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미래소년 코난과 <에콜로지카>3 : 살모사의 눈에 비친 현란함
자제하라, 사랑하라, 풍부하게 쏟아지는 술을
천국의 미녀, 천국의 궁전에 대해 애쓰지 마라
천국이나 지옥, 이들 또한 풍문에 지나지 않느니.
- 오마르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중 하나
살모사는 눈빛만으로도 주위의 모든 것들을 얼어붙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살모사마저도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권력이었죠. 그 빛이 어찌나 휘황한지, 260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블루 모스크 내부보다 더, 몇 배는 더 현란했어요. 그 현란함 앞에서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껏 자기 눈빛으로 뭇 존재를 매혹시키기만 했던 살모사까지도 눈이 멀고 만다는 거죠. 그만큼 권력을 에두르고 있는 빛은 대단하다는 것. 터키 소설 <살모사의 눈부심(원제 : 살모사의 눈에 비친 현란함)>은 하렘을 주 무대로 하여 그러한 권력이 가진 속성을 터키 카펫처럼 현란한 문양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력은 아니지만 5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 미모로 전 세계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어버릴 듯했던 여배우들이 있었답니다. (흠.. 미모도 권력인가요?^^;) 그 여배우들은 이름의 이니셜을 딴 애칭으로 많이 불려서 당시에는 이런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해요. 미국에 엠엠(MM)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베베(BB)가 있고 이탈리아에는 치치(CC)가 있다. 아름다운 여배우들 중에서도 당시에 특히나 섹스 심볼로 통했던 세 사람, 마릴린 먼로와 브리지트 바르도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를 가리키는 거죠.
아마 저 중에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가장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질 듯싶은데, CC는 영화 <부베의 연인>, <형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8½> 등에 출연했던 배우랍니다. (저 중에서 그저 신파조의 멜로 영화인 줄로만 알았던 <부베의 연인>은 멜로 영화라는 틀로 2차대전 직후 파시즘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이탈리아 상황을 정말 절묘하게 은유하고 있는 영화였어요! 줄거리, 구성 모두가 탄탄한, 그야말로 수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영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부베의 연인>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네요.--;)
사실 CC를 두고 섹스 심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녀가 대표작에서 연기했던 역할들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죠. <부베의 연인>에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가 CC에게 “당신은 강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꼭 그와 같은 그녀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오히려 현실의 어려움을 인내하고 극복하는 강인한 여성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마릴린 먼로와 브리지트 바르도보다는 현실에 발 딛고 서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제 생각에는요.^^) 하지만 지중해 바람을 머금은 그 미모를 보라 이 말이죠. 꼭 시칠리아 섬을 뛰어다니는 작은 고양이처럼 다부져 보이면서도 톡 쏘는 듯한 매력이 있기에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마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와 함께 오륙십 년대에 관객들의 눈을 멀게 한 여배우로 회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60년대로 접어들면서 자본주의는 어딘가 모르게 꼭 저 여배우들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바뀌는 시기. 시네마스코프의 웅장함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우던 시절. MM과 BB와 CC의 육체는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 화면 속에서, 그 웅장한 시네마스코프 화면 안에서 더욱 더 숨막힐 듯한 매혹으로 다가왔죠. 살모사는 어지러워 눈이 빙빙 돌 지경이었습니다.^^
자본주의도 그와 비슷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자본주의는 그것이 가져다 준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터였죠. 전쟁이란 그러고 보면 참 요상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인간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기술의 혁신이나 놀라운 발견 같은 게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뤄지기도 하니까요. 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러고 보니 그의 약칭 또한 베베(B.B.)네요.^^ 그래서 그의 시 중에는 자기 자신을 노래한 ‘불쌍한 베 베’라는 시가 있구요...) 희곡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에서 그 전쟁이 지닌 아이러니를 이렇게 풀어놓은 바 있습니다.
17세기 초 폴란드와의 전쟁을 위해 독일의 한 마을에서 모병관과 상사 계급의 군인 한 명이 병사들을 모집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마을 남자들이 모병관에게 전쟁에 지원하겠다고 해놓고는 술만 얻어먹은 채 줄행랑을 쳐버려요. 그래서 모병관이 투덜댑니다. “(...) 여긴 뭐 남자끼리의 약속이라든지, 충성이나 신앙, 명예심 같은 것은 도대체 없으니. 나는 여기서 아예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네, 상사.” 그러자 상사가 대답하죠.
“여기선 너무 오랫동안 전쟁이 없어서 그래요. 그러니 어디서 도덕이 생겨나겠어요? 평화? 그건 타락일 뿐이에요. 전쟁이 나야 비로소 질서가 생기지. 평화 시에는 사람 수만 불어나요. 사람과 가축이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더럽게 살고, 누구나 저 먹고 싶은 대로 처먹으니. 흰빤 위에 치즈 한 조각을, 치즈 위에는 또 베이컨 한 조각을 얹어 먹어요. 저 앞에 있는 도시에 젊은 사람이 몇 명이고 좋은 말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요. 한 번도 그 수를 세어본 일이 없으니까. 나는 한 70년쯤 전쟁이 없었던 지역에 가 본 일이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도대체 이름도 없고, 서로를 모르더라니까요. 그저 전쟁이 난 곳이라야 제대로 된 명단과 기록부가 있고, 신발도 여러 개씩 짐으로 꾸리고, 곡식도 자루에 담아 두게 되는 거죠. 사람과 가축도 정확히 수를 세어 끌어가고 말이죠. 질서 없이는 전쟁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사람들을 대량으로 죽이고 터전까지 무참히 파괴해버리고 말았던 두 번의 큰 전쟁은, 그 때문에 사람들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에는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사이에 물론 대공황이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 또한 문제될 게 없었죠. 자본주의는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여 위기를 넘겼으니까요. 다시 말해 흔히 ‘수정 자본주의’라 불리는, 일정 정도 부를 재분배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자본주의는 당시 사회주의에 비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나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대공황은 도리어 자본주의가 자신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는 기회로 작용했죠. 대공황까지 극복한 자본주의는 이제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전쟁 특수를 마음껏 누리며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일만 남았을 뿐.
비상의 결과는 ‘현란함’이었어요. 옷도 많이 생산되었고 먹을 것도 많았어요. 아이들의 필기구며 장난감도 부족함이 없었죠. 평범한 주택가에서도 책가방이 없거나 다 떨어진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 대신 더 좋은 책가방을 사달라고 징징대는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는 또한 냉장고와 세탁기와 진공청소기 등도 구비되어 있었으며 부르주아의 사치품이라 여겨지던 자동차를 점차 노동자 계급들도 소유하게 되었죠.
세상은 ‘신선한 장미의 풍문’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60년대에 접어든 서구 선진국의 모습은 딱 그와 같다고 할 수 있었죠. MM과 BB와 CC. 컬러 화면에 잡힌 그 풍미한 육체들과 풍성하고도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들처럼, 점점 팽창해온 자본주의는 적어도 서구 선진국에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풍요를 가져다준 것입니다.
