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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남편, 심리가 뭘까요. 왜 화가 났을까..

단하나의소원 조회수 : 1,139
작성일 : 2009-11-02 16:36:59


제 남편 얘긴데요, 무척 화가 나서 출근했네요.
그 전에 무슨 상황이 있었느냐 하면..

남편이 학원 강사인데 지금 학원 대우가 너무 안좋아 다른 학원으로 옮길 준비중이에요.
학원 옮기는게 확실해 지면서 지금 학원에 대놓고 막나가고 있는게 한 두달 됐지요.
애들 수업은 차질없이 책임지고 잘 해주고 있지만 학원 조회에 불참한다거나 원장과 말다툼이 잦다거나..
저는 애기 낳고 집에만 있는 중이라서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밖에 다녀온 사람이 하는 소리마다
학원 싫다, 원장 짜증난다, 하는 이야기만 듣다보니 맞장구 쳐 주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근 두달여 이상을 매일매일 투덜대는 소리 들어주는 것도 고역이라서 요즘엔 좀 건성건성 들어줬지요.
때때로, 남편 행동에 대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나오는 날 까지 책임은 다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잔소리도 좀 했구요.

뭐.. 남편 상황은 그런 정도이고.. 저희 부부 사이는 8개월 된 애기 기르다보니 좋았다 안 좋았다 그래요.

그러다 지난 토요일부터 제가 열이 좀 오르고 있어요. 수시로 재 보는데 최고가 37.8도였고
해열제 먹고 있으면 37.5도 안팎으로 왔다갔다 하고.. 제가 좀 건강체질이고 최근 2년 동안
감기는 걸린 적이 없어서 아마도 신종플루보다는 지나가는 몸살감기 아닐까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린 애기도 있고 주말이니 남편이 애기도 좀 봐 주고 저도 좀 챙겨주려니 생각했던게 화근일까요.
아프다 소리를 했어도, 애기는 격리 시켜야 하나 소리까지 했어도,
어제는 낮 1시에 일어나고, 오늘은 낮 3시에 일어나고. 아.. 어제 오후에 종합감기약은 사다 줬네요.

오늘부터 헬스클럽 시작하는 날이라 아침 7시에 일어나겠다고 알람도 맞춰놨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에 애기도 그 시간에 깼고 알람도 울리길래 남편 자는 방(애기 때문에 따로 자요..)에 가서
애기 앉혀놓고 아빠 깨우자 했더니 서랍장 모서리에 애기 다치니 데리고 나가라고 짜증을 내더군요.
원래 오늘 계획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헬스다녀오고 제가 애기 아침 이유식 먹이고
남편 돌아오면 저는 병원에 다녀오는거였지만요.

그렇게 짜증내는 소리에, 제가 한 소리는 "자기가 애기 보기 귀찮으면서 맨날 애기 핑계만 대네!" 그랬어요.
그게 잘못한 소리였을까요. 어제 저녁에도 애기를 사흘동안 목욕을 못 시켜서 목욕시키는데 좀 도와주랬더니
제 몸도 안 좋은데 다음에 시키라네요. 제가 아픈게 하루 지나면 갑자기 나을 것도 아니고,
기왕이면 남편있을 때 같이 시키려고 어제 저녁에 목욕시키려 했던건데 그렇게 말 하더라구요.

물론 제가 아픈걸 신경쓴것도, 애기가 서랍장에 찧을까 걱정하는것도 진심이라는건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아프니 같이 도와 목욕시켜줄 수도 있었을테고,
애기 다치기 전에 이왕 자기가 일찍 일어나기로 결심한 날이니 일어나 봐 줄 수도 있지 않았나 싶어서.
그래서 제 말이 애기 핑계댄다고 나온건데요. 그 말에 화가 난걸까요?
결국 아침 그 시간에 안 일어나고 오후 3시에 일어나서 출근한거지요.

