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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말이죠, 자랑 아니고 고민이에요.
저는
예쁘다 소리 많이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사진 보면 솔직히 아닌데-_- 으음...
제가 사진발이 좀 안 받긴 해요 ㅋㅋ)
어딜 가나 주목받았죠. 뛰어난 미인들처럼 살기 피곤하게 심하게는 아니고, 그냥 뭐 생활화될 정도.
대여섯 살 어렸을 땐 이나영 닮았다는 말, 많이 들었고
요즘도 듣는 건 한예슬.
고등학교 땐 이승연 닮았다는 말도 간간이 들었고요.
(서로 닮은 데도 없는 연예인들인데-.-...
약간 고양이과 연예인들을 닮았다는 소릴 듣는 건가, 혼자 분석해 본 적이 있네요.)
피부는 눈에 띄게 흰 편이고요. (주근깨는 조금 있습니다만. ㅋㅋㅋㅋ)
어딜 가나, 와, 너 진짜 희다, 소리 많이 들었죠.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널 보니까 내가 서울에 온 것 같은 실감이 나' 이랬고요.
예쁜 브이라인 가졌고...(어릴 땐 찐빵같았는데 어쩌다 이리 변했는지 알 수는 없어요)
몸매도 날씬하고 이쁘네요. ㅋㅋ
(먹는 족족 살은 찌는지라, 먹다가 절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소식도 하고 그래요.)
똑똑하고(돌 던지지 말아 주세요. 어흑. 반전을 드리겠습니다.)
목소리 좋고(성우나 아나운서 하라는 말 진짜 많이 들었어요)
언변 좋고(독설이 되지 않도록 애쓰며 삽니다. 상처 주긴 싫어요.)
노래도 잘 하고
손재주가 있어서 어지간한 건 다 합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바느질도 잘 하고 기타 등등.
노력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가진,
혜택받는 삶을 누려 왔죠.
뭐 상대적으로 빈곤한 조건도 있습니다만
저렇듯 공으로 얻어진 걸 생각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야~ 하며 살아왔죠. 낙천적으로.
근데 말이죠,
이런 제가 절대 극복 못 하는 약점이 있어요.
이거 생각만 하면요,
전 죽고 싶어요.
그만큼 우울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죽기 전에는 해결이 안되는, 어떤 수술로도 뭘로도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전...
머리숱이 너무 없어요.
가늘고 힘 없는 머리카락, 햇빛을 받으면 금빛으로도 갈색으로도 검은색으로도 반짝거리는 이 머리카락은
그러나 늘 매끄러운 건 아니고 가끔 지X머리라는 것들도 섞여 있고요,
그런 주제에 숱은 적어서
특히! 앞머리 쪽이 적어서
너무 슬픕니다.
이마도 넓은데 말이죠.
제가 정말 해 보고 싶은 머리는, 옛날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 머리-
가운데 가르마 타서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머리인데
절.대.로. 꿈도 못 꿀 머리 스타일인 거, 맞고요, 네.
앞머리를 내려서 이마를 가려 주는 게 그나마 어울리는데
(이나영을 생각해 보시면 '왜' 그런지 이해가 가실 듯...
이마를 내놓는다고 죽도록 이상한 건 아니지만 가리는 게 백배 낫습니다.)
이놈의 앞머리가 너무 숱이 적단 말입니다.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뒤에서부터 내려도
4분의 1도 안 되는 숱을 자랑하지요.
거리를 걸어갈 때, 앞에서 맞바람이 불면 저는 싫어요. 신경이 날카로워져요.
지하철에서 누가 제 앞에 서도 싫어요. 저는 앉아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제 머리를 분명 보는 걸 아니까요. 이거... 자격지심이나 착각 아니고요, 정말 커다래진 눈으로
절 보는 사람을 몇 번이나 보았답니다.
핸드폰 꺼내서 은근히 찍으려던 사람을 제지한 적도 있고... -_-;;;;
...탤런트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다 보면
못생겼건 평범하건 예쁘건 간에
머리숱은 다들 많더군요. 저처럼 적은 사람을 저는 별로 못 봤어요.
길에 나가도 다들 보통은 되는데... 유난히 많은 사람 아니면 그냥 보통인 사람.
저는 왜
이런 머리를 갖고 태어난 걸까요. 왜왜왜.
이식 수술 같은 것도
뒤에 머리숱 많이 있는 사람이나 되는 거고요,
전 돈도 없고, 그 돈을 들여 수술한다 해도 오래 안 간다는 걸 알아요.