그러니 스며라, 배암! 술탄의 왕국에서 현란함을 피해 도망 온 살모사는 또다시 넋을 잃은 채 이렇게 중얼거리게 되었습니다. 현란하고도 현란하구나. 자본주의여, 사람의 마을이여.... 그 옆에서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도 그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 사회학자의 눈에 당시의 서구사회는 ‘사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물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아니었어요.
한조각 땅 위에 있는 먼지의 모든 입자라 해도
태양의 볼이거나 샛별의 이마였느니,
살포시 그대의 옷소매의 먼지를 털어 내보라.
그 역시, 섬세하고 우아한 얼굴이었느니.
- 오마르 카이얌이 지은 ‘루바이야트’의 하나
다시 말해 그 ‘사물들’은 바위나 나무, 모래 알갱이 따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공산품’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루바이야트는 옛날 페르시아에서 유행하던 4행 정형시 ‘루바이’의 복수형. 우리 식으로 번안하자면 ‘루바이’는 ‘평시조’, ‘루바이야트’는 ‘평시조들’쯤?) 점점 팽창해온 자본주의는 그런 ‘사물들’까지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유용이 끝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물건들. 그러니까 있으면 혹시나 편리할지 모르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 이른바 아이디어 상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그는 그런 물건들에 ‘가제트(gadjet)'라 이름붙인 뒤 당시의 서구사회가 가제트까지 포함하는 사물들에 의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합니다.
일단 물건들이 많이 생산되니 기업은 그 물건들을 팔아치우기 위해 광고를 때려야 했고 그리하여 60년대부터 서구사회에서는 상업광고가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아 나갔죠. 소비자들은 점차 물건 자체가 아니라 광고를 통해 물건을 인식하고 그 물건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지가 실체를 대신하고 가상의 세계가 실제의 세계를 야금야금 좀먹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눈에는 ‘현대사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물들이 어떤 사회적 위계질서까지도 규정짓는 역할을 하는 걸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집에 세탁기가 있다는 사실은 그 집에 빨래를 빨아주는 기계가 들어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럼요, 그게 아닙니다. 그건 그 집이 세탁기라는 물건을 구비할 만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상업광고는 그 점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했죠. 겉으로는 이 물건이 당신에게 생활의 안락함과 편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파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말하고 있는 바는 이것이니까요. 당신이 이 차를 사면 능력 있는 사람. 바꿔 말해 당신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이 차를 사야 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물건에 ‘사회적 이미지’를 입혀서 그 물건을 사면 그 물건에 해당하는 사회적 지위까지도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에쿠스를 사면 ‘에쿠스를 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바운더리 속에, 그것이 상징하는 어떤 위계 안으로 내가 편입됐다는 생각이 들게끔 유도하는 거죠. 그러므로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사물들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가 그 물건에 입힌 ‘사회적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광고를 포함한 대중매체가 제시하는 그 이미지들을 ‘기호’라고 표현했어요. 따라서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를 보고 구입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더 고약한 점은 현대사회에서 그 기호들은 범위가 더 넓어지고 점점 더 그악스럽게 우리를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광고가 그렇죠. 광고는 친절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어서 우리의 ‘욕망’까지도 ‘만들어’ 줍니다. 광고라는 기호에 둘러싸인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이 보여주는 사물들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을 하게 되죠. 소비’란 바로 그렇게 기호가 발생시킨 욕망에 무릎을 꿇거나 선선히 순응하는 행위입니다. 그것에 맞서는 건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어요. 그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혹은 부족하게 채우면 우리는 열패감과 박탈감 따위 같은, 뭉뚱그려 ‘소외’를 느끼게 되니까요.
그처럼 사물들의 범람에 기초한 기호들의 음모, 그 음모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이 거대한 현기증이 보드리야르의 눈에는 ‘현대사회’를 휘감고 있는 휘황한 빛, 현란함의 정체였습니다. 그 욕망의 귀착점은 ‘소비’였죠. 그래서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의 사회’라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의 사회>가 출간된 게 1970년이었답니다. 즉, 실질적으로 <소비의 사회>는 보드리야르가 60년대를 거치면서 통찰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흡사 컬러 화면을 누비는 마릴린 먼로와 브리지트 바르도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풍미한 육체와도 같은 60대를 보내면서 보드리야르는 자본주의가 어떤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소비의 사회라는. 앙드레 고르는 그것을 ‘풍요로운’ 자본주의라고 부르죠. 꼭 주의해야 합니다. 따옴표는 ‘풍요로운’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그 ‘앙드레 고르’라는 살모사는 자본주의가 ‘세상이 신선한 장미의 풍문으로 가득할 때 / 자제하라, 사랑하라, 풍부하게 쏟아지는 술을’의 경고를 코웃음 치며 무시하고 이후에도 의도적으로 ‘풍요로운’ 자본주의를 지향했기 때문에 기어이는 ‘내적 한계’에 이르게 되었다고 진단하는데요, 아, 코난은 어디에... (제목에 있는 코난을 이렇게라도 한번 불러줘야 할 것 같아서..-_-)
* 음.. 같은 제목으로 계속 올리는 점,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길.
1. 남녀탐구버전
'09.12.4 1:37 PM (203.247.xxx.210)외계인의 침략에 맞서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어요...자동음성지원ㅎㅎ
2. 不자유
'09.12.4 1:37 PM (110.47.xxx.73)앗!!
시즌 후의 황금 휴가를 82에서 보낸 덕분에
설마...제가 프리댄서님 글에 1등으로 댓글을 다는 영광을??
그새 다른 님들 올리시면 안 되니 일단 체크...
1등ㅎㅎㅎ3. 不자유
'09.12.4 1:37 PM (110.47.xxx.73)이크...남녀탐구버전님...흑...
졌습니다.ㅠㅠ4. 프리댄서
'09.12.4 1:43 PM (218.235.xxx.134)음하, 얼마 전에 저도 드디어 그거 봤습니다. 남녀생활탐구.
찜질방 갔는데 거기 테레비에서 해주더만요. 목욕탕 편, 술약속 편, 감기 편 등을 봤어요.
크..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알겠더라구요.^^
형돈이는 완전 뭐, 일상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고.ㅋㅋ5. 不자유
'09.12.4 1:44 PM (110.47.xxx.73)에콜로지카와 미래소년 코난이라...
참 재미 있네요. ^^
삶의 윤리로서의 생태주의, 정치적 생태주의, 마르크스가 어쩌고,노동이 저쩌고
그리 딱딱하게 아이들에게 떠드는 저에 비해...
너무나 해박하고 흥미 진진한 해석에 감탄합니다.
얼마 전,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가 제시문으로 나온 문제를 가지고
기호,이미지 설명하느라 땀을 뺐는데 말입니다.
프리댄서님 글 저장해 두었다가 부교재로 써야겠어요.ㅎㅎ
저작권 문제 제기하시지 않는다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건의사항 : 4편에는 코난 좀 주인공답게 불러주세요.
감탄과 반가움에 그만 저지른 저 위의 유치한 댓글 두 개는 잊어주소서~ㅡㅡ::6. 프리댄서
'09.12.4 1:56 PM (218.235.xxx.134)에고.. 일단 부자유님. 너무 반가워요.
