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리 마을은 뒤로는 병풍처럼 산이 마을을 품고있고
앞으로도 높은 산이 있어요.
지금 고향집 마당에서 저 앞을 바라보면
높은 산이 솟아 있지요.
들만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이런 곳을 좀 답답하게
생각하기도 해요.
온통 산이니까.
그런데 저는 그 곳이 너무 평화롭고 편안하지요.
비가 내리고 난 후 아주 크고 멋진 무지개가 그 산에 걸리기도 하고
초록이 물든 때는 산 위에서부터 연두빛이 스르륵 내려오기도 하고
비가 그치고 난후 구름이 산에 젖어 걸쳐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담채화와 같고요.
시골에서 자란 아이는 자연과 노는 법을 스스로 깨우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그랬듯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언니 오빠들과 산과 들을 누비며 놀다보면
심심해서 지겨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놀거리가 많아서 시간이 모자란 날들이지요.
그렇다고 항상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유독 이 봄나물 캐는 것을 즐겼는데
나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캐는 것을
너무도 즐겨했어요. 따스한 봄 햇살 아래 갓 올라온 싱그러운 봄나물을
캐고 있으면 그냥 행복한 느낌이랄까요?
너무 의욕이 앞서서 항상 봄이 오기도 전에
바구니들고 나물캔다고 밭이며 논가며 훑고 다니고요.
오죽하면 돗나물은 우리 밭가 어디 어디.
00아줌마네 밭가 어디어디.에서 많이 자라는 걸 알고
달래는 00아줌마네 밭과 00아저씨네 밭 중간의 풀섶에 잘 나고
씀바귀는 논가 햇살이 많이 내리는 어디 어디에 많이 나오고
유난히 돌미나리는 마을 회관 앞 누구네 논가에 많고
쑥은 뭐 지천에 널리니까...
오죽하면 봄이 오기도 전에 그렇게 봄나물이 나왔나 안나왔나
바구니 들고 돌아다니면서 그 싱싱한 봄나물이 나오면
열심히 캐와서 우리집에 오면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봄나물 먹으려면 우리집에 오면 된다고 마을 아줌마들이
그리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만 해도 봄이면 마을 아줌마들 같이
봄나물도 캐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봄나물이 나와도
잘 캐지 않게 되고 잊혀지게 되고 그랬지요.ㅎㅎ
못 먹는 풀이 없을 정도로 자연에서 나는 풀들은 왠만하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라잖아요.
저희집 밭으로 가는 길은 산과 접해 있는데
산그늘 밑에 연한 질경이가 많이 자랐어요. 근데 그건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네요.
질경이는 나물로 해먹지 않았거든요.
봄이면 돗나물, 쑥, 냉이, 달래, 코딱지풀 (이름이 좀 그렇죠? ㅎㅎ 국 끓여 먹었어요.)
봄과 여름의 사이엔 고사리 끊는다고 산을 휘젓고 다녔고요.
전 지금도 고사리 잘 끊어요. 고사리 안끊어본 사람은 바로 앞에 두고도
잘 못찾잖아요. 또 이 고사리의 마력은 희안하게 방금 전에는 안보이던 것이
뒤돌아서 다시 보면 있고. 또 깊히 산으로 산으로 유혹을 하지요.
어쩜 그래서 00리 오지에 살았을때 봄날 저녁 뒷산에 고사리 끊으러 갔던 아저씨는
그러다가 여우에 홀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고사리도 끊고 취 뜯느라 정신이 없지요.
사실 고사리나 취 외에 냉이나 돗나물 달래 코딱지풀 돌미나리등을
잘 해먹진 않았어요.
너무 많이 캐오다 보니 질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엄마도 자주 반찬으로 하진 않으셨고 저는 잘 먹지도 않았어요.
오직 캐는 재미로 열심히 캐다 날랐을뿐.ㅎㅎ
특히 씀바귀는 한소쿠리를 캐와도 잘 먹지도 않았죠.ㅎㅎ
초여름엔 산미나리 (산에도 미나리가 자라기도 했어요) 캐고
또 밭가에 많던 수애초(왕고들빼기)를 뜯어다 데쳐서 무치면
그건 참 맛있었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애초는 쌈싸먹어도 맛있대요.
고비는 흔하지 않은 것이였는데 저희집 뒷산의 그늘진 곳엔
이 고비가 자라요.
문제는 시기를 잘 잡아 맞출수가 없어서 제대로 끊어보지도 못했지만
저처럼 나물 뜯는 거 좋아하는 큰오빠는 가끔 봄에 시골가면
이 고비를 잘 끊더군요.ㅎㅎ
또 자운영 여린 순을 캐느라 논에 앉아 열심히 뜯던 적도 있었고요.
어렸을땐 봄만 오기를 기다려 조금만 햇살이 나고 눈이 녹는다 싶음
바구니 들고 밭으로 달려가던 어린날의 제 모습이 그리워요.
그러다 밭둑에 또아리 틀고 있던 뱀을 양말인줄 알고 다가갔다가
스스륵 또아리 풀면서 나오는 뱀보고 놀라서
바구니고 뭐고 내던지도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는
집으로 도망친 적도 있지만요.ㅎㅎ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물캐는 이야기...
이야기 조회수 : 522
작성일 : 2009-11-05 11:20:38
IP : 61.77.xxx.11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1.5 11:30 AM (119.64.xxx.169)저도 원글님 처럼 자랐지요... ^^
산에서 해가뜨고 해가지고
우리쪽에선 연한질경이로 된장국 끓여먹기도 했답니다.
