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잔인해지는 건...

순식간. 조회수 : 768
작성일 : 2009-11-10 04:55:33
남편과 며칠째 냉전... 아니 폭력전 중입니다.

며칠 전에는 제가 남편에게 쿠션을 던지고,
남편은 TV 리모컨을 제 다리에 던져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제가 남편 칫솔을 거실에 집어던지고,
남편이 기어이 TV 리모컨을 집어던져 부쉈지요.

뭘 잘못했는지 진심으로 사과하고, 망가뜨린 리모컨 사오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에 들어와 어질러 놓고 자기 먹을 것만 쉴새없이 입으로 집어넣는 모습.
참 역겨웠습니다.
사과는 늘 하던 것처럼 건성. 늘 그런 것처럼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 너는 실수 안하냐 등 변명.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우물우물. 쩝쩝.

그래. 평소에도 제어 못하는 식탐이 지금이라고 제어가 되겠니.
정녕 진심을 담아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 배라도 터져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자기 잘못 인정하기 싫어 버럭거리고, 사람한테 손찌검하고, 물건이나 집어던지는 남자.
기분 조금만 거스르면 부모고 뭐고 간에 인상쓰고 버럭거리기나 하는 못난 인간.
그러면서도 밖에서는 겸손하고 착하고 능력있는 척. 막상 일터지면 부모랑 와이프 뒤로 숨기 바쁜 인간.  
진심으로 그렇게 먹다가 죽어버리라고 아주 조용히 말해주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문닫고 들어오니 밖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난리가 났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가 요며칠간의 잘못에 대해 재차 환기시키니 '그러는 넌 뭐 잘났냐.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
그래. 교양있게 조용히 말하면 못알아듣는구나. 나라고 욕설 못퍼부을 줄 아나 보지.
기억력이 이럴때 쓰라고 있는 건 아닐텐데. 남편이 내뱉은 욕설 그대로, 단어 하나 가감 없이 그대로 돌려줬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꺼져라' 하고 욕설을 그치고 TV만 보면서 또 주섬주섬 먹어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래. 그렇게 먹다 죽어버려. 몇번의 중얼거림.

남편은 TV 틀어놓고 거실에서 코골며 자는 중.
저는 가슴 한켠이 서늘해져 아직 잠들지 못하고 이러는 중.
적어도 그순간, '그렇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제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다는 스스로도 경악스러운 사실.
순간순간 남편이 짜증스럽고 바보천치같아 보여, 날이 갈수록 남편에게 냉정해지고 차가워지는 작금의 모습.  
습관처럼 손이 올라오고 물건을 부수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남편의 손버릇.

실수가 나고 잘못을 하면 그즉시 '미안하다. 잘못했다'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
당장 고치지 못하더라도 고치려는 노력이라도 해달라는 것. 남편에게는 그렇게 수용하지 못할 요구인지.
몇 년째 똑같은 모습을 보며 이제는 포용도, 기다림도 없이 남편을 사납게 몰아쳐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는 뭔지.
불혹의 나이가 된 남편에게 아이 야단치듯 '잘못했어, 안했어' 하며 윽박질러야 하는 내 모습이 왜이리 역겨운지.
이제는 남편의 장점이 뭐였는지도 망각해버리고 한없이 못나게만 보이는 까칠하고 피곤한 마음.
'차라리 죽어버리라'는 진심어린 잔인한 저주의 수준까지 왔으니 남은 건 그럼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어 온 것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지금은 보이지 않는.
아니, 세월이 지나도 해결은 커녕 오히려 악화되기만 하는.
상대의 모습과 스스로의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져 매일 밤 술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삼류 소설같은 현실.

서로에게 잔인해지는 건 참으로 순식간. 마음이 돌아서는 것도 참으로 순식간.
표출된 잔인함에 놀라 잠못드는 자아와 아침 출근을 걱정하는 현실적인, 아니 어찌보면 이기적인 자아의 충돌.

이렇게 주절거리며 이새벽에 잠못들고 주저앉아 있습니다. 마신 술기운에 엄한 곳에서 주사를 부리는지....
도피라고 욕해도 좋으니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만이라도 쉬고 싶네요.......
IP : 118.223.xxx.17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1.10 7:16 AM (71.4.xxx.209)

    얼마나 힘드신지 글에서 느껴집니다.

    우선, 헤어지기로 작정한게 아니시라면 위의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란걸 인식하시고 행동양식을 수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님께서 남편에게 저런 저주를 하실 정도라면 님이 아무리 옳은 말씀을 해도 절대로 진심어린 사과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겁니다.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절대로 나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거든요.

    우선 모든 기대, 미움, 실망, 한심스러움 등등 모든 감정을 그냥 비우세요. 더 이상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기로 결단을 내리시고(그렇다고 사랑의 감정을 갖기는 어려우므로 그냥 비우세요) 남편분을 볼때 아무런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러 있는 그래도 창밖의 풍경을 보듯 객관적으로 보기로 작정하세요. 계속 하다 보면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 보이고, 이해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측은한 마음마저 생깁니다. 그러다보면 이심전심이 되구요. 사람이란 동물은 정말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고 거기에 반응하게 되거든요...

