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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전화했다 기분만 잡쳤어요.

...... 조회수 : 949
작성일 : 2009-11-15 17:16:59
저는 대학입학하자마자 독립해서 따로 살았어요.

내내 엄마와 부딪치니 엄마도 저도 스트레스가 심했거든요.

한동안은 정기적으로 전화하길 요구하셔서 그렇게 했지만 엄마와 통화할때마다 기분이 오히려 상할 때가 많았어요.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 전화를 하면... 오히려 네 인생은 왜 그 모양이냐 타박을 하셨죠.

이젠 전화도 먼저 하지 않고, 제 삶에 대해 커다란 것들 빼고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거의 완전히 떨어져나왔어요.

그러니 엄마가 이젠 3-4주에 한번 전화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살다보니, 혼자 사는 엄마 외롭겠다 싶어서 오늘은 모처럼 제가 먼저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다 저번에 엄마가 사라던 대로 산 정장이 너무 커서 하나 새로 사려고 한다, 몸에 적당히 피트된 걸로 사고 싶다, 는 얘기를 했어요.

엄마는 제가 고르는 옷이라든가 하고 다니는 걸 사사건건 맘에 들어해 본 적이 없으세요. 전 멋에는 관심도 센스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엄마로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너는 센스가 없다, 꾸미지 않고 그게 뭐니, 또는 정말 기가 막히다는 투로... 촌스럽다, 싸보인다, 이런 말만 듣고 자랐어요.

그래서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사촌ㅇㅇ이도 날 보자마자 옷이 너무 크다고 지적을 하더라고 말을 했지요.

그러자 엄마가 그러시는 거에요. "얘, ㅇㅇ이는 너와 달라. 걔는 옷 잘 입고 센스 있어. 키 작아도 몸매 볼륨있고 가슴도 있고 허리는 쏙 들어갔고, 너처럼 볼품없지 않아."

그래서 엄마에게 그랬지요.. "그래 엄마... 그건 나도 아는데.. 그런데 그 ㅇㅇ이가 내가 그 자켓 입은 걸 보고 나한테 그렇게 말을 해준거라구..."

그러자 그제서야 그러냐구 하세요.

전화끊고나자 별 것도 아닌데 참 유치하다고 느끼면서도 기분이 상해있네요.. 엄마가 제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저 ㅇㅇ이 언급을 맥락과는 상관없이 저를 깎아내리는 기회로 삼은 것 같아서요. 과민반응같지만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제 외모가 확 시선을 끌만큼 튀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예쁘다는 그런 소리 주변에서 많이 듣고 살아왔어요. 그래서 외모 열등감은 없어요. 엄마와 얘기하지 않는 이상은요. 엄마에겐 예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네요.

공부를 독하게 열심히 할 줄은 모르지만, 학원 과외 한번 안하고도 좋은 대학, 좋은 학부에 장학금받고 들어갔어요. 대학 들어가기까진 선생님들이 방학 때 집에 편지보내주고 챙겨주는 모범생이었고, 대학들어가서 과수석도 해봤고, 그러면서도 집에 손 벌린 적 거의 없어요. 졸업 후엔 순탄하게 취직했구요..

이런 걸 엄마도 알까요..? 본인은 안다고 하시지만, 제 앞에선 단 한 번도 칭찬은 커녕 좋게 언급해 본 적도 없으세요. 한 번은 제 앞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4주 태국여행 다녀온다고, 멋있게 산다고, 누구 집 아들을 칭찬하시길래 제가 쏘아붙였어요. "그렇지만 엄마. 나는 집세와 생활비때문에 돈을 많이 못 모으잖아. 하지만 걔는 부모님집에서 살면서 학비도 부모님에게 받잖아. 나도 그랬다면 할 수 있었을거야." 그러자 그제서야 "그냥 멋있다는 얘기지."하고 그 아들 칭찬을 얼버무리셨어요. 그 다음해 전 방학내내 보란듯이 3개월동안 일해서, 그동안 모은 저금까지 탈탈 털어 1년동안 교환학생갔네요. (다녀온 후로 빈털털이가 되어서 엄마가 몇백만원 주셨어요.)

