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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에 왔다가 참...ㅠㅠ 친정엄마 때문에 속 터지네요.

오랫만에 조회수 : 2,692
작성일 : 2009-11-24 17:55:11
엄마랑은 자라오는 내도록 사이가 안 좋았어요.
어릴때부터 무진장 맞고 컸구요..다 커서도 몇번씩 때리시고..아무튼 지금은 제가 결혼해서
애도 낳고해서 엄마 아빠가 우리 딸이 첫손주라서 너무 너무 정을 주고 있으세요..
그전이랑은 확연히 다른 태도..-.-

뭐 친정에선 우리 딸이 첫손주고 또 한창 재롱부리고 예쁜짓 할 시기라서..엄마 아빠가 너무 좋아하십니다.

친정이랑은 멀리 떨어져있는데 이번에 일이 있어서 며칠 내려와있어요.

근데..엄마가 원래 살림이랑은 거리가 먼 분인건 알고 있었지만...차마 이 정도일줄은..ㅠㅠ
저도 몸이 많이 안 좋은데다 아기 키우다보니 살림을 그렇게 완벽하게 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들 쉴 공간 깨끗하게 쓸고닦고 치우고..빨래도 이틀에 한번씩 깨끗하게 해서
정리 착착 해놓고...밥도 매일 맛있고 영양가 있는걸로 할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주부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보람도 느끼고 살고 있어요.

제가 24살때 독립해서 나갔는데..그때까지 엄마는 밥도 제대로 안 해놓으시고 집에 양념조차
제대로 없었어요. 간장, 고추장, 고추가루 하나도 없었구요.
매번 제가 알바해서 사다놓고 제가 밥해먹고 시켜먹고 그랬어요.
엄마가 살림이나 음식에 하도 관심이 없어서 어릴땐 배 곯는것도 여러번 했구요..집이 가난하기도 했어요.
근데 엄마는 항상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만 하시더라구요..

지금도 제가 비린 음식을 너무 싫어하는데..그 이유가 엄마 때문인거 같아요.
엄마는 생선종류 좋아하시거든요..고등어 조림, 마른 멸치..이런거요.
집에 반찬이 없는데 며칠동안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삽니다. 그러면서 맛있는데 왜 안 먹냐.
어서 먹어라. 그러세요...ㅠㅠㅠㅠ
생선조림같은건 처음 했을때야 맛있지..계속 먹음 가시에 엄청 지저분해지잖아요..
근데 엄마는 그걸 이틀이고 삼일이고 드십니다.

한창 많이 먹고 자랄 나이에 엄마가 먹는걸 안 해놓으니 매일 빼싹 말랐었구요.
중 1때 제일 말랐었는데 키 158에 몸무게 38..그렇게 나갔어요. 고등학교때까지 거의 영양실조 상태였구요...

대학 들어와서 혼자 요리에 취미 붙여서 지금은 정말 못하는 종류의 요리가 없습니다.
엄마가 안 하시니 저라도 해야될거 같아서 이거저거 하다보니...그나마 이건 엄마에게 감사해야겠군요.

지금도 빨래는 돌리는지 안 돌리시는지..욕실에 매일 퀴퀴한 냄새..젖은 빨래더미는 항상 산만큼
욕조에 담아두시고..엄마가 빨래 돌리는걸 거의 못 봤어요.
2주일에 한번씩 하시는거 같아요.

새하얀 발매트는 회색에 곰팡이까지 끼어있고...이불에도 곰팡이가 온통 폈구요.
이런걸 덮고 주무십니다.

가난이 죄라면 죄죠...하도 없이 살았고 또 아끼는게 습관이 되신 분이지만..
문제는 본인 외모 치장하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철마다 옷은 얼마나 많이 사시는지...화장품이 차고 넘쳐서 박스로 몇개씩 넣어두고 쓰세요..
백화점 가서 샤넬, 헤라, 설화수 비싼 화장품은 셋트로 다 사오세요.
올때마다 놀라는건....새로 보는 화장품들이 항상 셋트로 있습니다.

피부에 뭐가 좋다더라. 그런거는 빠삭하게 꿰뚫고 계시구요...보톡스도 몇번 맞으셨고...
외출할때마다 머리는 꼭 미용실 가서 하셔야 되고..옷도 젊은애들처럼 입으십니다.
연세가 50대 중반이신데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또 관리를 워낙 잘해서 화려하고 예쁜 외모이신데...

이젠 정말 외모는 그만 꾸미시고 가족들한테도 신경 쓰셨으면 좋겠어요.

집에 아빠말고 아직 결혼 안한 미혼 오빠도 있는데...오빠는 어릴때부터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 싫어서 혼자서 매일 햄이랑 라면만 먹다보니 초등학교땐 엄청 뚱뚱했어요.
입맛이 매우 까다로운 저는 혼자서 안 먹다보니 배싹 말랐었구요...