바쁘신 게 좀 마무리되셨나 봐요.^^
그런데 제가 <소비의 사회>를 읽은 지도 좀 됐고... 그래서 제대로 기억하는 건지는 장담할 수가 없네요. 흐흐
글쎄, 부교재로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부자유님을 다시 게시판에서 뵙게 돼서 넘 좋네요.^^
그러니까 저도 <에콜로지카>를 최소 한번 더 읽고 나서 글을 이어가려고 했는데(최소한 두 번은 읽어야 그나마라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_-) 다시 들춰보지도 못했고...
근데 기냥 막 상상이 돼요.^^
아이들에게 얼마나 자분자분, 차분하면서도 조목조목 잘 설명하실지.
저는 그렇게 수업하라면 솔직히 농담 따먹기나 하다 시간 다 잡아먹을 것 같아요.--;
암튼 누누이 말씀드리는 바, 부자유님께 수업받는 아이들은 복 많은 거예요
바쁘신 게 좀 정리가 되셨다면 충분히 쉬시면서 재충전 잘 하시길.^^7. 不자유
'09.12.4 2:16 PM (110.47.xxx.73)열심히 달려가서 에콜로지카 1,2편 읽고 왔습니다.와~
(코난이 1편에서는 핵심 인물이군요.ㅎㅎ)
안부 고맙습니다.
수시 시즌 마치고, 수능 성적표 나오는 날까지
휴가 내고 집에서 재충전중입니다.
성적 나오고 나면, 원서질(죄송--:)도 거들어야 하고, 정시 파이널도 해야 하지만
정시 보는 대학이 많지 않으니,예비 수험생들 겨울방학 특강 때까지는
아마 82에서 좀 많이 노닐 듯해요.
검색해 보니, 작년 요맘 때 82가입했네요. 휴가 때..ㅋㅋ
(키톡에 레시피 하나 못 올린 주제에,
프리댄서님처럼 멋진 연재글 하나 못 남기는 주제에
순전히 댓글 포인트로 조만간 레벨 7이 되게 생겼기에 급 반성 중입니다.)
프리댄서님 같은 필력이 있다면, 이럴 때 좀 기여를 해야 하건만..좌절..
아무튼 프리댄서님, 아울러 하늘을 날자님
집중적으로 겨울에 글을 좀 많이 올려주십사~ 하는
광팬의 소망을 올려봅니다.ㅎㅎ8. ㅎㅎ
'09.12.4 3:53 PM (222.107.xxx.148)읽고 이해하기도 바쁜데
이런글을 쓰시는 분들은 참 대단하다 싶어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만
저도 코난이야기를 더 듣고 싶군요~9. 프리댄서
'09.12.4 5:03 PM (218.235.xxx.134)아, 저는 얼마 전에 뜬금없이 '나의 정보'가 궁금하여 클릭했다가
쓸데없이 이메일 주소 변경한다고 변경하다가(대체 그걸 뭐 땜에 변경하려고 했는지),
마침 멍멍이를 안고 있던 중 멍멍이가 인터넷 말고 자기한테 관심 가져 달라고 저한테 엉겨붙고 하면서
그만! 탈퇴를 누르고 말았다는!!!! 멍멍이를 보면서 마우스만 클릭하다 보니.
원 세상에, 그런 일도 생기데요?
그래서 급 당황하며 곧바로 재가입. ㅋㅋㅋ 고로 저는 레벨9의 조신한 새내기랍니다.^^
잘 부탁드려요. 꾸벅. ㅎㅎㅎ
같은 제목으로 글을 올리는 거에 대해서 좀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글은 올리기만 해도 제목에 <에콜로지카>가 들어가기 때문에 한 분께라도 그 제목 하나는 도장 쾅! 찍어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렸답니다. 그렇게 해서 한분이라도 저 책을 읽으시면 좋은 일일 테니까.
다만 아쉬운 한 가지는 저 책이 계획적으로 집필된 책이 아니라 인터뷰, 잡지 기고문 등을 엮은 것이라서 앙드레 고르가 주창하는 생태주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거죠. 저자가 집필계획을 가지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갔다면 독자들이 저 책에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차고도 넘치기 때문에 제가 저 제목을 거듭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저 책을 전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새내기 무지하게 기쁘겠습니다.^^10. 不자유
'09.12.4 10:40 PM (110.47.xxx.73)이런 이런...올리신 시간대가 좋지 않았나 보네요
이토록 보석 같은 글에, 조회수 자체가 너무 적네요..아까워라~
금요일이라, 송년 모임이 많은지 오늘 클릭 수가 대체로 적긴 하더군요
게다가 낮 시간 대 올리신 글이라...페이지가 많이 밀려나서...
물론 뒤늦게라도, 프리댄서님 닉네임 검색해서 찾아 읽는 분들 계실 겁니다.^^
<에콜로지카>는 독자가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사상적 기반이 튼실하고, 많이 회자된 바라...고교생들도 제빕 읽어냅니다.
다만, 프리댄서님처럼 여러 배경지식과 아울러서...더군다나 코난과 연관지어 가며
그리 읽을 수 있는 내공이 없지요.(하긴 선생인 저도 못하는 것을, 아이들이 어찌.ㅡㅡ:)
유럽 최고의 지성을 살모사라 꼬집어 이야기할 수 있는 분도 드물테고...
어찌 하시다 멍멍이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레벨 9가 되셨는지...
댄서님이 새내기란 표현 쓰시다니, 몸둘 바를 몰라 고의적 탈퇴 고려합니다.^^::
각설하고... 아직 코난 이야기는 안 끝난 것으로 알고, 4편 열심히 기다리겠습니다.11. 프리댄서
'09.12.5 9:41 PM (218.235.xxx.134)제가 부자유님이랑 비슷한 시기에 가입을 했었던 것 같네요.^^
근데 사실은 레벨8이든 레벨9든 차이가 없어요.ㅋㅋ
...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지난 글들을 지울 수가 없는 거예요!
관리자님께 부탁드리지 않는 이상.ㅠㅠ
실수든 고의든 탈퇴하면 그런 애로점이 있으니 참고하소서들.^^
그리고 남은 주말들 잘 보내시구요. 아... 벌써 12월이라니.12. faye
'09.12.6 1:25 AM (216.183.xxx.194)벌써 12월이라니...
벌써 1년이라니... ^^
댄서님의 pei 에 대해서 답글 쓴게 거의 일년이네요... ㅎㅎ
최근 스위스의 어느 대학(? 다른나라 다른 기관인지 잘 모름...읽은지가 좀 되어서.... 기억력이 잼병이라...ㅋㅋ)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의 입안에는 보통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박테리아와 세균이 있다'고 발표했다....
즉 사람이 뚱뚱해 질수록 입안의 박테리아가 많이 늘어난다.....
대표적인 서양학자들의 실수인데요.... 원인과 결과 혹은 원인과 현상을 뒤바꿔서 설명하는 오류...
뚱뚱해짐 -> 박테리아가 늘어남...
자주먹음-> 박테리아가 늘어남 -> 뚱뚱해짐...
어떤게 맞을까요?^^
제가 보기에 보드리야르 나 앙드레 고르나 이런 실수를 하는거 같네요...
저같은 무명 무식의 무지랭이가 이런 대학자들을 비판하는게 우습죠.... ^^
경제학같이 쉬운 학문을 어렵게 풀고 어렵게 이해하고, 자본부의 처럼 현란하게 해석하려고 해서 생기는 오류일겁니다.