전 그냥...
많은 머리숱을 흩날리며
바람 걱정 안 하고 '아, 시원하다' 하고 얼굴 들고 있어 봤으면 좋겠어요.
호프집 같은 데에 친구들하고 놀러 갈 때나
잘 보이고 싶은 이성이 나오는 자리에 갈 때...
언제나 조명을 살피고,
조명 바로 아래 자리는 절대로 피해서 앉는 괴로움을 아세요?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도 앉으면 안 되고요.
어둠이 내리는 저녁,
노란 조명이 은은히 비치는 그런 카페가 제게는 제격이에요.
저보다 늘 미모가 약간 못하다는 말을 들어 온 저의 언니는 제게 말하죠.
네가 머리숱까지 많았으면 어휴... (그럼 정말 말도 못했을 거야, 라고 덧붙이기도.)
라고요.
풍성한 머리숱에 구불구불 파마해서 늘어뜨려 봤으면.
얼굴 옆으로 머리카락, 풍성하게 부풀려 봤으면.
제 생각에도 전
머리숱 많았으면 제가 상당히 괜찮은 미인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요?
별로...
그냥 이쁘다는 말을 듣고 살긴 해도
'그래도 너는 내 약점을 다 보고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들 뿐, 별 감흥이 없어요.
아주아주 못생긴...? 사람들을 보아도
그들이 저보다 머리숱이 많으면(당연 많죠) 부러워요. 그냥 부러워요.
자신감 없고 위축되어 살고 있는 건 아닌데,
이쁘게 꾸미고 나가면서도 자신감 반, 저-기 마음 밑바닥에 감추어 둔 슬픈 열등감 반, 그래요.
그러니까 지나가다 남자들이 쳐다봐도(보고 괜히 자기 매무새를 정돈하는 남자들, 있죠, 길 가다 보면)
'그래, 이쁘냐? 봐라 봐' 이런 생각 반,
절반은... '그래, 나 머리숱 적어. 너무 쳐다보진 말지 그래.'
이런 생각이 자동반사적으로 든답니다.
그래서 키 큰 남자가 싫어요.
제 곁에서 저를 내려다 보면
모든 게 다 보이겠죠.............................
(아, 그래서 지금까지 내게 대쉬한 애들이
다 키가 고만고만한 거였나-.-;;
키 큰 사람은 생각해 보니 몇 명 안 되네요.)
모발 이식도 못 하지만
가발도 못 써요.
가발을 쓰면 사실 머리 건강에는 안 좋잖아요.
가발 쓰다가 이나마 있는 숱이 더 빠지면 어떻게 해요?
아직 살 날이 구만리인데... 그럼 평생 가발에 의존해 살아야만 하겠죠.
그러기는 싫어서 그냥저냥 버텨요.
근데... 한두 살씩 나이가 들어가니
이 머리숱이, 더 적어지려고 하는 조짐이 보이네요.
가늘어지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대놓고 그런 말은 안 들었는데
최근 들어, 이런 말을 들었어요. 두 번 다, 남자에게서.
한 번은
'누나 탈모 있어요?'
한 번은, 집에 처음 놀러왔던 친구가
벽에 죽 걸어 놓은 야구모자를 보더니(그래 봤자 세 개였음)
'너 모자 좋아하니?' ...하더니... 갑자기 저를 똑바로 보며
'그런데 모자를 왜 좋아하는데?' 하고 굳이 딱 집어 묻더군요.
절 보고 자격지심으로 그런다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전 느꼈어요, 정말, 그 때. '답을 듣고자' 하는 그 느낌.
보통은 모자 좋아하는구나, 하고 말지, 왜 좋아하냐고 묻진 않잖아요-.-??
이렇게... 점점 더 없어지면 어떻게 해요?
전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인데.
여기서 더 줄어들고 속이 다 보이게 되면...
정말 죽고 싶을 거에요...
그래서 전 겨울이 좋아요.
저 사실 머리 묶는 것도, 핀 꽂는 것도 갑갑해서 아주 싫어하는데
모자는 말할 것도 없죠. 답답해 죽어요, 죽어.
그러나, 겨울에는 비니를 써요. 비니를 쓸 수 있어서 겨울이 좋아요.
조명 아래 앉을 수도 있고
눈이 크고 턱이 날렵하니 비니가 잘 어울리고요,
그런 저를 보고 '이쁘다' 하는, 처음 본 사람들은
저의 약점을 영영 모를 수 있으니까요...................................
