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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돈 10만원도 주기가 싫어...

째째한 나 조회수 : 1,952
작성일 : 2009-10-06 01:06:54

결혼하자마자 시아버지가 집안을 말아먹었습니다.
주식으로요.
황당 그 자체였죠.
결혼으로 시작된 제 2의 인생, 그 관계도가 무참히 어그러지는 꼴을 보면서 참으로 시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부잣집은 아니어도 그냥저냥 열심히 사는 소시민의 가정으로 시집가  
소소한 명예, 그 정도는 지키며 살고 싶었는데
신혼에 돈 8천만원.. 빚까지 져서 보태주고.. 두분은 서울을 떴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미움은 가시질 않습니다.
그 타이밍에 가진 아들의 예민함이 지금도 보이고..
남편만 바라보고 세상 살아갈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시어머니도 답답하고..
그냥 열심히 살았을 뿐이었을 시어머니에 대해 안된 마음이 있습니다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친정과 비교하면 더 기분이 나빠집니다.
괜시리 심통이 납니다.


자식에 대해 헌신적이지도 않고,
세상 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재산도 못 모아 이꼴 당하고,
그러니 자식들에게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그 대접, 며느리인 내가 좋은 마음 먹고 해주면 되는데.. 그게 안됩니다.
내게는 넉넉하게 품을 수 없는 아킬레스건.
당신들이 내 두 번째 인생에 먹칠을 했다..
내 아이들의 성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내 아이들에게 번듯한 가문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내가 10년동안 아이 키우며 정말 죽어라 돈 벌었던 것.
나의 결혼이 몰락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고.. 내 아이들에게 돈없고 힘없는 집안(물론 지금도 돈과 힘이 있는게 아닙니다..)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빚을 다 갚고, 서울에 집을 두 채 사고 지금 오기까지 나는 정말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었습니다.      
    


이번 추석, 엄마네서 대접 너무너무 잘 받고 10만원 드렸습니다.
(평소에도 좀 드립니다. 그래서 이번엔 10만원만 드렸습니다)
남편이 "시댁에도 좀 보내지" 합니다.
시부모님, 지지난주 서울 올라와 벤처기업 잘 안풀린  큰형님네와 밖에서 식사 했습니다. (추석때 모일 수 없는 이유가 좀 있었습니다.) 올라오는 비용, 식사비 두 집이 함께 냈고, 저희집에서 다과도 했구요.
그 10만원 못 보낼 것 아닙니다. 보내겠죠..  


그런데 이럴 때마다 괜히 기분이 나쁩니다.
부모란 존재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자꾸자꾸 허탈합니다.
돈 10만원 보내는 것 가지고 '마음이 옹졸해지는' 나를 만든 그분들을 존경할 수가 없습니다.

  


    





IP : 125.177.xxx.10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명랑오렌지
    '09.10.6 1:11 AM (110.14.xxx.139)

    토닥토닥 ...

  • 2.
    '09.10.6 5:09 AM (71.188.xxx.28)

    그보다 10년만에 서울에 여유집 2채나 더 살정도라면 대단하심.
    남편이 잘버시는거 같은데 좀 베푸셔도 될듯.
    내가 가난에서 벗어나 돈 좀 쥐고 있다고 님 마음 편한거 아니잖아요.
    그 과정까지 힘든건 이해하지만 이젠 님도 안정되고 그 정도면 주위 가족 뒤돌아볼 여유가 있음 좋겟다 싶네요.

  • 3. 이해가는 맘
    '09.10.6 6:05 AM (124.5.xxx.108)

    82쿡에는 다들 천사들만 있으신가봐여..
    전 원글님 마음 이해하고, 저같아도 시댁이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거 같은데..
    남편을 낳아주신 부모님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계속 배풀기만 해야 하나요?
    저도 시아버지가 무책임하고 가장 역할을 못하는 분이라 원망이 있구요.
    저 역시 시부모님한테 당당하게 사랑받으며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살고 싶었지만, 그 별거 아닌 바램도 안되더라구요. 부모님에게도 사랑, 보살핌을 받았을때, 그만큼 드리고 싶지 않을까요?
    남편 낳아주신 부모님이니 무조건 보살펴드려라~ 라고 할 건 아닌거 같아요.