제가 욕먹어가면서 이런 댓글을 다는 이유는....
앙드레 고르 같은 학자들의 역할이 결국은 자본의 첨병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자신은 알지 모를지 모르겠지만... 자본에 이용된다는 것을....13. faye
'09.12.6 7:49 AM (216.183.xxx.194)이어서...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은 '생산'과 '소비'입니다.
그중에서 하나만 없어도 자본주의는 망하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소비'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수많은 학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죠.
(혹은 알면서도 모른척 하거나...)
1970년대가 소비의 시대가 아니라....
원래 자본주의는 소비없이는 못굴러가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소비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죠.
(왜? 소비하는 주체가 바로 근로자, 노동자,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기때문에...)
기존의 소비방법으로는 소비의 부족분을 해결할 수 없으니까
소비시키기 위해 이상한 요상한 방법등을 동원하게 되기 시작한 시대가 1960년 1970년대라는 얘기입니다.
선전도 하고, 이미지도 각인시키고, 등등.... (수많은 마케팅 수법..)
그래도 소비가 안되니까...(왜 ? 근로자가 돈이 없으니..)
미래소득을 땡겨다가 소비하게 만듭니다..(1970년대, 1980년대 크래딧카드.. 모기지..)
초기 자본주의는 훨씬 덜 세련되어서...
그런 현란한 방법말고... 좀더 쉬운 방법을 택하였죠..
바로 식민지 개척
식민지 개척은 원자재 조달이라는 포장으로 가려져 있지만,
주 목적은 판매시장 개척입니다.
팔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고사하니까...
식민지 개척이 거의다 이루어질무렵...
자본주의 후발주자(독일, 이탈리, 일본)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민지가 없죠...
당연히 반발... (식민지 없으면 자본주의 사망..) 세계대전 발발...
뉴딜은 공황을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뉴딜이 공황을 치료했다면, 앞으로 올 공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죠. 뉴딜을 쓰면 되니까..
공황을 벗어난건...
전쟁이라는 특수조건에서 재고를 모두 소진시켰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발발 원인은 후발주자들의 식민지 쟁탈전이란것은 위에서...
......................
우리동네 앞에 소규모 음식점이 있는데, 그 음식점이 망할 수 있는 조건은 두가지입니다.
1)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못해서..
2) 음식이 안팔리니까... (살 사람이 없어서..)
만약 1번이 답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신자유주의 ->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살 수 있다..
구조조정하고, 근로자 짜르고, 경비삭감하고, 품질개선하면 살 수 있다..
2번이 답이라고 생각하면... 왜 살사람이 없는가 고민.... 분배의 문제 고민...
.............................................14. 프리댄서
'09.12.6 3:04 PM (218.235.xxx.134)아.. 갑자기 짬뽕이 땡겨갖고 점심으로 시켜 먹었더니만 면이 퉁퉁 불어서 왔네요. 맛도 별로였고.
담엔 다른 데서 시켜야지..-_- 근데 faye님, 혹시 캐나다에 사신다고 했나요?
어떤 면에선 보드리야르가 신자유주의의 꿈틀거림을 남보다 일찍 감지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소비의 사회>에서 강조하는 것도 '소비' 그 자체가 아니었으니까요. <시뮬라시옹>에서 말하는 바도 결국은 그 기호들이 구축한 가상의 세계를 실재와 혼동하고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는 거죠. 지배계급에 의해 작동하는 기호들의 음모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가 현대사회(60, 70년대)를 '소비의 사회'라 규정한 것도 그러므로 그 기호들의 음모, 그것이 귀착된 형태가 '소비'로 선명하게 외화되었기 때문이었죠. '소비'를 추동하는 것은 기호들이 발생시키는 욕망이었구요. 그걸 좀 더 세게 표현하면 탐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네가 욕망이라고 하는 것을 잘 들여다 봐라, 그래서 저 기호의 세계, 그 음흉한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라.
보드리야르 식으로 말하자면, 기호들의 음모가 더 당당해진 것이 신자유주의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가 비교적 일찍 60년대를 감싸고 있는 '현란함'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출신성분과 관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잘 알려졌다시피 그는 가난한 농민 집안 출신이죠.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물 먹은 사람. 그런 배경이, 즉 현란함이 거의 전무했던 환경에서 자랐기에 당시 사회를 뒤덮고 있던 현람함의 그림자를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보드리야르가 말년에는 보수주의로 회귀했다는 말을 들었어요.ㅋㅋ 기호들에 대항하라고 했던 사람이 그 기호들의 일부로 투항한 것인데, 어쩔 수 없이 인간사회는 그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엘리트 같은 '귀족'들이 이끌어야 그나마 문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뭐 그런???
댓글 쓰는 중에 다음 편 제목이 떠오르네요. 아비가 신포도를 먹으니 아들의 이가 시리다. 아니면 카메라와 워커.--; 근데 제가 어디도 좀 갔다 와야 하고... 그렇네요. 거기다 경제에 대해선 MB만큼이나 아는 게 없는데.ㅋㅋ 책도 별로 읽은 게 없고.
그러니까 이런 게시판에 한 사람이 이런 글을 계속 올리는 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애요. 의도하진 않았으나 가오를 잡게 된달까? 뜻하지 않게 그런 분위기를 풍기게 된달까? 여기서 오래 놀긴 놀았어요. 벌써 1년이 지났으니까.15. 프리댄서
'09.12.6 3:08 PM (218.235.xxx.134)아, 그리고 커피에 베일리스를 조금 섞어서 마셨더니 요거요거 색다른 맛이 나네요.^^
커피믹스를 끊어보려고 노력하는 중임다.
그래서 커피믹스를 안 사다놨는데.........
결국 자판기 커피 뽑으러 하루에 몇 번씩 나갔다 오게 되네요.--;16. faye
'09.12.6 10:01 PM (216.183.xxx.194)보드리야르(아, 발음하기도 힘드네...ㅋㅋ)가 분석한 내용은 거의 맞다고 봐요.
제가 말하는 것은 '왜?'란 부분입니다. (보드리야르는 '왜'그런다는것을 알았을까,몰랐을까.^^)
왜 기호들이 그런 음모를 구축할까요?
간단한 답입니다. '못팔면'(소비시키지 못하면) 죽으니까.....^^
그런 간단한 답을 끝내 외면하고, 겉으로만 빙빙돌면 그처럼 헤메다 투항합니다.
...................................
자판기 커피를 하루에도 몇번씩 마시면, 아주 건강에 해롭습니다.
커피믹스도 안 좋구요.....
원두커피를 하루에 한잔씩 마시기를 권합니다.^^
이베이에서 블루마운틴 이나, 코나 커피같은거 쉽게 구할 수 있답니다.(진짜인지 모르지만.)
커피믹스는 저질커피도 아닌, (향커피 - 아이리쉬, 프렌치 바닐라 등등 - 를 저질커피로 만듬. ) 저질커피 만들고 난 찌꺼기로 만든 커피라고 합니다.....
석유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무역량이 많은 원료가 무엇인 줄 아세요?
바로 커피랍니다.
