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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설좀 들어주실래요(길어여..)

사는게먼지 조회수 : 1,323
작성일 : 2009-12-03 15:38:25
마음이 답답하여 여기에 글을 남겨 여러 님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결혼 13년차 남자입니다.
저희 부부, 그런대로 생각도 통하고 잘 지내는 편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한달 중에 20일 정도는 사이가 좋고 나머지는 티격태격하고 화해도 하고 그럽니다.
티격태격하는 소재 중의 하나는 집사람의 생활방식 때문이구요.
이 부분을 얘기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됐네요.

집사람, 교직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직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5-6년전 그만 뒀습니다. 교직에서는 평소의 가치관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오래 고민하고 저하고 논의도 하다가 결국 실행에 옮겼지요. 그만두고 나서는 저소득층 방과후교사로 오래 근무했습니다. 그 일에서는 대단히 만족을 하였지요. 물론 보수는 교직의 5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집사람은 방과후교사에 대한 역할을 약간씩 줄이면서 시민신문 기자나 다른 정치 모임들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도 매우 좋아했지요. 그러한 일로 며칠 몇박씩 연수나 MT도 자주 다닙니다.
그런데 동네에서의 모임은 주로 밤에 이루어지고 모임 뒤에는 뒷풀이는 필수이며 그것이 밤 2-3시로 이어지고 귀가시간은 그때야 되는 것입니다. 집에 있을 때에도 각종 문건을 작성하고 글을 쓰면서 밤 3-4시나 잠자리에 들거나 밤을 새우기도 많이 합니다. 집사람은 그렇게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모임을, 아니 어울리는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며 밤새우면서 글을 쓰는 것도 희열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같이 생활하는 남편으로서의 입장은 어떨까요?
저도 생각은 집사람과 통하는 면이 많아서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많이 공감을 했고 내가 활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귀가시간은 변함이 없고 밤새우는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외롭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집사람 건강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마른 기침을 한 달 이상을 하며 그치지를 않습니다. 제가 도라지와 배를 넣고 고와 줬더니 조금 멈췄네요.
그래서 제안을 했지요. 글을 쓰더라도 밤 2시 이전에는 자자. 건강이 걱정된다.
요즘에는 조금 지키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그러다가 폭발은 오늘 아침에 했습니다.
어제 저녁도 시 예산관련해서 집사람발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발표 끝나고 뒷풀이하고 2시 반 넘어서 들어왔더군요. 저는 1시 반까지 잠을 못자다가 설핏 잠들었는데 집사람이 그제야 들어와서 씻고 왔다갔다 하니 제가 잠이 깨어서 두어시간을 잠을 못잤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은 얼굴로 아침밥상에서 말했지요.
“밤에 조금 빨리 들어오면 안돼?”
제가 이렇게 말하면, 늦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말하던가, 미안하다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희 집사람, 오히려 저한테 그럽니다.
“요즘 들어 점점 더 심해지네?(자신을 옭아매는 멘트들이 많아진다는 뜻)”
반응이 이러니 아침부터 불이 붙더군요.
집사람, 또 이러더군요. 내가 돈을 안버니까 더 그러는 것 아니야?
방과후할 때는 그러지 않더니 요즘 더 심해진 거 아니냐고. 돈을 벌면서 이랬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요즘은 집사람 방과후교사도 그만두고 한 푼도 안벌어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나한테 미안해하고 그 전에 가사분담하던 것을 집사람이 다하려고 부단히 노력은 합니다. 돈을 안버니까 집안일이라도 열심히 해야한다면서..
그렇지만 제가 돈을 안벌어오니까 더 간섭을 하고 나무란 것은 없습니다.
낮에는 무슨 활동을 하던 누구를 만나건 간섭을 한 게 없었거든요. 제가 이 말을 했더니 다른 대꾸는 못하더라구요.

