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다니러 오신 우리 고모
아버지께 그러신다
"오빠 어려서 같이 놀던 우리 친구 아무개가 몇십년만에 만났는데
오빠한테 안부를 전해달래요."
"나는 모르겠네."
"세상에 갸가 내가 오빠한테 혼난 이야기를 하면서 느그 오빠 진짜 좋았는데 잘 계시냐.합디다."
한가지 사건에 고모는 혼이 나고 고모 친구는 좋은 오빠로 남아있다.
어려서 개울가에서 모래로 둑을 쌓고 고기를 잡아 주어 놀고 있었나보다.
고기가 신기한 고모는 손으로 잡고 놀다 놓쳤다.
징징대니 달려온 오빠가 한 말
"와, 그걸 만지노. 또 잡아야 되잖아."
당연히 동생이 가지고 놀아야되니 다시 잡아 준다는 말.
다른 집 오래비 같으면 쥐어 박혀도 열두번 박혔을 상황이라는데.
어린 시절의 아버지가 그려진다.
우리가 아는 아버지가 맞다.
이 이야기를 전해 주니
동생과 원수 같은 초등 이학년 우리 조카.
영훈이 할아버지...라면서 볼을 비비는 그 사랑하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더니
"이모. 그거 지어낸 이야기지?"
아무렴.
웬수 같은 동생 너라면 때려도 열두번은 때렸을거다. 이놈아!
오남삼녀의 형제중 아래 여동생 하나 두고 아들 막내인 아버지.
입맛은 까다롭고 누구한테 지는 성격이 아니었나보다.
약골에 부모 의존적인 바로 위의 형이 늘 가시였었나보다.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던 때
늘 부모를 믿고 자기를 괴롭히는 형을 혼내주고 싶었나보다.
풀 숲에 숨었다가 학교서 돌아도는 형에게 돌을 던졌단다.
머리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우는 형......
놀란 동생은 더 크게 울면서 형을 집으로 데리고 갔다나.
그 다음
어른들께 엄청나게 혼나고 위의 무서운 형들에게도 혼줄이났겠지.
그러나
그 얄미운 형은 다시는 동생을 함부로 대하지 않더라나.
그 얄미웠던 형, 약골이지만 멋쟁이 미남인 큰아버지도 돌아가신지 이십년이 넘었다.
카리스마 작열 우리 아버지도 이제는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 병이 깊은 할아버지다.
시골집 주위에 사과밭이 많다.
가을이 깊어 지면서 사과밭에 직접 가셔서
직접 사서는 이집 저집으로 택배를 보내신다.
그러면서
손주 누구 누구는 할아버지를 닮아 사과를 좋아한다며 좋아하신다.
아주 오래 전.
집 옆에 과수원을 같이 가지고 계시던 아버지의 어린시절.
집안 형들과 사과 먹기를 했었던가보다.
아직 어린 꼬마 아버지가 일등을 했었는데
큰 사과 무려 여덟개
그런데 사과를 여덟개나 한번에 먹으면
탈이 난다더라.
그래서 어른들한테 형들이 엄청나게 혼이 났단다.
아버지는 어른들 걱정시킬만큼 아프고......
아버지는 왜 지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 놓으시는 것일까.
점점 쇠약해지는 몸과
약해지는 의지의 당신을 돌아보심인가.
우리는 두렵고 애닯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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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어렸을 때
이제 잊혀질거야 조회수 : 224
작성일 : 2009-12-05 10:30:46
IP : 121.167.xxx.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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