커피 가격은 이전까지 공급량 조절로 적정선을 (비싸게) 유지했었는데, 베트남에서 커피농사를 하면서 무한 경쟁체제로 바뀌었다고 해요. (여기도 신자유주의)
그러면서 국제 원두가격이 직전하강......
별다방같은데서는 그런 경쟁 이용해서 아주아주 싼 가격에 원두구입....
-> 아프리카 중남미 커피 농업자들 생계 위협
...........................
아, 저도 짬뽕 먹고 싶어요....... 부럽당..^^17. 프리댄서
'09.12.7 12:26 AM (218.235.xxx.134)아이고 보드리야르가(정말 발음 어려워요.ㅋㅋ)가 뭐 그런 걸 몰랐으리라 생각하지는 않구요,
설령 몰랐다 해도 그러든가 말든가네요 지금으로선. 니가 가라, 하와이! 하와이를 가거나 말거나.
사실은 술을 한 잔 했거든요. 딱, 좋을 만큼.^^
어제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불었고 비도 간간이 흩뿌렸구요, 길을 가는데 어느 화장품 가게에서 냇 킹 콜의 "Quizas, Quizas, Quizas'가 흘러나오더라구요. 난 언제나 당신에게 묻곤 하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라고. 당신은 늘 대답하기를 quizas, quizasm, quizas... 글쎄, 글쎄, 글쎄...
냇 킹 콜의 목소리는 사실 너무나 달착지근해서 거부감이 들 때도 있는데 'quizas, quizas, quizas'만은 예외랍니다. 아, 좋아요. 그 노래를 듣다 보면 쓸쓸해지고 좀 울고 싶기도 하지만 아... 좋아요.^^
이맘때는요, 또 고등어와 그것의 사촌격인 방어가 잡히는 때에요. 생선회를 먹는 방법. 일단 갓 잡아온 생선을 '두툼하게' 회썰어야 합니다. 일식집이나 횟집을 갔는데 사시미가 얇다랗게 썰려 나오면 신경질나요.--; 뭐 하자는 건가, 지금. 뭐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생선회는 '두툼하게' 썰어야 합니다. 그리고 쌈장에 찍어 먹어야 해요. 모르는 사람들이나 와사비 혹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 아는 사람들은 쌈장에 찍어 먹죠. 저는 첫 개시는 쌈장도 안 찍고 '생선회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일단 그냥 먹어주긴 합니다만.--;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비롯한 동네 어른들이 사시미를 '사슴이'라고 발음하셔서 왜! 사슴고기도 아닌데 '사슴이'라고 하는 걸까.. 참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흐흐. 아, 속초에도 가고 싶네요. 속초는 이맘때 가야 하는데.^^ 대포항에 이르면 동해 바람이 막 머리카락을 뽑아버릴 듯이 머리카락을 불불이 날리게 하고 동해 특유의 맵싸한 냄새를 안겨주죠. 바다는 뭐니뭐니 해도 동햅니다. 저는 서해에 가면 바닷가에 간 것 같지가 않아요. 혹자는 서해가 모성적인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바다는 일단 파도가 치고 바닷물을 언제든 바로 볼 수 있어야죠. 서해처럼 갯벌이 있어서 이게 바단지 뭔지 티미한 데는 별로예요. 바다에서도 그 시퍼런 바다. 동해가 킹왕짱입니다. 아흐, 갔다 와야지...
음.. 실은 뭐 할 말이 있어서 댓글 달러 왔는데, 까먹었네요. 생각나면 다시 쓸게요.18. faye
'09.12.9 2:34 PM (216.183.xxx.194)집에 오는길 라디오에서 오늘이 존레논이 총맞아 죽은날이라더군요...
팝음악사상 최고로 평가받던 비틀즈의 실질적 리더였던......
왜 비틀즈가 최고가 되었나, 누구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오더군요...
(천재) 네명이서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공동작업을 한 결과....
천재도 많고, 잘난사람, 재능있는 사람도 많으나...
그것이 여러명의 공동작업, 협동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로 들리더군요...
그럼 왜 다른 그룹들은?
'에고' 때문에...
그넘의 잘난 에고때문에...
그넘의 '내가 가장 잘났어' 때문에....
(오랫동안 공동작업을 한 케이스로 '롤링스톤스'도 들 수 있겠군요....)
해체후 존레논의 독집도 좋은 노래들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그룹시절보다는 못한것 같아요...
메세지, 이미지는 보다 발전된것 같지만...
거기에 공동의 작업이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음악을 탄생시켰을지도...
그러고 보면, 요코가 결론적으로 비틀즈를 망친게 맞을지도...
...........................
요절한 가수들을 한때 너무너무 좋아했었죠.
요즘은 자제하려고 하고....
극복의 대상입니다.
힌두음악의 대가들.....
뽕음악의 대가들...19. 프리댄서
'09.12.9 6:49 PM (218.235.xxx.134)그러고 보면 조디 포스터가 참 대단하는 생각이 들어요. 힝클리라는 사람이 조디 포스터 관심을 끌려고 레이건을 쏘았었잖요? 꽤나 충격이었을 텐데. 또 그 사람이 감옥에 갇힌 다음에는 구명운동도 일었었고. (왜 구명운동이 일었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그런 기사를 본 듯하네요) 그럼 그 사람이 나온 다음 이번엔 나를 찾아와서 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몇 년간 막 은둔해있고 그랬을 텐데.ㅋㅋ 근데 조디 포스터는 이제까지 그 일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주욱~ 연기생활을 해왔더랬죠.
사실 그것 말고도 조디 포스터는 흥미로운 점이 많은 듯싶어요. '아버지 없는 아이' 이미지도 그렇고. 실제로도 아버지 없이, 엄마의 '독점적인' 간섭 아래 자라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다가 모질게 독립한 케이스죠. 영화 속에서도 그래요. 대표적으로 <양들의 침묵>을 보면 클라리스가 양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게 자기를 사랑해주던 아버지마저 죽었기 때문이었구요. 안소니 홉킨스와의 관계는 '소울메이트이자 연인'의 이미지를 전해주는 동시에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죠.
그렇게 아버지 없이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서는 또 아버지 없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죠.^^ 그리고 그 아버지 없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정체모를 외부의 침입에 시달려서 조디 포스터는 그 아이들을 지키느라 동분서주합니다. 막 근육도 드러내고 총질에 몸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패닉룸>도 꽤 인상깊게 봤는데, 그 영화 보면서 조디 포스터는 정말 작가가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자기 작품세계를 확장, 구축해가듯이 그녀 또한 영화 속에서 일관된 자기 캐릭터를 확장, 구축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데요? 아버지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혹은 완벽하게 아버지 없는 세계를 꿈꾸기.
아무튼 조디 포스터가 한 말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그거네요. 줄리아 로버츠는 로맨틱 코디에 어울린다. 하지만 난 아니다. 대신에 나는 스릴러, 어두운 세계를 좀 표현할 줄 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저런 말..)
뭐 저격 얘기 꺼내신 김에 저도 해봤어요.