집사람은 결혼해서 살더라도 서로에 대해 간섭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주의입니다.
집사람, 물론 밤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아침을 안챙겨주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지 않습니다. 밤에 두 시간 자고도 낮에 집안일 할 거 다하고 애들 챙길 거 다 챙기지요(물론 정신을 다른 데 놓고 하다보니 펑크나는 일도 많지만). 그리고 애들도 엄마가 그렇게 바쁘게 사는데도 아빠보다는 정서적으로 엄마하고 친합니다. 그래서 제가 평소에는 참을 만큼 참고 보장해줄만큼 보장해주고 산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뒷풀이해도 좋으니 너무 늦지는 마라’라는 정도의 언질을 주려했던 것인데..

집사람, 오늘 아침에도 그러더군요.
내가 늦게 들어온다고 집안에서 하지 않은 게 있느냐, 나는 내가 늦게 들어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당신 입장에서는 그럴 권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사람하고는 못살겠으니 나가라. 이 집에서는 당신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 같이 살아가는 것 아니냐? 그러면 당신은 밖의 사람들하고 살아야지.

오늘이 제 아버님 기일입니다. 싸우다가 불현듯 그 생각이 나면서 결국 이 얘기도 내뱉고 말았네요.
제수 준비하러 가지 마라. 우리 아버지 당신이 차려준 음식 맛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랬더니 집사람,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상관있느냐는 거지요.
저는 그렇게 불쾌한 상태에서 음식을 차리면 무슨 정성이 들어가겠으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가지 않겠답니다.
제사 준비는 형수님도 두 분이나 계시고 제수씨도 있어서 준비할 사람은 물론 있으나 챙피한 노릇이지요. 저 혼자 가서 집사람은 왜 안왔느냐고 물을 텐데..

다들 어떠신가요?
제가 너무 심했나요?
활동가인 아내하고 사는 사람은 참 외롭습니다.
저는 마누라가 남편만 바라보고 무력하게 사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혁명가의 길을 가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더군요.
이럴 바에는 서로가 각자의 길을 가는 것도 낫겠구나. 서로 방해하지 않고.
결혼 생활. 참 어렵네요..

이런 이야기는 어디 가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들 이해해주지를 못하거든요.
IP : 125.247.xxx.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는거
    '09.12.3 3:49 PM (58.233.xxx.61)

    어렵네요. 사실 위 상황이 남녀가 바뀌어도 참 힘든 상황입니다. 하물며 아내가 그리 늦게 다닌다면 한국에서 가정이 유지되기 어렵지요.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부부가 대화하고 타협점을 찾는 수 밖에 없겠지요. 타협안은 저라면 아이들이 클때까지 만 19세 정도까지 서로의 활동범위 한정하기에 대해 정하겠습니다. 그 후엔 서로가 의지가 안되면 각자의 길을 가던가, 아님 동지로 살겠지요. 계속 아내가 본인 활동만 주장한다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땐 님 하고 싶은데로 하셔야지요. 도움이 못되는데 잘 되길 바랍니다.

  • 2. 안타까운 이
    '09.12.3 3:56 PM (121.161.xxx.156)

    너무 힘드실 것 같아요.
    윗님이 쓰신대로 남편이 그러고 살아도 그꼴^^ 보기 쉽지

  • 3. .
    '09.12.3 4:00 PM (210.219.xxx.76)

    읽어 보니 원글님은 부인이 늦게 들어오는 것 빼고는 별 불만거리가 없어 보입니다.
    늦게 다니는 것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서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면 충분한 해결점이 나오지 않을까요.
    무엇이 더 중요한 지는 원글님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원글님도 부인분께 불만을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해 보세요. 부인을 비난하지 마시고 부인의 행동에 대한 원글님의 느낌을 말하는 게 어떨까요?
    비난보다는 부인을 인정해주고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적아니신가요?
    상처받은 감정을 부인께 표현해 보세요.
    현명한 방법을 찾을 수 있으실 겁니다. ^^

  • 4. 그게요
    '09.12.3 4:18 PM (58.234.xxx.111)

    살림에는 피해가 가지 않게 하고 다니며, 아이들도 어느정도 잘 챙긴다고 해도
    그 정도로 밖의 활동을 하면, 활동이 활동을 연결해서
    본의로 시작한 일도 하다보면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활동을 하다보면 내가 아니면 안되는 날도 있고, 모두들 무슨 문제만 생기면
    나를 찾고 그러다보면 매일 동동거리며 뛰어다니게 되지요.