머리숱 많으신 분들,
축복받으신 거에요.
머리숱이 너무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되는 분들...
고현정같은 사람... 보면,
저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부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전 요즘 들어 새치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평생 없던 것이니까, 새치가 아니라 그냥 흰머리일지도 모르겠네요.)
아까워서 뽑지도 못해요.
다시 태어나면,
머리숱 아주 많은 미인으로(하하하하, 미인은 되어 보고 싶어요.) 태어나고 싶어요.
아니면 머리숱 아주 많고 팔다리 길쭉길쭉한 키 큰 남자로.
길 가다가도 머리카락에 손 넣어서 아무렇게나 헝클어뜨리고
거울 안 보고 그냥 또 막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무심함을 가져 보고 싶어요. 단 한 번이라도.
정말, 딱 한 번이라도.
- 언제나 외출 전엔 거울 앞에 서서 손에 거울 하나 더 들고
보이나 안 보이나... 뒤태를 점검해 보는
슬픈 아가씨가 썼어요.
(물론 늘 보이죠.
뭐가?
두피가요. 좀 덜 보이게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넘겨 볼 뿐... )
1. ...
'09.12.4 3:02 PM (123.204.xxx.140)부~~하게 파마를 해보세요.
아줌마 파마들을 하는 이유중 하나가 나이 먹을 수록
속알머리가 없어서..그거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안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아님 극강의 미모를 가지신 거 같은데...
차라리 아주 짧게던 다 밀어버리시던...
그래도 독특한 매력이 있을거 같구요.2. .
'09.12.4 3:13 PM (114.207.xxx.181)어제 동창회에 미모의 친구가
"내 남자의 여자" 의 김희애 머릴 하고 왔는데
이목구비가 또렷하니 이쁘던데요. 그리 해보시지요.3. 저도 고민
'09.12.4 3:13 PM (110.9.xxx.105)저도 말이죠. 젊을 때 아나운서도 하고.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분위기 때문이란 말이죠.
특히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찬사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명 청순가련형 스타일이라.
(넌 공부 안해도 되겠다. 연예인 할 얼굴인데)
근데 그게 나이가 드니 그 분위기라는 것이 사라지더란 말입니다.
특히 아줌마된 마당에 더 이상 제게 찬사를 보내주는 남자도 없고.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면 심지어는 남편이 저를 왜 좋아했느냐고 묻는 인간도 있더군요.
물론 기본적으로 첨 보면 미인형이다 라고는 말하지만
전과 같은 말을 못들으니 우울해요.4. ㅎㅎㅎㅎ
'09.12.4 6:59 PM (221.146.xxx.74)원래 자기가 못 가진 점이 참 부러워 보이는 법이죠
전
머리숱이 많습니다.
사십대 중반이고 노안이 왔는데
하나도 세지 않고
숱도 줄지 않아서 이십년째 단골로 다니는 미장원에서도 신기해합니다.
그런데 눈썹이 없습니다.
아니 왜 같은 털인데 눈 위에는 없는 겁니까?
어쨌거나
그런 제가
그린 듯이 어여쁜 눈썹을 가진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맞습니다,
저 중증 고슴도치입니다(-- )( --)
열 아홉 제 딸 아이는
동그스름하고 반듯한 이마 아래
숱이 많고 색이 진한
그려놓은 듯한 눈썹에
그늘이 지는 긴 속눈썹을 가졌습니다.
(엄청나게 이쁩니다)
같은 반 사내아이가(남녀공학에 다닙니다)
어느 날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저희 딸 아이에게
'헉 임꺽정인줄 알았다' 하더랍니다.
대학만 가면 눈썹을 죄다 뽑겠다고 야단중입니다ㅎㅎㅎㅎ5. 이해해요
'09.12.5 4:23 AM (71.4.xxx.209)저는 원글님처럼 미인은 아니지만 ㅋㅋㅋ
머리숱이 보통이상은 됐는데 애낳고 했더니 많이 빠져서 30대 중반인 지금 평균이거나 평균보다 아주 약간 적은 편이거든요..그런데요 우울해요. 예전의 묵직한 머리...묶고 있음 무거워서 머릿거죽이 땡겨서 아프던 때가 그리워요.
근데 미모가 되신다니 차라리 삭발에 가까운 숏컷은 어떤가요? 이쁘실것 같은데...눈도 크고 하시다니. 그리고 40대 넘어서는 다 쌤쌤이래요. 그땐 그냥 파마 부하게 하시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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