저도 요코가 비틀즈 해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데에서는 격하게 동의를 한답니다.^^ 그게 잘 했네, 잘못했네를 떠나 어쨌든 그녀가 존 레논한테 예술은 이래야 해, 니네 비틀즈도 좀 이렇게 가봐, 하면서 레논을 흔들어놓은 게 사실이죠. 앨범 작업하는 데까지 따라와서 종알종알했다니, 정말 동료 마누라니까 봐줬지, 폴 매카트니나 다른 멤버들 눈에는 얼마나 아니꼽고 같잖아 보였겠어요?
근데 음악적 성취도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 할 주제는 못 되구요, 존 레논이 솔로 활동해서 좋았던 게 그거는 있었던 것 같애요. 레논의 카랑카랑함이 잘 드러났다는 거.^^ 딱정벌레들 중 한 마리로 있었을 때는 썩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던 그 카랑카랑함이 솔로로 발표한 앨범에서는 아우.. 어떤 노래에선 막 날이 선 채로 드러나기도 하죠. 대표적으로. power to the people 같은 노래. god도 좀 그렇다고 할 수 있으려나. 나는 성경말씀도, 붓다도, 예수도, 히틀러도, 케네디도, 엘비스도, 밥 딜런도 믿지 않아. 오직 나만 믿지. 나와 요코만...ㅋㅋ 시건방이 정말.^^
비틀즈 노래 중에서 제가 또 좋아하는 게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예요. 맨날 레논하고 매카트니만 있는 것 같던 비틀즈에서, 묵묵히 기타 치던 조지 해리슨이 만든 노래.^^ 에릭 클랩튼이 기타 세션을 맡기도 했는데, 재밌는 건 조지 해리슨이 술 먹고 약하고, 오빠들 좋아요, 하는 여성팬들 하고 어울리는 바람에 아내와의 관계가 힘들어져서 그 노랠 만들었는데 그때 그 아내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사람이 에릭 클랩튼.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ㅋㅋ 그리고는 두 사람이 결혼. 그런데도 에릭 클랩튼은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녹음 때 기타 세션 담당.^^
조지 해리슨이 개성 강한 멤버들, 특히 매카트니와 레논의 자존심 싸움이 상당한 비틀즈 내에서 멤버들의 말 들어주고 다독이며 중재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더라구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가만히 듣다 보면 아련하게 그 느낌이 묻어 나온달까요? 암튼 그 노래는 여러 아티스트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는데,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토토 버전을 좋아하구요...
아웅, 실은 다른 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또 엉뚱한 말만 하다보디 잊어버렸네요.--;
근데 비틀즈 정도 되면 저작권료는 한 곡에 10원 정도만 해도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들 정도가 되면 뭐 '인류의 유산'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도 저작권 수입이 적지 않을 텐데... 요코 여사는 왜 거기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는지 모르겠네요.^^20. faye
'09.12.10 9:13 AM (216.183.xxx.198)비틀즈 얘기가 나와서...
제생각은 비틀즈는 팝의 완성자이자 파괴자인것 같아요.
팝으로 구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비틀즈에 의해 구현되었죠.
또한 결론적으로 뽕으로 이어지는 환각음악의 길을 활짝 보여주었다고 할까...
후세 음악가들이 가야할길을 결국 뽕으로 규정을 해야했다고 할까...
뽕에 의지하지 않고는 비틀즈의 음악을 넘어설 수 없는 어떤 경지를 보여주었다고 할까...
결국 팝의 최고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어떻게 음악이 그렇게 망가질 수 있는가...
어떻게 음악으로 삶이 피폐해질 수 있는가의 출구를 동시에 제시한 듯...
중국사람들은 한국음식이 맛어 없다고 하네요...
튀긴 음식에 쩔어서 입맛이 타락해서 라고 합니다....
최근에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의 루시가 죽었다고 하면서, 그 노래는 결코 lsd를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드만....ㅋㅋ
조디 포스터는 너무 차가와 보여서...
조디 포스터가 후에 결혼을 할까요 안할까요?
한다면 알파보이와 할까요, 베타보이와 할까요......^^21. 프리댄서
'09.12.10 10:13 AM (218.235.xxx.134)그래서 신화가 되면 실체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같아요.
어떤 것이 신화가 되는 순간, 그건 그 실체와는 상관없이 그걸 신화가 되도록 이끈 가장 강력한 요소로만 기억이 되고 그 요소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외부를 확장하면서 그 어떤 것을 실체와 더더욱 멀어지게 하니까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에서 루시가 진짜 사람 이름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게 진짜 꼬마애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해도 비틀즈가 신화가 된 순간부터 lucy in the sky with diamond는 그 신화를 존재하게 만든 요소, 즉 lsd라는 6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길이길이 기억된다는 것. 끝끝내 그 노래가 lsd 찬미가라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조디 포스터가 결혼을 한다면 '걸'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오메가걸과 하려나요?^^
캐나다에서는 록키산맥에서 흘러나온 물로 만든 맥주를 마신다죠?
조선맥주가 동양맥주에 밀려 한참 동안 맥을 못추었더랬습니다. 그러다 조선맥주에서 히테(hite)^^를 론칭하면서 그게 빅히트를 쳤죠. 서서히 ob맥주 점유율을 좀먹어가던 히테는 급기야 완전히 ob맥주 판매고를 앞지르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조선맥주는 인기없던 '조선맥주'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예 회사명 자체를 '하이트 맥주'로 바꿔버리죠. 슬프디슬픈 맥주 비하인드 스토리라고나 할까요?
마시고 나서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맥주가 개발되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대머리 치료제도 그걸 개발만 하면 노벨상은 따놓은 거나 다름없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참... 미개척지가 많아요.--;22. faye
'09.12.10 10:43 AM (216.183.xxx.198)요즘 맥주는 보리로 안만들고, 옥수수로 만든다더군요...
왜 부르기는 맥주라고 부르는지....^^
화장실 자주가지 않는 맥주나 대머리 치료제....ㅎㅎ 그런게 꼭 필요할까요?
그리고, 노벨상은 따서 뭐하게요....ㅋㅋ
우상화의 최첨단중의 하나가 노벨상이죠....
어떤때 보면 종교보다 더한것 같드만.....
비틀즈 노래 보면... 그런거 많아요.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 도 뽕찬양가라고 그러더만....
영화 '백비트'에서 초기 비틀즈의 경쾌하고 강렬한 사운드가 참 좋게 느껴진적이 있어요.
아스트리드 던가? 요절한 존의 친구의 애인이던 독일 여자...
영화 후에 비틀즈 책을 비교해 봤더니... 배우하고 실제인물하고 어찌나 닮았던지...
전에 백비트의 얘기를 댓글에 쓰려고 한적이 있었네요..
아스트리드하고 그녀의 전 독일애인하고, 베를린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티비로 보다가 둘이 손을 붙잡고 우는 대목이 나와요. (그것을 스튜가 보고 오해하는데..)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나약한 식자의 모습을, 촛불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바보들...울게 아니라 총을 들어야지.... 체 처럼...23. 프리댄서
'09.12.14 8:36 AM (218.235.xxx.134)며칠 어디 좀 갔다 오다 보니 댓글이 마~~~이 늦었네요.--;
근데 맥주가 옥수수로 만드나요???
오메, 전 그렇게나 많이 맥주를 마시면서도 그 사실은 몰랐네요.