엄마는 왜 다른 사람들 장점들은 그렇게 잘 보고, 다른 사람들이 잘 한건 그렇게 알아보고 내 앞에서 칭찬하면서도, 왜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내 장점, 내가 잘한 일은 언급하고 칭찬해주지 않는걸까. 왜 항상 나를 객관적으로 냉랭하게 평가만 하는걸까. 내가 엄마 딸이 아니었다면 아예 싫어했을거지 하고 물어본 적마저 있어요..

항상 엄마의 기준에 못 미치는 저는 주눅들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의욕도 없어지고, 그런 내 모습을 깨달은 순간 인생 망치게 될 것 같았지요. 결국 제가 스스로 엄마에게서 떨어져나가고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어김없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정말 별 일 아닌 것 같은데도 생채기가 나네요.

엄마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그냥 습관처럼 객관적으로 말하는 걸텐데 내가 유달리 과민반응하는 것 같아 스스로 탓하기도 해요. 남들은 엄마와 살갑게 잘 지내는데 나는 왜 엄마와 한 번 전화할 때도 조금은 각오를 해야하는지, 속상하네요.. 그렇다고 엄마를 인생에서 완전히 제외해버릴 수는 없잖아요..

제 어머니는 아마도 칭찬하는 법, 사랑을 주는 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82의 어머니들은 아마 다들 그러시는 것 같지만... 아이가 자랑스럽다면 자랑스럽다, 대견하다는 표현을 해주세요. 저는 자라면서 대견하다는 말조차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네요..  

IP : 58.173.xxx.4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09.11.15 5:24 PM (59.86.xxx.76)

    저도 그런언니 있어요.
    볼때마다 넌 애가 왜그러니? 지는 뭐 얼마나 잘났길래..ㅜㅜ
    아주 사람 염장을 제대로 질러대는 사람이라,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연끊고 안보고 삽니다. 그러고 나니 속이 너무 편하네요.
    가급적 엄마와 접촉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세요..

  • 2. 제 얘긴줄 알고
    '09.11.15 8:17 PM (61.81.xxx.126)

    너무 놀랐어요. 너무너무 딱 제 얘기같아서 정말 너무너무 놀랐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엄마로부터 독립하거나 멀리 거리를 둘 생각조차 못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남편과 엄청나게 부딛혔다는 거, 그러다가 어느새 엄마가 내 자존심을 깎아먹고 내 자아를 부정적으로 형성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죠.

    원글님께서는 그래도 일찍 깨달으셨고,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셨고, 정말 장하세요. 박수 쳐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엄마하고는 적당히 거리 두시고, 시시콜콜 다 얘기하지 마세요. 그냥 딱딱 할말만 하시고 가능하면 자주 만나지 마세요. 그리고 엄마가 엄한소리 하시면 버럭 화내지 말고 딱 차분하고 냉정한 고 선에서 반박하시고 대화 바로 종료하세요.

    원글님 힘내세요. 딱 제 20대 후반 모습을 보는거 같아서 댓글이 길어졌어요...

  • 3. ......
    '09.11.15 9:28 PM (58.173.xxx.42)

    덧글 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윗님, 저도 전혀 생각 못 하고 살았어요. 그러다 저와 정반대로 자란 남자친구와 오래 만나면서부터.. 제가 엄마에게 잘 보이느라 항상 안절부절하고 제 스스로를 깎아먹고 있었다는 사실, 내가 그렇게 형편없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엄마에게 따진 적도 있지만 말이 전혀 안 먹혀요... 아예 생각의 구조가 다른 사람처럼요.

    엄마와 이젠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게, 익숙해가지만 때로는 서글프네요. 엄마도 분명 나를 사랑하고 신경쓰느라 저런 말을 하는 걸텐데 (본인 말로는 그러네요.. 자식이니까 그러는 거라고..) 내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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