오랜만에 열감기에 몸살 기운이 있으니 힘들더군요. 애기도 이제 막 기어다녀서 손도 많이 가요.
괜히 서러운 마음에 혼자 울다가 애기 보다가 저는 아침 점심도 굶고 애기만 먹이고 그렇게 있는데.
솔직히 남편이 일어나서 제게 몸은 좀 괜찮냐 한마디라도 해 줄줄 알았는데,
애기 얼굴도 한번 안보고 제게도 한마디 말도 없이 샤워하고 옷 입고 그냥 나갔답니다.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반복되는데 점점 서로 말 없는 텀이 길어지고
저도 예전처럼 왜 그러느냐 말로 풀어볼 생각도 기운도 없다보니
그냥 이렇게 결국 애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사는 그런 지경까지 가겠구나..싶은 마음도 드네요.

애도 봐야하고 제 몸 누가 챙겨주지도 않을테니 밥도 꼬박꼬박 먹고 약도 먹고
내일은 어떻게든 남편한테 애기 좀 맡기고 병원도 가 봐야 할텐데..
아무 의욕도 없고 날씨가 추워서 더 움츠러 들기만 하고 그러네요.

간혹 남편이 학원강사라고 하면 강사들 원래 늦게 끝나니 늦게 일어나는거 당연하다고들도 하는데..
요즘은 고등부 수업이 빠져서 밤 10시면 집에 오고 출근은 오후 4시까지고..
밤새 유선티비 채널 이리저리 돌리고 보다가 새벽 서너시나 되어야 자니.. 고운 마음이 안 들어요.
남들은 남편이 늦게 출근하니 애기도 봐 주고 좋겠다지만 늦게 출근하면 뭐 하나요,
오전 내내 자고 점심이나 겨우 먹고 금세 나가버리는데.. 결국 애기 보는건 종일 제 몫이지요.

오늘은 애기 혼자 놀게 내버려두고 옆에 누워서 울다 훌쩍거리다 드는 생각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남편을 만나기 전으로 가고 싶더군요.
그랬다면 어설픈 연애도 하지 않고, 긴 생각없이 결혼 하지도 않았을테고,
애기도 낳지 않았을테니 애기 웃는 얼굴보며 미안한 생각에 눈물 지을 일도 없었을테니까요.
남편도 저도 선남선녀였던 시절이 있을텐데, 이렇게 인연이 엮여서 서로에게 못할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아픈데, 더군다나 신종플루때문에 요란한 요즘인데,
더 늦게까지 자고, 더 짜증내고, 한마디 말도 없이 출근한 남편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IP : 221.156.xxx.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식사도
    '09.11.2 4:45 PM (130.214.xxx.252)

    제대로 못하고 애기 돌보느라 힘많이 드시겠어요. 그럴수록 힘내서 밥 먹고 양 챙겨 먹고 해야죠. 남편분이 좀 알아서 애기도 봐주고 힘도 보태주면 좋겠지만, 남편 상황도 안좋으시네요. 학원강사가 참 힘든 직업같아요. 더군다나 이직을 생각하시고 있는 상태면 불안하고 신경도 곤두서고. 이직의 스트레스가 배우자 사망 다음의 스트레스라고 봤던 기억이 나는데... 원글님도 힘드시겠지만, 좀 미뤘다가 남편하고 더 편한 기분에서 얘기 나눠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힘네시구요.

  • 2. 놀부
    '09.11.2 4:46 PM (220.83.xxx.54)

    남편도 직장인 학원 옮기는 문제라든지 현 직장에서의 스트레쓰등등이 쌓여만 있을것 같군여..아직 아기도 어리고 남편도 직장으로 심난하고 날도 춥고 조금식 서로 이해 양보하여 예전처럼 결혼전 시절처럼 잘 지냈슴 하네요 앞으로 이보다 더한 시련들이 종종 격어가면서 우리네 결혼 생활 하는데요...그러문서 살아간답니다.참고 인내하면서...

