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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하니 자꾸 불만이 생겨요..

우울 조회수 : 480
작성일 : 2009-10-07 16:32:07

사업하는 남편을 둔 마눌입니다.

저는 대기업까지는 아니어도 남들 들음 알만한 회사에 댕기고 있구요.
연봉이 대기업만큼 파격적으로 높지는 않아도, 적게 벌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남편은 결혼직전에 사업을 시작했고,
일이년 정도는 쉽지 않을것이라 각오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년간, 남편은 어쩌다 돈이 좀 남으면 저에게 가져다 주긴 했지만
그러지 못한 달이 더 많았지요.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좋은 날 오겠지...아직 내가 버니까. 우린 아직 아이도 없으니까...
그렇게 제가 벌어 집안 살림 꾸리고, 2년만 이 집에 살고 더 좋은 집에 이사가자고
허리띠 졸라매며 적금도 부었습니다.


저희는 술을 그닥 좋아하지도,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한해에 옷 두어벌 살까...것도 인터넷이나 아니면 백화점 매대같은 곳에서.
구두는 한번 사면 몇년을 신는지.
둘다 꾸미는거에 그닥 취미없고.
그렇다고 여행을 자주 다니고 그러지도 않습니다.
양가 부모님께서 저희의 도움을 원하시지도 않으시구요.

그래서였는지, 생각보다 많은 돈을 모을수 있었지요.
그렇게 또 1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수중에는 돈 한푼이 없네요.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이젠 마이너스 인생...


이사를 가겠다고 부었던 적금은, 남편의 사업 자금으로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돈을 보태주었습니다.

남편이 달라고 해서 준 돈도 아니고,
그 돈을 해줬을때 남편이 흔쾌히 땡큐. 하면서 받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너무 미안해하며 어쩔줄 몰라했지요.
사연이 많았습니다만, 그건 생각하고...


아무튼 그렇게 있는 돈 달달 긁어 남편에게 주고 나니
갑자기 너무 마음이 허해집니다.

에전에는 가지도 않던 백화점에 가보기도 하고,
(차마 정상제품은 못사고) 괜히 매대를 돌아다니다가 잘 입지도 않을것 같은 옷들을 사들이고
며칠전부터는 구두 한켤레가 너무 갖고 싶어 매일 퇴근길 백화점에 들렀다가
침 한번 꿀꺽 삼키고 살까말까 하다가 그냥 집에 오고 있습니다.


아직 찬바람 불려면 멀었는데
나 올해는 따뜻한 겨울 자켓 하나 살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생전 외식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저나 남편 모두 먹는 양이 많지도 않고, 조미료 맛이 싫어 맨밥에 김치라도 집밥을 좋아합니다.)
요즘은 괜히 남의 블로그 들여다보면서 와 좋겠다..나도 저런데 가고 싶다. 이런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아껴쓰고 모을때는
돈 모으는 재미가 있어 굳이 쓰지 않아도 마음이 허하지 않았는데

있는걸 다 털어주고 나니
나도 힘들게 직장생활하는데, 나도 나름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맨날 이렇게 후즐근하게 하고 다니는모습에 화가나기도 하고
자꾸 뭔가를 사고 싶어집니다.


오늘 점심 시간에도
회사 식당(공짜로 밥을 줍니다) 메뉴가 맘에 안든것도 아닌데
저어기 멀리 나가서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 마시면 참 좋겠다... 이런 생각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식당밥을 먹고 왔습니다.


무엇으로 이 허한 마음을 달래야하는지...
남편이 원망스러운건 아닌데...오히려 제가 지금 남편에게 더 많은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 시기인데...
철없는 마누라는 회사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저...너무 바보같아요...
IP : 211.189.xxx.25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궁...
    '09.10.7 4:36 PM (203.232.xxx.45)

    저는 공부하는 남편 두고 있어요.
    요새 저도 자꾸 남편한테 화를 내서 미안하기도 하고,
    나름 유쾌한 여자를 이렇게 만들다니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힘내봐야죠.
    위로드리려고 일부러 로긴했는데
    저도 뭐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냥 한숨 한 번 쉬고 갑니다.

  • 2. 구두
    '09.10.7 4:38 PM (203.244.xxx.254)

    나가서 사서 신으세요.. 그런식으로라도 가끔 나에게 주는 선물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3. 토닥토닥
    '09.10.7 4:43 PM (222.110.xxx.21)

    내조의 여왕이시네요.
    저도 남편의 미안하다는 말 처음에는 아니라며 부정했는데,
    이제는 마음 속으로 수긍하고 있어요.
    사람 마음이 웃긴 게... 스스로 인정을 하니까, 처지가 더 서러운 거 있죠? ㅎㅎ
    저는 요즘, 그래... 고진감래라고 좋은 날 오겠지. 조강지처가 어디 쉽게 되나?
    나중에 웃으면서, 조강지처 호강시켜줘야 된다고 구박해야지 하고 기운내요.
    근데, 가을타시나봐요. 두 분이서 나들이라도 다녀오시며, 기분전환 좀 하세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하고 싶어도 못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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