이번에 친정 와서 보니 싱크대 위에 언제 해먹었는지도 모를 반찬이 반찬통에 주루룩 들어있더군요.
열어보니 파란 곰팡이, 하얀 곰팡이..사이좋게 피었네요.-_-
냄비가 하나도 없어서 찾아보니..베란다에 언제 해먹었는지도 모를 후라이팬에..기름때가 눌러 붙어있고..
그거 제가 다 닦고 설거지 했습니다.

음식 먹었음 설거지 하기, 쓰레기 버리기.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ㅠㅠ
왜 그걸 몇달씩 그렇게 방치하나요...

남편이랑 친정 와 보면 매일 그릇이 싱크대에 쌓여서 그득......

냉장고는 뭐 할 말도 없구요...여름에 먹다 남은 과일이 쪼그라들어서 그대로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댈지도 모르겠구요...곰팡이 핀 음식은 천지구요..
과일같은거 다 시든거..우리 아빠는 그냥 먹습니다. 제가 먹지 말라고 말려도..먹을 수 있다고 드십니다.

어제는 아기 먹일려고 죽을 끓이려 쌀을 불려놨습니다. 근데 상했을거 같아서 제가 버렸는데..
엄마가 화를 내시면서 그걸 왜 버리냐고..ㅠㅠ
싱크대 개수구에 버려진 쌀을 다시 주워담으십니다...밥해서 먹을거라구요..허....
사위가 그거 다 봤는데..저 진짜 얼굴이 벌개졌습니다.

매번 친정 올때마다 일부러 음식 많이 해 놓고 가요..오늘은 오빠가 좋아하는 주물럭이랑 오뎅탕을 끓였네요..

엄마가 평소에 음식을 안 해주니 제가 한번씩 와서 이렇게 반찬 해놓고 가면..아빠랑 오빠가 두그릇씩
먹어요..그런거 볼때마다 마음도 안 좋고 참....

아빠가 젊었을때 돈 문제로 매번 엄마 속 썩이고...여자 문제로 많이 힘들게해서 엄마도 힘들었단거..
딸인 제가 모르는건 아니지만..그래도 평생을 어찌 이러고 사시는지..답답합니다.
IP : 116.127.xxx.202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9.11.24 6:00 PM (211.253.xxx.235)

    아빠랑 오빠분이 왜 안하시는지가 더 궁금하네요. 그냥 놔두세요.
    본인들이 제대로 먹고 싶으면 본인들이 해야죠.
    님은 님의 가정만 열심히 챙기세요.

  • 2.
    '09.11.24 6:10 PM (119.196.xxx.66)

    맞아요, 오빠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님은 참 영특하신 분 같아요. 원래 보고 먹어본 것 아니면 하기 힘든데... 스스로 취미붙여서 잘 하시는 것 보면요. 요리도 머리가 있어야 잘 하는데.
    전 반대로 살림이라면 소문난 친정 엄마 밑에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하기도 싫은 주부랍니다. 깔끔하고 부지런한 주부들 보면 부럽고 기죽고 그래요.

  • 3. .
    '09.11.24 6:13 PM (118.220.xxx.165)

    평생 그러고 사신분 못고쳐요
    그냥 두세요

  • 4. ..
    '09.11.24 6:14 PM (115.138.xxx.24)

    어머니 마음속 상처가 깊으신 것 같아요.
    또 다른 형태에 우울증인 증세인 것 같구요.
    제가 아는 분이 젊어서 집안문제와 남편분 여자 문제에 힘드셨던 분이
    집안에서는 항상 누워계시면서 살림에는 전혀 관심도 없으시고, 거의
    음식도 안드시고 그런데 화장이나 옷차림에 굉장히 신경쓰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 따님이 우울증이라고 하더군요.

  • 5. 하루
    '09.11.24 6:24 PM (59.14.xxx.71)

    윗님 말씀이 맞아요 우울증 같아요 엄마 잘못이 아니예요

    치장을 하면서 아버님에게 받은 상처를 푸시는 거에요

    정신이 멍해 졌다고 표현하죠. 어머님은 견디신거 같아요

    아버님이 속 썩이신거는 자세히 안나왔지만

    마음속에 상처가 있는듯해요 한번 차한잔 하면서

    진심으로 물어보세요. 이젠 응어리 푸시고 살림에 신경쓰고

    깨끗하게 사시라고....

  • 6. 사람마다..
    '09.11.24 6:28 PM (124.56.xxx.53)

    제가 요즘 하는 생각이, 사람마다 특기 분야가 다르구나, 입니다.
    저는 집안일 중에서 요리는 좀 하겠는데, 설거지는 싫고, 청소도 열심히 하는 건 싫고.
    뭐 빨래고 뭐고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리가 제일 좋네요.
    그런데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죠.
    어떤 사람은 청소에 올인.
    어떤 사람은 자녀 교육에 올인.
    그리고 어떤 사람은 집안일 안하고, 본인 치장에 올인.
    그걸 뭐가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최소한의 의무만 다 해낸다면요.
    어머님께서는 그 최소한의 의무를 안하셨다는 말씀이신데,
    그 기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를테고요..
    그냥 인정하시면 어떨지.. 물론 어렵지만요.