  • 3. 한국남자들
    '09.11.2 4:52 PM (222.98.xxx.197)

    다 그렇지 않나요..
    한국남자들이 자식을 원한다는 것은 누군가 낳아서 키워주기를 바란다는 뜻인거 같아요.
    그냥 자기는 생활비 몇푼 대주고 아버지 대접받고 자기 삶에 방해는 전혀 받지 않기를 바래요..
    자는것도 먹는것도 노는것도그대로.. 혼자 건강하겠다고 운동까지 나가주시고
    마누라야 몇년동안 밤거의 새가며 밥한번 맘편히 못먹고 외출한번 홀가분하게 못하던 말던
    그러다 몸살나거나 말거나
    아마 과로사로 죽어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걸요.. 애는 중국으로 유학보내고 새장가 들겠죠.

    같이 부모가 되어 같이 노력해가며 공부해가며 같이 키우려니 하고 낳았다가 여자들만 큰코 다치는 거죠.. 이런거 결혼전에 애낳기 전에 누가 좀 가르쳐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런면 결혼같은거 안하고 애도 안낳고 편히 살았을것을
    이제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 + 죄책감 + 약간의 애정만 남아서 하루하루 발버둥으로 유지하고 있네요..

  • 4. 이 글을
    '09.11.2 4:52 PM (115.178.xxx.253)

    그대로 복사해서 남편에게 보여주세요. 사이트에 올린 글이라고는 하지 마시고...

    남자들은 콕 찝어서 얘기하지 않으면 뭘 해야하는지 잘 모릅니다.
    천성이 자상한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요..
    마음이 없다기 보다 그런 모습을 본적이 거의 없다보니
    뭘 잘못하는지 뭘 해야하는지 조차 잘 모른답니다.

    구체적으로 비난하지는 마시고 님 심정이 어떤지를, 뭘 해줬으면 좋은지를
    얘기하세요..
    평생 살아야하니 정말 재미있게, 사이좋게 살고 싶다 하시고...

  • 5. 유령회원
    '09.11.2 5:43 PM (222.146.xxx.242)

    저 아는 언니는.. 남편 술 먹고 집에 늦게 들어올 시간에...
    우는 아기 집에 두고서(애기가 기어다니기 전..) 복도에서 미친여자처럼 울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진짜로 집에서 하루종일 애만 보고 있으니 미쳐버릴 꺼 같다고...

    그랬더니 그 다음날부터 남편분이 술약속도 줄이고, 일찍 와서 목욕도 도와주고 했다더군요.

    글쓰신분의 남편분은 약간의 위기의식이 생기지 않는 한 변하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감히 드는군요.
    아니면 애기를 보육원이라도 보내서, 자기 시간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 6. 근데
    '09.11.2 8:33 PM (222.233.xxx.120)

    제가 학원강사 해봐서 아는데요.....남편 분께는 지금 가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거 같아요.... 세상에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겠어요? 그죠? 근데 있더라구요.... 남편 분은 가정도 책임져야하지만 밖에선 사회인인데... 사회인으로서 어느정도 입지가 있을까요. 사실 학생들 인격이 제각각이라 힘들어요. 누가 공부하고 싶어 학원에 와 앉아 있겠어요? 게다가 제가 회사 다니다 강사생활 얼마간 했지만 원장과 동료들의 인격이 일반회사보다 참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학원은 정기적으로(?) 옮기는 일이 잦아지는 아주 이상한 관계와 시스템이죠. 그리고 오래 있는다 한들 일반 직장같은 진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이 후하게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연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어떤 가치를 지니느냐를 아주 쉽게 판단해 주기도 하죠....

    결론적으로 남편분은 어쩔 수 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자존심은 많이 상해 있고 날개도 많이 꺾여 있을 거예요. 멀리 보시고 남편 기 팍팍 살려주시는 거 어떨까요? 무조건 편들어주기, 그래맞아 잘한다 맞장구 쳐주기, 그 사이 사이 조심스럽게 '이렇게 해도 좋겠다'의견 집어넣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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