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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죽을 뻔했어요
추수감사절이라 아는 분 댁에 가서 점심 먹고 하루종일 놀다가 밤 8시쯤 나왔는데, 좌회전 하다가 오는 차량에서 받쳤어요.
제 잘못이구요.
깜깜한데 비는 오구 작은 길에서 큰길 나가는 길에
합류라인에 차가 전혀 없길래 좌회전을 시도했는데
순간적으로 일방차선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든 거에요.
옆에 고딩 아들이 타고 있었는데, 어? 여기 원웨이야? 했더니
맞다고 잘못들어왔다고, 짧은 순간이고, 우회전 턴을 시도하다 보니 착각이더라구요. 착각인 걸 알았다는 건 합류차선으로 차가 오고 있다는 것. 얼른 좌회전을 다시 시도했는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차가 완전 차선 중간에 있었으니까요.
조금 돌렸다 싶었는데 오른쪽으로 뱅 받치고 나서 차가 한바퀴 돌아, 다른 차와 또 충돌할 뻔 아슬아슬....
그 순간, 아... 죽는 게 이런 거구나.. 남의 땅에서 죽는구나..살았다고 느끼는 순간 옆쪽으로 차가 받쳤는데, 우리아들 우리아들... 그리고 나서 울아들 차 빼라고 또 받친다고 옆에서 아우성.. 아들도 무사하구나...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았어요.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아주아주 길게 느껴지고 그 순간의 두려움이 지금까지 너무 생생해요.
아무것도 생각나지도 않고, 완전 무기력 상태에서 손발만 떨리고 춥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경찰에 연락할 생각조차 꿈에도 못하고. 그냥 벌벌 떨고 있었어요. 다행히 아들이 휴대폰을 찾고, 오늘 초대해주신 미국분 집에 전화를 걸어, 그분이 바로 달려나와주셔서, 일 처리를 거의 맡아해주셨어요.
남편이 잠시 한국 들어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아들과 저만 있었는데...아들이 마치 남편처럼 일을 처리하더군요. 몸집만 크고 목소리만 버럭거리고 생각하는 건 늘 아기 같다고 여겨왔었는데. 차 견인하러 왔을 때도 차 안의 물건도 꼼꼼히 챙기고, 함께 쇼핑하러 가기로 한 분 전화번호 찾아서 전화도 대신 해주고. 경찰이 와서 제가 너무 목소리 떨고 버벅거리니 자기가 나서서 상황설명 하려 하구(제게 불리하게 증언할까봐 됐다고 내가 말하겠다고 했지만)
저는 그냥... 너무 떨리고 기절할 듯 정신이 몽롱해지고, 자꾸 오른쪽으로 차를 받치는 그 순간의 느낌과 함께 아들의 생사가 왔다갔다 하던 그 찰라의 운명에 너무나 큰 무력감에 빠져, 멍하니 있었네요.
이제 밤 두시가 지났으니 안정은 됐는데, 안정이 되면서 소점점 더 우울해져요. 그 우울에 대한 이유는 순간적 판단에 대한 미숙함에 대한 자숙 같은 따위가 아니라요... 아주 근원적인...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거... 언제 어디서고 아주 순간적인 찰라적인 차이가 삶과 죽음을 갈라 놓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이렇게 작은(일단 외상은 없으니까) 사고에도 이리 큰 상처를 받고, 우울해 지는데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은 분들의 평생 고생스럽고 고단한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82쿡은 힘들 때, 힘이 되네요.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읽고 생각을 읽고 답글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힘든 상황들을 잊게 되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1. 음
'09.11.27 4:32 PM (119.196.xxx.66)외상후 증후군 같아요. 한동안 힘드시겠죠. 그냥 시간이 흘러가게 놔두시고 다른 몰입거리를 찾아보시길 바래요. 위급할 때 든든한 해결꾼 아들도 두시고 좋은 이웃도 두시고 행복하시네요. 다 잊으시고 우울감에서 빨리 헤어나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2. 저도
'09.11.27 4:53 PM (203.142.xxx.240)그런 경험 있어 잘 알아요. 한동안 마음이 불안하고 후유증이 있더라구요
마음 잘 달래고 안정하시길 바랍니다.