    아무리 집안일은 하고 나온다해도
    가정이라는게 전기밥솥에 밥이 있고 서랍에 신을 양말이 있는게 다가 아니지요.
    집에 엄마가 있고 아내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며
    부침개가 먹고싶을 때 같이 부쳐 먹는 그런게 가정 아닌가요.

    어쩔 수 없이 바쁜 아내이신 분들에게 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집의 경우는 부인께서 활동을 하다보니 자꾸자꾸 범위가 커지시는거 같은데요
    본인도 중단은 아니더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싶네요.
    윽박지르듯이 불평하듯이 하지 마시고
    간곡하게 따뜻한 가정이 그립다고 말씀해 보시면 해결책이 찾아질듯 싶은데요.

  • 5. ..
    '09.12.3 4:21 PM (222.111.xxx.111)

    남편이 일 때문에 매일 늦게 들어와도 힘 들어요.
    사회활동 하면서 부인이 뒷풀이까지 하고 매일 새벽에 들어오는데 불만이 그것밖에는 없겠다는 댓글들이 더 이해가 안 가네요.
    남편이 아내의 일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지 않는 한 부인 되시는 분이 가정을 위해서 일을
    조절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글님은 이해심이 정말 많은신 분 같아요.

  • 6. 사는게먼지
    '09.12.3 4:29 PM (125.247.xxx.2)

    아니 이런..
    댓글들을 읽다보니 제가 눈물이 핑..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집사람하고 다툴 때에도 항상 집사람은 눈물 콧물이 되어도 나는 말똥말똥했었는데..

    여러 님들 조언 고맙습니다.
    위로가 많이 되네요.

  • 7. .
    '09.12.3 4:54 PM (58.227.xxx.121)

    저라도 싫어요.
    남편이 회사일로 그렇게 늦게 들어온다고 해도.. 그래서 출세를 한다고 해도 그래도 너무 싫을거 같아요.
    아내분이 좀 방어적이신거 같네요. 원글님이 하지도 않은말에 벌컥 하시는걸 보면..

  • 8. 아내분이
    '09.12.3 5:53 PM (122.34.xxx.16)

    아직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 모르네요.
    원글님은 참 착하기도 하고 한편에선 본인과 이념을 같이하는 부인의 활동을 제약한다는 죄책감이 커서인지 당당히지 못한게 느껴집니다.

    지금이 일제시대 독립운동 하는 것도 아닌 데
    부인이 허구헌날 새벽에 와서 자면
    남편은 누구와 대화하고 또 잠자리하고 토닥이며 살아갈 수 있나요?

    매일 술마시고 새벽에 들어오는 남편땜에 살고싶지 않다는 82의 많은 부인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남편이라 봅니다.

    세상에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가족에 대해 자주 대화해 보시고

    부인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당분간 거리를 둬 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기 주장이 강한 분들이 대체로
    자신이 평소에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인정하지 않다
    뒤늦게 모든 걸 잃고서야 안타까워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 9. ...
    '09.12.3 8:25 PM (125.139.xxx.93)

    왜 제가 죄송한 마음이 들까요... 제 동생이 교회에 미쳤어요.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다니는데
    허구헌날 밤 늦게 아이들만 있게 하고 11시에 퇴근하는 남편보다 늦게 돌아온답니다.
    그러면서도 늘 남편에게 왜 날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화를 낸다지요.
    제부 보기 미안해 죽겠습니다.
    결혼은 서로에게 맞추어 주어야 하는 겁니다. 내 희생 없이는 힘들지요.
    제가 다 속이 상하네요.
    몇시까지는 돌아오면 좋겠다,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양보하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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