    결혼생활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져서 책임을 나누고 하는 정확한 관계가 아닙니다. 물론 그럼 좋겠지만요..헤어질 마음이 없다면 그렇게 해서는 결코 행복한 관계가 될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그 답답함, 막막함을 겪었기에 님께서 지혜롭게 대처하시길 빌어드려요.

  • 2. 님.
    '09.11.10 8:42 AM (121.165.xxx.121)

    님...
    정말 읽으면서 단어 단어마다에서 절망감이 느껴져서 저도 눈물이 나네요.
    얼마나 마음이 안좋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다 큰 성인. 다그쳐서 나아지지는 절대 않습니다. 다 알고 계시겠지만요...
    잘못했다는것 알아도 다그치면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것이 일반적인 남자들인것 같더이다.
    어쩌면 잘못했다 미안하다 라는 단어를 자존심과 결부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안하다. 잘못했다.' 라고 남편이 말했어도 그게 또 진심이냐, 진심으로 안느껴진다.. 이런 대화가 오고갔었지는 않은지요.
    아니면 미안하다, 잘못했다 라고만 하면 정말 반쯤은 용서가 되실건지요?
    어쩌면 용서받지 못할것이다 내지는 계속 앞으로 잘하나 못하나 두고보자.. 라는 마음을 남편이 읽은건지도 모릅니다.
    그건, 참, 사람을 절벽으로 미는 느낌이거든요.

    싸워도, 서로의 인격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선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혼하실것 아니시라면, 정말 이제부터 다른 방법으로 싸우셔야 할것 같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해서 마지막 단추까지 꼭 다 엉터리로 꿰어야하는것은 아닙니다.
    중간에서부터라도 다시 바로 꿰면, 거짓말처럼 그때부터는 맞아지는게 또 결혼생활이더라구요.

    어쨌건 내가 골라 선택해서 결혼한 남자인데, 내 결혼이 만신창이가 되는것, 어쩌면 내손에 달린것이랍니다.

    대치상황에서 폭언이 주체가 안되시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그 자리를 피하세요.
    그리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글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직접 부딪히지 않는것이 님의 인격을 지키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3353 우리아가 자꾸 미열반복으로 다른 감기동반되요 1 2008/04/18 391
383352 오징어젓갈 반찬삼아 먹어봤는데 ...머리가 갑자기 몽롱,졸음,전신탈력감이 8 뭐가 들어갔.. 2008/04/18 1,463
383351 고등학교 기출문제 어디에 가면 좋을까요? 학부형 2008/04/18 551
383350 이불 세탁전문으로 하는 곳 있을까요? 2 대청소 2008/04/18 535
383349 [급질]소고기 구워먹을때 어느 부위가 맛있나요? 19 빈혈기 2008/04/18 1,467
383348 책추천합니다, 1 저도 2008/04/18 720
383347 '죽음의 밥상'이란 책 서평.. 6 . 2008/04/18 1,345
383346 제가 요새 읽고 있는 스타일 책입니다.^^ 11 simple.. 2008/04/18 3,033
383345 DSLR 카메라 사용하기 어려운가요? 7 DSLR 2008/04/18 642
383344 제빵기로 딸기잼만들때.. 4 잼처음 2008/04/18 458
383343 넘 창피해서 얼굴 화끈거려요 ㅠ_ㅠ 16 왕민망 2008/04/18 5,827
383342 아기침대 백화점 말고는 파는곳이 없나요?(오프라인) 아기침대 2008/04/18 707
383341 대출...은행직원 실적이 되나요? 6 123 2008/04/18 1,224
383340 가격은 상관없고 최고 흡수력 좋은 기저귀 찾고 있어요. 3 기저귀 2008/04/18 590
383339 ranch dressing 시판제품중 추천 해주세요 1 봄날 2008/04/18 370
383338 7세아이..어떻게 공부하고 있나요? 3 7세아이.... 2008/04/18 647
383337 수지성원 아파트 입주 2 수지 성원 .. 2008/04/18 650
383336 경비원 없이 씨씨티비만 있는 아파트 어떄요? 4 뚱보맘 2008/04/18 655
383335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어떤걸 해드려야 좋을까요? 5 기념일 2008/04/18 425
383334 아가들 감기걸릴때마다 병원가나요? 4 문고리 2008/04/18 556
383333 간장다릴때 약불에서 보글보글 끓는게 보여야하나요 1 ... 2008/04/18 380
383332 월세를 줘야할지, 그냥 들어가살아야 할지.. 8 아기엄마 2008/04/18 940
383331 맨발로 구두 신는분들... 20 ** 2008/04/18 8,102
383330 의보민영화 반대서명 꼭 해주세요.. 10 서명부탁 2008/04/18 428
383329 덮는 이불 (솜이 누벼진 차렵이불) 세탁을 어쩜 그리 자주 하실수 있나요? ? 17 이불세탁 2008/04/18 4,917
383328 키즈카페 어떤가요? 5 개업중 2008/04/18 983
383327 영아(0~3세)정도 도서추천 2 꽁이` 2008/04/18 589
383326 아기개월수 문의요!! 3 어리버리 2008/04/18 294
383325 (급)'재원'이란 이름이 남자이름인가요 26 작명가 말씀.. 2008/04/18 1,740
383324 뉴타운에 대한 중앙일보 컬럼이 재미있어서 2 잔재미 2008/04/18 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