다행이세요.3. ..
'09.11.27 4:58 PM (125.138.xxx.220)그래도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입니까.모든것들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받아들여지는 사건은 살면서 별로 없는듯해요.아직은 나에게 시간이란것들이 주어진것..현재를 살아가고 가까운 미래를 계획할수 있다는게 거창하진 않아도 나만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털어버리시고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세요..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요...
4. 아이고
'09.11.27 5:15 PM (125.178.xxx.192)얼마나 놀래셨어요~
며칠 차분하게 편안하게 지내셔야겠어요.
그래도 안다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당연하죠.
그런일 당하면 생각이 수만가지 들거에요.
정말 아찔합니다.
운전할때 항시 조심운전하는데
저만 잘해서 되는게 아니니.. ㅠㅠ
푹 좀 쉬셔요~ ^^5. 휴~
'09.11.27 7:26 PM (114.204.xxx.125)정말 그만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천만다행입니다~
저도 몇년 전 겨울에 해외여행 중에 눈 길이 미끄러워 순간적으로 그런 사고를 당했었는데
그게 일순간이지만 말 그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아~ 이렇게 해서 가는구나~ 하고...ㅎ
그 때 지인의 커다란 닷지트럭은 폐차되고 응급차에 실려가고 병원서 검사받고 하는 난리를 치고...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한 몇달간 물리치료 정도 받는 걸로 끝이 나긴 했지만요...
그 경험으로 사람의 생명이란 게... 얼마나 한없이 약한 존재인지를 절절하게 느끼게 되더군요..
그 후유증 때문에 이후로는 승용차를 탈 때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올라서 얼마나 불안하던지...
이제 몇년 지나고 보니까 조금씩 그 때의 강박에 가까운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있네요...
인명은 재천이라고 그 말 처럼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고
그 때가 된다면 피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니까... 운과 명은 하늘의 뜻에 맡기고
지금은 그저 순리대로 살고 현재에만 집중하는 수 밖에 없는 거다... 라고 자꾸만 생각을 하지요.
지금은 많이 놀라신 상태니까 한 며칠 푹 쉬면서 마음을 추스리시고
될 수 있으면 일부러라도 좋은 생각을 많이 하시구요...
하루빨리 평상심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6. ..
'09.11.27 9:53 PM (85.154.xxx.180)저도 10일전에 차사고 났어요. 4학년 2학년 아이랑 같이 타고 있었는데 .. 수리 견적이
1800만원이 나올 정도로 차의 손상이 심했는데 저하고 아이들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답니다.
저도 사고 나는 순간이 잊혀지지 않네요.
사고 난 장소앞의 군부대에서 직원들이 많이 나와서 경찰서에 연락해주고 남편에게도 연락을
해줬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말도 못하고 있으니 그쪽 직원이 영어할줄 아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더군요.. 내 인생의 마지막 0.5초인가 하는 소설 읽으면서 죽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했는데.. 만약 사고로 죽는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네요.
다치지 않으셨으니 정말 다행이고요.
앞으로 더 안전운행해요..7. 카후나
'09.11.28 6:02 AM (122.35.xxx.37)caffreys님:
위로드리려고 로긴했어요. 상황설명 보면 꽤 심각한 사고인데도 님도 아드님도 조금도 외상이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다행이에요.
비오구 어둡고 그러면 그렇잖아도 작은 일방통행 표지가 잘 안보일 때도 있죠. 저도 학생때 완전 대로 교차로에서 빨간 신호등에서 직진하다 옆구리 받힌 적이 있는데요, 하루 이틀은 다리가 후덜덜 하더라구요. 그러고도 꽤 오랜 동안 회의와 우울이 있던 기억이 나네요^^
장성해 가는 아드님과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여기서 만나는 분들이 마음으로 위로드리고 있을테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털어 버리도록 노력하세요. 그리고 요즘은 차가 잘 만들어지고 안전기준이 좋아졌으니 마음의 어두운 구석은 다 털어버리시구요.
인사 겸 위로차 작은 글 드립니다^^
After all, it's just an ac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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