  • 4. ...
    '09.10.6 6:31 AM (110.10.xxx.95)

    저도 윗분 생각에 동의해요.
    여기보면 다들, 가난한 시댁이라고 부모아니냐, 마음을 이쁘게 먹으라는식의 얘기가 많은데..
    글쎄요- 도덕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맞고, 모르는 사람한테 하는 입발린 얘기는 맞는데
    제친구가, 제 여동생이 그런집에 시집갔으면
    실컫 같이 욕해주고, 같이 미워해주고, 같이 증오해주고
    그리고 나서 맛있는거 옴팡 사주고
    남편 욕 직살나게 같이 해주고
    그리고 나서야.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래도 그 사람들 미워해봐야 너만 손해다.
    그냥 마음 편하게 먹어.
    정도 얘기할것 같습니다.
    원글님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남편도 시부모님도 실컫 미워하셔도 됩니다.
    미워하시다가 지치고 지치고 나서 그냥 마음 편하게 먹으세요.
    천사가 되려고 노력하지 마시구요
    미우면 미워하시고 고까우면 고까웁게 보세요.
    미워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더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나 증오가 크면 몸 상합니다.
    본인 몸 잘 챙기시구요~

  • 5. 에궁...
    '09.10.6 7:57 AM (114.204.xxx.132)

    원글님이 결혼하자마자 시댁이 그리 되었으니...
    이런저런 소리 듣기 싫어서 더욱 열심히 살아가셨겠네요.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도 윗님 의견과 비슷해요. 시부모님이 끝까지 자식들 곁에 남아서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졌다면 제가 좀 다른 댓글을 달았겠지만....

    저도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피해액수를 입은 사람이지만...
    지나고나니, 그래도 열심히 갈아간 것에 대한 그 복은 내가 받은거지 싶어요.

    짧지 않은 인생에 앗차 하는 실패는 누구에게 언제든지 올 수 있는건데...
    다행히 저희 부부는 워낙 그런거에 시달리고 살았기 때문에 동물적인 감각(-_-) 으로
    그런 것들은 피해가도록 철저히 다져져왔으며...
    투자나 물질적인 면에서는 부부의 의견이 일치해서 앞으로도 돈문제로 싸울 일은 없고...
    어려운 시기를 오랬동안 겪어보았던 터라 지금의 생활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구요...

    결론은...사람이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것도 당연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 몇년은 내가 내공이 정말 강해졌구나...라는걸 느끼고 살아요.
    내 자식이 한푼이라도 남에게 빚이라는 걸 진다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릴겁니다...-.-

    저 또한 지금도 그들이 밉습니다. 가급적 피하고 살아요.
    하지만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이젠 열심히 살아온 내 자신이 훨씬 귀하고 소중하니까요.

    이제 소모전은 슬슬 접으시구요...건강 챙기시고,(남편이나 자식이 절대로 내 건강 챙겨주지
    않아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내 몸뚱이 병들면 귀찮은 존재가 되는겁니다.)
    특히나 자식문제를 그들 탓 하지 마세요.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제 경우는 너무나도 길고 힘든 시간에 자 자신에게 한가지 약속을 했어요.
    형편상, 내 새끼에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악의에 가득 찬 내 자신으로부터 내 자식을 보호하는
    것 한가지만 지키자구요. 내 스트레스가 아이한테 가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아이를 방치하는걸 선택했어요.

    뭐, 그 덕이면 그 덕이랄까...다행히 아이는 큰 스트레스 없이 밝고 건강합니다.
    물론 성적은 마~이 딸려요. 그래도 감사하죠. 요즘은 자기도 욕심이 나는지 집에서 저랑 같이
    열심히 공부합니다. 저도 아이 옆에서 조용히 공부하구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건 나를 다스려서 내가 행복해지는 겁니다. 그게 참 어렵지요.
    하지만, 자꾸 지금생활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가라앉히기가
    훨씬 수월해지네요. 원글님도 힘 내세요...저는 이제 겨우 작은 집도 한채입니다...^^;;;;

  • 6. 스트레스
    '09.10.6 8:08 AM (118.216.xxx.66)

    ...님덧글에 동감해요..
    증오가 크면 몸 상해요~~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진짜 힘들고 스트레스죠.
    그런일 있음 자다가도 생각납니다. 이거이 건강상하는겁니다.
    그냥 10만원 보내드리고..님 건강 챙기세요~~~

  • 7. ...
    '09.10.6 8:13 AM (118.32.xxx.197)

    저랑 정말 상황이 똑같으셨네요.
    저도 저 결혼할때, 아버님이 주식으로, 아들 월급 모아둔것까지 다 써버리시고,
    저희, 정말 힘들게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뭐 좋지는 않아요.
    남편 연봉이 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정말 갖고 시작한 것 없으면
    참 힘든 세상이더라구요.. 씁쓸합니다.

