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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방망이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332
작성일 : 2009-12-02 11:28:56
00리 마을에는 제 또래만 해도 일곱에
위로 언니 오빠들은 한살 터울씩 더 많았어요.
어울려 놀기에 더없이 좋았고
오지마을에서는 고작해야 3-4살이었던 제가
00리 마을에 이사하고서 중학교때까지 있었으니
어릴때 놀던 재미난 기억은 너무나도 많지요.


여자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나.
고무줄 놀이에도 단계가 있잖아요.
1단계부터 하나 하나 통과해서 10단계인가 11단계까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노라면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렸지요.


고무줄을 끊으려고 시도하던 남자아이는 있었으나
고무줄을 끊겨본 적은 없었고
항상 여럿이서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노라면
저만치 쪼그려 앉아 구경하던 남자아이들.
도대체 여자 애들은 저런걸 어떻게 할까 신기해하며 쳐다보던 시선.


고무줄 놀이거나 공기 놀이거나.
어울려 놀땐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울 정도로 항상 재미나던 기억이 그립네요.


초등 저학년때쯤인가
밍키라는 요술공주 만화가 나왔어요.
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 요렇게 시작되던...
하트모양의 요술 방망이던가?


재미있게도 어린 아이에겐 현실세계에 있지 않은,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도 왠지 있을 것 같은
어디선가 누군가는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요.


산타할아버지가 그렇듯.
초등 5학년때까지  크리스마스에 선물이라곤 단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음에도 분명 산타할아버지가 계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저는
엄마와 아버지 틈에 끼여 자면서도 윗목의 서랍장 같은 곳에
항상 산타할아버지께 카드를 쓰고 어설픈 양말을 놓아두고
선물을 기대하며 잠들곤 했어요.

단 한번도 선물이 들어있지 않자
억울하고 괘씸하고 분해서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못했지만요.
나중에서야 역시 그건 재미난 거짓이고
재미난 거짓을 한번도 할 수 없었던 부모님덕에 일찍,  어쩌면 늦게
깨우친 것인지도 모르지만요.


내가 날아다닐 수 있다고 담벼락이고 벽장이고 밭둑이고 논둑이고
뛰어내려 다치지 않을 정도의 높은 곳이면 어디든 올라
뛰어내리면서 양 팔로 날개짓 하느라 애좀 썼던  그런 날들이요.
덕분에 서른초반의 나이의 꿈속에서도 여전히 날아다니는 꿈을 꾸면
더없이 신나고 행복할 정도로요.


그렇게 엉뚱맞던 초등학교 저학년때
저희 앞집의 뒷집으로 한 가족이 이사를 왔고
부부에겐 딸이 하나 있었고 나이는 한두살 위였던가.
아저씨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꽤나 술을 잘 마셨고
술때문에 아줌마와 언니가 힘들어 하던 생각도 나고요.
아줌마는 날씨한 체형이었던 거 같은데
어느날 솥에 찐빵을 해서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따뜻한 찐빵을
제 손에 하나 올려주셔서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가 엄마랑 아빠랑 나눠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집은 옛날에 쓰던 집 그대로 썼는데
허름한 집이었지만 별채가 따로 있고 가족이 생활하던 곳이
윗쪽에 있고 바로 옆엔 부엌이 있었는데
약간 반지하로 만들어진 부엌은 어둡고 서늘했던 느낌이 나네요.


한두살 위던 그 언니는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얼굴엔 주근깨가 가득했어요.
목소리는 좀 갈라지던.
어느날은 학교를 마치고 마을 애들끼리 모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 언니가 글쎄  자기집에 요술 방망이가 있다는 거에요.


아버지가 어디 외국을 나갔다가 세계에서 한두개 밖에 없는
요술방망이를 겨우 구해서 사가지고 왔데요.
그 소리를 듣는데  여자아이 몇이 (게중엔 저도 있었지요)  말도안돼.
그런게 어딨어~ 하나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는데
이 언니는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다시 또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거에요.

자기도 무지 소중한거라 한두번 밖에 써보지 않았다고
요술방망이를 사용하면 옷도 확 바뀌고  음식도 나오고 한다는 거에요.
너무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설마~에이~그런게 어딨어 였던 분위기가 차츰.
정말? 어떻게?  진짜?  요렇게 된 거지요.


생각해보니 그집 아저씨가 한동안 어디를 가셨다가 오셨던 적도 있었고...

모두들 한번만 보여줘라.  어떻게 생겼는지 만져봤으면 좋겠다.
진짜 되는지 한번 시험해보자등  난리가 났지요.
그런데도 그언닌 아무렇지 않게  좋아  언제 우리집으로 모여.
하지만 부모님 안계실때 해야 하니까 내가 나중에 알려줄께.하는 거였어요.


요술방망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쿵쾅거리고 요동치는데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고
나도 한번 사용하게 해달라고 해야지..
뭘할까.  날아볼까?       아니면 맛있는 걸 잔뜩 나오게 할까..


기다리던 그 날이 왔어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어디를 나가시고 없던 날
언니네 집에 모인건 여자애 셋에 언니까지 넷.
안방 장롱 위에 몰래 숨겨놔서 꺼내야 한다며 언니는 긴 막대기를 찾아와
장롱 위를 탐색하기 시작했죠.
요술방망이를 왜 장롱위에 올려놨을까 의문이 드는데
언니는 혹시 도둑이 요술방망이가 있다는 걸 알고 훔치러오면 안돼니까 숨겼데요.
세계에 몇개 안돼는 거니까...


한나절 내내 죄없는 장롱위만 막대기로 쑤셔대고 나온 언니의 한마디는
아무래도 오늘은 못찾겠다.
다음에  찾아서 부를께 였어요.


아...정말 한심하죠?
그걸 정말 믿었다니.
그럼에도 그순간에는 요술방망이가 나오면 뭘해야 할지를
걱정하느라 애썼다니 말이에요.


요술방망이보다 더 신기한건
주근깨 가득했던 언니는 어쩜 그리 진짜처럼
설명을 하고 혼을 쏙 빼놨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후 어디론가 이사가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요.
IP : 211.195.xx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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