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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언니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1,098
작성일 : 2009-11-11 15:39:00
어렸을때는    이모,고모, 삼촌등
자주 만났던 거 같고
그래서 사촌들끼리 어울려 놀던 것도
아주 자연스러웠던 거 같아요.


하지만 클수록 다들 살아가는 것에 바쁘고
또 내 가족이 아닌 친인척을 만나는 일은
어떤 특별한 날이나 경조사가 있지 않는한은
힘들어서 자연스레 사촌끼리도 멀어지는 거 같고요.

그나마 친가쪽은 명절때나 그외 어느날 기본적으로
보는 횟수가 있다보니 덜하지만
외가쪽 사촌들은 정말 힘든 거 같아요.
또.  어렸을때 만큼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지고  
세상 살다보니 이런저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대화의
주제도 많지 않고요.


00리 마을에 이사를 오고.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인지
멀리 살던 이모가 저희 마을로 이사를 왔지요.
이모에겐 딸이 하나 있었어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지만...

저보다 한살 위의 사촌언니가 한동네로 이사오자
정말 저는 언니가 생긴 것처럼 너무도 좋았지요.
언니는 예쁘기도 하고 머리도 똑똑했어요.
공부도 잘했고 저랑 인형놀이도 잘 했지요.
정말 친언니처럼 좋던 사촌언니는  마을에서 오래 살진 않았어요.


이모가 이사왔다가 1년 살고 서울로 이사를 가셨거든요.
하지만 명절때나 방학때 언니는 항상 시골로 놀러왔고
저는 언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초등학교 내내 언니랑 저는 정말 사이가 좋았지요.


그런데  어린 아이에게 질투심 이란게 참 무서운 건가봐요.
저는 오빠들이 그렇게나 많았지만
저를 살뜰히 챙겨주거나  저랑 정말 잘 놀아주거나 하지 않았어요.
형제가 많았으나 서로 다른 성의 형제이다보니
동질감도 많지 않았고  외로움도 많았지요.
저는 막내이면서 고명딸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다 장녀인줄 알아요.
전.  뭔가를 부탁하는 것 보다 부탁을 들어주는 것에 익숙해졌고
투정을 부리는 것 보다 속으로 삯히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커버렸어요.


그래서  오빠들은 살갑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사촌언니가 놀러오면 오빠들이 살뜰히 챙겨주는 거에요.
편갈라서 총싸움하고 놀이할때도
언니만 챙겨서 데리고 다니고 저는 그러던지 말던지 놔두고요.
어린 마음인데도 그게 왜그리도 섭섭하고 또 화가 났는지요.
자기 동생은 잘 챙기지도 않으면서 사촌언니만 잘 챙겨주는게
심퉁이나서 말에요.
참 어린마음과 어린 생각이었지만 그땐 정말 심각했어요.


그런데다가 사촌언니도 언젠가부터 오빠들한테 더 가고
더 오빠들과 놀려고하고 그러더라구요.
저는  나에게도 친언니 같은 사촌언니가 있다고
그 존재감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는데
언니는 나보다도 오빠들하고만 어울려 놀고 오빠들한테 둘러쌓여
놀기만 하는 모습이 왜그리 섭섭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형제없이 혼자인 언니는
얼마나 오빠들이 부러웠을까 싶어요.
그래서 오빠들하고 어울려 놀고
오빠들한테 어리광 부리고도 싶었던게 아닐까 하고요.


저는 그런 마음을 헤아리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였지요.

하지만 언니는 알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오빠들이 많다고 해서 여동생을 그리 살뜰히
챙겨주거나 귀여워하거나 하는 거 아니라는거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너무도 많이 다르다는 걸요.ㅎㅎ


하여튼 그래서 어느날 부턴 언니까지 미워지기 시작했지 뭐에요.
아마 뒷밭 수박과수원에서 총싸움을 하고 나서였을거에요.
동네 아이들이랑 오빠들이랑 언니랑 저랑 편을 나눠서 총싸움을
시작했는데
언니가 글쎄 세총으로 저를 겨누면서  너 죽었어~ 하면서 막 좋아하는 거에요.
그게 또 어찌나 서럽고 화가 나던지요.
왜 언니는 나를 쏘려고 할까
다른 동네 아이도 있는데 왜 나일까.. 하고요.


그때 마음으로 좀 많이 놀랐나봐요.
나는 뒷전이고 언니만 챙겨주는 오빠들도.
다른 아이를 두고 나를 겨냥하고는 좋아서 웃던 언니의 모습도.


그 후에는 마음이 좀 어려워졌던 거 같아요.
굳이 그 일이 아니더라도  언니는 서울에서 살다보니
자주 내려오지 못해서 초등학교때 이후론 얼굴 보기도 힘들어 졌지요.
그래서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했고
그러다 사회인이 되어서 오빠들도 서울에 자리를 잡고
저도 사회생활을 서울에서 할때
사촌언니와 또 자주 만나게 되었어요.