그래서 맥스가 국내에서는 보리 100%로 만들어진다고 그렇게 광고를 했던 거군요. (말 나온 김에 아침부터 맥스 한 잔 하고 싶구만요)
화장실 자주 가지 않는 맥주 얘기 나오니까 문득 다이어트 맥주가 정말 일반 맥주만큼 살이 찌지 않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총이나 특히 대포!는 '발기한 페니스'의 표절이죠.--; 오마주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미래소년 코난에도, 지구가 망하기 전에 인류가 사용하던 대포들이 주르륵 줄서 있는 모습이 잠깐 등장하기도 해요. 그거 보면 정말 '와, 저건 그거 표절이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알란 파커가 만든 <핑크 플로이드의 벽>에도 대포들이 진군하는 장면이 나왔던 것 같은데(하도 오래 전에 본 거라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딱 그런.
그러고 보면 수컷들이 이분법에 익숙한 것도 이해가 가기는 갑니다. 사정이라는, 잘은 모르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매커니즘에 의한 폭발. 그 전과 후..... 다르겠죠. 달리 보이겠죠, 세상이. 뭐 흑과 백으로 나뉘어 보이려나요? 어쨌든 이것과 저것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긴 해요.
근데 아침부터 이런 주제를.-_-24. 프리댄서
'09.12.14 8:37 AM (218.235.xxx.134)아웅, 자주 들락거릴 수 없을 것 같은데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25. faye
'09.12.14 10:01 AM (216.183.xxx.198)친구가 핑크플로이드를 좋아했어요.
저도 그땐 뭣도 모르고.... 와....
이제보니... 순....^^
이미지의 극단... 상상의 극단.... 긴장의 극단....
오페라를 보면서 그런것을 느꼈는데.... 서양문화의 한 단면인거 같아요...
뭔가 굉장한게 있어 보인다...
뭔가 (내가 알 수 없는 것이) 나를 압도한다...
뭔가 (내가 볼 수 없는 세계가) 저 멀리 어딘가에 있다....
근데, 알고보면 별거 없다.... ㅋㅋ...
'에콜로지'가 요즘 횡횡하는 '탄소 배출권'음모론에 동조하는 주장이 될지 자뭇 궁금합니다.
음모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그만큼이라는 반증이고...
그런 음모론에 놀아나는 것은 더욱 한심하죠...
멸망을 바라보는 관점....
일본은 자신들이 딥다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어서리... 조금 다를거예요...
최근에 본 건담에서도 그런 공포감이 스며있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원폭의 실제 피폭결과는 전멸이 아니라, 노출된 일부만 사망이랍니다.
물론 생존자는 기형아 출산의 위험을 가지고 있지만...
전에 사형제도 글에서 인간이 줄 수 있는 가장 큰벌...
그런 표현을 쓰셨는데요...
인간이 무서워할 가장 큰 재앙이 뭘지.....
그게 지구의 종말이나 죽음은 아닐거 같아요...
주식 폭락이겠죠 아마...ㅋㅋ
지구는 대포때문에 망하는게 아니라, 주식이 폭락해서 망할겁니다.....^^26. faye
'09.12.14 10:13 AM (216.183.xxx.198)오늘이 일년째 되는 날인가요?
일년 글 올리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반론이랍시고, 단 댓글에 짜증 만땅? ^^
빨간 머리 앤 만화영화를 다운 받았는데, 일본에서 만든거라 그런지 좀 짜증나더군요...
일본만 거치면, 이건 뭐 모조리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 만든 원판 영화는 안그렇드만....ㅎ
라디오에서 며칠전이 진주만 폭격일이라더군요...^^
아... 제가 지금 한가하게 댓글 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말임다.....ㅎ27. 프리댄서
'09.12.14 11:34 AM (218.235.xxx.134)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2cd짜리. 소장하고 있습니다. 기념으로, 간만에 그거 한번 들어줘야겠네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을 들으면서(겨울엔 뭐니뭐니 해도 러시아 쪽 사람들의 음악을 들어줘야 할 것 같죠) 이 사람은 참, 마음만 먹으면 아무거나 막 만들어낼 수 있구나.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뛰어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 엄혹한 스탈린 치하에서 그 체제가 요구하는 혁명진군가 풍의 음악들을 작곡하면서도, 그 요구는 요구대로 충족시키면서도 예술적 완결성을 찾아가는 그 음악적 재능이라니. 재즈 모음곡 중에서도 영화에 두루두루 쓰이면서 널리 알려진 2번 왈츠는 '혁명가 풍의 왈츠'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스탈린식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기초하여 민중들의 혁명의식을 고양시키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내용은 이렇게 퇴폐적일 수가 있나요. 마치 혁명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두 잃어버린 귀족이 우연찮게 협동조합 무도회에서 왈츠를 추게 되면서 좋았던 옛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 이승의 산과 들, 검은색 담비털 코트를 입고 이태리 어느 장인이 만든 수제 가죽 트렁크를 든 하인과 함께 시베리아 횡단 특급열차를 탔던 그때, 그때처럼 변함없이 너른 들판과 우람한 자작나무들. 함께 밤도망을 치기로 했던 그 백작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강제수용소에서 끌려갔다는 소식까지는 들었는데... 뭐 그런 느낌이 쪼매 듭니다.^^ 거기서 느껴지는 약간의 뽕기(뽕짝 느낌)도 아, 좋아요.
뭐 음악 듣다 느낀 소회를 두서없이 갈겨봤구요, 오늘이 일 년째는 아니고, 작년 11월 말에 가입을 했으니 1년은 조금 더 넘겼네요.^^ 소감은 무슨... ㅋㅋ. 아름다운 밤이에요! 장미희처럼 그럴 수도 없고.
nhk에서 기획한 거였나, 일본에서 세계명작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더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참 대박입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며... (플란다스의 개도 그 시리즈의 하나였는지 모르겠네요)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 그림체, 연출력을 거치면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탄생했던 것 같아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오랜만에 미야자키가 그때 그 시절의, 약간은 순정만화 삘이 나는 그림체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선보여주던데(하이디, 앤 셜리를 기억하는 그대들에게 이 아저씨의 선물이야... 이런 식으로) 저는 극장에서 막 감동하며 봤었습니다. ㅋㅋ
벌써 12월 14일이네요. 시간이 참 잘도 가네요. 갈 테면 가라죠. (무슨 뽕짝에 저런 가사가 있었는데) 늙기밖에 더 하려구요.--;28. 프리댄서
'09.12.14 11:40 AM (218.235.xxx.134)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음악시간 때 무슨 곡을 들은 후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했었는데(무슨 곡이었는지는 잊어버렸음) 제가 저런 식으로 연상되는 이야기를 써냈더니 음악선생님이 따로 불러서는 왜 이렇게 썼냐고 물어보시더만요. 막 웃으면서. --; 베토벤+쇼펜하우어처럼 생기셨고 따라서 당근 잘 웃지 않는 선생님이었는데, 그때 좀 놀랐던 기억이...
29. 프리댄서
'09.12.14 11:49 AM (218.235.xxx.134)이래서 키톡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데...