  • 7. 원글이
    '09.11.24 6:33 PM (116.127.xxx.202)

    네..엄마의 우울증이..이런식으로 나타나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걸 본인 치장으로
    푸시는거 같구요.

    여자로써 엄마의 삶이 얼마나 우울하고 한스러웠을지 모르는건 아니에요.
    근데 딸인 저는..그런 엄마 밑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남들처럼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싶었고
    항상 배도 고팠는데..어린 시절 생각해보면 항상 배가 고팠던거 같아요.

    그리고 그 허기는 다 큰 지금도 안 채워지나 봐요.
    남편 처음 만났을때..제가 먹는거 보고 놀랐데요. 제가 마른 편인데..너무 많은 양을
    먹더래요..-.-;;;
    그리고 자주 자꾸 먹더라고...

    그게 지금도 그래요. 항상 뭘 먹어야 되고 배고픈건 못 참고...배고픈 사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구요..어린 시절 절 회상해보면 항상 추위와 배고픔이 떠올라요.

    그냥..그런 엄마와 같이 살아온 딸의 한스러움은..아직도 좀 있답니다.
    제가 아마 아직은 어려서 그런거겠죠...흐...

  • 8. 모녀관계
    '09.11.24 7:13 PM (114.207.xxx.44)

    엄마와 딸 사이란게 참 묘한것 같아요.
    오히려 남이라면 그냥 같은 여자로서 안쓰럽게 생각하고 말겠지만
    그런 엄마때문에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엄마의 아픈 것을 모두 감싸안고 지나가기가 더 힘든것 같아요.
    저는 원글님이랑은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엄마의 삶이 여자로서 얼마나 고되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엄마가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또 할머니로서 더 잘해주셨으면 하고 바랄때가 있어요.
    저도 아직 어려서 그런가봐요~
    아이 둘 낳아 키우면서도 아직은 부모님한테 기대고 싶고
    어른으로서 건재한 모습을 바라게 되고 그러거든요.
    부모님께서 더 나이가 드셔서
    정말 내가 힘이 되어드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되면 좀 달라질까요? ^^;

  • 9. 쓰리원
    '09.11.24 7:19 PM (116.32.xxx.72)

    제가 요즘 그러고 있어요.
    홈쇼핑 4개사에서 화장품은 죄다 샀습니다.(너무 많아서 옷장위에 박스로 올려놨네요. 물론 친정여동생에게 살때마다 절반씩 줍니다.)
    화장품만 샀나요?
    냄비 세트도 4세트나 샀어요.
    옷도 옷도 거진 샀어요(모피만 빼고요)
    구두도 여러개 핸드백도 명품빼고 다 구입.
    신발장 정리하는 걸로 정리를 해도 자리가 안나서 베란다 장식장까지 들어갔어요.

    올초에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난뒤 홈쇼핑 채널만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대로 사다 놓았어요.
    그래도 뭔가가 허전해요.
    친정엄마 투병하실적에 저 일주일이면 4~5일을 애낳고 20일 뒤부터 업고 다녔어요.
    친정 살림하다보니 내살림 엉망되고,
    친정엄마 살리겠다고 뛰어다니다 보니 내자식들 학습이 엉망이 되었어요.
    남편에겐 따뜻한 말한마디 여지껏 들어보지 못했고,
    엄마 돌아가시고 난뒤... 누군가가 내 어깨 두드려주며,
    그동안 잘했다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위로 해주길 바랬어요.
    그것이 남편이였으면 더욱 좋을테고요.
    여동생하고 나하고 둘이서 서로 네가 고생이 많았다.
    너니깐 그렇게 엄마 챙겼지...나 혼자 였으면 엄마 돌아가시고 난뒤에 약 먹었을꺼라며 서로 위로했지요.
    다행이도 이제 30개월된 딸아이와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한 친정아빠 덕에 제가 그나마도 밥 해먹고 살고 있는데,
    허전한 마음 금할길 없어 홈쇼핑 죄다 구매했네요.
    이번달 들어서는 구매를 거의 안했어요.
    이젠 더이상 살것도 없고요.
    지난주부터는 아예 홈쇼핑을 안보고 있답니다.

    구입한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것들보면서 제가 절 위로했네요.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그래 너 진짜 수고 많았다!!!

  • 10. 31
    '09.11.24 8:07 PM (211.212.xxx.61)

    쓰리원님,토닥토닥...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 11. .
    '09.11.24 10:01 PM (61.85.xxx.176)

    우울증 같아요. 여자 우울증 환자 특징이 쇼핑으로 자기위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머님이 그런신것 같네요. 아마 만성 우울증 같으신데.. 병원에 모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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