겨울엔 보리 구워먹구요.
뱀나오면 뱀잡아서 동네 아저씨께 드리기도 했답니다.. ^^2. 원글
'09.11.5 11:38 AM (61.77.xxx.112)...님 맞아요. 콩이나 보리 구워서 먹었죠.ㅎㅎ
입가엔 깜장 뭍히고.ㅋㅋ
뱀은 전 무서워서...
동네 아저씨들 뱀 잡아서 술담그고
저희집에도 있었어요.
마루에 있던 벽장을열면 옛날 소주 (홉이라고 하나요?)에 담겨있던 뱀.
으.. 마루에 벽장은 공포 대상이었죠.
언젠가 마을아저씨들이 뱀탕을 끓여 드시는 걸 봤는데
뽀얀 국물이..윽.3. ㅂㅂㅂ`
'09.11.5 4:02 PM (211.201.xxx.97)뱀은 저도 무서워요~~~~~~~ 막 도망을 ㅋㅋㅋ
전 아직도 바구니에 칼 들고 막 돌아다녀요...
엔지니어님이 알려주신 대로 찾아서 다닙니다...
시골출신이라서리 ㅋㅋㅋ
비름나물을 알아서 마트에서 파니 사다가 먹었더니 띠용~~;;;
막 손이가요 손이 가~~
냉이는 정말 좋아해요 김밥이나 계란말이 후훗 된장찌개 ㅋ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381501 | 빕스에 저녁 9시경에 가면 상태가 어떨까요? 1 | 궁금 | 2008/04/10 | 935 |
| 381500 | 제가 잘못한건가요? 10 | 문화센터에서.. | 2008/04/10 | 1,715 |
| 381499 | 저같은 생각으로 잠 못 드시는 분들 많을까요 17 | 답답해서.... | 2008/04/10 | 1,584 |
| 381498 | 이명박 대통령에 민심이 반기를? 크하하 쌤통~~~!!! 5 | 민심 | 2008/04/10 | 1,349 |
| 381497 | 육아휴직시기 5 | 체리맘 | 2008/04/10 | 465 |
| 381496 | 부동산에 관한한 엄마의 직감을 믿어야하는 이유~ 4 | 여자가, | 2008/04/10 | 1,666 |
| 381495 | 요리책 추천해주세요~ 11 | 질문 | 2008/04/10 | 1,485 |
| 381494 | 교육비는 밀리고 교회헌금은 꼬박꼬박 내는 학생 엄마.. 7 | 에잇.. | 2008/04/10 | 1,649 |
| 381493 | 부모님을 직장의보에 넣는 방법 좀 알려주삼~~~ 7 | 직장의보 | 2008/04/10 | 580 |
| 381492 | 30평엔 몇 인치 tv가 좋을까요? 13 | ??? | 2008/04/09 | 1,022 |
| 381491 | 콘크리트벽에 못박는 도구가 따로 있다는데 어떤건가요? 6 | 못박기 | 2008/04/09 | 995 |
| 381490 | 임신하고 빈혈증세가.. 5 | 빈혈 | 2008/04/09 | 403 |
| 381489 | 선거 결과, 눈물 나요 ㅠㅠ 27 | .. | 2008/04/09 | 1,598 |
| 381488 | 변환플러그 일명 돼지코 만있으면 변환기기 필요없나요? 10 | . | 2008/04/09 | 771 |
| 381487 | 정치 얘기는 안하고 싶지만... 24 | 맥주 3깡... | 2008/04/09 | 1,277 |
| 381486 | 친일 특구, 성추행 특구 탄생!! 12 | ㅋ | 2008/04/09 | 1,055 |
| 381485 | 쉬머브릭이랑 팟루즈 써보신분들...색깔선택 도와주세요.. 5 | 바비브라운 | 2008/04/09 | 765 |
| 381484 | 미국뉴욕계시거나..계셨던분들plz 6 | 궁금합니다 | 2008/04/09 | 706 |
| 381483 | 강북 주민들 생각이 모자라신가? 39 | 열받아 | 2008/04/09 | 3,872 |
| 381482 | 피부가 뽀샤시 해지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4 | 삼순이 | 2008/04/09 | 1,121 |
| 381481 | 그런데 왜 박근혜 씨는 한나라당인가요? 15 | 친박? | 2008/04/09 | 1,740 |
| 381480 | 어처구니? 없는 후배 3 | 뽀뽀리야 | 2008/04/09 | 1,039 |
| 381479 | 젖병소독기~ 4 | 꽁이 | 2008/04/09 | 364 |
| 381478 | kt가 저지른 만행 3 | 속상해요.... | 2008/04/09 | 754 |
| 381477 | 믹서 선택 고민 중... 8 | 브라운 | 2008/04/09 | 754 |
| 381476 | (시댁가족) 집들이 식사메뉴 추천 좀 해주세요! 4 | 새댁 | 2008/04/09 | 734 |
| 381475 | 친박연대 비례대표를 찾아봤더니.. 3 | .. | 2008/04/09 | 1,359 |
| 381474 | 비싸도 질좋은 임부복 어디서 사야해요? 11 | 임산부 | 2008/04/09 | 1,856 |
| 381473 | 개표가 끝나가는데... 4 | 한숨~ | 2008/04/09 | 547 |
| 381472 | 강원도 삼척 사람들,,제정신인가요 최연희를 당선시키다니.. 19 | .. | 2008/04/09 | 1,8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