 많더라구요.
물론 내 자식이 마음 고생하는 것을 보면, 부모는 피눈물이 나겠죠.
그런데 어차피 마냥 성공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게 인생이더라구요...어쩔 수 없이 굴곡이 지는 인생이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제 경험이라함은....(대입에는 별탈없이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연애, 진로, 취직, 결혼, 임신 등등 뭐 하나든 한번에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너무나 순탄하게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기 때문에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도 서툴렀고
좌절감도 남들보다 커서 우울증 증세까지 보인 적도 있었죠.
결과적으로 저의 20대는 좌절과 방황의 10년이었지만, 지금 서른이 훌쩍 넘고 보니
제가 겪었던 실패 중에서 나중에 돌이켜 생각했을 때 저에게 약이 되지 않은 것은 단 한가지도 없더라구요.
예컨대 엄한 남자친구들한테 치어서 마음고생하고, 부모님 속상하게 했던 경험들은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워줘서 지금의 좋은 남편을 만나게 해주었고,
적성에 맞지 않은 전공 때문에 수년을 진로고민을 하고 나니,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만족하면서 성실하게 임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저 스스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을 때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지면서
제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도 훨씬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젊은 사람들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을 보면,
예컨대 대입이나 취직 시험에 떨어졌거나, 이성친구와 가슴아픈 이별을 했거나 등등
안됐다는 생각보다는 축하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When God Closes a Door, Somewhere He Opens a Window
자녀분 때문에 속상하신 학부모님들, 지금 당장은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나중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1. 원글님의
'09.12.13 5:45 PM (211.215.xxx.198)따뜻한 마음이 마구 마구 느껴집니다^^
2. 그렇지요.
'09.12.13 5:59 PM (211.204.xxx.62)살아가는게 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지요.
넘어져야 혼자 일어나고 다음엔 안 넘어질려고 노력하겠죠
나이가 철들게 하지만.. 원글님 좋은글이 많은 수험생,어머니들 용기를 주네요3. 원글님의
'09.12.13 6:01 PM (220.88.xxx.227)따뜻한 마음 저도 느끼고 갑니다.
저는 수험생은 아닌데도요. 저는 고3시절이 십년도 훨신 더 넘었네요,
요즘 애들 공부하는 거 보면 학원 위주로 몰아져서, 다들 다니는 학원을 안다닐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학교 수업에서 자거나 충실하지 못하게 되고... 학교수업, 학원수업 강의 들을 시간만 많지 자기 공부할 시간은 적어지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참 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때는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자기 스스로 공부하고... 부족한 과목 한두개 정도 학원이나 과외하고 그랬는데요.
요즘은 사교육 시스템 자체가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하네요.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신 학부모님들 마음이 참 늘 무거우셨겠지요. 그 누구보다 당사자 학생들이 제일 힘들었겠지만요.
저도 재수를 했지만, 그런데 떨어져서 고3 때 합격한 학교로 복학했지만요.
그 실패의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원글님의 말씀들이 많이 공감이 갑니다...4. 힘을
'09.12.13 6:03 PM (211.181.xxx.151)얻고 갑니다. 고마워요..
5. 백번 맞는 말씀
'09.12.13 6:11 PM (221.138.xxx.9)입니다. 자식키우는 일 정말 쉬운 일이 아니고 첨이 좋다하여 끝까지 잘 되는 법도 없고
첨이 시원찮다하여 끝까지 인생 못 풀린다는 법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봐도요. 50넘어보니..
초등인데 올백이네..명문대 합격했네..온라인이라도 조금은 자제하는 미덕도 필요합니다
이미 좋은 곳에 합격하고 좋은 점수를 받은 분은 여기 올리지 않아도 이미 가족 친척 친구 학교 등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굳이..자랑 떠벌리는 것밖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6. 쥴리에뜨
'09.12.13 6:18 PM (180.65.xxx.46)저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쥴리앤드류스가 사고칠 때마다
늘 자신에게 하던 말이죠?
정말 감사합니다.^^7. 不자유
'09.12.13 7:54 PM (110.47.xxx.73)참 좋은 글이네요. 공감이 갑니다.
한번 실패를 겪고 고교 4학년까지 마치고 들어가는 아이들 그만큼 다부진 대학 생활을 합니다.
실패 없이 가는 삶도 축복이지만, 실패를 미리 겪고 가는 삶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합격해서 지금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 1년의 준비를 더 거칠 아이들 모두
이제 시작 시점이니, 모두가 조심스레 지켜봐주고 격려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8. 맞아요
'09.12.13 8:27 PM (121.187.xxx.246)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정말 진리이네요. 좋은 말씀 감사해요 ^^*
9. ..
'09.12.13 8:35 PM (58.143.xxx.130)좋은 글 감사합니다^^
10. 원글
'09.12.13 9:48 PM (61.255.xxx.49)덧붙여서...댓글에 '백번 맞는 말씀'님의 말에 저도 많이 공갑합니다...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지만, 평상시에는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도 자제하는 미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서른 해 조금 넘게 살았지만, 살다보니까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해보니...잘될 때도 너무 자만하지 말고, 안될 때도 너무 낙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더라구요. 일이 잘 풀릴 때는 겸손하게, 잘 안풀릴 때는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무엇보다 남의 마음 헤아리면서 살아야 남한테 상처도 안받고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11. 마음에
'09.12.13 9:54 PM (124.52.xxx.218)확 다가오는 고마운 글이네요...
믿음을 가지고 힘을 낼께요.
좋은 글 써주신 원글님 복 받으실꺼에요.ㅎ12. 원글님
'09.12.13 10:36 PM (180.69.xxx.4)고맙습니다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준비하는
딸아이를 보면 가슴이 터질듯하고
잠이 오지않는데
이런 따뜻한 글이 위로가 됩니다13. *
'09.12.15 10:02 PM (125.131.xxx.22)예비고3 오늘 지난 모의고사 성적표 보고
한바탕 하고 우울해 하고 있던 차에
님의 글 읽으니 약간 마음의 정화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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