간만에 키톡에 들렀더니 경빈마마님께서 팥죽과 팥떡 사진을 올리셨네요.
팥죽은 누가 주셔서 얻어 먹었는데--;, 문제는 저 팥떡... 아, 저 매혹적인 팥떡...
꿈속에서까지 나올 것 같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중의 하나인 아, 저 팥떡이 문제네요.ㅠㅠ
집에서 만든, 금방 쪄낸 팥떡 맛이 얼마나 죽음일까.
엉엉, 마마님 미워요.
(팥이 들어간 건 뭐든지 좋아해서 어렸을 때는 '콩쥐는 착한 애고 팥쥐는 나쁜 애니까 콩을 더 좋아해야 하는데 나는 왜 콩은 싫고 팥만 좋을까?'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던 1인..ㅠㅠ)30. faye
'09.12.15 2:51 AM (216.183.xxx.198)미야자키는 어린이용 만화영화로서는 참 수작이라 평할 수 있죠.
며칠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다시 봤는데, 역시 수작이예요....ㅎ
그러고 보니 저도 미야자키것을 거의다 본것 같네요...
코난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다 보고...ㅋㅋ
코난에서 훌륭한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건설한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겠지요.
그게 미야자키의 이샹향이 되겠지만...
몇가지 좀더 상황을 고려하면 정말 훌륭한 미래상을 제시했을 텐데요...
태양에너지의 부활로 모든 물자가 넘쳐나는 인더스트리아가 어찌보면 사실 더 바람직한 미래상일텐데...
미야자키는 인더스트리아를 침몰시키고, 홀로남은 섬의 목가적인 삶을 지향하더군요...
인더스트리아는 인류가 반드시 달성해야할 과제입니다.
(이말에 물론 오해의 소지가 많죠. 이해안하셔도 되요. 이미 현실적으론 어느정도 달성되었을지도)
인더스트리아가 달성되고도 전쟁을 멈추지 않은 이유를 잘 설명못했네요...
인더스트리아이전의 전쟁과 이후의 전쟁의 차이를 켓치하면 더욱 좋았을 것을...
홀로남은 섬의 생산량은 늘어나는 인구를 다 먹여살리지 못합니다.
결국 다시 전쟁으로....
전쟁의 근본 원인은 결국 배고픔 이라는...31. 프리댄서
'09.12.15 9:46 PM (218.235.xxx.134)걸어둔 지 좀 되는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건 집회가 끝난 후의 술판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들 돌아갔고 몇몇 사람만 남아서 집회의 여흥을 되새기며 술잔을 기울이는 거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죄회수도 계속 찔끔찔끔 올라가요.--; 지나가던 중에 저기 모여 앉아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흘끔거리는 분들이 계시다는 말이죠. 그래서 문득 좀 민망하네요. 저 위에 제가 단 댓글들이. 꼭 혼자 술 취해서 혀 꼬인 소리로 떠드는 것 같애요. ㅋㅋ 어제 동네 슈퍼에 갔더니 23도짜리 소주가 있더군요. 소주가 순해지면서 골수 주당들이 불만을 쏟아냈었죠. 19도짜리도 소주냐. 이걸 우리더러 마시라고 하는 거냐. 그들을 위한 소주회사의 배려. 참이슬이 아니라 진로였던 시절의 소주 그대로가 냉장고에 놓여 있더군요.^^ 그거 보니 어렸을 때 '크라스'로 됫술 따라 마시던 동네 아저씨들 생각이 나데요. 양주도 아닌데 됫술을 '키핑'해놓고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적에 저희 집(점방)에 들러서 꼭 '크라스' 잔에 한 잔, 두 잔 따라마시던. 그 크라스 혹은 쿠라스라 발음되는 것이 글래스임을 알았을 때의 황당함.^^ 음... 또 술 주정하는 떠들고 있구만요.--;
바야흐로 24시간 편의점 전성시대입니다. 엘지25시, 패밀리마트, 바이더웨이 같은 메이저리거들을 필두로 하여 현대25... 음... 상호도 잘 기억나지 않은 수많은 마이너리거들까지 합세, 동네마다 밤새 불 밝히고 있는 가게들이 많아졌어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을 가만히 살펴보다 보면 지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편의점에 있는 그 창백한 냉장고 속 물건들이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이라면. 현대판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그렇게 물건으로 변해서 편의점 냉장고 속에 누워 있는지도 모르죠. 그래서 하나를 골라 쪽~하고 사람의 숨결이 닿으면 다시 사람으로 변하는. 편의점에서 '죄악세'에 해당하는 물품을 사면서 그런 소설을 구상했더랬습니다.
인더스트리아는 로마제국+조지 오웰의 <1984> 등이 합쳐져 탄생한 곳 같았어요. 최고운영위원회는 꼭 로마의 원로회의를 연상시키죠. 저항운동을 하는 원주민들, 그 중에서 지도자에 해당하는 젊은 투사는 스파르타쿠스 정도? 저는 하이하버 섬이 소박한 원시 공산주의 사회처럼 그려진 부분에서 참 놀랐었습니다. 일 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대사도 나오데요?ㅋㅋ 아무튼 피폭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일본 애니에는 유독 종말론적 내용을 다룬 것들이 좀 있는 듯싶어요.
코난이야말로 미야자키 아저씨 작품세계의 원류인 것 같습니다.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다 거기에 들어 있고, 그것에서 나와 발전되어 갔으니까요.
고르 아저씨가 미야자키 아저씨보다 훨씬 더 존재론적 입장에 서 있죠. 미야자키 아저씨도 주체의 회복을 고민한 것 같지만 그보다는 문명(전쟁 및 과학기술 만능주의) 비판에 머문 측면이 강하구요, 고르 아저씨는 분명하게 주체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 대안이 저한테는 너무 공상적으로 다가와 실체가 안 잡히긴 하지만요.
아, 여기는 오늘 날이 꽤 쌀쌀하네요. 바람이 제법 앙칼집니다. 꼭 친척모임에 갔더니 자기보다 언니를 더 예쁘다고 칭찬들을 해서 토라진 계집아이가 피우는 심술 같아요.^^ 감기 조심하시길.32. 不자유
'09.12.17 3:55 PM (110.47.xxx.180)뒷풀이 술자리에 잠시 들렀다 갑니다.
이틀 전쯤 왔어야 한잔 같이 나누는 것인데 그랬네요..
뒤늦게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 중 하나는
아마 저의 클릭일 것입니다. ㅎㅎㅎ
식견이 짧아 같이 앉아 걸판지게 마시지는 못하지만^^
뒷풀이까지 꼭 꼭 챙겨 읽는 사람입니다.
날이 추운데, 건강 유의하세요.33. 프리댄서
'09.12.18 10:05 AM (218.235.xxx.134)크... 무릇 모든 행사에서 뒤풀이가 없으면 참 섭섭하죠.^^
늦게라도 그 술판에 끼어주셔서 땡큐베리감사입니다.
부자유님께서도 건강에 유의하시구요.
세 아이 건사에, 직장 일에, 82에서의 입시 상담에.^^
부디 건강에 신경 쓰시면서 이제까지 해오셨던 것처럼 잘 헤쳐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아, 우리나라 직장맘들께는 하여간 노벨평화상을 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