    저도 일하려고 아직 공부중이구요.
    정말, 님글 초 공감입니다. 저도 제 아이에게 정말 힘없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자리잡기 전까지 아이낳을 생각도 안하고 있어요.

    시댁일로 소소하게 돈들어가는것,
    지금도, 좀 과하다 싶게 용돈 드리는것,
    그와중에 자기것만 챙겨대는 너무 얄미운 시동생

    너무 전형적인가요?ㅋㅋㅋ

    그래도, 남편이 좋으니, 반듯한 사람이니
    이 사람 키워준 대가다, 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냅니다.
    저도 정말 명절때 용돈드리기 싫어요. 그 십만원... 저 그기분 너무너무 공감해요.
    그러면서 옹졸해 지는 제 자신도... 참 싫구요.

    시어머님, 정말 좋은 분이시고, 원글님 시어머님 처럼 그냥 아버님 믿고 따라간 것 밖에 없지만
    아버님, 전 너무너무 싫어요. 정말 말 한마디를 하셔도 어쩜 그렇게 못하시는지..
    속된말로 정 떨어진다는..

    하여간, 맘 다스리기 위해 무지 애쓰고 삽니다.
    공부 할때마다 불끈불끈 생각나는데, 그럴때마다 화 다스리는 거 무지 힘든데,
    더이상 그 집안때문에 내가 피해보는일은 없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움이 얼마나 사람을 갉아먹는 건지 알기 때문이지요.

    결론은... 저도 올 명절에 그냥 명절 용돈 드렸습니다.-,.-
    그 십만원때문에 나도 옹졸해지지만,
    남편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서요. 그냥 그래서요..

    원글님, 저 눈물날만큼 이해되요. 막 공감되서 아침부터 눈물글썽이며 댓글씁니다..

  • 8. ..
    '09.10.6 9:53 AM (203.229.xxx.5)

    많이 힘드셨겠어요... 말이 빚이지....
    힘내세요
    빚때문에 나자신이 옹졸해지고 못나지는 사람이 된게 한탄스러우시잖아요
    먼저 그분들에게 옹졸해 지는 자신을 용서하시고요...
    그리고 그분들 탓으로
    본인과 본인의 가정이 몰락하고 망쳐지고 어그러지고 먹칠이되었다는 생각은 털쳐내세요
    아무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기 전에는 상처를 줄수가 없답니다
    어찌보면 님 스스로 몰락했다라고 망쳐졌다라고 먹칠을 당했다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선택한면도 있습니다
    초비상 사태셨는데 굳건히 이겨내신 것에 박수를 드립니다
    어려운 환경을 초인적인 의지로 바꾸시는데 미움이 동력이 되셨나봐요
    이젠 그 동력을 바꾸실때가 된거 같아요
    안그러면 계속 허탈하고 그 미움이 님 자신을 병들게 하실거 같아요

  • 9. 원글입니다
    '09.10.6 10:08 AM (125.177.xxx.103)

    귀한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문제는.. 저에게 참으로 아킬레스건입니다. 내 아이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이, 마음에 여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드는 것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내적불행'인가 생각해 보거든요.
    결혼 전 어려움.. 거의 없었어요. 돈, 공부, 취업, 좌절해 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놀란 것 같아요. 특히 엄마에게 딸, 시집 잘못 갔다는 생각 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돈이 없어서, 남편 월급만 바라보고 삮이는 짓은 못하겠다 싶었습니다. 고소득전문직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그래도 여성프리랜서로는 많이 벌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공부도 합니다. 아이도 둘 낳고 열심히 키웠습니다.
    그런데요..이렇게 달려온 것이 지치네요. 10년 가까이 되는데.. 몸도 신호가 오고 내 마음도 강팍해지구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에 10만원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 하소연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님들의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저도 이제 새 길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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