결혼한 오빠네 집에 언니가 놀러올때도 있었고
자취하던 오빠와 제가 살던 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는데
언니는 어렸을때 제가 느꼈던 언니와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뭐라고 표현을 해야 좋을까.
많이 불편한 느낌이었지요.
언니가 만나는 친구가 있었는데  언니와 꽤 친한 친구였던 거 같아요.

어느날은 집에 이 친구랑 언니가 같이 왔는데
대화하면서 느꼈던 느낌과
남의 집을 방문하고 가면서 남긴 흔적들.까지
정말 유쾌하지 못했어요.
놀러왔다가 제방에서 자고 다음날 갔더랬는데
아침에 드라이기를 달래기에 줬더니
머리를 열심히 말리고 바쁘게 나가버렸지요


언니와 친구가 돌아가고 나서 제 방을 보니
그 친구의 머리카락으로 방바닥이 말도 아니던 기억.
드라이기는 내팽개쳐져 있고..
저는 결국 그걸 다 치우고..

꼭 그 단편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언니는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생각도 행동도.
오빠들한테는 자주 전화하고 하면서도
저한테는 전화도 잘 하지 않았고.
오빠들한테 뭔가 여동생이고 싶어하는 것 같은 건
여전한 듯 했지만
어렸을때완 다르게 너무나 불편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알게 모르게 언닌 뭔가가 많이 달라져 있었지요.


그래서 더 어려워졌어요.
전 좀 나이답지 않게 보수적인 면이 많기도 했는데
남들은 오빠만 있음 공주대접에 어리광만 부리고 자란 줄
생각들을 하지만
전 반대로 많이 어려웠고 힘들었지요.


20대때 짧은 바지나 조금 파인 옷도 못입었고
제 스스로 그게 참 불편하고 어색하고 힘들었거든요.
젊은애들이 쉽게 내뱉는 말같은 것도 못했어요.
짜증나..라는 단어도 말이죠.
좀 많이 생각이 깊었고  조심스러웠어요.
그랬던 제게 언니의 말과 모습은 적잖이 놀랍고 더 어려워지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언니는 또 이모랑 좀 멀리 이사를 갔고
그 후엔 더 못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종종 언니는 오빠들한테 연락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언니도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고
몇년전에 이모가 돌아가셨지요.
또 언니는 결혼생활이 좋진 못했나봐요.
친정엄마에게 일년에 한두번 연락이 오는 모양인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거 같더군요.


어느날은 친정엄마에게 사촌언니가 전화해서
섭섭하다고 했나봐요.  오빠들도 연락한번이 없고 그렇다고..
엄마는 또 그러셨대요.
친형제간에도 연락을 잘 안하는데 오죽하겠니. 하고요.


언니도 외로운 거겠지요.
이젠 엄마도 없고 형제도 없는.
그냥 혼자이니까.
그래서 누군가 챙겨주길 하는 마음이 있는 건지도 몰라요.
요즘은 뜸하게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오빠가 위로 그리 있어도 나는 외롭고 어려운데
언니는 얼마나 외로울까 하고요.


이상하게 요즘 종종 생각이 나더라구요.
하지만  엄마의 말대로  친형제간에도 전화하지 않는데...
오빠들한테서 전화 받아본게 몇번이나 있었던가.


한때는  나에게도 언니가 있다라고 행복해하며
언니를 기다리고 언니와 어울려 놀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참 많이 돌고 돌아와
조금 어려운 사이가 된
언니와 저를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래요.



사촌들과  잘  연락 어떤 편이세요?
IP : 61.77.xxx.11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1.11 3:48 PM (122.203.xxx.2)

    원글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

    저도 그런오빠가 있어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데문데문한... 참 외로웠고 서럽고

    사촌끼리 친하게 잘 지내는 집도 더러 있겠지만 저희도 형제끼리도 뭐 그닥.. 그렇고

    사촌도 옛날처럼 그렇진 않더라구요. 옛날엔 6촌까지도 한 집에 살기도 했다잖아요.

    어짜피 인생은 혼자예요^^

  • 2. ㄹㄹ
    '09.11.11 4:32 PM (61.72.xxx.112)

    글 잘쓰시네요. 술술 읽혀요.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던 사촌언니가 있어
    어린아이가 사촌언니를 너무 좋아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일이 돌아가는 스토리는 님과 틀리지만 어렸을때(초등까지)까지만
    친하게 지내고 조금 크니 서로 왕래도 없고 결혼식에도 오지 않는 사이가 됐어요.
    저도 그 추억 생각하면 아쉬워요. 언니가 없는지라 참 좋아했던 언니인데
    부모들끼리 사이가 안좋아서 그런가..그냥 멀어져서 이제 얼굴도 모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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